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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2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이숙자/ 김형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25~7.10/4.8~7.17

한국현대미술사를 정립하고자 시각예술 부문의 대가를 집중 조명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로 한국화부문 이숙자, 판화부문 김형대의 전시가 개최된다. <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에서는 한국적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민예품부터 백두산까지 작업을 확장시키며 오랜 시간동안 한국화의 정체성을 탐구한 이숙자의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한국 전통채색화의 맥을 잇는 작업과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한 작가의 작업에 한국화의 현주소를 비춰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판화부문의 두 번째 전시로는 회화와 판화를 오가며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한 김형대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성’, ‘창조’, ‘심상’, ‘후광’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통해 작업일생을 되돌아보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정체성과 독창성을 고민한 작품을 되짚어본다. 한평생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작업에만 매진한 원로 작가의 작업을 통해 지금의 현대미술을 비춰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김형대(위), 이숙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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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병기
가나아트센터 3.25~5.1

만 100세 고령에도 쉼 없이 예술을 통찰해 온 김병기의 탄생 100주년 특별전.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들과 미공개작을 포함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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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ddns

강운
사비나미술관 4.6~5.6

공기와 바람, 자연의 모습을 서정적 회화로 표현하는 강운의 개인전. 작가는 작은 한지 조각을 겹겹이 쌓아 붙이고 중첩시키는 수행의 과정 속에서 ‘구름’을 주된 소재로 하여 내면의 사유와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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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2

보이지 않는 가족
서울시립미술관&일우스페이스 4.5~5.29

한불 상호 교류의 해와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CNAP)와 아키텐지역 현대미술기금(Frac Aquitaine)이 공동 주최하는 <보이지 않는 가족>.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와 프락 아키텐의 소장품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는 워커 에반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다이안 아버스 제프 쿤스 신디 셔먼 소피 칼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일우스페이스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근대기 사진과 영화의 시작과 발전을 일궈낸 프랑스 예술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현대미술과 사진의 연결 지점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행복한 탄생, 근심 없는 어린 시절, 직장 생활, 사랑과 결혼, 전쟁과 죽음 등의 보편적 과정으로 설명되어온 유사 인문주의적인 ‘인간 역사’를 해체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인류 공동체의 한 자리를 부여하는 재현의 정치학을 통해 지금, 여기의 세계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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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

서세옥
갤러리 현대 4.12~5.15

대범한 붓질, 단순한 점과 선만으로 사람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인류의 희로애락을 나타낸 서세옥 개인전.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인 인간 시리즈 2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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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누끼부탁)

사월의 동행
경기도미술관 4.16~6.26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전으로 희생자 가족은 물론, 참사로 인해 공동의 아픔을 겪는 이웃들이 서로를 위무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공감능력을 상실한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고,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구한다.
조소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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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진시우

관계적 시간
아르코미술관 4.1~6.19

네덜란드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 출신 작가 김성환 배고은 손광주 안지산 오민 임고은 진시우와 함께하는 특별전. 낯선 시공간에서 새로운 타자들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확장된 시각이 어떠한 동기가 되어 작업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살펴본다.
진시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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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사사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일민미술관 3.25~5.29

지난 10년간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성과를 정리하고, 그들이 서울의 문화 예술에 어떻게 간섭, 관여해왔는지 관찰한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에서 활동해 온 소규모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서울과 디자인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사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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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식-신한

살아있는 것들
신한갤러리 역삼 3.28~5.7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김민정 김해진 왕덕경 정문식의 그룹전. 네 명의 작가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공간이 자신의 삶과 감각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며 비어있는 자신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문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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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박형근
자하미술관 4.1~5.1

2009년 이후부터 경기남부 시화호와 대부도 일대에 머무르면서 간척사업으로 생성된 새로운 지형과 공간을 기록하고 있는 박형근의 개인전. 작가는 지도와 첨단GPS로도 포착 불가능한 모호한 지대 즉, 허상 같은 공간에서 인간의 상실된 감각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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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동행-전은희

별별동행 2016
OCI미술관 3.29~4.19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의 매력을 지방에서도 두루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 향유를 통한 기업과 지역사회 간 긍정적 교류와 소통의 터전을 마련한다. 18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이후 군산 광양 포항에서 차례로 열린다.
전은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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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김덕기
갤러리 조은 4.8~5.18

가족애와 행복을 모티프로 작업하는 김덕기의 개인전 <오(五)계절, 꽃 찾으러 왔단다…왔단다>. 이번 전시에선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을 배경’으로 작가 특유의 강렬한 원색이 잘 드러난 20여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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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K-09

코리아나미술관 소장품전
코리아나미술관 4.7~5.21

2016년 상반기 소장품 기획전으로 <백남준을 회고하다>전과 <자인姿人 ? 한국·프랑스의 미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코리아나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꼽혔던 여성의 모습을 담은 회화, 조각, 사진 등과 백남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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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숙-룩스 Summer #34, 2016, 보드에 유화, 12.8x17.8cm

SWEET MY HOME
갤러리 룩스 3.31~4.24

익숙한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집에 주목해, 그곳에 놓인 사물과 집에서의 생활을 돌아본다. 김서율 민경숙 이주은 정재호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특수하게 선택되는 사물과 집에서의 보편적이고 유사한 생활패턴에 주목한다.
민경숙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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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철주

석철주
금산갤러리 3.23~4.22

미묘한 색감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풀어낸 석철주 작가가 <신몽유도원도> 신작을 중심으로 15점의 대작을 선보인다. 서양의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여 한국적인 주제와 정서를 다룬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한국화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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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이진원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누크갤러리 3.24~4.20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 속을 거닐며 바라보고 생각하는 유근택 이진원의 2인전.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다른 언어로 자연을 표현하는 두 작가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그들의 몸은 어떤 움직임으로 기록을 남기는지 살펴본다.
이진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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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pkm

포용: 윤형근과 추사 그리고 도널드 저드
PKM갤러리 3.29~4.18

윤형근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추사 김정희의 작품과 윤형근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보여준다. 또한 동시대 다른 문화권의 예술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과 교감한 부분을 이끌어내며 동서의 미학을 크게 아우른 윤형근의 작품세계에 대한 맥락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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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아

장정아
에이블파인아트갤러리 4.6~16

불교 철학을 작업 내용의 근간으로 하는 장정아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치며 드러나는 내용과 현대적인 초현실주의적 구성으로 구상화한 작업 25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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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윤

윤상윤
아트스페이스 휴 3.25~4.15

정신분석학 개념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하는 윤상윤의 개인전 <Bring it on home to me>. 이번 전시는 사회 집단에서 암묵적으로 작용하는 통념 아래 점차 희미해지는 개인의 정체성을 은유적이고 몽환적인 필치로 그려낸 근작 드로잉 80여 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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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만

조춘만
전주 서학동 사진관 4.2~5.1

울산지역의 중공업 공장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며 거대한 산업현장을 바라보던 조춘만이 그 광경을 사진에 옮겨낸다. 구조적,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산업현장에서 그 사이를 잇는 부품 같았던 한 인간이 바라보는 산업구조물은 단지 철구조물이 아닌 생의 자리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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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김동희
갤러리 그림손 3.30~4.5

도시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의 모습에 주목하는 김동희의 개인전 <Citizen>. 작가는 흔히 빌딩 숲으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을 인간 개개인의 욕망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하고 그 욕망을 다양한 색으로 채워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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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수

최인수
아트링크 4.7~30

조각가 최인수의 40여 년간의 창의적 성과 중 일부를 선별해 보여주는 전시 <Faces of Time>. 시류나 시사적인 작품들에서 보이는 과잉이나 스펙터클과는 다르게 절제와 조용함 속에서 인간내면과 알 수 없는 영역을 짚어보게 하는 최인수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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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김주연
트렁크갤러리 4.7~5.3

작고 미미한 씨와 싹을 통해 거대함을 표현해내는 김주연의 개인전 <정물화 : 살아있는 것의 소고>. 이번 전시에서는 씨가 싹을 틔우는 발아 과정을 보이는 변화와 시간성을 지켜보는 흔적의 흐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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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진(누끼부탁)

이인진
조은숙갤러리 3.24~4.15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원초적 예술성으로 공간을 장식화하고 확대해 나가는 이인진의 개인전. 작가는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와 자연의 색채가 더해진 도자작품을 <집적>이라는 타이틀로 표현하며 도자예술의 새로운 환경을 창조한다.

PREVIEW 2

artist’s archive-나의 10년의 기록
충무아트홀 3.11~6.6

40대 작가 3명의 릴레이 형식 개인전으로 어촌 풍경을 그리는 이현열, 현대의 낙원을 그리는 나형민, 그리고 작은 점으로 형상을 생성해가는 윤종석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현재가 있기까지 지난 10여 년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상징적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현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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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수

변경수
갤러리 조선 4.6~27

인간 내면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변경수의 개인전. 형체가 흐릿한 덩어리를 통해 작가는 익명의 대상을 환기시키고 관객에게 여러 가지 상황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며 실재하는 사회와 그 안을 부유하는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덩어리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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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택

장승택
갤러리 분도 4.4~30

서양화가 장승택의 20번째 개인전. 다채로운 색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새로운 작품으로 보여주는 작가는 색과 빛을 결합할 수 있는 플렉시글라스를 이용하며 겹겹이 쌓인 색의 화확적 반응을 통해 새로운 물질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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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이상용

Wild Drawing
LIG아트스페이스 4.7~28

김기라 이상용이 참여하는 <Wild Drawing>에서는 비드로잉적인 역할, 방법 그리고 재료를 사용해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드로잉을 선보인다. 획일화되고 고정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상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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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_-_01._사직공원,_130.0x97cm,_캔버스에_유채,_2015

하이경&염지현
갤러리 파비욘드 4.12~23

풍경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하이경과 염지현의 2인전. 두 작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을 담담하고 무심하게 그려내며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되묻는다.
염지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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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강(누끼부탁)

임미강
갤러리 세인 3.29~4.9

흙의 속성을 인지해 작업의 내면과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임미강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도자재료인 흙 외에 도자기를 포장하던 펠트 등의 재료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중심이 아닌 주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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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화_감모여재도_2016_78x106cm_종이에_목탄,_아크~

