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1월-2

풍경을 만나다

갤러리 나우 1.14~20

김경호 박영무 박혜정 안순분 이훈 이흥우가 참여해 <풍경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연다. 수없이 스쳐 지났을 풍경들이 어느 순간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남긴 흔적들을 사진예술회원 6명이 포착해 보여준다. 박영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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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서은애

마흔 넘어 붓 놓긴 글렀어

UNC 갤러리 2014.12.23~1.16

40대 작가 12인의 그룹전. 청년시절의 풋풋함을 간직한 채 어느덧 불혹을 맞아 노련함을 더한 12인의 중견작가가 모여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입문시기 초심을 기억하며 유명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은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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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임선구,_움직이는_숲,_종이에_연필,_29.6x61.2cm,_2014

생성된 풍경

갤러리 가비 1.15~29

일상의 사건과 기억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을 재구성하여 각자의 풍경을 구현하는 임선구 조미나 홍재진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은 사물의 외형을 왜곡, 변형시킨 사물을 등장시키며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임선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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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소현

마음의 기억

단원미술관 2014.12.18~1.18

감추어두었던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마음의 기억>. 이번 전시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상실감을 드러내는 작업들과 상처를 위로하고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주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한소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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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형섭

동아시아국제교류전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2014.12.17~2.28

대안적 미술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한국과 대만,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큐레이터 6명이 협력한 전시. 29명의 작가가 ‘지금 예술인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그림과 사진, 영상, 설치미술을 통해 이야기한다.
조형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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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황영기

황영기

이공갤러리 1.22~28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중첩, 나열, 병렬, 에디팅의 덧붙이기 등의 기법으로 보정하고 무한 복제와 전송 시스템을 활용하는 작가 황영기의 개인전. 작가는 ‘디지털 노마드’ 라는 타이틀아래 우리 시대의 삶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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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곽상원

곽상원

갤러리 이마주 2014.12.11~1.5

<헤엄치는 새>라는 제목으로 낯선 곳에 던져진 실존적 존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곽상원의 개인전. 작가는 정처 없이 배회하는 인간의 시선이 머무는 장소를 통해 정체성조차 익명화되어버린 지금의 시대를 평면회화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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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빈우혁

빈우혁

갤러리 바톤 2014.12.17~1.17

이상적 아름다움을 뜻하는 전시명 <아르카디아>는 숲이나 공원 등 작가가 자주 찾는 주변 장소에 대한 세심한 탐구와 회화화 시도가 작품의 출발점이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는 독일의 지명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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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문상직

문상직

갤러리 제이원 1.6~17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서정적인 풍경을 그리는 작가 문상직의 개인전. 작가는 완만한 곡선과 포근한 색채로 자연을 내면으로 끌여들여 재구성하는가 하면, 단순화하고 왜곡시켜 내면을 물들이는 심상풍경을 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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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금산-김창겸

김창겸

금산갤러리 1.7~2.1

‘이미지와 실제’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이미지를 합성하고 편집 기술 프로세스를 통해 가상 현실을 창조하는 김창겸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그간의 대표작과 최근작인 비디오 설치작업 10여점과 사진작업 4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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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한혜연

한혜진

아트필리아갤러리 1.7~20

생명력을 잃지 않는 존재,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며 경험을 통한 감정을 꽃의 형상으로 나타내는 한혜진의 개인전. 작가는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생각과 상념들을 비우려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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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서신 윤길현_그녀에게주는선물_75x35x56cm_2014

꽃미전:11 <사람 사이>

서신갤러리 2014.12.27~2.28

한 해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꽃미전』. 박성수 박시완 양순실 이주리 윤길현 윤철규 조헌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인간, 관계, 사람과 사람의 사이이라는 의미의 부제를 붙이고 인물 작업을 하는 작가 7인을 초대한다.
윤길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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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최진욱

최진욱

더케이갤러리 1.28~2.3

나무상자를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최진욱이 주변의 일상을 기록한 입체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일정 크기의 나무상자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나무인형을 통해 정해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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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박성환_’14_그녀의_해(her_sun)_聖水,_acrylic_on_canvas,_53_x_41cm

박성환

토포하우스 1.14~20

한국의 미는 언어-광학-시지각적 조형구축의 한계가 없는 영적 창조 그 자체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박성환의 개인전. 작가는 지난 전시인 <朴성환의 영적-실재 그 자체의 세계 우주최초 창시 전>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들을 <그녀의 해>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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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박주호_fresh

Fresh

갤러리 마레 1.5~20

산뜻하고, 신선한 작품의 전시로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희망을 전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 박주호 에밀리영 두 작가의 조합에서 생성된 참신한 이미지는 새로운 시작의 의지와 희망을 보여주며 작품에서 풍기는 아름다운 느낌과 주제는 보는 이의 가슴을 편안하게 한다. 박주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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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문형태

문형태

롯데갤러리 광복점 2014.12.11~1.25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표현으로 본인 내면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문형태 개인전 . 이번 전시는 흥미로운 구성을 통한 문형태 작가의 다채로운 신작을 선보이며 전시장에서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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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낙_월간미술_1월_프리뷰

전낙

에이블서울갤러리 2014.12.17~1.13

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작가 전낙의 첫 개인전. 작가는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일상의 테두리에서 소재를 찾아 부단히 노력하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했다. 작품 속 말풍선을 통하여 때론 환하고, 때론 어두운 사람들의 마음을 투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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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최예태

