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윤종숙

독일 쿤스트 페어라인 1.18~3.8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거주하며 작업해온 작가 윤종숙의 개인전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 립슈타트(Lippstadt)에 위치한 쿤스트 페어라인에서 열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최근 2012~2014년에 완성한 회화작품과 드로잉을 함께 선보였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그림을 찬찬히 보면 집, 탑, 식물 같은 형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드문드문 눈에 들어온다. 이 이미지는 한국의 산등성이와 굽이진 길, 어느 골목의 정자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여느 특정 지역이나 도시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 않은 풍경은, 그녀의 정신적 뿌리, 돌아가고 싶은 고향, 어떠한 노스탤지어, 감성적인 것들에 대한 반영인 듯하다. 한편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선과 색면은 유럽 추상표현주의 작가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엔가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듯, 잠시 쉬어가는 듯한 공백과 선 하나하나의 표현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이루는 바탕이다.
작가 윤종숙은 ‘화가의 손’을 ‘피아니스트의 손’에 비유하면서 ‘색채’를 피아노의 ‘건반’과 같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 비유는 색을 사용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에 “진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캔버스를 짜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바탕색을 칠하는 과정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위해 매번 다른 색의 물감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고 여러 차례 붓질을 덧칠하는 고단한 노동을 반복하면서 화면의 바탕을 구축한다. 이러한 고단한 과정은 매번 칠한 유화물감이 마를 때까지의 기다림을 담고 있다. 캔버스 안에 수많은 시간과 일상의 흔적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윤종숙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유화 시리즈는 예전에 실(絲)을 사용한 작업들과 사뭇 다르다. 예전 작업은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자연에서 따온 모티프와 함께 색 면 위에 색실로 알파벳을 수놓기도 했다. 이처럼 단어나 언어와 이미지의 조합은 그녀의 작업세계에서 공통된 흐름이지만,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회화 시리즈에서는 작가가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민화를 염두에 두고 작가 고향의 풍경과 접목한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드로잉은 마치 그림일기 같기도 하고, 무덤덤한 듯한 붓질은 한국의 전통 수묵화의 선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동양의 서예나 수묵화에서 느껴지는 붓 터치와 추상표현주의의 접목, 캔버스 위에 실의 사용, 기하학적 문양과 문자의 조합 같은 조형적 모색은 항상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작가 윤종숙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Kehrer 출판사에서 발행한 도록에는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 관장, 본 미술관 관장, 뒤셀도르프 쿤스트 할레 관장 등의 글이 실려 있다. 덧붙이자면, 윤종숙은 앞으로도 의미 있는 여러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립슈타트 전시는 2015년 6월과 9월에 차례로 뒤셀도르프의 말카스텐(Malkasten, 6.26~7.12), 하겐의 오스트하우스 미술관(Osthaus Museum Hagen, 9.1~11.8), 2017년에 쿠어하우스 미술관(Museum Kurhaus Kleve, 2017.10~2018.1)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변지수 미술사

REVIEW

김지원 개인전
김종영미술관 2.27~4.22

‘김종영미술관 2015년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김지원의 개인전. <집적(集積)>을 타이틀로 여러 개의 와인잔과 병을 가열하고 열에 일그러진 형태를 이어붙인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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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민_갤러리em (4)

채지민 개인전
갤러리 엠 2.26~3.28

<Unspecified Space>로 명명된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지점에서 작가의 절제된 감정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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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

심승욱 개인전
아트사이드갤러리 3.12~4.8

이 전시의 타이틀은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로 명명됐다. 검은색 합성수지를 재료로 양립 불가능한 현실과 비현실을 해체하고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슬픔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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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박서보 개인전
노화랑 3.11~31

이 전시는 박서보가 1997년 이후 ‘후기묘법’ 작업을 벌였던 시기의 에스키스와 드로잉을 선보였다. 그 자체로 전시명을 삼은 이 전시에서 작가는 일련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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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TWO by TWO
나무화랑 3.4~21

한국여류조각가회 소속 작가 4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부 김윤신 오귀원, 2부 김정희 배형경(사진)으로 나뉘어 열렸다. 자기만 색을 분명히 하며 작업을 이어가는 원로와 중견작가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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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난다 개인전
갤러리 나우 3.11~24

‘2014 갤러리 나우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의 개인전. 전시 타이틀은 <사물의 자세: 마치·난다>였다. 작가는 “형상과 실제의 분리될 수 없는 관계, 사진행위와 대상에 대한 성찰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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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김태연 개인전
갤러리 담 3.11~22

작가는 합판 위에 마포를 깔고 흙을 묻힌 바탕에 불상과 여러 가지 아이콘을 그린다. <그림, 그림>을 타이틀로 한 이번 개인전은 흙벽이라는 유기적 공간 위에서 자기 환원적 작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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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동네사람들
토포하우스 3.4~10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지 않고 만난 작가들이 ‘동네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인지 3기째가 되었다. 각자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13명의 작가가 모여 서로의 감각을 선보인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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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아트 (2)

이은숙 개인전
사이아트스페이스 3.10~16

추상적 형태의 드로잉을 선보인 작가는 이번 전시명을 <Speed Kill>로 짓고 현대문명의 발전에 희생당하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드킬’을 연상시키는 전시명과 작품을 거친 파필의 형태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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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옥 개인전
한전아트센터 2.24~3.1

10번째 맞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작가는 종교적인 색채를 짙게 드러내는 작품을 통해 일상의 소박함을 담아냈다. 새와 목동, 바다나 구름 같은 자연이 화면을 채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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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박영대 개인전
가나인사아트센터/청주예술의전당 3.18~24/3.24~4.3

보리를 소재로 평생의 화업을 일군 작가는 일명 ‘보리작가’로 불린다. 한국인의 보편적 감성을 보리에 이입해 표현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율(律)>과 <생명> 연작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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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태

홍경태 개인전
우진문화공간/가나인사아트센터 2.12~3.3/3.4~10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 제목은 <교신(交信)-너와 나>로 각자 지녀온 경험과 흔적을 상대방에게 드러냄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형태들이 전시장을 메우고 각각의 존재에 대해 질문한다.