박미화
갤러리 담 4.1~13

모성을 근거로 자연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연민을 표현하는 박미화의 개인전. 중년의 여성이 삶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한 이번 전시에는 <피에타>, <헌화>, <감모여재도>라는 제목의 작업 15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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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이김양순__4인_부스전

현대미술 이렇게 풀다
부산 갤러리 조이 4.13~5.3

다양한 현대미술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향의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를 묶은 전시를 개최한다. 1부에는 조영숙 김양순 윤미희 강영순, 2부에는 박수진 이주영 이승현 조은주가, 3부에는 문성원 하훈수 최창임 이숙희가 참여해 현대미술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강양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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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리

최애리
대구 갤러리LOV 4.11~17

인물의 표정에서 삶의 모습을 읽어내는 최애리의 개인전. 제각기 다른 모습, 다른 표정으로 각자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 인물의 얼굴을 통해 각자가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를 나타내는 얼굴을 선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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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윤광준
갤러리 팔레드서울 4.7~17

일상의 소소함에서 재미와 가치를 찾는 생활 밀착형 예술인인 ‘글쓰는 사진가’ 윤광준의 개인전. ‘파버 카스텔’ 255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 <달아난 시간의 발라드>에서는 1980~90년대를 견뎌낸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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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정명희
울산문화예술회관 4.27~5.2

느즈막이 그림을 시작한 작가 정명희가 칠순을 맞이해 개인전을 연다. 지금껏 작가 자신이 살아 온 삶의 여정을 종교적 신념과 엮어 형상화 하며,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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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이영희
아트아레나 4.15~5.14

제주의 오름을 주제로 여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 이영희의 개인전이 일산에 위치한 아트아레나 개관전으로 열린다. 작가는 재료부터 기법까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나타내며 배제하지 않고 더블어 사는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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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나

박지나
최정아갤러리 4.8~28

자작시로 작업을 풀어내는 박지나의 개인전 <발끝과 목소리>. 작가는 자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현존이 아닌 자신 이전의 타자들과 앞으로 도래할 타자들이라고 말하며, 진정한 자신의 발현을 발끝과 목소리 사이라는 은유적 공간 안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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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갤러리70회기획전_20160404-0415_에드워드_림_~

한마음 친구들
핑크갤러리 4.4~15

5세 어린이 에드워드 림과 그레이스 림이 함께 하는 핑크갤러리 70회 기획전.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함께 드로잉에 참가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동심의 눈높이에서 순수하고 재미있게 표현된 가족, 흥미로운 동물의 세계가 펼쳐진다.
에드워드 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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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갤러리-이지숙

곽규진&이지숙
여니갤러리 4.8~28

귀얄을 이용하여 백자에 다양한 컬러를 입히는 곽규진과 민화를 흙으로 빚어서 재해석하는 이지숙이 만났다. 테라코타 표면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된 이지숙의 작업은 사물 표면의 실물적 질감과 색의 깊이를 그대로 전한다.
이지숙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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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성

배준성
아트파크 4.7~5.7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작업을 진행하는 배준성의 개인전 <The Costume of Painter – Still Life>. 작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적인 기법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정물 3D 렌티큘러, 뮤지엄 시리즈 등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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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

조헌
군산 예깊미술관 4.1~3

존재에 대하여 고민해왔고, 그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내려 노력하는 조헌의 개인전 <personal history 2>. 작가는 존재의 독립성과 의존성이 양립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며 이를 통섭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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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갤러리 가이아 4.27~5.3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진리를 찾는 김은성의 개인전. 작가는 삶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곳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로 미소 지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새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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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량

손미량
아산병원갤러리 4.29~5.6

바짝 마른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아버지와 수줍은 표정으로 아버지 옆에 선 긴장한 표정의 어머니. 사진 속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작가는 가족사진을 통해 그들이 보낸 수고로운 시간, 자식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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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作-끼니,72 cmX60cm,캔버스에 유채,2011

박은주
대전 이공갤러리 4.7~13

볍씨를 소재로 그만한 크기의 작은 선들의 응집과 확산을 통해 삶의 관념을 형상화하는 박은주의 개인전. 인간의 삶 속에는 희로애락의 발현으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들이 표출된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의 마디마디마다 드러나는 것들을 미적 표현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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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뮤지움

근 · 현대 세계명작 산책
해든뮤지엄 3.4~8.28

근?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한 작가들과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의 대표 작가인 파울 클레, 호안 미로를 비롯하여 추상표현주의와 그 이후 대표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로 20세기 미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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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복

이흥복
통인옥션갤러리 4.13~5.1

흙을 재료로 하는 입체적 표현과 타 재료와의 혼용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이흥복의 개인전. 작가는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고 정통적인 도예의 한계를 벗어난 과감하고 자유로운 작품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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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형

최운형
갤러리 구 3.31~4.28

작업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캔버스와 작가가 교류하고 관계하는 과정, 그 자체로 주목하는 최운형의 전시. 이번 전시에서 그 관계에 대한 결과에 상관없이 관계를 엮어 내는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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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용

홍순용
갤러리 시작 4.20~5.1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의해 수동적인 태도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모습에 주목하는 홍순용의 개인전. 흥미롭게 관찰되는 박스와 인물의 관계에서 작가는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길 바라며 인간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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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희_이든갤러리_초대전

이난희
이든갤러리 3.25~4.7

작업실에서의 사계절을 그리는 이난희의 개인전, 햇살, 바람에 속삭이는 자작나무, 꿈꾸는 안개, 삭풍 속에 내린 눈 그 속에 마음과 들꽃이 만나는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은 풍요와 희망을 내포한 선명한 색채의 향연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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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희중

이희중
인사갤러리 4.23~5.15

이희중의 37번째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국적 정서가 담긴 전통적 문양을 절제된 색채와 작가 고유의 단순화된 도상들로 변용하여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며 우주로에의 열망을 담아낸다. 작가의 우주시리즈 근작 20여 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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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곤

박부곤
아트스페이스 루 4.12~5.9

기계와 인공 장비들의 사용으로 인해 점차 기계화되는 현대 도시의 이면에 주목하는 박부곤의 개인전. <어떤 기원>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개발사업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한 아카이브적 가치와 더불어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근원적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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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영

김석영
부산 갤러리 마레 4.1~20

물감을 두텁게 발라 재료의 마티에르를 살려 작업하는 김석영의 개인전. 이번 전시 <Spring Box>에서는 화사하고 밝은 색감을 사용해 곧 다가올 봄을 맞이하는 밝고 경쾌한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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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

서혜영
갤러리 소소 4.16~5.15

브릭을 모티프로 삶의 공간을 표현하는 서혜영의 개인전 <하나의 전체-긴밀한 경계>. 작가는 선과 면으로 입체적인 가상의 공간을 만든 후, 허물고 구축함을 반복한다. 작가의 더욱 깊어진 철학적 사유를 조각, 드로잉, 설치작품의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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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진

김숙진
가나인사아트센터 4.6~11

자연을 대상으로 느낀 감정을 타고난 감각을 통해 화면에 형상화하는 김숙진의 개인전. 작가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각이 발생하는 지점을 포착해 더 구체화시키며 평면회화의 깊이를 창출해낸다.

HOT ART SPACE

백남준, 서울에서
갤러리 현대 1.28~4.3

올해는 백남준 타계 10주기를 맞는 해다.
이에 백남준을 추모하는 다양한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 전시는 고인이 생전에 한국에서 펼친 활동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됐으며,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갤러리 1층에는 1990년, 백남준이 각별한 사이었던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기 위해 갤러리 뒷마당에서 벌인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A Pas de Loup)>에 사용된 각종 오브제들이 설치되어 백남준의 흔적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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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1)

다중시간 1부
백남준아트센터 1.29~6.19

역시 백남준 타계 10주기를 기리는 전시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고인이 벌였던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손에 손잡고>는 위성을 이용, 냉전시대의 종말을 고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이에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인문, 사회, 과학, 미학, 미술에 몸담은 이들이 참여해 다양한 담론을 제기하고, 백남준과 연계한 작업을 펼쳐보이게 된다. 한편 2부 전시는 3월 3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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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 (1)

이예승 개인전
갤러리 아트사이드 2.12~3.3

‘동중동·정중동(動中動·靜中動)’으로 명명된 작가의 개인전은 이전 작업처럼 오브제를 지나는 빛이 벽면에 투사되는 과정을 견지하고 있다. 갤러리 지하의 작업은 바로 그러한 작가의 맥락을 보여주는바, 실재와 그림자,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관람객 사이의 간극에 대한 성찰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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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뉴올드
서울대미술관 1.28~4.17

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으로 독일국제교류처, 큐레이터 폴커 알부스와의 협업으로 이룬 전시. 전시 타이틀이 암시하듯, 전통과 새로움이라는 대립항이 현대디자인에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50여 점의 유럽, 미주권 작가 작품과 더불어 20여 점의 한국 작가 작품이 함께 출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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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74 (1)

74cm
누크갤러리 2.18~3.16

김도균 이은우 작가의 2인전으로 이 전시 타이틀은 일반적인 책상 높이에서 따왔다. 전시장에는 74cm를 기준으로 위 벽면에는 김도균이 건축물을 촬영한 모노톤 사진이, 그 아래에는 다채로운 색채의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이은우의 설치물이 자리했다. 색채와 구조의 대비를 관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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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자

정강자 개인전
갤러리 H 1.20~26

1968년 세시봉에서 행한 <투명풍선과 누드>를 통해 한국 전위예술 활동에 큰 획을 그었던 작가의 회화전이다. 초현실적인 주제의 작품을 비롯, 다양한 주제를 구현하는 작품들이 전시장 전관을 가득 메웠다. 작가는 최근 자신을 덮친 병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죽다, 살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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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영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2015.12.15~2.21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구 벨기에영사관을 리모델링하여 전시장으로 꾸민 것이다. 이 전시는 이 건물의 건립 110주년을 맞이해 장소의 역사와 특징을 조명하는 전시로, 근대 건축문화유산인 이곳의 역사와 주변의 관계성을 살피는 건축부문과 이 장소를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한 참여 작가가 펼치는 미술부문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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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변순철 개인전
금호미술관 2.18~28

‘본질을 묻다’를 부제로 한 작가의 개인전은 2015년 월별로 《전남일보》에 실린 프로젝트를 모아 한자리에 펼친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피자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에는 사회의 다양한 이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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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최광호 개인전
갤러리 나우 2.10~23

올해 환갑을 맞은 작가의 개인전은 ‘육갑, 병신-비가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로 명명됐다. 전시장은 그의 사진은 물론, 작업을 위해 제작한 오브제로 구성되었다. 6년째 강원도 평창에서 지내고 있는 작가가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을 일견할 수 있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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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한영수 개인전
트렁크갤러리 1.19~2.29

전시장에 들어서면 옛날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나지막히 들린다. 이와 함께 작가의 사진은 그 당시, 그 거리를 담고 있다. 1999년 타계한 작가는 바로 그 시절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그 시대를 증명한 것이다. ‘서울, 모던 타임스’로 명명된 이 전시는 작가의 작업을 관리하고 제작, 판매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담고 있다.