’14 – ’15 송구영신 24인 초대전

예일화랑 2014.12.20~1.10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결산하고 2015년 새해를 맞이하는 전시. 장두건 하반영 전뢰진 이한우 이동표 조규일 김형대 윤명로 정관모 최예태 신현국 우희춘 신종섭 송용 서봉한 곽석손 양태석 신범승 김충곤 이건임 이병학 김재열 이수 김수남이 참여한다. 최예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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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임정민

임정민

경인미술관 1.14~20

단순화한 꽃의 형상을 소재로 외형과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는 임정민의 개인전. 개인 감정의 사회화를 표현하기위해 꽃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선정한다.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기억, 감각, 감정 그리고 추억들이 타인의 전이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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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백영수

근·현대 한국 미술의 흐름

해든뮤지움 2014.9.5~3.1

해든뮤지움의 소장품 중 한국미술의 변화를 주도하며 전통 동양화의 독자적 환경을 이룩한 36명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한국만의 고유한 정신성이 담긴 추상미술과 예술적 시도로 한국미술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영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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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겐마-부산달마이길62번

겐마 히사타카

갤러리 파비욘드 1.26~2.4

일본인에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3년이 되는 작가가 그린 한국 풍경은 우리가 우리 땅에서 의식하지 못한 채 잊고 살아가는 감정들을 되살려낸다. 작가의 철학적 사상과 감정, 경험을 기록적인 풍경 묘사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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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김령

김령

갤러리 그림손 1.7~20

작가는 인생의 덧없음을 역설적으로 나타내기위해 꽃의 화려한 모습을 반짝이는 비즈 알갱이로 부각시켜 표현한다. 아무리 화려하고 찬란한 꽃이라도 시간이라는 실제 속에서 덧없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경험하며 삶의 덧없음을 전한다.

 

 

KIM SHIN’S DESIGN ESSAY 6

과잉 사회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호칭으로서 ‘씨’는 상대방을 꽤 높여주는 말이었다. 사전에서도 씨를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제는 씨가 별로 대접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씨’ 대신 차라리 ‘님’을 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그 사람의 직위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사장님, 실장님, 대리님, 위원님 하는 식으로 호칭을 붙여야 그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 대접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개씨라고 말하면 왠지 그 사람을 하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직위를 모르면 차라리 아무개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늘날 호칭은 과잉되었다.
실수를 한 점원이 고객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쩔쩔매며 “네 네 고객님” 한다. 고객은 왕이 아니지만 기업은 고객을 왕으로 모실 것을 직원들에게 강요한다. 그리하여 고객을 높이 받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팔 물건까지 높이는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난다. “네 고객님, 이 물건은 1백만 원이세요.” 1백만 원이 아니라 수억 원의 물건이라도 물건이 높임을 받을 순 없다. 오늘날 서비스는 과잉되었다.
영화 <카트>를 보면 계산원이 잘못했다며 벌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손님은 계산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고 명령한다. 진상 주민들에게 고통 받은 아파트 경비원도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의 오너 2세 조현아 씨도 승무원을 무릎 꿇리고 잘못을 빌라고 했다 한다. 아니 승무원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었다는 말도 있고. 어찌되었든 잘못을 하면 무릎을 꿇는 것이 기본이 된 거 같다. 오늘날 사죄 방식은 과잉되었다.
얼마 전 수입 자동차 브랜드 행사장엘 갔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핸들과 대시보드를 보니 뭔 작동 버튼이 그렇게 많은지…. 내장 컴퓨터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것은 기본이고 메뉴가 엄청 많고 아주 디테일하게 각종 정보들을 보여준다. 구식 자동차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 차를 몰다간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자동차뿐인가. 스마트폰, 카메라 같은 기기들은 쓰지 않는 기능들로 가득 차 있다. 각종 물건의 기능 역시 과잉이다.
과잉은 현대 소비사회의 본질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으로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자동차는 극도로 호사스러운 물건이었다. 자전거조차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자동차는 오죽했을까. 20세기 초반에 헨리 포드가 저렴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자 자동차는 민주화되었고 이제 지위재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GM에서 스타일링을 통해 화려하고 값비싼 자동차들을 내놓음으로써 특별한 자동차 소유로 자신을 뽐내고 구별짓기를 하고자 하는 부자들의 욕망을 충족해주었다. 이때 나온 럭셔리카들은 쓸데없이 과잉된 디자인을 낳게 된다. 화려한 크롬도금, 테일 핀 같은 디테일이 추가되고 형태는 비행기를 흉내 내기까지 한다. 전화기, 오디오, 라디오, TV, 컴퓨터가 모두 그런 진화과정을 거쳤다.
모든 사람이 그 물건을 소유했다는 것 자체로는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을 때 물건은 과잉적 속성을 띠기 시작한다. 어떤 기능을 갖추었느냐, 어떤 재료로 만들었느냐, 마감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물건의 가격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평범한 물건에서 지위재로 격상된다. 그렇지만 기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외모를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은 좀 더 쉽게 물건이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금으로 만든 시계라고 시간을 더 잘 알려주는 건 아니다. 독일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혁신은 고갈되지 않는다”고 혁신 찬양의 말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혁신은 고갈되는 것 같다. 그럴 때 과잉 디자인은 얼마나 좋은 대안인가. 뭔가를 과잉되게 디자인하는 건 고갈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편도 요금이 1000만 원 넘는 비행기 1등석 손님은 도대체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아야 할까? 서비스가 과잉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 서비스는 마치 루이 14세가 통치하는 베르사유 궁전의 대단히 복잡하고 엄격한 궁전 법도를 흉내 내기에 이른다. 그런 법도 아래에서 인간은 초라한 노예가 되어 절절매게 되는 것이다. ●