PRIVIEW

남화연

아르코미술관 4.10~6.28

올해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남화연의 국내 최초 개인전 <Time Mechanics – 시간의 기술>. 융합, 다원예술이 각광받으면서 실험적인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남화연의 개인전을 기획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남화연은 주로 퍼포먼스가 등장하는 비디오 작업과 실험적인 스테이지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또한 가상의 방어적 공간 형태나 계급적 위계들을 압축하는 작가의 드로잉 시리즈는 인간 사회의 시스템 현실이나 규칙, 위계와 규율, 법칙 등을 환유하는 것으로 작가의 비디오나 퍼포먼스 작업과 연결되는 지점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는 신작을 포함해 총 5편의 영상 및 사진작업을 선보인다.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 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으며 사물, 공간, 시간의 실체와 실존, 사회 시스템의 구조를 인식하는 작가 특유의 언어적 퍼포머티비티와 형식적 특이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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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림)덕수궁

관물, 사물을 보는 방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3.25~6.28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미술을 소개하는 소장품전. 전시는 길상, 일상, 심상, 형상의 네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자연과 사물을 관조하는 근대 미술가들의 태도와 그 속에 담겨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최영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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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세옥

한국추상미술

갤러리 현대 3.25~4.22

갤러리 현대의 개관 45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추상회화 작가 18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응노 서세옥 유영욱 김환기 등 한국 추상화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한국 추상회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서세옥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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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정웅, 블루메

회화- 세상을 향한 모든 창들

블루메미술관 4.4~6.21

BSSM백순실미술관은 미술관의 공적역할을 공고히 다지고자 블루메미술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미술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3개의 기획전을 준비한다. 이번 전시는 그 첫 번째 전시로 미술관의 물리적 조건인 ‘벽’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미술품이 미술관의 닫힌 벽을 열린 공간으로 재해석한다는 의미로 기획되어 ‘그리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 36명이 참여한다. 회화작품을 세상을 보고 담는 창으로 생각하고 회화를 통해 미술관의 흰 벽을 열린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하는 이번 전시에는 72여점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관계맺고자 하는 작가와 미술관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작가들의 시선이 서로 관계하는 자리를 만들며 세상과 소통을 하기위한 미술품들이 위치하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작가와 관람객의 마음을 잇는 창구임을 환기시킨다. 이정웅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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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서용선

금호미술관&학고재갤러리 4.17~5.17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회화와 조각작품에 담아온 서용선의 전시. 이번 전시는 그가 1980년대 중반부터 천착해온 도시를 소재로 한 연작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자리로 도시의 풍경을 통해 한시대의 모습을 응축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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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토탈

MOMENTUM : ART/OMI 1997~2014

토탈미술관 4.1~15

소비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한 현실에서 균형이 흐트러진 지금의 예술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현실의 벽을 넘어보고자 꾸준히 자신의 언어를 연마하고 지켜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예술계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본다. 김소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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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한국화의 경계, 한국화의 확장

문화역서울284 4.1~30

이른바 ‘한국화’로 불리는 분야의 경계와 확장가능성을 살펴본다. 한국화는 물론,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아우르며 시각 예술 분야에서 ‘한국화의 정신’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김선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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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요건 던호펜-사진제공(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요건 던호펜

사루비아다방 4.8~30

국내 각종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네트워킹 및 피드백이 부재한 데 따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전. 이번 전시에서는 명상과 성찰을 기반으로 인식의 문제를 다루는 조각가 요건 던호팬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수집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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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김수자

금호미술관 4.2~12

바느질과 페인팅이 혼합된 작업으로 캔버스를 수틀과 동일시하며 삶의 단편들을 실과 바늘로 드로잉하는 김수자의 개인전. 비어있는 옷을 통해서 삶의 양면성이 존재와 부재사이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2000년부터 2015년까지의 작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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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윤형근

PKM갤러리 4.15~5.17

PKM갤러리의 재개관전으로 윤형근 화백이 2007년 작고한 이후 국내외에서 처음 개최되는 개인전이다. 단색화로 다시 주목받고있는 작가의 작품중 1970년대 초반부터 199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 중 15점의 대작을 엄선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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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표영실

스페이스비엠 3.27~4.30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 감정과 같은, 표현하기 까다로운 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표영실 작가의 9번째 개인전 <반투명(translucenc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한 신작 페인팅과 드로잉까지 총 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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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미

노석미

갤러리 담 3.25~4.5

일상 속에서 찾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캔버스 위에 간결하고 경쾌하게 풀어놓는 노석미의 개인전 <그리고 뭔가 부드러운 것>. 작가는 단순한 구도와 색감으로 ‘일상의 시’와 같은 그림을 통해 따뜻하고도 매력적인 감성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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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아트선재센터 4.11~7.26

사회, 정치, 역사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정체성과 자아의 구축과정에 주목하는 멕시코출신 작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개인전. 작가는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을 활용해 즉흥적이고 불완전한 공간을 만들어 폐기물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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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룩스

심안으로 본 타자

갤러리 룩스 4.9~5.16

경쟁과 자본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예술, 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일상에서 접하는 익숙하고도 기이한 시선을 모았다. 사진과 회화를 매체로 삼아 자연에 주목하는 작가 7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현호 작

PREVIEW 2

육근병

이유진갤러리 4.2~30

드로잉과 유화작품 등 신작 10여 점을 통해 작가가 고수해온 사물과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선보인다. <고요한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 20여 년간 미디어와 영상설치, 사진, 음악 등 전방위적인 예술활동을 지속 해온 작가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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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김승주