EXHIBITION TOPIC Reinstatement of Realism

예술에서 리얼리즘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진정한 면모를 담아내기 위해 현실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적 상황을 드러낸 작가 권순철, 고영훈, 신학철, 황재형, 민정기, 이종구, 임옥상, 오치균이 참여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Ⅱ- 리얼리즘의 복권전>(1.28~2.28)이 그것이다. 2016년 지금 우리에게 이 전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주목해보자.

리얼리즘의 복권? 시장의 호출과 시대 요구의 틈새

김미정 미술사

가나아트가 기획한 <리얼리즘의 복권전>이 2016년 벽두에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이라는 부제를 단 이 대규모 전람회는 철저하게 작가 중심으로 기획된 단체전으로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을 복권시키기 위해 권순철, 고영훈, 신학철, 황재형, 민정기, 이종구, 임옥상, 오치균, 8명의 미술가를 초대해 대형 회화와 부조, 조각 등 100여 작품을 선보였다.
가나인사아트센터 1층부터 5층까지 거의 전관에 펼쳐진 100호 이상의 대형 캔버스는 저마다 비상한 작가정신과 능숙한 완결성으로, 이전의 어떤 리얼리즘 미술전시보다 회화적 광채를 내고 있었다. 신학철의 <한국근대사> 연작은 파편화된 일상을 가볍게 사는 이들에게 거대 서사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광부화가 황재형이 삶의 거처로 삼았던 광산촌 풍경은 근대화의 이면으로 추방된 것이 뿜어내는 처연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준다. 임옥상의 초현실적 풍경화는 1980년대 청년작가의 예민했던 시대감각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종구가 곡물 포대에 그린 기념비적인 농부의 얼굴은 새삼 묵직한 삶의 무게로 육박해 다가온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동시대적인 울림이었다. 또한 권순철이 거친 질감으로 해체해대는 인체와 개발시대에 유린당한 땅을 인문 지리적으로 복원하려는 민정기의 고지도 풍경화는 1980년대 현실주의 미술 운동의 지평이 넓고 깊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육순을 넘겨 완연한 거장의 풍모를 보이는 화가들이 농익은 물감과 붓, 종이, 목탄으로 노련하게 구현한 대작들의 뛰어난 회화적 완성도는 관람자의 눈과 마음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리얼리즘의 복권>과 같은 대규모 리얼리즘 전시가 2016년 벽두를 장식한 것이 단색화 이후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한국 미술시장의 요구에서 기획된 것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2015년은 그야말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을만한 의미 있는 해였다. 뉴욕 블룸 앤 포, 파리 페로탱 갤러리 기획전과 뉴욕 크리스티 옥션의 내부 세일전시 그리고 지난 11월 홍콩에서 있었던 ‘서울’과 ‘K’ 양대 옥션의 성공적인 판매에 이르기까지, 1970~1980년대 한국 단색조 추상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 힘입어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윤형근의 그림 값은 크게 올랐다. 이쯤 되자 단색화 이후 새로운 트렌드의 한국미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장의 문제를 넘어 한국 미술계의 역량을 가늠하는 문제가 되었다. 현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으로서의 미술 정책 역시 이러한 고민에 당위성을 실어주었다. 한국 미술시장이 이제 다음 주자로 민중미술을 무대에 올릴 거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민중미술 15년전>으로 미술사적 자리매김을 일찍 해버린 이후, 본격적인 1980년대 현실주의 미술전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시의 적절했다. 1980년대 현장미술로서의 민중미술을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후원했던 가나가 다음 목표를 리얼리즘 미술로 잡은 것은, 모노크롬 추상화를 그리는 젊은 미술가들을 끼워 넣어 단색화 특수를 연장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정직한 방향이었다.
그렇지만 1980년대 리얼리즘 미술의 호출이 시대의 요구가 아닌 시장의 필요였다는 사실은 양날의 검처럼 위험해 보인다. 예상된 위험은 이번 전시의 제목과 선정 작가의 구성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전시를 공동 기획한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시의 의도가 민중미술이 아닌 포괄적 리얼리즘 미술의 재조명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시에 초대된 작품 하나 하나가 수준 높은 회화작품임을 거듭 언급하였다. 이는 1980년대 현실주의 미술운동은 예술이기보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이며, 그 수준이 형편없다는 모더니즘 미술진영의 비판에 대한 선방어 전략처럼 들린다. 단색 추상화 이후 새로운 주력 상품이 필요하다는 미술시장의 고려가 기획자로 하여금 ‘민중’이라는 불온한(?) 용어를 스스로 지우고 맥락보다는 회화의 물질성에 이목을 집결시키는 방식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민중” 이라는 논쟁점을 은폐하고 리얼리즘이라는 헐거운 그물로 시대정신을 빌미 삼아 새로운 미술 패키지를 꾸리려는 것인데, 이는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달리 한국 고유의 미학을 담고 있어서 굳이 “단색화(Dansaekwha)”라는 고유 표기법을 고집했던 것과도 사뭇 다른 전략이다.
“민중”이라는 용어는 1960년 4·19혁명 이후에 다시 점화된 역사 변혁의 의지를 담아, 미술가들로 하여금 계급과 노동같은 사회 갈등의 진원에 에두르지 바로 않고 진입하게 했던 핵심어였다. 현실주의 미술가들은 ‘민중’ 이라는 언어를 거울 삼아 역사적 주체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봤으며, 자본주의로부터 뒷걸음쳐 결국에는 다가올 소비사회를 잠시나마 통찰하고자 했다. 당시에 “민중”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살벌함은 냉전 콤플렉스라는 전후 한국사회의 집단 무의식의 금기를 건드렸다. 당대에 현실운동의 일원이었던 미술비평가 성완경은 비평가 엄혁과 함께 1988년 뉴욕 아티스트 스페이스에 <민중미술전>을 올려 당대 한국 정치미술을 소개한 바가 있었다. 이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쿤스트 할레에서 열린 <시각의 전쟁전>과 1993년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개최된 <태평양을 건너서전>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논쟁과 미술계가 진영으로 나뉘어 격돌했던 비평적 파열은 민중미술의 프리즘을 통해 소개되었다.

리얼리즘_가나 (1)

민정기 <토교 우리촌>(왼쪽) 캔버스에 유채 245×467.5cm 2013

리얼리즘_가나 (13)

임옥상 < 보리밭 Ⅱ >(가운데) 캔버스에 유채 137×296cm 1984

현실 비판을 담보한 리얼리즘
리얼리즘은 현실에 닻을 내리고 사회 비판적 의지를 갖춰야 생명을 갖는, 우직한 미술 사조이다. 그러니 적어도 리얼리즘 미술 기획이라면, 개인적 완결성의 미학을 추구하는 단색화의 기획과는 다른 형식이었어야 했다. 예민한 정치 비판과 사회 논평, 문화 운동을 이끌었던 1980년대 민중미술의 저항성을 건드리지 않고, “시대의 눈과 정신”의 복권을 말하는 것은 사실 낯간지러운 일이다. 작가 선정도 그렇다. 1970년대 사물과 언어의 문제에 천착하며 단색화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다른 행로를 모색했던 고영훈을 시각성을 강화하기 위해 단체전의 곁다리로 초대하는 것은 전시의 진정성뿐만 아니라 독자적 자기 세계를 가진 고영훈 작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그간 대중이 좋아하는 풍경화로 경매에서 쉼 없이 거래된 오치균의 풍경화가 새삼스럽게 리얼리즘의 복권이라는 이름으로 포함된 것도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전시가 명품전을 추구하느라 1980~1990년대 민주화 과정과 동반하며 정치적 투쟁의 날을 세웠던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스스로 단절해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과거가 더 좋았다는 식의 추억을 더듬을 생각은 없지만, 미술시장이 미분화 상태였던 초기 한국 현대미술의 생태계에서 비평과 문화담론은 관제미술에 대항하는 전복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이 주도하는 세계적 상황에서 최근의 한국 미술계는 가격 상승과 진위 논란을 둘러싼 가십거리나 만들어내는 진흙탕처럼 취급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몇몇 단색화 미술가의 성공을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로 자위하는 사이, 윤리성의 부재와 여전히 열악한 시스템으로 내적 추진력이 꺼지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문제점을 이 전시회에 딴죽 거는 식으로 거론하는 것도 미술사가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돌이켜 보자면 1950년대부터 화상과 시장은 비평과 학술에 앞서 한국 현대미술을 구성하고 ‘기획’해온 미술계의 주축이었다. 시장에 의해 박수근의 미술이 평가되고, 이중섭이 국민화가가 되었으며, 1970년대 근대미술품을 수집, 거래하며 20세기 한국미술사의 첫 길을 놓은 것도 살펴보면 화상들이었다. 그들은 한국 모노크롬 추상화 판매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 태동기부터 오매불망했던 세계 미술로의 진입을 막 이루어낸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사실 상업화랑의 전시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순진할뿐더러 형용모순이다. “상인은 자신의 영리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의 영리도 효과적으로 높인다”고 했던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라면 “화상은 그림을 팔아 미술의 공적 가치를 높이는 이다. 그 사회적 영리성이란 결국, 자본의 선순환으로 미술계에 전위 아방가르드 미술의 토대를 깔아주는 일일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시장에서 한국미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원로작가들에게 지난 삶에 대한 보상의 배당금을 나누어 주는 일이 아니라, 미래 한국 미술계의 생산력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색화에 이어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 미술을 중국의 “정치적 팝(Political Pop)” 미술처럼 분명한 세계사적 위상을 가진 현실 비판적 미술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그저 ‘명작’의 후광을 씌우기보다는, 이 날선 미술운동을 둘러싼 현대사의 맥락도 복권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도 혁명적인 미술이 필요한 작금에 ‘민중미술’이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는 추억의 사조로 다루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뭐라고 둘러대도 자본에 무방비로 투항한 현실 참여미술은 볼썽사납기 때문이다. 그건 “시대의 눈과 정신의 복권”은 고사하고, 민중 미술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EXHIBITION FOCUS SeMa Blue 2016 Seoul Babel