위 감정의 시대 프로젝트팀(김숙현 임샛별 조혜정)이 2014년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열린 <감정의 시대: 서비스노동의 관계미학전>에 선보인 영상작업 <역할극> 스틸컷

[Art Journal]

장민승__보이스리스_전시전경

여다함__죽은 불_ 전시전경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예술가 창작 지원의 새로운 방향

슬기와 민, 장민승, 여다함 제15회 후보작가 전시 열려

제15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작가인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의 전시가 2014년 12월 18일부터 오는 2월 15일까지 서울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에 위치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은 신작 <테크니컬 드로잉>을 통해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투명한 세계를 구축하는 데 동참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정체불명의 대상을 흐릿하고 거대하게 확대한 프린트 작업을 선보였다. 사진, 음악,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작가 장민승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접하고 무기력과 우울증을 느꼈다며 일본 고유의 함축적인 시 하이쿠와 소리 없는 언어인 수화(手話)를 통해 슬픔을 애도하고 치유를 희망하는 작업 <보이스리스>를 발표했다. 또 다른 후보작가 여다함은 버려진 플라스틱 포장재를 석고 캐스팅한 <죽은 불>과 세계 각지에 있는 동상의 자세를 춤으로 연결한 작업 <무뢰한 정신>을 출품해 현대사회에서 진리의 오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 미술상은 작가 3명을 선정해 작품 제작 및 전시를 지원하고 전시 평가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제15회 최종 수상자는 오는 2월 13일 발표된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지난 2000년 국내 진출 외국 기업 최초로 제정된 미술상으로 지난 15년간 중견 작가보다 젊은 작가 발굴에 앞장서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단 측은 수상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한국 미술계에 젊은 작가 층은 한정된 반면 그동안 시상제도가 급격하게 늘어나 이 상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카트린 츠키니트 재단 이사는 “후보 작가 없이 16회부터 수상자 1명을 선정해 파리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신작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작가들에게 수준 높은 창작지원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더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한국현대미술 현장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추어 미술상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부터 전 몽인아트센터 디렉터로 활동한 김윤경이 아뜰리에 에르메스 디렉터로 참여한다. 김 디렉터는 에르메스 재단이 한국과 프랑스의 국제교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작가 지원뿐 아니라 프랑스의 전도유망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위에서부터 슬기와 민 <테크니컬 드로잉>, 장민승 <보이스리스>, 여다함 <죽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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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8)

개인 컬렉터가 사랑한 한국근현대미술
서울미술관 소장품전〈거장〉〈오 홀리나잇!〉열어

서울미술관은 11월 28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소장품전 〈거장〉과 〈오 홀리나잇!〉 을 이어간다. 〈거장〉은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근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36명의 회화 7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작 중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가 특히 주목된다. 한편 〈오 홀리나잇!〉은 운보 김기창이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을 한국적인 성화로 재해석한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을 선보인다. 두 전시는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사진)이 지난 30여 년이란 세월 동안 수집한 작품의 일부를 대중에 공개하는 자리로 한국근대미술을 향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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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콜렉터
역사적인 미술품 기증, 광주에 자리 잡는다
하정웅미술관 건립 추진

광주시가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사진)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이름을 딴 가칭 ‘하정웅미술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장현 광주시장과 하정웅 명예관장은 하정웅 컬렉션을 상설전시하기 위한 공간 건립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쳤다”며 “건립될 공간은 전시공간과 수장고 등을 갖춘 전시관으로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과 같은 분관의 성격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하정웅미술관’ 건립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같은 이유는 하 명예관장의 미술품 기증 역사가 광주시립 미술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하 명예관장은 고(故) 오승윤 화백과의 인연을 계기로 미술품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1992년 고 오승윤 화백과 함께 광주시립 미술관을 찾은 하 명예관장은 개관 초기 시립미술관이 소장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자신이 평생 수집한 작품들을 기증하게 된 것. 하 명예관장은 1993년 212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모두 2,524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 시·도립미술관 에서 하 명예관장 기증 작품 순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하 명예관장의 기증 정신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전국 시·도립 미술관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전시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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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_이종만

전주_최수일

전북미술계를 결산하다
이종만 목정문화상, 최수일 전라미술상, 이호철 김치현청년미술상에 각각 선정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은 제22회 목정문화상 미술부문 수상자로 서양화가 이종만을 선정하고 12월 28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창작지원비 1,000만을 지원하는 시상식을 열었다. 이종만은 원광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고 1978년부터 중등학교 교사로 34년간을 재직하면서 한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11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라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일청)와 김치현청년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신동)는 제20회 전라미술상 수상자로 문자조형작가 최수일을, 제4회 김치현청년미술상 수상자로 조각가 이호철을 각각 선정하고 12월 12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작가 최수일은 회화성을 가미한 미술서예를 추구하면서 현대적 문자조형을 선보였다. 전주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서각을 중심으로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큐레이터를 역임하였다. 조각가 이호철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현실에서 느끼는 권태와 위트, 서정성을 중심으로 유희적 태도를 견지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현재 전북대 미술대학 조소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구상조각대전에서 장려상과 대교문화재단 조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라미술상은 전북화방 고 이승갑 사장의 후원으로 1994년 제정되었다. 김치현청년미술상은 고 김치현 화백의 유지를 모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제정되어 유족이 지원하고 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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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다띠스