리안갤러리 대구 4.7~5.16

대구출신의 작가 김승주의 개인전<Crossroad>. 작가는 ‘자’의 본래 기능인 ‘기준’을 자의적으로 왜곡하며 조각, 영상, 장소-특정적 설치작업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기준과 인식에 대한 전환점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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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이만수

갤러리 울 3.25~4.26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경험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재구성해 평면위에 소박한 마당을 형상화하는 이만수의 개인전. 작가는 캔버스 위에 호분과 토분을 반복하여 칠한 후 중첩된 바탕 위에 인물과 사물 등을 가는 선묘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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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

데니스 오펜하임

대구 우손갤러리 4.11~6.13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니스 오펜하임의 기획전. 일관적으로 인간과 사물의 본질 그리고 그 경계를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개될 대표작 <Theme for a Major Hit 1974>를 통해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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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아트스페이스j

김대리 사진 사러 가는 날

아트스페이스J 4.21~6.4

아트스페이스J는 미술품 한 점이 공간에 흐르는 공기를 바꾼다는 믿음아래 ‘생활 속의 예술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그 일환으로 관람객이 다양한 시각을 지닌 작가의 100점의 작품을 통해 미술품을 접할 기회를 마련한다. 김미경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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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조

박대조

갤러리 나우 4.1~14

조각, 회화, 사진이 결합된 독자적 인물화 작업으로 알려진 박대조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15점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폭력을 순수한 아이의 눈동자 속에 직접 대면시키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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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혜

정미혜

핑크갤러리 3.18~4.10

한국 고유의 색채와 자개의 오묘한 빛으로 봄의 찬란함을 더해주는 정미혜의 3번째 개인전. 작가는 한겨울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의 화려함을 화폭에 담아 봄소식을 알리며 아름다운 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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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혁

성기혁

갤러리 이즈 4.1~6

성기혁의 세 번째 개인전 <Color-Scape>. 작가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익히 보던 풍경에 대한 기억을 재해석해 시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꽃과 나무, 산과 하늘 그리고 샛강은 자유분방한 색채와 결합하여 은은한 풍경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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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_개인전_감나무가_있는_서재

최윤정

토포하우스 4.1~6

현장에서 작업하며 실경의 감성을 전해 오던 최윤정의 6번째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를 3가지 테마 자연주의, 어머니, 창으로 나눠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소재로 대상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이야기하듯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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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색)이영희,_크기_75x133cm,_제목_봄._봄._봄...,_제~

선과 색

금보성아트센터 4.17~30

전국의 중견작가들로 구성된 32년 역사의 단체로 주로 구상계열 작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50호에서 100호에 이르는 대작을 소개하는 자리로 한국의 중년작가들의 꾸준한 노력과 성찰을 살펴볼 수 있다. 이영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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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기)성곡

최헌기

성곡미술관 3.20~5.31

이산(離散) 작가로 한국,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최헌기의 이번 전시는 데뷔 초기 작업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총 40여점으로 구성되었다. 삶과 예술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치열한 자기 탐구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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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Tree of life75x145cm han-ji on canvas  2013

김정수

동덕아트갤러리 4.1~7

김정수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으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생명나무’와 ‘생명수’, 그리고 ‘무지개’를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다. 성서에 나오는 서양의 개념들을 동양화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을 원용하며 새로운 시각언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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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가이아

김진숙

갤러리 가이아 4.8~21

건축학에서 말하는 ‘midway’라는 단어를 차용해 인간의 심리적 풍경을 묘사한다. 화려하고 선명한 컬러에 선과 면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사이공간을 통해 작가는 건축이라는 시각적 형상 안에, 빽빽하게 수직으로 치솟은 현대도시의 풍경을 화면에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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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겸(소소)

소묘

갤러리 소소 4.4~5.17

드로잉의 통상적 의미를 넘어 그리기(drawing)의 기본을 탐구한다. 작가 김인겸 김혜련 박기원 정승운은 ‘공간’을 구성적 도구나 작업의 플랫폼 혹은 은유적 개념으로 사용해 드로잉의 전통적인 개념을 뒤집고 심미적 가능성을 확장한다. 김인겸 작

PREVIEW 3

곽인식

송아트갤러리 4.2~5.4

일체의 표현행위를 멈추고 사물이 건네는 말을 들으려 했던 곽인식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전시 <物의 언어, 곽인식>. 작가의 예술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곽인식이 풀어내는 사물의 언어를 관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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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리)브라운

전혜리

브라운갤러리 3.25~4.30

<2015 Resilient Flower>라는 타이틀로 펼쳐지는 전혜리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총 26점으로 역동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싱그러운 녹색과 따뜻한 노란색으로,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정열적인 빨간색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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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숙grow_old_130x162cm_oil_on_canvas_2015

박신숙

가나아트스페이스 4.8~13

자연의 모습에서 인간의 변화와 모습을 찾는 박신숙의 개인전. 작가는 인간의 성숙은 한 시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해 이루어지며, 나이 듦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작품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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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숙)gma

조성숙

갤러리 GMA 4.29~5.5

꿈의 형식을 빌려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상처를 동화적으로 재해석하는 조성숙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봄을 상징하는 소재들과 화면 구성으로 보는 이 감성을 자극해 생명에 대한 따듯한 조우, 공감을 일으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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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하

박영하

최정아갤러리 4.14~27

<회화는 곧 존재, 존재는 곧 회화>라는 제목으로 펼쳐보이는 박영하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서양적인 추상회화의 표현방식 아래, 동양적인 색채로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구름, 대지, 나무와 같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 온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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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효

김남효

그라지에갤러리 3.20~4.20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인공 구조물에 오히려 인간이 내몰리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김남효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물이 인공적인 변화에 의해서 움직여야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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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이채현