청년, 중진, 원로로 구분되는 SeMA 삼색전 시리즈 중 하나로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의 움직임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울 바벨전>(1.19~4.5)이 그것.
서울시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공동체 형태로 예술 창작활동을 선보이는 예술 플랫폼 총 17팀, 70여 명의 기획자 및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들 대부분은 일시적 임차 공간을 공유하거나 혹은 온라인, SNS상의 비물질적인 공간을 넘나들며 한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등 비정형화된 활동을 선보인다. 800/40, 아카이브 봄, 지금여기, 청량엑스포, 합정지구 등 참여 플랫폼은 전시 안에 전시를 구성하며 저마다의 개성을 연출한다. 필자는 최근 청년 작가들의 움직임을 예술의 사회화 과정에서 주목되는 흐름으로 보고 심층적 해석을 시도한다.

미술관에 입성한 신생공간의 딜레마

신현진 미술비평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울 바벨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신세대 미술가의 예술실천을 한자리에 모아 놓음으로써 2013년부터 달구어진 ‘청년작가,’ ‘세대론,’ ‘신생공간’ 등의 이슈를 다시 한 번 무대의 중앙에 세우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바벨’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서울 바벨>이 그렇다고 신세대의 예술실천을 시원하게 정의해주는 전시는 아니었는데 필자는 이 지면을 빌려 신세대 예술인의 실천경향이 혹시 예술의 사회화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신세대를 다룬 이전의 글들에서는 모던과 포스트모던 사고 프레임의 충돌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1990년대 대안공간 세대를 “이젠 우리가 알아서 뜰거야!”로, 현재의 젊은 세대를 “이젠 우리끼리 터잡고 놀거야”로 대조하면서 신세대가 성찰과 저항이라는 비평적 시각을 잃었음을 한탄한 글이다.1
1990년 말에서 2000년대의 청년에 의해 주도된 ‘대안공간’의 활약을 지켜보았고 최근 청년 중 상당수가 전시공간이나 일시적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음을 알게 된 기성 예술계가 이들을 ‘신생공간’이라 부르며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너희의 정체를 밝히라’는 요구에 대한 신세대 당사자들의 대응 또한 의미심장한데 이들은 첫째, 신생공간이란 명칭은 누구를 계승하는 사고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둘째, ‘청년’이라는 용어가 조만간 중년이 될 자신들의 개별성을 담보하지 못함을 지적했다.2 덧붙여 이러한 요구가 기성세대의 욕망이라며 이렇다 할 미학 없음이 왜 보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세대에게 부과되는 과제여야 하는가를3 되묻기도 했다. 옳은 말이다. 신세대는 대안공간처럼 공간을 구심점으로 활동하지도 않으며 SNS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질 뿐이다.4
더구나 “개별적인 예술실천을 함께 할 뿐, 균질성을 경계하면서 공동체를 작동시키는 통일된 포지션을 갖지 않는다”5는 이번 전시에서 더해진 ‘작동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신세대를 정의하는 표현은 ‘무위’6와 같은 유럽 후기구조주의 이론과 공명하고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너희의 목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그저 미술사를 통해 미술운동의 흥망성쇠를 꾸준히 접해왔고, ‘대안’을 찾아 어딘가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변증법의 강박에 시달리는, 그리고 상업화된 예술계에 실험미술의 활력을 수혈 받고 싶은 욕망을 가진 기성세대의 구조주의적 사고 프레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입장을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모던과 포스트모던 사고체계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결론도 내려질 법하다.
한편, 신세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려 할 때 이들은 자신의 미술을 보여주는 대신에(혹은 미학이 아직 정리될 단계에 있지 않거나일 텐데) 왜 존재하는 방식을 표현하는 단어인 ‘작동하지 않는’ 일시적 연대, ‘인스턴스(instance),’ 혹은 ‘노드(node)’를 사용할까?7 필자는 현대판 신구 논쟁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발전 도상에서 ‘사회화’를 겪는 예술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달리 말하자면 예술은 형이상학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내려오는 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초월적 관념이 더 이상 예술계가 행사할 규범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예술은 상대적 가치체계라는 맥락 안에 놓이게 되었다. 정치 행동을 유발하는 상대주의라는 현실에서 예술인은 스스로의 예술실천을 사회와 조율하는 정치, 제도적 과제도 함께 떠안게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미학의 내용을 규정하는 일만큼이나 혹은 그보다도 중요한 현실적 사안이 된 것은 아닐까?
1960년대 미국의 대안공간이 포스트모던 예술을 가장 먼저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공간을 포스트모던 미학과 동일시하지 않고 ‘공간’이라는 제도적 용어로 아우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대안공간 이래 사회 안에서 예술의 위치를 조율하는 활동은 미학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평행하게 이뤄져왔다. 사회화의 내용으로는 당연히 자본주의와의 협상이 주를 이룬다. 1960년대 개념미술은 행정의 미학으로 표현되고8 1960년대 미국 대안공간은 국가가 지원금 수혜의 기본조건으로 전제한 대로 운영위원회-디렉터-큐레이터로 구성된 위계질서를 갖춘 관료화를 택하면서 기업 운영 논리를 수용하였다. 1990년대 유럽이나 한국의 대안공간은 자본주의의 승자 독식 개념을 내면화한 자기 프로모션 개념을 확산하였으며 대표적인 예가 신진작가 스타 만들기이다. 그리고 2010년대 신세대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청년관 건립(2013)으로 경쟁우위라는 정치적 지원을 요구하고, 작가피(2014)로 예술이 노동임을, 예술 활동의 파생 산물을 굳-즈(2015) 라고 명명하면서 예술의 경계가 흐려짐을 알려주었다. 이들이 철학적으로는 각각 다른 입장을 표방하는 탓에 누가 누구를 계승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술과 정치, 경제 논리를 점점 더 근접하게 하는 예술의 사회화 측면에서 보면 동일한 발전 경로에 놓인다.

서울바벨_서울시립 (7)

전솔비, 김양우, 오유진, 이지원, 김정화가 운영자로 활동 중인 ‘800/40’은 전시, 공연,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발표하는 플랫폼으로 을지로 대림상가에 위치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년 세대의 불안을 반영한 < 27 Club전 >을 마련했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예술실천
대안공간이나 신생공간이 풀뿌리 예술기관이라는 규모에 근거하여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자본주의 논리를 수용하는 활동 측면에서는 미술관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레베카 고든-네스빗은 파리 근대미술관의 <삶/생활>(1996), 광주비엔날레의 <멈춤>(2002), 스웨덴 루지움의 <발틱 바벨>(2002)을 비교한 논문을 발표하였다.9 이들 전시는 수도권의 거대 규모 미술관이 대안공간들을 대거 초청하여 당시의 역동적인 새로운 기운들을 해석하고 정리해 보여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서울 바벨>은 영국 테이트 모던이 기획한 (2010)와 함께 고든-네스빗의 논지와 많은 유사 지점을 보여준다. 고든-네스빗은 논문에서 대규모 미술관의 행동 양식이 맥도날드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지역의 상권을 확보할 때 지역의 자생적 산물을 메뉴에 활용하면서 맥도날드의 서비스가 식당문화 기준으로 자리 잡도록 유도하고 종국에는 지역의 소규모 식당을 대체하는 활동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미술관은 지역의 자생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실천을 미술관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혼란처럼 보이는 예술실천을 거대 기관들이 정의한 큰 그림으로 제시한다. 이로써 미술관은 예술실천을 통제하고 재분배하는 권위를 행사할 기회를 얻는다. 따라서 서울시립미술관이 신세대를 대체할 생각도 없겠지만 “기획자들 및 작가들의 독립적이고 유기적인 행보를 지원하려는”10 본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신세대의 실천을 활용한 서울시립미술관에 동시대 예술실천을 정의하는 권위와 예술계 안에서의 헤게모니를 자본주의 방식으로 부여한다.
사회화의 과정에서 대안공간의 역사가 자본주의에 많은 것을 내어주는 편이었다면 신세대의 활동은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개별적 예술인의 실천이 좀 더 민주적으로 존재하는 방식을 도모하는 정치에 가깝다. 작가 수의 과부하로 기존 예술계 기관들이 이들을 소화할 수 없게 되자 소통의 기회를 임의로 제공한다는 인스턴스와 예술계가 중앙에서 이미지를 프로세스하고 재분배하기 이전의 단계에서 관객과 예술계에 이미지로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는 노드의 개념은 예술계 바깥의 예술인들에게 대외적 예술실천의 기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한 “제도의 승인 이전에 동료의 승인에 만족”11 한다는 그들의 선언은 예술이 예술계의 권위 바깥인 사회로 확장되어 주관적인 예술실천이 유의미함을 알려주는 지시자이다.
이들의 활동은 예술계 바깥의 예술에 호환성을 부여함으로써 좀 더 민주적인 예술 환경을 만든다. 다만 이들이 동료의 승인에 만족하는 행위는 비전공 미술인 동호회가 “터잡고 노는” 행위와의 구별도 모호하게 만든다. 이들의 실천이 예술의 민주화라는 사회적 기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인스턴스’와 ‘노드’로 좁혀지는 신세대의 활동은 신세대가 생각만큼 래디컬하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데 제도의 승인 ‘이전’이라는 표현은 예술계에 간택되기 이전의 시간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예술계로의 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술적 체험이라는 뜻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신세대가 “터잡고 논다”는 야유에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경계가 모호해진 현재 예술의 사회화된 여건을 인지한 신세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지만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서울 바벨>류의 전시가 예술계로부터의 승인을 행사함으로써 참가자들이 예술계에 입성하는 공생의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들이 예술계를 의식하는 예술인이고 예술계의 법칙에 적응하려 한다면 동호회 활동과의 차이(우위)도 증명하는, 즉 미학을 가시화하는 책임도 스스로에게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예술의 민주화라는 사회적 기능을 인식한다면 <서울 바벨>류의 전시는 기성 미술관들에 의해 형식주의로 정리되기 때문에 신세대의 예술실천은 예술이 사회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 조율하는 기능으로부터 멀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위 전솔비, 김양우, 오유진, 이지원, 김정화가 운영자로 활동 중인 ‘800/40’은 전시, 공연,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발표하는 플랫폼으로 을지로 대림상가에 위치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년 세대의 불안을 반영한 을 마련했다.
아래 ‘정신과 시간의 방’은 오은, 정재용, 정홍식, 최중호로 구성된 ‘그룹789’가 서울 성산동의 임시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작가 되기 훈련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한시적 프로젝트다. 2주에 한 번씩 자율적으로 작업을 교체한다는 그룹 내부의 규칙을 이번 전시에도 적용했다.