쉽게 다가가는 미술시장
까레다띠스 오픈

2014년 12월 10일, 서울 삼청동에 프랑스 갤러리 까레다띠스Carréd’artistes가 개관했다. 현대미술 대중화를 목표로 2001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시작해 현재 파리, 뉴욕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 30개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까레다띠스 서울 지점은 아시아 최초로 오픈해 특히 주목된다. 갤러리 소속작가 중 선정된 20명의 작품 9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사이즈 작품을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해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쉽게 미술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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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예술의 낭만주의를 찾아서
실험적 예술프로젝트 2014

대구예술발전소가 기획한 <실험적 예술프로젝트 2014>가 지난 12월 9일 개막했다. ‘수퍼 로맨틱스’(Super Romantics)를 표제로 내건 이번 전시는 1월 25일까지 계속되며 현대 미술의 여러 영역에 걸쳐 이완 전리해 차지량 왕우양을 포함한 국내외 작가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퍼 로맨틱스’이란 말은 유진상 전시 총감독계원예술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자면, 과거의 낭만주의 개념을 이루던 유무형의 여러 태도가 현재에 이르러 더욱 강화돼 드러남을 뜻한다. 낭만주의가 오늘날의 새로운 문화에서 어떤 양상을 띠는지를 작업의 동기로 삼아 풀어내는 시도가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이다.
전시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복합적인 매체실험을 시도한 3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실험적인 색을 입힌 작업은 전시가 벌어지는 대구 지역 작가 조명과 국제 교류에 의해 다양성을 보장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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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험적 예술프로젝트 2014>는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간 어렵거나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낭만주의’를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흥미롭게 환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거꾸로 현대미술을 전시장에 펼쳐놓기 위해 낭만주의를 억지로 뒤틀어 끌어왔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시감독이 언급한 대로, 낭만주의는 보통사람과 전문가 사이에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사조다. 근대사회 이후 등장한 낭만주의와 거기서 파생된 예술사조에 굳이 사회학적 관점을 적용해 냉랭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 입장에 선 기획자와 감독들은 디지털 세대의 일반인에게 ‘사실은 이런 것이 예술에서 통하는 낭만주의’라고 명쾌하게 밝히는 태도 대신 대중이 생각하는 모호한 낭만성에 전시 홍보를 은근슬쩍 기대어버린 듯하다. 이는 매우 영리하거나, 혹은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겠다한 면이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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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작품

한국 조각에 힘을 더하다
김윤경, 최태만 김종영조각상 김종영학술상 각각 수상
제13회 김종영조각상과 제2회 김종영학술상 시상식이 지난 12월 12일 김종영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조각상 수상자인 김윤경(사진)은 그동안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1970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거쳐 영국 골드스미스대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학술상을 수상한 최태만은 1962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2010 이천국제 조각심포지엄〉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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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전경 (2)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
고은사진미술관에서〈다큐멘터리 스타일전〉열려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 <다큐멘터리 스타일> (2014.12.9~2.25)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을 스타일, 즉 형식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조망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고은사진미술관이 지금껏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추구해 온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지방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으로서 <부산사진의 재발견전>(2011.7.16~2011.10.2)을 통해 중요도에 비해 얕고 척박하기 그지없었던 부산지역의 사진 역사를 전시와 담론의 맥락에서 끌어냈고, 이후의 지속적인 연계 전시로 부산사진을 연구·정리해왔다. 뿐만 아니라 <근원The Origin전>(2012.12.8~ 2013.2.21)을 통해 부산사진에서 한국사진으로 확장하여, 한국사진의 역사적 정통성과 사진 본질의 정통성에 근거한 11인의 동시대작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형식과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주는 사진가 8인의 작업을 통해 사진의 형식적인 요소와 내용적인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을 부분적으로나마 제시하려 한다.
이번 전시에는 노순택, 박홍순(사진), 손승현, 이갑철, 이상일, 강용석, 이상엽, 주명덕이 참여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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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미술 (1)
후학들을 위한 기금 마련 전시
홍대, 미술대학 교수작품전 열어

홍익대 현대미술관(관장 전영백)은 2014년 12월 3일부터 23일까지 <LA캠퍼스 건립을 위한 201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 교수작품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는 홍익대 교수 63명이 참여 작품 120여 점을 선보였다.
학교 측은 “후학을 위해 판매금을 기부형식으로 내놓아 그 의미가 크다”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홍익대는 LA에 해외캠퍼스를 건립, 매년 300여 명의 학생을 파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ditor’s Letter]