부산 이채현힐링갤러리 4.1~30

‘말장난’을 소재로 유쾌한 역설을 그려내는 이채현의 개인전. 작가는 말만 앞세우는 현실 상황과 부조리한 삶의 이면을 그리며 사회의 단면을 코믹하게 희화화 해 표현함으로써 도리어 그들을 조롱하며 사회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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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_돌담_시간을품다#2_pigment_print_100×150cm_1of5_2013

김성민

갤러리 나우 4.15~21

‘돌담’을 소재로 한 사진작업을 지속하는 김성민의 개인전. 작가는 어린시절 주변에 있던 돌담이 사라져가는 장면을 경험하며 주변의 것들이 사라져지며 새로운 가치를 남기는 것을 발견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환과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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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이공

송영선

이공갤러리 4.9~15

작업과 생활 사이에서 하던 고민을 작업으로 드러낸 송영선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간 작업의 부재료로 사용하던 투명 실을 주재료로 사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생각의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큰 변화를 체험하며 유기적인 풍경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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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랑 9890

정일랑

부산 미광화랑 4.15~28

하얀 캔버스위에 흑연만으로 그려진 단순한 이미지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시각화하는 정일랑의 개인전. 작가는 흑연을 수없이 쌓아 그려진 원과 점, 선을 통해 긴장감과 정신성, 보이지 않는 고요한 명상적 에너지를 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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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매

박춘매

갤러리 두 4.18~5.6

아련한 신기루와 같은 도시풍경들, 속도와 경쟁이 가득한 도시에서 조금 비켜진 골목 안 모퉁이를 돌아서 만나게 되는 마당에 봄날의 개나리 벚꽃이 가득한 도시생태의 원시림과도 같은 사람들의 삶의 미학을 아카이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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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삼

이경삼

울산 웅촌 선 갤러리 4.1~15

<꽃피는 계절에> 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이경삼 작가의 4번째 개인전. 작가는 봄바람으로 세상에 눈을 뜨는 생명의 신비를 작가의 내면적 심성으로 이야기하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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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경)리서울

장은경

리서울갤러리 4.15~28

동심으로 남아있는 나라인 ‘Neverland’를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이는 장은경의 9번째 개인전. 하늘, 집, 계단, 문, 나무, 꽃 등 다양한 기호와 자연물은 인간과 자연의 본원적 조화와 행복에 대한 강렬한 염원을 회화로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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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상)가비

시원상

갤러리 가비 4.4~22

거칠고 시원한 붓질로 마음속 풍경을 시각화하는 시원상의 개인전. 작가는 템페라 기법을 고수하며 동물이나 인간으로 표현되는 사회 안의 관계를 고전적이고도 이질적인 풍경으로 제시한다.

EXHIBITION FOCUS 환영과 환상

환영과 환상은 예술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과 연결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기획 전시로 <환영과 환상>(2.10~5.6)을 열어 사실적 재현에 기반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국내 작가 7명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필자는 환영과 환상은 시각적 요소에 제한되지 않으며 감각의 차원을 너머 비일상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네가 보는 것이 네가 보는 것이 아니다

진휘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환영은 미술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화두 중 하나이다. 입체, 덩어리와 공간의 현실을 평면에 옮겨 그릴 때부터 진짜가 가짜로 변화하는 환영의 전제는 미술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회화의 평면성을 인식하고, 눈속임을 벗어나려는 형식주의 모더니즘 논쟁을 통해 회화는 구상적 소재나 내용을 배격하면서 평면이라는 매체의 한계에 집중했다. 그러나 단순히 매체가 미술의 본질이 아니기에 그림이 눈속임이라는 주장은 시기적 한계와 시각적 도그마를 가질 뿐이었다. 재현이 모방이나 허구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미술의 실체를 오도하지 않듯이, 환영과 환상은 미술의 본질적인 성격 중 하나이다.
오히려 환영과 환상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작가와 관객들은 부정적인 강조를 제거하고 감각과 인식의 왜곡을 통한 경험의 확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맥락에서 환영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상황을 통해 제시될 수 있다. 시각화된 이미지뿐 아니라 감각과 인식의 변형,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환경, 공간, 소재와 기술 등 환영의 기법이 확장될 때, 환상도 동전의 양면처럼 작동한다.
20세기 전반,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무의식의 존재와 그것의 작동에 대해 연구했고, 환상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제작했다. 작가 여러 명이 몰려다니면서 놀이처럼 무의식의 존재를 실험했다. 특별한 의도 없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뒤에는 반드시 이성이 아닌 어떤 영역, 적어도 이성에 의해 조정 받지 않는 동인이 나로 하여금 그것을 선택하고 표현하게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들은 작품의 결과물이 무의식을 반영하고, 그것을 통해 나의 무의식이 더 발달하고 드러날 것을 기대했다. 당시 작가들은 이성과 다른 방식의 작동기제로서 무의식만 염두에 둔 듯하다. 다시 말하면 무의식을 이성과는 완전히 배타적 관계인 것으로 보았다. 과연 그럴까?
그들이 발견한 무의식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환상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미지는 익숙한 것들과 이질적인 상황, 또는 보편적인 대상들이 빚어내는 이상한 조합들로 수렴되었다. 프로이트는 ‘언캐니’의 개념을 이론화하면서 보편적이고 일상적이어서 충격을 주지 않는 이미지가 비일상적인 요소나 맥락을 만나서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상한데 익숙하고, 맥락에 맞지 않는데 친밀한’ 무엇이 우리 인식의 불일치를 가져오고 매력과 거부의 상반된 모순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심리분석 이론을 떠나 이미지와 인식 간에는 떨어지지 않는 복잡성이 존재하고, 이성과 다른 방식의 전제를 갖는 것이 있다. 기이함은 시각예술에서 오랫동안 시도된 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이성적 인식과 왜곡된 감각을 자극하는 환영은 실체와 수용 간에 혼돈을 주어 그 간극을 탐구함으로써 즐거움, 또는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환영이 감각적 트릭이라면, 환상은 주체의 주도적 실체 밖의 무엇에 대한 꿈, 생각, 조작,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와 다른 환상을 통해 우리는 이성, 감각, 인식, 감정, 무의식의 많은 것을 이용하고 포괄한다.
환상幻想의 상상력을 상象으로 치환하고, 이것의 이미지들을 기획한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환영과 환상>이다. 이 전시는 7명의 중견작가와 그들의 대표적 스타일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작가의 선택과 작품의 내용이 전시 의도를 매우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광호 (왼쪽) 캔버스에 유채 259.1×181.8cm 2008