서울바벨_서울시립 (9)

‘청량엑스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가동하는 한시적 프로젝트 공간으로 퀴어문화를 조명하는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최진용 <깨끗한 거리 캠페인>(오른쪽) 캠페인 운영, 홍보 부스, 웹사이트, 책자 가변크기 2015

1 노형석, <이젠 우리가 알아서 뜰거야!>, 《월간미술》(2015, 08), p.71.
2 현시원, <국립현대미술관을 박차고 나온 젊은 예술가들>, 《프레시안》(2015.07.31).
3 윤율리, <하나의 유령이 미술을 배회하고 있다>, 반지하 블로그.http://vanziha.tumblr.com/tagged/text 2월 14일 접근)
4 강정석, <서울의 인스턴스 던전들>, 반지하 블로그 (http://vanziha.tumblr.com/tagged/text)
5 하마, <이미지 공유지로서의 신생공간 ‘노드’ 혹은 ‘대안공간 2.0’>, 하마 블로그 (http://artcomics.tistory.)
6 신은진, <서울 바벨전> 도록, p.13. 예술가 모임 ‘활활’을 설명한 부분.
여기에 낭시를 적용할 수 있는데 <서울 바벨>의 기획자 신은진은 부제로 작동하지 않는 공동체를 고려했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7 강정석, 하마, 같은 글.
8 Benjamin Buchloh, ,《October》, Vol. 55 (Winter, 1990), pp.105~143.
9 Gordon-Nesbitt, Rebecca. , 《Life/Live: The Artistic Scene in the UK in 1996》, exhibition catalogue
(Paris: The Muse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1996).
(출처: https://shiftyparadigms.wordpress.com/non-fiction/surprise-me/2016년 2월 18일 접근)와 Gordon-Nesbitt, Rebecca. , 《Verksted #1》, Jonas Ekeberg, Ed.
(Oslo: Office for Contemporary Art, 2003), pp.59~87 참조.
10 <서울 바벨>(2016) 보도자료.
11 신혜영, <지속가능한 구조를 위한 작은 움직임>, 《굳-즈 2015》 행사도록 (2015), p.93.

WORLD REPORT | WIEN German Art since 1960 Selected Works from the Essl Collection

외르크 임멘도르프  캔버스에 유채 230×170cm 1992 ⓒ Sammlung Essl, Klosterneuburg / Wien, Foto: Mischa Nawrata, Wien

위 외르크 임멘도르프 <기다리는 꿀벌 II(Wartebiene II) > 캔버스에 유채 230×170cm 1992 ⓒ Sammlung Essl, Klosterneuburg / Wien, Foto: Mischa Nawrata, Wien 아래 <1960년 이후 독일미술전> 전시광경 2015 ⓒ Photo: Peter Kuffner / Essl Collection Klosterneuburg / Vienna.

오스트리아의 에슬 미술관(Essl Museum)에서는 이 미술관이 소장한 독일 작품 중 독일 현대미술가 21명의 대표작 80여 점을 선별하여 <1960년대 이후 독일의 미술(Deutsche Kunst nach 1960)전>을 열었다. 2015년 6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 계속된 대규모 특별전을 통해 제시된 20세기 후반기 독일의 현대미술이란 어떤 미술을 뜻하며 독일미술사에서 어떤 궤도를 구축했을까? 에슬 미술관이 해석하고 제시한 전후 독일 현대미술의 로드맵을 살펴보도록 하자.

독일 현대미술을 정의하다

박진아 미술사

에슬 미술관이 기획한 <1960년대 이후 독일의 미술(Deutsche Kunst nach 1960)전>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의 독일 현대미술은 정치적 역사와 그에 대한 자성의식의 표현으로 요약된다. 에슬 컬렉션의 본 주인인 카를하인츠와 아그네스 에슬 부부가 독일 회화와 조각의 남다른 애호가여서 이 분야 작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과연 거창하고 포괄적인 제목만큼 내용 역시 알찬 전시로 미술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항간에는 있었다. 또 이 전시가 개막하자마자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데어 슈탄다르트(Der Standard)》는 에슬 미술관이 이번 전시 카탈로그를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 우송해 홍보했다고 보도하고 전시용 미술작품 대여 사업을 해보려는 카를하인츠 에슬 관장의 비즈니스 속셈이 엿보인다며 이 전시회의 기획 의도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 미술관은 지난 한두 해에 걸쳐 풍랑을 겪었다. 에슬 미술관은 본래 바우막스(Baumax)라는 대형 DIY 건축용 재료 및 장비 소매 체인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오스트리아인 사업가 카를하인츠 에슬 회장이 60년 넘게 수집한 개인소장품을 모아 2003년 현대미술관으로 개관한 사설 현대미술관이다. 지난 2014년 가을, 바우막스 사가 파산 위기를 맞자 에슬 회장은 채무를 이행해 직원 해고를 막기 위해 당시 시세 8600만 유로(한화 1200여억 원) 어치의 개인 미술소장품을 대거 매각해 미술계에 화제가 되었다.
잘 키운 미술 컬렉션은 인생을 살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3D 위기’ 즉, 이혼(divorce), 사망(death), 빚(debt)이라는 인생의 3대 고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개인 자산이라고 했던가? 카를하인츠 에슬 관장은 값진 미술 컬렉션 덕분에 사업체 부도를 막고 바우막스 사를 둘째아들에게 물려준 후 현재는 미술 큐레이터로 변신해 자신의 소장품을 십분 활용한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에 대한 변치 않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독일 미술사조를 조망하는 이 전시는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와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upertz) 두 화가를 독일 20세기 후반기 전후 미술계의 귀감이자 모범적 전형으로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에슬 부부가 바젤리츠와 뤼페르츠 두 화가와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여서 두 화가의 전 창작기 작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유별난 바젤리츠와 뤼페르츠 애호가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이 두 화가야말로 20세기 전반기 독일 미술 전통을 이어받아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뒤틀고 전복시켜 독일 회화사의 궤도를 새로 그은 주인공이라고 전시는 선언한다.
여느 오스트리아인들이 그렇듯 에슬 컬렉터 부부가 천착하는 예술적 영감이자 동시에 바젤리츠와 뤼페르츠 두 화가의 영원한 모티프는 인간의 몸이다. 바젤리츠가 인간의 몸을 거꾸로 세워 고전 그리스 미술의 이상적 신체 개념에 도전함으로써 포스트모던 시대 유럽 회화와 미의식을 재정의하려는 전략을 취했다고 한다면, 뤼페르츠는 인간의 몸을 동강 내어 회화와 조각으로 재반복해 구현하며 특유의 육중하고 기념비적 조형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받는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직후 냉전기에 접어든 유럽은 이제 더 이상 최첨단 문화예술 사조를 주도하는 예술 아방가르드의 대륙이 아니었다. 당시 유럽에선 1940년대 중엽부터 1960년대까지 뉴욕을 휩쓴 추상표현주의를 받아들여 엥포르멜 미술(Art Informel)과 타시즘(Tachisme)이라는 대륙권 유럽식 추상표현주의 사조가 유행했다. 특히 라이프치히 출신의 하르트비히 에버스바흐(Hartwig Ebersbach)는 당시 동독에서 행위주의 구상회화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스처럴 회화(gestural painting)를 고집한 외톨이로 꼽히는데, 그의 굵직한 필치로 물감을 두껍게 겹겹으로 덧바르는 기법은 이후 1980년대 독일을 휩쓸 포스트모던기 신표현주의를 예고했다.
한편, 이즈음 동서독을 합쳐 독일에서 주로 실험된 대세적 사조는 기하학적 추상주의 회화였다. 대체로 순수조형 창조라는 냉철한 입장에서 과거 동독권에서 순수추상이나 기하학적 추상이 격려되었는데, 예컨대 오늘날 사진을 능가하는 극사실적인 회화로 더 유명해진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도 본래 제스처 개념을 연구하여 추상적 이미지로 구성해 회화로 옮기는 차갑고 분석적인 기하학적 추상주의로부터 출발했다. 이 시기 독일 기하학적 추상주의 회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두 화가 귄터 푀르크(Gunther Forg)와 이미 크뇌벨(Imi Knoebel)도 표현주의 회화 속 화가의 붓 필치나 물감 칼 등으로 남겨진 인간적 수공 흔적을 일절 제거해낸 듯한 냉철한 추상을 추구했다. 푀르크는 양식적인 면에서 1920~3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 건축, 이탈리아 파시즘, 소비에트 연방 건축 이론에 담긴 건축적 조화와 비율이론을 추상회화로 번안해 표현하고 싶어했다. 크뇌벨은 유사한 미니멀리즘 추상주의 접근방식을 취하되 2차원 색면회화를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어했다.
전후 독일의 미술을 거론할 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동서 분단 상태는 독일 국민은 물론 미술가들의 역사적 유전자와 기억에서 여간해선 지우기 어려운 집단적 트라우마였다. 이 전시는 1960년대 이후 동독과 서독으로 정치적 제약과 단절을 극복하며 예술적 교감과 우정을 지속하려 애쓴 동서독 미술인들의 노력이 저변에서 면면히 이어졌음을 말한다. 예컨대, 독일의 신표현주의를 주도한 서독 출신 화가 외르크 임멘도르프(Jorg Immendorff)와 동독 출신 화가 A.R 펭크(A.R. Penck)가 나눈 예술적 우정은 잘 알려져 있다.
언뜻 보기에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표현양식을 구축했음에도 임멘도르프와 펭크는 모두 전후 냉전기, 동서 분단이라는 독일의 정치적?사회적 현실로부터 영감을 받아 미술을 통해 사회 변혁을 꿰하려 시도했던 지극히 정치적인 미술가였다. 두 화가 모두 미술로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끝내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장벽을 넘어 변치 않는 예술적 교감을 나누었다. 실제로 임멘도르프의 1980년 회화작품 <오스트외르크(Ostjorg)>에는 미래 언젠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져 독일이 하나로 통일될 그날이 오면 동독 땅을 직접 밟으며 방문할 날이 올 것이란 화가의 희망과 예견이 담겨 있다.
오늘날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는 과거 동독 라이프치히 출신으로서 라이프치히 화파인 펭크의 계보를 이어 중견급에 이른 네오 라우흐(Neo Rauch)다. 1998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고 동서독이 통일된 후, 전세계 미술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라우흐는 오늘날 자국 내에서보다 미국에서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독일의 역사, 유독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회화로부터 깊이 영향을 받아 짙은 파토스와 우수에 가득 찬 인물들을 등장시켜 모호한 분위기로 연출한 알레고리 회화로 그려내어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고 평가받는다. 독일의 역사를 단선적 내러티브로 이야기해주는 듯 보이면서도 화가 개인의 확고한 정치사회적 선언이나 주장은 일절 배제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도 그의 작품이 지닌 강점이다.
하지만 라우흐보다 한 세대 앞서 ‘가장 독일적인 화가’라는 별명을 얻은 화가는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다. 지난 수십 년 그는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작업한다는 이유로 특히 1980년대부터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독일적인 화가로 평가받아왔다. 키퍼의 회화는 독일 고대 신화, 동화와 전설, 문학작품과 역사에 이르는 실존적 주제부터 옛 독일제국 독수리 휘장, 셰퍼드견, 브란덴부르크 문, 독일 남부 흑삼림지 같은 독일의 전형적 심볼에 이르기까지 어두웠던 근대사를 상기시키며 독일 국민의 마음 깊은 곳 속죄의식에 호소한다. 2차원적 회화에 납, 진흙, 모래, 풀을 뒤섞어 입체적 질감을 더하는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그는 역사란 신의 자연과 창조력의 불가분성과 자연의 순환적 섭리처럼 돌고 도는 외면할 수 없는 힘이라고 말하며 관객의 어깨를 묵직하게 내리누른다.
독일 회화가 창조적인 측면에서나 문화적 파급력 측면에서 가장 다양하고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한 시기는 두말할 것 없이 1980년대였다. 이번 에슬 미술관의 <1960년대 이후 독일의 미술전>의 약점은 컬렉션 소장품 중 핵심인 1980년대 독일 작품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에슬 컬렉션이 이 전시를 개최한 기간에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Stadel Museum)에서는 <1980년대 서독에서의 구상회화(The 80s-Figurative Painting in West Germany)전>(2015.7.22~10.18)이 열려 1980년대 독일의 현대미술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며 에슬 컬렉션에서 볼 수 없던 이 시대 작품들에 대한 보충 및 주석 구실을 했다.
게다가 <1980년대 서독에서의 구상회화전>은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들이 다시 한 번 유럽 전역을 깊숙이 뒤흔들었던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향수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이 전시는 1980년대를 서독 포스트모던기로 보아 시대적?지리적으로 전시 범위를 한정하고 당시 독일 구상미술을 부활시킨 일명 ‘융게 빌데(Junge Wilde)’ 즉, ‘젊고 거친 청년들의 회화운동’의 최고점이라 규정한다. 유럽 포스트모더니즘이 대중문화를 뒤흔들던 1980년대 미술은 단도직입적이고 강렬하며 도발적이다 못해 때론 폭력적이며 체제 조롱적이어서 1980년대 융게 빌데의 미술은 ‘나쁜 그림(bad painting)’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