어제 같은 오늘

젊음과 늙음의 경계는 오늘에 있다. 늙은이의 오늘은 과거와 가깝고, 젊은이의 오늘은 미래와 가까운 까닭이다. 늙은이는 어제를 회상하고 젊은이는 내일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지금에 나는 분명 늙은이 임에 틀림없다. 언젠가부터 미래를 꿈꾸기보다 과거의 기억을 갉아먹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좀처럼 희망이, 밝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호 특집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를 담당한 임승현 기자는 우리 편집부 식구 가운데 가장 젊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데, 십 수 년 나이 차이 나는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오죽이나 세대 차이를 실감 했을까. 그래도 내일을 좇는 임 기자에게 이번 기회는 여러 모로 공부가 되었을 게다.
최근에 본 전시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장면 있다. 먼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레트로 ’86-’88전〉(11.14~2015 1.11). 액자소설 같은 이 전시에서 그림마당 민 전시(김인숙 박영숙 윤석남 정정엽 등)와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던 <로고스&파토스전〉(노상균 문범 문주 이기봉 등) 은 그야말로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국제갤러리 도날드 저드와 조습의 개인전이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이 전시를 흥미롭게 견주어 본 이유는 이들 전시 사이에 존재하는 성격 차이와 다름의 간극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 현대미술의 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을 추구하고 차별화/전문화된 입장에서 미술과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가들의 폭넓은 스펙트럼 말이다. 이런 다양성의 공존이야말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층을 두텁게 하는 요소일 게다. 이렇듯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 절대적인 가치판단도 불가능하고 우열도 없지만 호(好)-불호(不好)는 가능하다. 그러니 창작자와 향유자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판단하고 즐기면 된다. 여기서 《 월간미술》이 아주 적절한 ‘참고서’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월간미술》이 ‘교과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충 한번 쓰윽 훑어보고 버리는 그저 그런 ‘잡지(雜誌)’ 나부랭이도 아니다. 서가에 두고두고 꽂아 놓고 다시 꺼내서 보는 ‘책’이다. 전문가와 일반인은 미술을 대하는 눈높이가 다르고 기대치에서도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러니 누구나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시의 차이와 간극을 즐기듯《 월간미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느덧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多事多難하지 않았던 해가 어디 있었으랴. 그럼에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유독 깊게 남는 2014년이다.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길 바란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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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o

김언호 한길사 대표

마감기간이 되면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사진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김신의 디자인에세이 참고도판으로 헤이리 한길책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윌리엄모리스의 《초서저작집》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김 대표에게 S.O.S.를 청했다. 이 박물관은 윌리엄 모리스의 책공방 캠스콧 프레스가 간행한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김 대표는 몇 번 통화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책을 예술품이라고 생각하며 책 만드는데 정성을 쏟는다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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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정은영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

저드 재단 공동대표의 바쁜 일정에 맞추어 촉박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대담 진행을 맡아주었다. 그리고 전시 리뷰까지. 이번 도날드 저드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덕분에 가능했다. 정 교수는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에서 미술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댄 플래빈(Dan Flavin)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윌리엄앤메리대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방문교수, 필립스 컬렉션 미술관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한남대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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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MG_0391권유정 전시코디네이터

전시 진행을 위해 서울과 창원을 오가는 생활을 했던 권유정 코디네이터. 창원 현지에서 취재진을 이끌고 현장을 설명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소박한 듯 큰 행사라고 정의했다. 이 전시가 열린 창원은 현란함이 매력적이었다는 말과 함께.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대미술 행사가 쉽지 않았지만 그러한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이번 비엔날레가 일조할 것임을 확신했다. 미술이론과 예술경영 프로그램 등을 공부한 그녀의 관심사는 당연히 ‘커뮤니티 아트’다. 큰 키만큼이나 성장했을 계기가 되었길.