이광호 <선인장(No.30)>(왼쪽) 캔버스에 유채 259.1×181.8cm 2008

유현미 , 잉크젯 프린트 195×130cm(5점), 195×650cm(1점) 2013

유현미 <작업실 안의 우주>, 잉크젯 프린트 195×130cm(5점), 195×650cm(1점) 2013

환영과 환상, 시각의 영역을 넘어
이광호는 큰 캔버스 위에 선인장들을 그렸다. 지나치게 섬세하고 사실적인 식물의 모습은 부분적으로 기괴하게 느껴지는데, 예를 들어 선인장의 일부가 고름이나 사람의 피부, 또는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생물이나 특수한 지형같이 보인다.
천성명은 <그림자를 삼키다>에서 아들을 안고 있는 아버지처럼 보이는 두 인물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부자관계가 아닌 자라지 못한 나, 미니-미mini-me와 자신의 모습을 담은 조각이다. 다른 공간엔 피를 흘리며 물고기를 든 사람의 조각과 나무 패널 위에 얼음산과 바위를 그린 큰 그림이 배치되었다. 각각은 서로 이질적이고 상호 논리성을 갖지 않으며 조각과 가운데 놓인 그림의 역할도 모호하다. 상황은 입체적인 환경과 엮임 안에서 더욱 의아하고 기괴해 보일 뿐이다.
최수앙은 이질적인 부분들이 섞여서 인체에 버금가는 형상을 갖는 조각상을 제작했는데, 캐스팅하고 버린 껍질 부분들을 진열하거나 가판대 위에 인체의 일부분을 배열, 마치 고기 덩어리를 판매하는 광경처럼 보인다. 진짜와 가짜, 전체와 부분, 안과 밖 등 단순한 인식의 전제를 전복한다.
강형구는 반 고흐, 마일스 데이비스, 자화상 등 익숙한 인물들을 큰 화면에 그렸는데, 자세한 디테일 표현이 강렬하다. 강렬한 색채와 회화적 세부 묘사가 팝아트와 극사실주의 어디에도 정확히 속하지 않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고명근은 이국적 건물을 디지털필름으로 구성해서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 실제 공간과 건물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지만, 작은 모형처럼 변한 공간은 다시 유사 공간화하고, 현실의 장소성은 미술품 안에 박제된 것으로 전환된다.
유현미 작품은 자신의 스튜디오, 인물을 포함한 공간의 여러 모습을 사진 찍은 것이다. 그 사진은 실제 공간과 모델에 물감과 붓으로 채색하여 회화의 터치, 색채가 더해진 상태이다. 실제 대상과 회화적 과정, 재료, 기법의 개입을 드러내고, 그것을 다시 사진 찍음으로써 작가는 재현과 표현의 오랜 관계를 구체적으로 가시화한다. 회화 같은 사진, 가짜 같은 진짜, 그 사이에서 관객은 모호한 감각의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그 과정을 실제 사람들이 등장하는 뉴미디어 동영상으로 보여준 작품은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강영민은 현대사회의 물질 숭배와 강박증을 컴퓨터 픽셀을 키우고 깨뜨려 조작했다. ‘가위눌림-자본주의적 건설과 파괴의 딜레마’란 매우 친절한 제목처럼 신경증적 상황과 조건이 설치물의 거대함과 복잡함, 사실적 표현과 낯선 모습으로 결합되었다.
이번 전시는 안정된 스타일과 개성 있는 표현을 구사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을 준다. 이들 작품은 환영과 환상을 불러올 수 있는 일종의 ‘언캐니’함을 갖고 있다. 익숙함 안에 이상하게 낯선 요소가 있고 전체와 부분의 관계가 왜곡되거나 비틀려있다. 그런데 작품들은 주로 재현의 방식에 집중했고, 작품은 ‘보기’에 한정되었다. 환영을 재현의 방식에만 귀결시킨 것은 환상을 불러오는 다양하고 다층적 작동보다는 시각적인 매체로서의 미술만 상정한 까닭이다.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 전시 방식이나 서로의 관계도 단선적으로 느껴져서 통합보다는 분리된 모습이었다.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방식, 그리고 현대 작품의 복잡한 상황, 매체의 확대와 맥락의 다변화 등이 더해진 작품들의 환영 창출 방식을 떠올릴 때, 이번 전시는 매우 전통적이었다. 재현이 단순히 시각적 요소로 제한된다면 환영이나 환상은 그저 표현의 문제에 귀착될 것이다. 그러나 환영과 환상은 단순한 감각의 영역만도, 인식이나 이성의 문제만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교환과 교체 간에 이루어지는 비일상적 경험의 추구에 더 가까워보인다. 이때 이것을 제시하는 방식의 동시대성, 경험되지 못한 새로운 제시가 요구되지 않을까 한다. ●

강형구  캔버스에 유채 193×386cm 2006 영은미술관 소장

강형구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 193×386cm 2006 영은미술관 소장

 

EXHIBITION TOPIC 숭고의 마조히즘

과거 미술관에서 관객들이 제한된 동선 안에서 작품을 만지는 것도 금지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관객참여형 작품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관객과 작품 사이에는 항상 긴장관계가 팽배하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숭고의 마조히즘전>(2.4~4.19)은 관객과 작가, 작품과 관객이 맺는 새로운 관계를 ‘숭고’와 ‘마조히즘’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조명한다.