매스미디어, 정치를 상징적 코드로 변환하다
사실 표현주의는 근대기 독일 미술에 면면히 흘러온 예술적 에너지이자 잠재력이었다. 일찍이 18세기 말과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는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심오함과 경외로부터 깊은 창조적 가치를 발견했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이 낭만주의는 사실상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중세시대의 공동체 위주에 자연친화적이던 과거 인류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 철학은 20세기 초엽 독일 표현주의 운동으로 폭발적인 창조력을 발휘했고, 다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가 되자 젊고 패기 넘치는 화가 집단들이 주도한 1980년대 후기 독일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로 폭발한 것이었다.
1980년대 융게 빌데 시대는 과거 서독의 4대 도시 함부르크, 쾰른, 뒤셀도르프, 베를린을 창조 중심부로 급부상시킨 시기였다. 또 이때는 혈기왕성한 젊은 미술인들이 각양각색의 목소리와 미술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도 거머쥘 수 있던 기회의 순간이기도 했다. 폴란드 출신이나 쾰른으로 건너와 활동을 시작한 지그마르 폴케(Sigmar Polke)는 자본주의적 사실주의(Kapitalistischer Realismus) 운동을 일으켜 조악한 광고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은근슬쩍 소비사회를 조롱하는 안티-아트를 이끌었다. 오늘날 독일 미술시장의 막강한 세력이 된 알베르트 욀렌(Albert Oehlen)은 고급예술과 서브컬처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콜라주 회화로 단숨에 독일 회화사의 한 위상을 확보했고, 마르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는 그만의 천재적 기발함과 표현력으로 1980년대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을 국제적 위상으로 끌어올렸다. 1960년대부터 플럭서스, 팝아트, 아르테포베라 영향하에 혼자 묵묵히 작업하던 독일계 스위스 미술가 디터 로트(Dieter Roth)가 드디어 예술성과 재능을 인정받아 거장으로 주목받은 때도 바로 1980년대였다.
1990년대 이후가 되자 독일 회화에선 매스미디어가 정치라는 상징적 코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요나탄 메제(Jonathan Meese), 팀 아이텔(Tim Eitel) 같이 퍼포먼스, 설치, 뉴미디어 등 새로운 소통 미디어를 역사, 매스미디어, 대중문화라는 주제와 결합해 회화로 끌어들인 젊은 세대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야하고 현란한 색채의 구상회화로 일명 사이키델릭 펑크 화가로 불리 199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다니엘 리히터는 올 초 프랑크푸르트 쉬른 쿤스트할레(Schirn Kunsthalle)에서 개인전 <다니엘 리히터-안녕, 당신을 사랑해(Daniel Richter. Hello, I Love You)전>(2015.10.9~1.17)에서 커리어 중간휴지기를 선언하고 이전보다 더 추상화되고 더 요란한 색채로 강도를 높인 회화 컬렉션을 선보였다. 한편, 스스로를 ‘문화적 주술사’라 부르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요나단 메제(Jonathan Meese)는 회화, 드로잉, 조각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며 현대사회 속의 마약 중독자, 펑크족, 신나치주의자 등을 소재로 해 독일 도시에서 창궐하는 여러 하위문화적 어두운 흔적을 고발하듯 격렬하게 표현한다.
국제 미술계는 범주와 마케팅상의 편의를 위해 국가별 전형적 미술가를 찾아 고착화하며 독일 미술가들 또한 미술계 프리즘에 속해 있다. 그 결과 주목받는 독일 출신 미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독일의 역사와 정치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이는 특히 젊은 독일 미술가들을 압박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재능있는 미술가가 여러 미술사 속에서 나타났다 잊혔다.
21세기로 접어든 후부터 독일의 신진 미술가들은 독일의 역사와 과거나 정치 등의 무거운 주제로부터 탈피해 한결 동시대적 주제를 다루려 한다. 일명 ‘저속한 취향’의 화가로도 불리는 악명 높은 마르틴 에더(Martin Eder)는 앙고라 고양이를 안은 채 선정적 포즈를 한 젊은 여인부터 신성 모독적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고딕 서브컬처 미학을 담은 극사실주의적 회화로 대중적 시각문화를 논한다. 안젤름 라일레(Anselm Reyle)는 화려한 색채와 고광택으로 마감한 회화작품이나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재활용한 조각으로 고급과 저급 예술 또는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유희하며, 안톤 헤닝(Anton Henning)
은 회화를 3D 인테리어 디자인의 연장선상으로 포섭해 2차원적 회화의 3차원적 공간성을 실험하는 작업을 한다. 이 전시는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가 지적재산권의 무의미성을 꼬집으면서 예술은 자유롭게 모방되고 재창조되어 향유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선언하는 <어머니(Mother)> 조각 연작으로 결말을 맺는다. ●

WORLD TOPIC | TOKYO Simon Fujiwara < White 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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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 전시광경 Installation view at Tokyo Opera City Art Gallery 2016 ⓒ Simon Fujiwar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ARO NASU photograph: MISHIMA Ichiro 아래 < Untitled(Plum Tree) > 2016 ⓒ Simon Fujiwar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ARO NASU photograph: MISHIMA Ichiro

사이먼 후지와라의 개인전 타이틀이 왜 <화이트 데이>(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 1.16~3.27)로 명명되었는지 전시장에 들어서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속적이며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이른바 ‘화이트 데이’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극단화된 ‘감정 소비’의 한 단면이다. 지금을 정의하는 요소인 역사, 사회, 정치, 문화 등을 바라보는 후지와라의 시선은 직접적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빌리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하얀 전시장은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그 누구의 시선도 수용하는 거대한 용기(容器)처럼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비추는 거울