[Column]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문화도 복지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14년 10월 28일 홈페이지 센터소식란을 통해 ‘11월 17일부터 2015년 1월 28일까지 전시교체 및 전시장 공사를 위해 전시장을 부분 운영하고 휴관한다’고 공지했다. 이 공지에 따라 1984년 새해 첫날 백남준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중계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을 기념하여 7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개최한 <굿모닝미스터오웰2014>를 개편하여 1층에서만 연장 운영하고 2층은 휴관하고 있다. 결국 백남준아트센터 1층과 2층에서 열리던 전시는 <굿모닝미스터오웰2014 하이라이트>란 이름으로 축소돼 1층에서만 연장 전시하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은 첫째, 백남준아트센터가 새로운 기획전을 꾸릴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전시를 연장해야 하는 형편이며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2층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백남준아트센터가 그동안 보여준 기획 역량을 고려할 때 새로운 기획전을 준비하지 못하고 기존 전시를 축소하여 연장할 수밖에 없었음은 백남준아트센터가 현재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11월 19일자 온라인판《 아시아경제》 기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올해 경기도미술관의 예산은 9억2,250만 원에서 2억6,000만 원, 실학박물관은 8억5,000만 원에서 1억9,992만 원, 백남준아트센터는 5억1,600만 원에서 2억3,120만 원으로 거의 대부분 50% 이상 삭감되었고, 백남준아트센터는 예산이 없어서 2층 전시공간을 폐쇄하는 등 공간 축소를 진행한다고 한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경기창작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실학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등과 함께 경기문화재단에 소속돼 있다. 비영리 공익 재단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문화재단으로 1997년에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은 2001년 1,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2002년부터 사무총장 직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2005년 경기도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경기문화재단은 2008년 3월 1일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통합을 단행하고, 그해 8월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했다.
문제는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로부터 받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것에서 비롯됐다. 경기도의 문화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2008년 이후 계속 삭감됐다. 즉 2008년 286억 원이던 출연금이 2009년에는 250억 원으로 줄었으며, 2010년에는 687억 원이 책정됐으나, 대부분 어린이박물관과 전곡선사박물관 건립비로 배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 운영예산은 200억 원대였다. 2012년 218억 원이던 출연금은 2013년 111억 원으로 줄었다. 경기도가 문화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계속 줄여야 했던 배경에는 문화예술을 위한 가용예산을 줄여야 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즉 지난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지자체가 매칭펀드를 조성해야 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급식, 보육 등의 복지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이쪽으로 예산을 집중 배정하다보니 애꿎은 문화예산을 줄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008년 도립박물관과 미술관이 문화재단에 통합된 이후 경기문화재단은 도립이면서도 민영화하였고, 경기도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각 소속기관에 분배하면서 예산 기근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운영예산의 거의 90%를 출연금에 의존하는 경기도미술관이나 백남준아트센터의 운영 악화는 예견된 사태였다. 결국 경기도박물관이나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구입예산이 몇 년째 전액 삭감된 상황이며 백남준아트센터는 기획전시의 축소연장과 2층 전시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사태는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감사에서 ‘재단 사무처 및 산하기관의 출연금 대비 사업비가 매년 감소하여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에서도 확인된다. 경기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재정 악화는 경기도의 출연금에 의존한 채 경영에 소홀했던 경기문화재단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인 ‘문화이음’ 선포식 개최, 재계 인사를 주축으로 한 문화예술기부후원회 ‘문화이음 소사이어티’를 발족하는가 하면 재능기부를 유도하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인문학강좌, 콘서트 등을 개최했다. 이 문화이음 사업으로 문화재단이 2013년 8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경기도의 출연금이 점진적으로 삭감되고, 증액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일찍부터 기금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점은 문화재단 소속 각 기관에도 해당한다. 매년 출연금이 삭감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각 기관장이 높은 전문성 못지않게 예술경영에 대한 비전을 갖고 기금 확보를 위해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먼저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문화의 시대’란 허망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가난을 문화예술의 미덕으로 여기거나 문화예술이 행정의 장식쯤으로 치부된다면 기껏 지어놓은 문화예술기관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며, 그만큼 문화발전도 기대할 수 없고 사람들이 누려야 할 문화권리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도 복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급식과 보육은 당장 시급한 것이지만 정상적인 문화예술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가까운 장래에 문화예술의 빈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 것에서 손 쉬운 대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복지로 보고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태만・국민대 교수