예술의 권력관계를 의식하라

이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숭고의 마조히즘전>은 관객과 남다른 소통을 꾀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작가와 관객의 권력관계에 문제를 제기한다. 숭고가 쾌와 불쾌의 감정을 동시에 주는 미학적 개념이라는 점에 착안해 관객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과 관객의 긴장관계를 ‘불편한’ 관객의 입장에서 조명한다. 전시 기획자가 관객이 작품을 대할 때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전시공간에서 작품과 관객 중 누구에게 더 큰 힘이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전시 기획자는 뉴미디어 시대의 작품이 관객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지만 그것이 곧 관객이 권력을 이양받았다는 사실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이는 마조히즘적 성행위에서 여성이 남성을 가학하는 권력을 부여받았으나 그 권력은 가학을 즐기는 남성에 의해 주어졌기에 진정 여성의 것이 아니라는 점과 비유된다. ‘숭고의 마조히즘’이라는 제목은 숭고의 경험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쾌의 감정의 공존을 마조히즘의 처벌과 쾌락이라는 이중적 관계에 대입한 것이다.
이 전시는 숭고를 느끼는 주체를 관객이 아니라 작가로 상정했다. 전시서문에서 밝혔듯이 기획자들은 숭고라는 개념을 작가 안에서 일어나는 쾌와 불쾌의 감정의 이중성으로 보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관객이 개입하는 것에 불쾌의 감정을 느끼지만 동시에 관객이 계획대로 움직일 때 불쾌의 감정은 쾌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이는 숭고를 작가와 관람자의 권력관계로 이해한 개념적 혼란에서 빚어진 오류로 보인다. 기획자들은 작가와 관객, 남성과 여성,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비정상적인 마조히즘적 성관계에 비유하고 권력을 가진 자가 느끼는 지배의 쾌락을 숭고의 감정에 비유한 것이다. 숭고는 관찰자가 대상을 보고 느끼는 체험적 감정이다. 그렇다면 전시에서 숭고는 대상을 마주하는 주체, 즉 관람자가 작품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 좌절, 감동, 불쾌와 쾌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어야 마땅하다.
숭고는 본래 롱기누스의 미학과 문학비평에 대한 글인 <숭고에 대하여>에서 뛰어난 수사학을 구사해 위대한 사고와 강렬한 감정 등을 표현한 작품을 칭송하는 개념이었지만 그 정의는 변해왔다. 18세기 유럽에서 숭고는 장대한 자연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좌절의 감정으로 묘사됐다. 버크는 숭고의 심리적 효과로 공포와 끌림이라는 감정의 이중성을 지적하며 이러한 혼란스러운 감정의 격앙 끝에 고통의 감정이 제거될 때 인간은 쾌를 느낀다고 했다. 칸트에게 숭고는 절대적으로 위대한 것으로, 대상의 형태와 결부된 감정인 미와는 달리 웅장, 장려, 두려움을 주는 무한대적 무정형의 형태에서 이성이 개입해 느끼는 공포의 감정으로 초감각적인 것이다. 쇼펜하우어에게 숭고는 관찰자를 위협하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쾌로, 격동하는 자연이 그 예이다. 리오타르는 인간의 마음이 이성적으로 정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대상의 존재가 있다는 점, 그 대상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경험하는 위기감, 감정과 이성, 마음과 개념의 ‘갈등the differend’을 모던기의 근간이 되는 변화라고 보고 이를 숭고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숭고는 18세기의 장엄한 자연을 대상으로 한 인간의 경험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해 모던시기의 웅대한, 산업적이고 도시적 대상으로, 동시대에는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기술을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마리오 코스타는 뉴미디어아트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네트워크는 그 소통방식에서 주체를 약화시키고 예술과 그 각 경계가 무너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유동flux’의 상태를 심화시키는데, 이를 ‘테크놀로지의 숭고the technological sublime’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구동희  혼합재료 2015