마정연 미술비평

1982년 런던에서 태어난 사이먼 후지와라 (Simon Fujiwara)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미술대학에서 건축과 미술을 전공한 뒤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2010년에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카르티에상을, 같은 해 아트바젤에서 바로워즈상을 수상하고 2012년 테이트 세인트 이브스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등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젊은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싱가포르 비엔날레, 타이베이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 등의 국제전과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헤이워즈갤러리,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가했다.
2016년 1월 16일부터 3월 27일까지 신주쿠에 위치한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에서 가 개최 중이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이어 이듬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소개된 바 있기 때문에, 건축가인 일본인 아버지와 무용가인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그의 출생 배경이나 게이로서의 성적 아이덴티티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다만 후지와라가 일본에서 미술관 규모의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외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까 싶다. 큐레이터 시노부 노무라가 개인전을 제안, 후지와라의 승낙을 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이었다고 한다.
본 전시의 타이틀은 기획 초기 단계에서 이미 유력한 안이었다는 화이트데이.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 생각하는 그 화이트데이가 맞다. 작가는 왜 이 단어에 주목했을까? 그는 사랑과 감사라는 행복과 가장 밀접한 감정을 초콜릿이나 선물 교환을 통해 표현하는 풍습을 개인의 감정과 소비를 연관시킨 시스템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보았다. 본 전시에서 작품으로 제시된 제품(product)의 생산 과정과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해당 미술관에서 그간 열린 다른 전시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설정된 동선을 따라가면 새하얀 카페트가 깔린 긴 통로로 이어진다. 오프닝 직후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막 내린 눈길을 처음 걷는 것 같은 설렘과 죄책감이 교차했다. 스포트라이트가 두 개의 사물을 비추고 있다. 하나는 영국의 고급 백화점 쇼핑백에 담긴 모피, 또 하나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가 맺힌 매화나무 가지로 그 주변에는 동전들이 흩어져있다. 일반 시민의 손이 닿지 않는 고급 백화점이 몰락한 광산업과 섬유 산업의 도시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이러니와, 작은 대가를 지불하고 큰 보상을 기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담긴 동전을 던지고 기도하는 신사의 풍습이 후지와라가 보여줄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들을 예고하고 있다.
동전들을 따라간 곳 역시 새하얀 공간이다. 곳곳에 구멍이 뚫린 바닥의 흰 카페트는 물론, 화이트큐브의 특징인 흰 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전시장 공간의 약 절반이 여백에 가깝게 활용되었다는 점이 새롭다. 익숙한 동전들 사이에 19세기 멕시코의 플랜테이션에서 사용되던 자체 화폐와 일본이 점령 중인 필리핀에서 발행해 종전(終戰)과 동시에 쓸모없는 종잇장이 되어버린 지폐로 만든 부채가 눈에 띈다. 식민지배가 계속될 거라 믿은 일본과 식민지배의 잔재를 취미생활로 연결시키는 필리핀인들에게서 각기 다른 낙관주의를 볼 수 있다. 화폐는 바닥에 놓인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가면, 나치가 ‘예술행위’로서 파괴한 탑의 고철을 덧댄 탭댄스 슈즈, 그리고 독수리의 모티프로 이어진다. 독일의 동물원에서 가져온 독수리 석조와 미술관 소장품에서 차용한 독수리의 그림에서 동서양이 공유하는 권력의 상징을, 전후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훼손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게 된 독일 지하철의 독수리 부조에서 권력과 역사에 대한 태도를 읽어낼 수 있다.
권력과 역사에 대한 시선은 북한의 만수대예술단 화가들에게 의뢰, 제작한 회화작품 시리즈 (2015)로 이어진다. 공식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에는 신선한 우유가 유통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화가들은 본 적이 없는 소재를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그린 셈이다. 우유라기에는 너무나 ‘위대한’ 그림 뒤에는 거대한 명함이 걸려 있는데, 읽어보면 전형적인 중소기업의 말단 영업사원임을 알 수 있다. 아무도 원치 않는 명함을 건네며,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이 남자는 24시간 내내 일하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일본 사회의 가장 작은 부품이다. 후지와라는 각기 다른 높이로 천장에 걸린 캔버스와 패널, 모니터가 겹치는 이 공간을 일본 건축의 특징인 장지 미닫이문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장 중앙에는 투명한 작업실이 설치되어, 흰 가운을 입은 스태프가 수작업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2015~) 시리즈는 모피 표면의 털을 제거함으로써 드러난 피부를 캔버스화한 작품이다. 후지와라는 털로 덮여있을 때는 럭셔리한 상품이었던 모피가 생물학적 속성을 감추지 못하는 죽은 짐승의 피부로 돌아가는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특정 문화권과 사회계층에 속한 관객들의 반응이 매우 감정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짐승의 피부 건너편 전시실에는 권력의 피부가 전시되어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성이라고 인식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수상의 피부다. 그녀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메르켈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파운데이션으로 색칠한 리넨을 캔버스에 고정한 작품 (2015)은 권력자의 겉껍데기와 미디어를 통해 주입된 권위의 피상성을 언급한다.
또 한 명의 강한 여성,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2020년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 모델이 뒤집힌 채 전시되어 있다. 제목은 (2016). 우연의 일치이지만, 본 전시의 담당 큐레이터는 국립경기장 건립 백지화 논란이 일어나기 전인 2014년에 하디드의 첫 개인전을 담당했었다. ‘배송 사고로 더럽혀진 부분을 가리기 위해’ 오프닝과 전시 첫날에는 작품 위에 생오징어가 놓여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투명한 흰색으로 변해가는 죽은 오징어의 피부는, 오징어라는 별명을 가진 하디드의 건축에 대한 야유와 국립경기장 사태를 둘러싼 국민적 수치심을 연상시킨다. 후지와라는, 일본 사회가 문제를 지우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 더러움과 얼룩을 직면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강한 두 여성 사이로 보이는 것는 익명의 소녀들이다. 2011년의 런던 폭동에 참여해 체포된 빈곤층의 16세 소녀 레베카는 2주간의 갱생 지도 여행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보내져 대량생산공정과 수천 년 전 대량생산되어 진시황릉에 묻힌 테라코타 군대를 견학한다. 여행의 끝에 그녀를 같은 방식으로 대량 복제해 만든 것이 테라코타 색의 석고상 시리즈 (2012)다. 현재까지 약 130명의 레베카가 제작되었는데 그 가운데 약 100명이 전시에 참여했다.

형식적 제약이 없는 것이 미술
두 번째 전시실에서 레베카들이 바라보고 있는 영상의 제목은 (2015)다. 새하얗게 표백된 공간에서 석고 조각상의 받침대 위에 앉아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는 자신의 가족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리아의 스페인어는 음악처럼 아름답다. 그녀는 실존하는 인물인가? 실제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3D CG의 손이 화면을 터치하고 넘기고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마리아조차 CG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그곳에 또 다른 창이 뜨고, 3D CG의 손을 제작한 독일인 막스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그 역시 일상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메라가 조금 물러섰을 때, 영상을 보고 있는 관객들이 거의 동시에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그 직후 조심스럽게 주변의 시선을 살핀다. 막스가 팔이 없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장면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심리적 동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게끔 교육받은 일본인들이 여지껏 의식한 적 없었던 행복에 대한 고정 관념과 그 잠재된 폭력성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영상 속에는 쓰레기 분리수거통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뒤돌아 보면 영상을 지켜보고 있는 레베카들 사이에도 같은 형태의 검은 오브제가 늘어서 있다. 이들의 타이틀은 (2015), 독일어로 ‘나’를 의미하는 단어다. 사회 전체의 생산소비 사이클의 일부분인 개인이 그 시스템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분리의 윤리는 독일 사회 속에 200종류가 넘는 분리수거통이라는 형태로 존재한다. 작가가 무기를 연상시키는 검은 동으로 색을 덧칠한 순간, 쓰레기통은 인종 분리를 둘러싼 20세기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장치로 변모한다.
혼인에 의한 인종 간 유전자의 교환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변화해왔다. 일본어에서는 혼혈을 의미하는 단어로 영어의 ‘하프(half)’가 쓰인다. 누군가를 ‘반쪽’ 취급하는 차별어인 줄 알았던 이 단어는 독특한 선천적 매력을 갖고 있다는 뉘앙스로도 사용되는 일상용어이다. 일본 사회는 혼혈에 대해 얼마만큼 관용적인가. 전시장 바닥의 카페트가 잘려나간 부분 사이로 보이는 얼굴의 주인공은 아프리카계 혈통을 받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일본을 대표하는 미인이 될 수 없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야모토 에리아나이다. 관객들은 ‘순수한 일본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의 위기를 가져온 ‘검은 미인’의 얼굴 위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거대한 눈은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손꼽혀 온 하얀 피부의 정치성을 고발한다.
아름다움의 정치성이라는 면에서 후지와라의 소속 갤러리 타로 나스(TARO NASU)에서 동시 개최되고 있는 전시 을 언급하고 싶다. 미키모토가 발명한 양식진주에는 인공적으로 삽입된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개의 자기치료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순결과 원만함의 상징이기도 한 이 하얀 보석은, 남성이 혼인을 약속하는 증거로 여성에게 건네는 보석으로 사랑받아왔다. 조개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장면을 표현한 조형물에서 잔혹함을 느끼는 것은 감성의 문제이겠지만, 성인 여성이라면 산부인과의 금속 의료기구가 몸 안에 들어오는 차가운 이물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가 직접 진주를 삼키고 X선 사진을 찍은 작품 (2015)을 선보인 이 전시는 화이트데이와 더불어 일본의 발명품인 양식진주를 통해, 인공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폭력성 그리고 폭력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후지와라는 한 인터뷰에서 무엇인가를 온전히 완성하는 것을 꺼려 온 자신에게 형식적인 제약이 없는 분야가 미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현대미술에 정해진 형식이 없다는 말은 곧 모든 형식을 가진 분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 전시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작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캡션 없이 뒤섞여 있는 오브제, 캔버스, 설치, 조각, 영상들은 각기 다른 개념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배치한 것은 작가지만, 개념 간의 연상을 통해 이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을 발견해내는 것은 온전히 보는 이의 몫이다. 이 비결정성이야말로,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작품 기능을 하는 의 본질적인 힘이다.
출품작 가운데는 큐레이터인 노무라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그녀가 다니던 유치원에는 아이가 동물원에서 본 동물 중 마음에 드는 동물을 그리고, 아이의 어머니가 그 그림을 보고 만든 인형을 크리스마스에 선물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한다. 유치원의 선생님은 아이가 보라색으로 그린 봉고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는 대신, 어머니가 따라 만든 인형의 꼬리 부분이 그림과 조금 다르니 고쳐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지와라는 크게 기뻐하며 그림과 인형을 빌려 (2009~2013)와 의 사이에 배치했다. 단 하나의 잣대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보는 세상의 리얼리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시점,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 다양한 가치관이야말로 ‘반쪽’의 일본인인 작가가 일본 사회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이 전시를 통해 후지와라라는 아티스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듣고, 그리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인지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를 다시 만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CRITIC 백현진 들과 새와 개와 재능