[Column]

나라 밖의 우리 문화재, 오해와 이해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을 다루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게 된다. 문화재를 다루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들에 대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들 문화재에 대한 총체적인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개인 소장품을 포함하여 전부 몇 점이나 되는지, 국가별 소유 숫자는 얼마나 되며, 그 나라들의 어떤 기관이나 개인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회화, 서예, 조각, 도자기, 금속공예, 목칠공예, 기타공예, 석조물, 건조물 등 분야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시대적 분포는 어떻게 되며, 격조는 얼마나 높은지, 반출 경위는 어떠한지 등등 하나같이 규명을 요하는 상태이다. 이것들이 어느 정도 파악되어야 반드시 환수해야 할 것과 현지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올바르게 소개하는 데 활용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이러한 일은 워낙 방대하고 시간과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개인이나 민간단체에서는 ‘제대로’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가가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장기간에 걸쳐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되었으나 설립된 지 2년밖에 안되어 인적구성, 예산, 시설 등 모든 것이 어설프고 어려운 점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제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조사 연구, 활용 홍보, 경영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기초를 잡아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한 점 한 점 모두 보배롭지만 동시에 우리 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밤송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밤송이 안에 맛있고 건강에 좋은 밤이 들어있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수많은 가시와 두껍고 견고한 껍질에 싸여있다. 섣불리 밤알을 꺼내려다가는 손바닥이 가시에 찔리거나 자칫 떨어뜨릴 수도 있다. 소중한 밤알을 꺼내려면 먼저 그것을 둘러싼 가시와 껍질을 제거해야 한다. 밤알은 알토란 같은 우리 문화재, 가시와 껍질은 많고도 견고한 저해요인인 셈이다. 문화재 환수나 현지 활용은, 밤송이의 수많은 가시나 단단한 껍질처럼 예민한 저해요인들과 장벽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실현이 가능한 일이다. 계절이 바뀌면 밤송이는 스스로 입을 벌리고 밤알을 밖으로 토해낸다.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들도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꿈같은 생각을 해보지만 마음이 조급한 우리는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가 없다.
외국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많은 국민은 막연하게 ① 외국에 있는 문화재는 모두 약탈 문화재이고, ② 따라서 모두 환수해야 하며, ③ 환수하되 우리 돈은 한 푼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는 약탈 문화재와 더불어 국가 간의 외교적 선물이나 무역거래, 개인 간의 선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환수’ 못지않게 현지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올바르게 소개하는 데 쓰는 ‘현지 활용’도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한번 빼앗기거나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는 대부분 어떠한 형태로든 대가를 치러야 하므로 단돈 10원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거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이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대대적, 적극적으로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해 자국의 수많은 문화재를 환수하고 있는 것은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우리는 그렇게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이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의 국위를 세계만방에 드높이 선양하고 자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양시킴으로써 보다 큰 국익을 도모하고 있는 사실만은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
해외의 우리 문화재 환수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서두른다는 점이다. 성급하게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두르면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반면에 오히려 장래의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경우, 더 많은 문화재가 더욱 깊이깊이 숨어버리게 된다. “문화재 환수는 조용히, 느긋하게, 치밀한 계획하에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이유이다.
해외 소재 문화재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너무도 안타까운 것은 그중의 절대 다수가 ‘사장(私藏)’ 또는 ‘사장(死藏)’되어 있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공공의 박물관이나 기관들에 소장된 문화재들조차 수장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듯 무관심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 있던 외규장각의 의궤들도 박병선 박사의 노력에 힘입어 세상에 밝혀지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사장 상태에 있었다. 유사한 예가 수없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장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우리 문화재들이 현지에서 빛나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다방면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 박물관들의 학예원들을 초청하여 한국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고조시키고, 아울러 보존 상태가 열악한 문화재들에 대하여는 우리의 인력과 기술을 동원하여 보존처리를 해주는 일 등은 그러한 예의 대표적 경우에 해당된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우리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해외 소재 문화재는 어림잡아 최소한 15만6,000여 점에 달하며 그중 6만7,000여 점이 일본에 있다고 파악되지만 실제로는 곱절이 넘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본 소재 우리 문화재가 다른 어느 나라에 있는 것들보다 값져서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에 우리 정부가 요구한 4,000여 점의 문화재 중에서 1,432점이 환수되었으나 격조가 높지 않은 것이 다수를 차지했다.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과 다급한 경제협력 때문에 문화재 환수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기가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의 한국문화재 소유 상황을 폭넓게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에 알려주지 않고 숨긴 데에도 원인이 있었음이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해 밝혀졌다. 보도에 의하면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의 박물관, 대학, 동양문고 등이 소유한 한국문화재의 현황과 반입경로 등을 조사하고 문서로 작성까지 했으면서도 우리 정부의 반환 요청을 염려하여 그 문서들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일한회담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이 제기한 소송에서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의 도쿄고등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따르면, 1965년 한일회담 관련 문서들 중에는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문화재 목록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한국의 반환 요청을 염려하여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일본 정부가 한일회담 관련 외교문서 1,916건을 공개하면서도 22건은 밝히지 않았는데 그중에 문화재 관련 문서가 8건이었다. ‘한국 국보 고서적 목록’, ‘한국 국보 미술공예품 목록’, ‘이토 히로부미 수집 고려도자기 목록’ 등이 그중에 포함되었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일본 소재 한국문화재를 폭넓게 조사하여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우리 정부에는 비밀에 부쳐온 것이다. 그 개연성은 진작부터 짐작해온 바이나 이번에 일본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그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이 우리 문화재를 이처럼 꼭꼭 숨기고 있고 사장(死藏)상태를 이어가고 있어서 우리 국민은 어떤 소중한 문화재들이 그 나라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각종 전시를 통한 현지 활용조차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 일본이 최소한 어떠한 우리 문화재들을 소유하고 있는지라도 밝히면 좋겠으나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일본에 사장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밝힐 것인지 지혜를 모으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모든 기회를 엿보는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극도로 경색된 한·일 간의 외교관계가 완화되고 우호적인 관계를 되찾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 속에서 우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해 ‘돌아온 문화재 총서’의 두 번째 사업으로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의 노력에 힘입어 1996년에 일본 야마구치현립대학(당시 야마구치여자대학)으로부터 되돌려받은 ‘데라우치문고(寺內文庫)’를 다루기로 했다. 첫 번째 사업이었던《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은 왜관수도원의 선지훈 신부가 오랜 노력 끝에 독일의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수도원으로부터 영구대여 형식으로 되찾아온 정선의 화첩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 화첩에 대하여 영인본 제작, 환수과정 및 학술적 의의를 밝히는 글들을 모은 단행본 발간, 특별강연회 개최, 고궁박물관과 협력하여 전시회 개최, 유공자 표창 등 다각적인 연구와 소개를 하여 국민의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두 번째 사업 대상인 데라우치문고에 대해서 철저한 학술적 검토를 기반으로 한 단행본 발간, 특별강연회 및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즉 재단은 올해 ‘돌아온 문화재 총서 2’의 사업성과인《 경남대학교 데라우치문고 조선시대 서화》와《 경남대학교 데라우치문고 간찰 속의 조선시대》(11월 발간)를 발간하고, 특별강연회(12월 16일)와 <고국으로 돌아온 데라우치문고> 특별전시회(12.17~2015.2.22)를 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돌아온 데라우치문고는 물론 재일 한국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한·일 양국 국민에게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양국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더라도 문화재와 문화 분야에서는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고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들이 햇빛을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비단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만이 아니라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사장되어 있는 문화재들에 대해서도 같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참으로 멀고 험하다는 느낌이 든다.
안휘준・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Sight & Issue] 제5회 한-아세안 멀티미디어 공모전