구동희 <무제> 혼합재료 2015

박준범  8채널 HD비디오, 2싱글 채널 HD 비디오 5분 2015

박준범 <7개의 언어> 8채널 HD비디오, 2싱글 채널 HD 비디오 5분 2015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의 역학관계
<숭고의 마조히즘전>을 찾는 관객은 작품을 통해 경험하게 될 숭고의 감정을 기대하며 설렌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관객은 전통적 의미의 숭고의 경험도, 예견치 못한 숭고에 대한 동시대적인 새로운 개념적 접근도 쉽지 않다. 관객은 전시된 작품을 통해 숭고와 관계된 장대함, 거대함, 무한함, 공포, 위협감 혹은 유사 숭고 등을 만나지 못하고 전시 개념의 난해함 속에 남겨진다. 이는 ‘숭고’를 느끼는 기본 구도인, 대상 (이 전시에서는 작품)과 관찰자의 조우에서 관찰자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발생이라는 틀을 기획자들이 작가와 관객의 권력관계로 치환한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데서 기인한다. 예술작품의 의미 생성에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의 역학관계를 다루는 전시라면 숭고라는 개념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다.
전시 기획자가 던진 명백한 주제는 관객 참여적인 작업에서 작품과 관객의 권력관계이다. 예술에 있어 작품과 관객의 권력관계의 전회는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 <작품에서 텍스트에로>에서, 미셸 푸코가 <저자란 무엇인가>에서 피력했고, 후기 구조주의자들과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논의해왔다. 그들의 논의에서 작품의 의미를 통치하는 존재인 저자의 권력이 약화되고 작품이 미처 의도하지 않은 의미마저 자유롭게 생성하는 전제조건은 독자 혹은 관람자의 권력 획득이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관객 참여적인 미술은 다다, 초현실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등 20세기 미술운동의 주된 관심사였다.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신체와 심리, 긴장 등 관객 참여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미국의 미니멀리즘에서다. 이 전시가 관객과 작가/작품 간의 긴장, 혹은 그러한 권력관계의 이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라면 이러한 미술사적 미술이론적 맥락을 놓친 점이 아쉽다.
작가와 관객의 권력관계에서 드러나는 마조히즘을 다루고자 한 기획자의 입장에서 작품 선정을 이해하자면 고창선, 구동희, 박준범의 작품은 사전에 설정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 관객에 임상빈과 오용석은 조작된 일루전을 제시하는 숨은 권력을 행사하는 작가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몽주와 정재연의 작업에서 관객은 억압적인 권력관계나 가학, 긴장을 느끼기 어렵다. 고무 밴드로 구축한 손몽주의 역동적인 공간을 체험하는 관객과 정재연이 제공한 하얀 벽에 즐거이 흔적을 남기는 관객들의 쾌마저 마조히즘적 관계에 대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전시는 저자(작가)의 죽음을 부인하고 독자(관람자)의 탄생을 논하는 관객 참여적인 미술에서 관객에게 권력이 이양됐다는 사실이 허구임을 드러내고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작가의 힘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동시대미술의 대세적인 관점을 부정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관객과 작품의 권력관계를 재조명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숭고와 마조히즘이라는 개념 및 상호 연관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

정재연  스틸 파이프, 밧줄, 공 2014

정재연 <라는 제목의(Entitled)> 스틸 파이프, 밧줄, 공 2014

CRITIC 젊은모색 201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4.12.16~3.29

“우리가 이 때문에 이전의 삶을 버리고 사막에 오게 되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적어도] 이야기의 소재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Douglas Coupland, 《Generation 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 New York: St. Martin’s Press, 1991, p.8.)
쿠플랜드의 《제너레이션 X》는 전쟁 직후 유럽의 젊은이나 1990년대 일본에서의 신인류가 그러했듯이 무기력한 현실에서 그저 자신들의 도피처인 환상과 같은 설화(Tale)에 빠져버린 회의주의적이고 자기폐쇄적인 미국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2015년 새해 벽두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젊은모색2014전> 이라는 ‘일상의 잔혹동화’도 한국 젊은 세대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고 여기거나 격리되고자 스스로 원하면서 만들어낸 개인적인 상징과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자는 이제까지의 <젊은 모색전>이 대부분 ‘젊은 작가’라는 모호한 기준하에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을 분배하듯이 선정해온 것에 비해 이번 전시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상황을 보다 전면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주제 위주로 꾸려졌다는 점이 반가웠다. 하지만 우리 사회 청년문제가 결국 전체 사회구조적 문제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문제가 잔혹동화나 88만원 세대 정도의 주제로 축약, 분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잔혹동화의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특징은 젊은 세대의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만 부각시킬 수 있다. 덕분에 필자는 젊은 세대 작가들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동화가 아니라 잔혹성에 대항하는 연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평적 연대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참여한 작가들의 고민이 지나치게 우회적으로 표현돼 있으며 그 고민의 출발점도 피상적이거나 모호했기 때문이다. 노상호는 작가가 만들어낸 설화의 이미지들을 관객이 랜턴을 비추면서 재구성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정작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된 동네에 대한 ‘설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 시대에 억압돼서 재발굴되어야 하는 사회적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빛을 비추는 관객의 행위와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유추해 내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엄청난 상상력이 요구되었다. 오민이 말하는, 인간을 억압하는 족쇄와 같은 규칙들이 깔끔한 실내 영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절실하게 전달될지도 의문이었다. 조송의 박제화된 동물들 이미지와 설치가 작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암울한 정서적 상태가 아니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특정한 비판적 이슈를 전달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물론 이들은 직접화법이나 투쟁적 자세를 지양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폐쇄적인 상태에 놓여야만 했던 젊은 작가들의 고민을 관객이 공유하게 하려면 비평의 쟁점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오히려 전시에서는 암울하고 답답하면서도 가벼운 일종의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외형들만이 강조돼 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21세기 한국 젊은 작가들이 사막에서 방향성을 잃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나 만들어가면서 만족해야 한다면 이들이 처한 정서적, 사회적, 미학적 난관들을 피상적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세분화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왜 이들의 대응전략이 개인적인 상징이나 동화의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관객은 작가 개개인의 내러티브보다는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달리 이야기할 방도를 찾을 수 없는 한국 젊은 작가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더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뿐 아니라 기획자의 몫이기도 하다.
고동연 미술사

오민  영상, 3채널 비디오, 6채널 오디오 가변크기 2014

오민 <마리나, 루카스, 그리고 나> 영상, 3채널 비디오, 6채널 오디오 가변크기 2014

 