PKM갤러리 1.27~2.27

진휘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자유분방한 표현, 활달하고 거침없는 터치,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 강렬하고 경쾌한 색감 등으로 설명되는 백현진은 인디밴드를 이끌었던 대표적 홍대키드이다. 조소과에 입학했으나 대학교육 대신 주변의 젊은 문화에 관심을 가진 그는 실험성이 강한 어어부 프로젝트를 결성하면서 음악과 미술을 넘나드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최근 회화작품 위주로 활발하게 전시를 이어가는 백현진은 여전히 영화 음악가이자 작곡가, 연주자로 활동한다. 이런 이력은 그를 동시대 대중문화의 이단아, 융합・통합적 문화제작자의 표상이자 예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번 PKM갤러리 개인전에서 그는 회화를 20여 점을 보여주는데, 대부분 앞서 서술된 보편적인 평가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모든 사물과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듯 보이는 무심함과 동시에 내면을 관찰하는 감성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성향이 잘 배합된 작품들은 다소 현란한 제목과 함께 전시되었다. SNS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그의 작품은 ‘회화로 그려낸’ 일상이자 수다의 소재들로, 심각하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내용들이다.
이런 동시대성을 갖는 그의 회화 안에는 의외로 20세기의 미술 사조들이 숨어있다.
초현실주의 작가로 미국에 이주, 추상표현주의를 태동시킨 아쉴 고르키가 보여준 유기체의 생명감이 부각되기도 하고, 활달한 브러시 워크와 대담한 구성은 추상표현주의의 액션페인팅과 색면추상의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추상적이거나 초현실주의적인 스타일 위에 일상에서 만나는 이미지들과 글자, 기호로 치환된 실루엣의 오브제가 섞여서 그의 작품은 팝아트 이후 익숙해진 대중적인 회화의 범주도 만족시킨다. 한마디로 백현진의 작품은 초현실-추상-팝(sur-abstract-pop)이 융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완성한 후 붙인다는 긴 구절의 제목들은 작가의 심리적 상황을 따라가면서 작품을 개인적인 기록으로 제시하려는 의도를 반영하는데, 상황을 재치 있게 풀어낸 표현과 다소 긴 구절들은 인터넷 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백현진 작품은 이런 다면적인 형식과 전통적인 미술의 역사를 개인적이고도 기록적인 대상으로 치환하고 오늘날의 친근한 어법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동시대 문화 전반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혼성모방과 다양한 레퍼런스 안에서 편집자로서의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현대 예술인에게 가장 익숙한 선택 방식이다. 단일한 어떤 것으로도 환원되기 어려운 복합성과 이질성의 공존은 그가 다른 장르의 예술에서도 추구하는 개별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성격과도 관계있다.
동시에 그를 둘러싼 환경에 존재하는 소비적인 소통방식, 첨단 기술과 욕망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불편함, 또는 슬픔과 어두움에 대한 명상이 투영된다는 점에서도 형식과 내용, 제목의 결합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그의 개성 있는 활달한 터치, 산만하게 느껴질 정도의 스펙트럼 넓은 색의 사용, 소소한 디테일이 이번 전시에서는 밀도 높게 구현되지는 못한 듯 보인다. 구도의 무게와 구성의 전형성에 갇힌 그림은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 주저하는 듯하고, 화면 안에서 중심과 주변 간의 조화와 균형에 의존함으로써 소통을 유발하는 무수한 촉수를 잃은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전달력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경계의 확장이나 해체가 다시 한 번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위 백현진 <어떤 동물에게 도구로 인식되기 이전의 물질>(가운데) 캔버스에 유채, 그래피티 2015

 

CRITIC 주도양 Insect Eyes

사비나미술관 1.15~3.18

장정민 미술비평,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연구원

주도양은 그동안 세계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해왔다. 그의 작업 대부분은 인간의 눈이 인지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변주되어 있었다. 특히 둥근 원 안에 세계를 욱여넣은 것 같은 작업 방식은 언젠가부터 그의 대표적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곤충의 눈- 시선의 기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그가 이번에는 곤충의 입장이 되어 세계를 재현했으리라 쉽게 짐작하게 한다. 문제는 곤충의 눈으로 본 세계를 재현한 이 ‘충감도(蟲瞰圖)’가 단지 또 다른 방식의 시각적 재현의 실험에 그치고 말았는지, 아니면 ‘보는 행위’와 관련된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우선 주도양의 이번 작업은 인간중심적 사유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그의 작업이 단지 세계를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의 사진을 수식하는 데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말은 아마 ‘왜곡’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적 왜곡은 관객들에게 일종의 감각적 유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왜곡을 통한 유희의 생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각적 왜곡’ 그 자체가 아닌 ‘본다는 것’, 즉 ‘시각적 인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항상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전반을 수식하던 ‘왜곡’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온통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만약 곤충이 본 세계의 실상이라면 그것을 과연 왜곡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다시 말해 왜곡이란 말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관찰자를 기준으로 삼아 사용될 뿐이며, 곤충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시각적 인식이 왜곡된 것으로 전도될 수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도양의 이번 전시는 융복합 매체로서의 사진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차적으로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적 양상을 드러낸다. 실제로 그는 곤충의 시각적 인지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여러 곤충학자를 만났다. 이를 통해 곤충의 눈이 지닌 낱눈과 겹눈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사진 촬영에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카메라 렌즈의 화각을 결정하고 기준점으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찍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로부터, 핀홀 카메라의 제작을 위해 카메라로 사용될 원통에 몇 개의 구멍을 얼마만한 크기로 뚫을지 결정하는 일까지 ‘충감도’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는 생물학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융복합적 특성일 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전시가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가 지닌 융복합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도양은 전시장 내에서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원리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사진이 광학과 화학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탄생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이차평면에 인화된 이미지만을 가리켜 사진이라 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곧장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전시와 동시에 발행된 책을 통해, 그는 ‘빛’의 작용을 이용한 것을 모두 사진이라고 보며, 메인보드 기판, 인쇄활자, 장판의 나무 무늬, 꽃무늬 벽지 등 다양한 형태로 사진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주도양, 《곤충의 눈-시선의 기원》, 사비나미술관(2016.1), pp.192~193.) 다시 말해 사진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융복합적 성격을 이미 배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간’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빌려 ‘곤충’의 시각을 모방해 본 것에 불과하다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시각도 아니요, 곤충의 시각도 아니며, 결국 카메라의 시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를 단순한 모방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지나치다. 여기에는 분명 생물학적 근거,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사진의 기계적 성질 등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인간과 곤충의 사이를 매개하는 수단이자 예술 작품의 생산 도구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사진이 있다.

위 주도양 <LotusⅢ, Ⅱ> (왼쪽) C 프린트 2016

CRITIC 이주리 미끼대왕

갤러리 2 1.28~3.12

박경린 독립 큐레이터

이주리의 환상의 세계는 평면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다시 평면으로 향하는 실험 안에서 형태를 변화하며 모습을 드러내왔다. 그간의 작업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직면하는 부조리,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감정,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충돌하는 지점을 시각적인 형태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왔다. 딱 잘라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암묵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올바름에 대한 기준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틀 속에 오롯이 자신을 끼워 넣을 수 없었던 순간에서 비롯된 감정의 틈은 점차 확장되어 상상하는 어떤 세계-마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의 세계와 같은-에 곁을 내어주는 매개가 된다.
이주리의 두 번째 개인전 <미끼대왕>은 이러한 매개, 다시 말해 이질적인 두 세계가 만나는 틈을 낚는 미끼가 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을 투영한다. 지그문드 프로이트가 햄릿 속 플로니우스를 빌려 언급한 “진실이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 미끼”로 정의된 환상성에 대한 정의는 작가가 전시장에서 보여주게 될 자신의 환상 세계에 대한 은유다. 동시에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처럼 개인의 경험을 넘어 수많은 이분법적 대립이 충돌하는 무대로 이끌고픈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다크 판타지>에서보다 색은 더 대담해졌고, 회화의 숨은 층은 늘어났으나 화면 그 자체는 보다 추상적으로 환원되었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골무인간 서식지>(2016)는 색에 관한 작가의 변화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형광노랑색의 배경에 빨강색 선이 그어진 오브제들과 여타의 회화 이미지들로 채워진 그림이다. 지금까지 흑백을 주조색으로 하는 드로잉과 회화적 표현을 통해 비정형의 세계에 대한 탐닉을 보여주던 작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색이 주는 강렬함은 뒤이어 선보이는 다른 작업에서 원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확장된다. 색의 충돌 속에서 물속에 가라앉았던 물건이 떠오르듯 회화 속 각 요소들은 형태를 가지되 이야기의 서사성은 거세되어 있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드로잉 속 요소들,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다가 사라진 이미지들을 자유연상법, 그리고 작가 개인의 집적된 자료들 속에서 추출했다. 이로써 이야기는 분절되고 작가가 의도하는 이야기를 관람객이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단위별로 보이거나 충돌되거나 관람객이 스스로 조합하거나 혹은 화면 그 자체만 남도록 한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서 자기만의 상상으로 부족한 이야기를 채워 만들어내거나 회화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환영 그 자체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비록 상상의 세계이지만 어디에 있든 그것은 적어도 작가에게만큼은 존재하는 세계다. 이전에 작가는 공사장, 꿈, 다크라이드와 같이 특정한 내러티브나 현실에 기댄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설명되지 않는 경험, 감정, 상상의 잉여물들을 설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화면 안에서, 평면 그 자체로, 어떠한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상상의 세계를 통해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부조리함의 세계로 미끼를 드리운다. 그것은 환상이자 곧 현실이다.

위 이주리 <골무인간 서식지>(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 펜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