CRITIC 2015 랜덤 액서스

백남준아트센터 1.29~5.31

이번 <랜덤 액세스전>은 백남준아트센터의 큐레이터 5인이 각각 2인/팀씩 추천한 작가들로 구성됐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예술사 최초의 관객 참여적 사운드 설치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백남준의 〈랜덤 액세스〉(1963)의 미적 의의와 실험성에 반응하는 동시대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그들 작품이 미래를 향해 내뿜는 에너지의 현실적 순환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전시 전체를 압도할 특정 개념의 부제를 내세우지 않으며, 전시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를 허락하지 않는 물리적 환경에서 작품들은 각자의 전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는 백남준의 작품들과 경계 없이 관객 동선을 공유한다. 이러한 큐레토리얼 특성들을 고려해, 이번 전시에 대한 필자의 짧은 비평적 시도를 다음 질문들로 시작하고자 한다. 전시 자체가 어쩔 수 없이 가지는 ‘백남준’이라는 기원과 그것에서 희구되는 예술성에 대한 긴 궁리가 전개되는가? 말 그대로 “임의적 접속”의 가치화를 구체적으로 성취하는 데 필요한 지적 자극이 성공적으로 운집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전시 작품 자체의 창의적 깊이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전시가 고양된 전위적 시각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논리성을 높이 평가해 선정한 동시대 예술작품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현실에서의 궁핍함과 부조리함의 대질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50여 년 전 백남준이 제시한 모종의 미래적 전망에 대한 예감을 전하는 작품들의 생명력을 파악해야 한다. 관객의 신체 운동을 권하고 그 몸짓들을 모니터를 통해 즉각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박승원의 〈멜랑콜리아 1악장과 2악장 합주곡〉, 호기심을 자아내는 낯선 덩어리들로 구획된 공간 연출에 식상하면서도 답하기 난해한 질문을 결합함으로써 관객들의 움직임에 무덤덤한 고민을 얹는 이세옥의 〈미래의 방〉, 세계 대상에 잠복된 모듈의 관계성을 끄집어내어 다시 세계의 모호한 집적을 들추는 오민의 영상작품 등은 백남준의 〈랜덤 액세스〉의 본질론, 아니 어쩌면 그 효용론에 가까워보인다. 과장과 무모함을 허용하고 동작과 사물과 소리의 세속적 경계를 리듬으로 혼란시키는 것은 백남준 예술이 후세에 권한, 모험해야 할 미궁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양정욱의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 연작은 요언(妖言)이 난무한 이 시절에 둔중한 조형물의 이합운동으로 관객의 미세한 세부를 찌르는 듯한 이야기를 펼친다. 김웅용의 영상작품 역시 영화 미디어에서의 말과 그림의 존재적 궁지를 해결할 표현을 찾아 나선다. 물론 이러한 단문들로 이 전시에 참여한 젊은 예술가들이 미디어사회를 곡진하게 살피기 위해 제시한 감각의 문법들이 쉬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예술 기획에서 시대적 허기와 예술가의 허약함을 극복하려는 백남준 정신에 대한 그리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이 전시가 부제를 숨긴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임산 동덕여대 교수

CRITIC 우주생활

일민미술관 2.6~5.17

지금과 달리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 골방에 앉아서 신문에 실린 기사 한 줄, 잡지에 나온 사진 한 장에 심장을 두근거리며 우주를 상상하는 아이를 생각해보자. 갈 수는 있을까, 어떻게 가능하지, 외계인은 있을까, 무섭게 생겼으면 어떡하지 등등. 기획자 이영준이 말하는 ‘표상으로 하는 우주생활’이란 다른 게 아니다. 사진 논문 기사 등 간접적 정보는 있으나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머리로만 생각할 수밖에. 이것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었다. 몸이 있는 곳은 지구나, 바라보는 곳은 우주인 그때 그 시절의 우리. 이러한 심성은 서문에도 ‘엉뚱한 형태’로 등장한다. “마트계산대에서 이 쿠폰이 왜 할인적용이 안 되냐고 따질 때의 호기와 논리력으로 우주 관련 데이터가 정말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는 것이 ‘우주생활’이다.” 몽상과 일상의 기묘한 조합이자 즐거운 아이러니다.
이것은 전시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전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자료가 뼈대를 이룬다. 우주선 설계도, 실험 사진, 발사 장면, 관객 반응, 각종 기계장치와 여러 은하계 행성 등 NASA가 몇 십 년 동안 축적한 우주 관련 사진자료가 전시장 곳곳을 가득 채운다. 우주생활을 음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양과 강도다. 그리고 감각의 확장을 약속하면서 작업들이 이러한 현실에 구멍을 판다. 현실의 인장이 진하게 찍힌 ‘스트레이트’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전시’입니다” 눙치는 것처럼 마냥 말이다. 방식도 다양하다. 인식의 한계를 정당하게 성찰하는 회화(김지원), 대상을 바꾸어 기술적 숭고를 그대로 반영하는 사진(조춘만), 과학의 이면을 무의미하게 정밀한 예술로 역추적한 작업(김홍석), 우주생활을 반(反)-반(半)기계적인 나무 인공위성으로 눙치는 설치(김나영・마스) 등. 물론, 종류만 다를 뿐 하나같이 ‘농담’인 것은 마찬가지다. 농담 같은 현실, 아니 농담이 섞인 현실, 어쨌든 현실을 돌파하는 방식들이며, 그때마다 우주는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로 질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SF 번역가 박상준의 지적대로 현재 ‘우주’는 한물갔다. 과학과 인문학 양쪽에서 상상력의 엔진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냉전이 치열하던 1980년대 ‘별들의 전쟁’ 때까지는 부정적이어도 어쨌든 ‘우주’가 기술문명의 상상력을 끌었지만, 지금은 ‘디지털’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과학소설의 최근 경향도 이러한 현상을 증명한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이라인 등 우주과학 일변도의 초기 하드 SF에서 과도기를 거쳐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1984) 같은 사이버펑키 장르로 전환된 것도 그때다. 상상력의 장소도 크기도 축소된 것이다. 그래서 이 전시가 반가웠다. 조금은 망각된 상상력의 원천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니까. “우주시대를 달리는 고성능 휘발유! 국내 유일한 호남정유의 슈프림.” 그랬기 때문인지, 우주인 내조자의 인터뷰기사들과 신문 한 면을 정확히 반분하여, 주유기를 들었지만 미래형 복장을 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하는 광고를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날 수밖에. 소박하지만 정직하게 상상하는 태도, 진지하게 하는 농담, (층위가 다르긴 하겠지만) 내게는 그게 더 알레고리 같았다.
김상우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