아세안을 주목하라!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에서는 회원국 청년작가들을 대상으로 사진, 영상, 뉴미디어 분야 공모전을 시행하고 있다. 2009년 한-아세안센터의 설립과 더불어 시작한 이 공모전은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한다. 아세안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 제반 분야에서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왔다. 2009년에는 관계 수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더욱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위한 협력 제도화에 대한 필요성과 상호 협력관계 확대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한-아세안센터를 설립했다. 경제 분야에서 아세안은 한국의 3대 교역 지역이며, 한국은 아세안의 5대 교역 상대국이다. 아세안은 2015년까지 인구 5억8000만여 명의 단일 시장과 생산기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 동아시아 경제 성장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며 한국에도 아주 중요하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한국과 아세안 간의 인적 교류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인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고 한국과 아세안 국가 상호 방문객이 지난 5년간 2배 이상 증가하여 연간 400만 명에 달한다. 이런 배경에서 한-아세안센터는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다양한 국제행사들을 기획하며 아세안과 한국 간 이해를 도모하고 함께 평등하면서도 평화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특히 시각예술분야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작가들의 교류를 위한 <한-아세안 현대 미디어아트전>과 <한-아세안 멀티미디어 공모전>, 그리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아세안 그림공모전> 등이 있고, 텍스타일, 가구, 기프트 쇼, 축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한-아세안 멀티미디어 공모전>은 현대의 매체인 뉴미디어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청년들 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운송에 부담 없이 인터넷으로 자료를 보내 역동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출발했다. 차별화된 전시감독(2009년 김유연, 2010년 신혜경, 2011년 서진석, 2012년 신수진) 체제하에 각국의 시각예술을 선도하는 기획, 미술평론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현대미술을 확장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주제를 선정해 작품을 공모하고 수상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예술기관들을 돌아보고 관계자들을 소개하고 있어 작가지망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공모전 수상자인 필리핀의 대학생 나시(Nassier Nash Anggahan)는 국위를 선양한 젊은 예술가로 자국 대통령상을 받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장학생으로 유학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졸업 후 영화 메이커와 영상예술 전문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브루나이는 인구 40만밖에 되지 않아 현대미술 전문가가 거의 없는 나라기에 아담 (Hassnal Adam Rassalhague Sulaiman)은 2011, 2012년도 두 번의 공모전에 연속 참여하고 수상하며 현대미술 보급에 기여하고 현재 브루나이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보이며 공모전은 낙후된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아세안 지역의 새로운 이미지를 정립하고 글로컬 시대의 새로운 예술, 문화 정체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2013년부터는 프로페셔널 작가전시와 젊은 작가를 위한 공모전을 격년제로 하면서 홍보와 기획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아세안의 의(衣), 식(食), 주(住)(Lifestyle of ASEAN)’를 주제로 아시아의 다양한 패션, 장인정신, 식생활, 건축, 문화 등 일상생활의 소재를 통해 아세안의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자 한다. 일상적인 주제 안에서 11개국의 대상작 대부분은 특유의 전통 안에서 현대화되는 과정을 함축하는 번뜩이는 감각으로 포착한 작업들이다. 쌀 농사, 전통시장, 교통, 불교 건축물, 각국 의상은 전통과 현대, 계층, 성별을 아우르면서 독특한 문화예술을 전달하고 있다. 전시는 2015년 1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의 갤러리 문, 하남시 문화예술회관, 경주시 예술의전당을 순회하며 한국 전역에 한국과 아세안 젊은 작가들의 시각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획을 통해 한-아세안의 젊은 시각이 문화대국 주변이 아닌 동등하게 다른 정체성으로 주목받으며 현대미술을 확장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미진·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Nuttawuth_Fungfeang_The combination

누타우 풍펭 (Nuttawuth Fungfeang, 태국)) 태국의 오래된 주택과 현대적 건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Giang_PHAM_A Quick nap

지앙 부 홍 팸(Giang Vu Hoang Pham, 베트남) 〈 Train’s Sleep 〉 기차 속 풍경은 베트남 사람들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Hot Art Space]

청화백자(靑畫白磁)는 공예와 회화가 절묘하게 결합해 조선왕실 미의식의 정수로 불린다. 청화백자를 대거 소개하는 <조선청화靑畫, 푸른빛에 물들다전>이 9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국보와 보물 10점을 비롯 총 500여 점을 선보이는 사상 최대 전시다. 그간 고려청자에 비해 청화백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덜했던 것이 사실. 이에 이번 전시는 청화백자를 연상할 수 있는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배치한 섹션을 두어 관람객이 보다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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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2)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작가 지원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가 제정돼 앞으로 10년간 매년 우리 중진작가 1인을 선정 지원한다. 그 첫 주인공은 이불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전>으로 명명된 전시가 9월 30일부터 2015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열린다. 이 전시에는 <태양의 도시Ⅱ> <새벽의 노래Ⅲ>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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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화 (1)

11월 7일부터 12월 7일까지 김해 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Ⅶ전>은 한국현대미술을 사조별로 다루는 연속된 형식의 전시다. 7회를 맞이하는 올해 전시는 <리얼리즘전>이다. 1980년대 민중미술과 부산의 형상미술, 그리고 행동주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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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모아_권용주 (2)

설치작가 권용주의 개인전 <연경(Tying)>이 11월 15일부터 12월 14일까지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열렸다. ‘연경(Tying)’은 직물을 짜기 위해 날실과 날실을 연결하는 공정을 일컫는 방직기술용어이다. 작가는 한국과 태국의 방직산업의 노동 형태를 다룬 3채널 비디오와 설치작품을 통해 우리가 속한 산업 환경과 개인적 삶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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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

달항아리와 수묵화가 만난 <달항아리와 몽중경(夢中景)>이 10월 29일부터 11월 19일까지 갤러리 가비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전통 기법으로 달항아리를 빚는 성석진과 나무로 들어찬 풍경을 수묵화로 그려내는 구나영의 2인전이다. 흑과 백, 먹과 흰 도자기가 만나 마치 숲과 그 위로 떠오른 달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는 감흥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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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주_고현주 (2)

6년 만에 열리는 사진작가 고현주의 개인전 타이틀은 <중산간(重山艮)>(갤러리 이마주, 11.5~21)이다. ‘중산간’은 《주역》의 52번째 괘로 “산들이 첩첩이 쌓여있어 나아가고 싶어도 나아갈 수 없으니 멈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그 누구는 작가 혹은 우리이며, 풍경 또한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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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_이재효 (3)

이재효의 개인전 가 11월 14일부터 12월 14일까지 표갤러리에서 열린다. 나무와 철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섬세한 과정의 작업을 하는 작가는 그래서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구(球)’라는 가장 완벽하고 단순한 형태의 작업을 다수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알 신화’, 즉 모든 사물의 기원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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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_민병헌 (2)

‘젤라틴 실버프린트’라는 전통적인 사진 인화방식을 고집하는 작가 민병헌의 개인전이 9월 13일부터 12월 14일까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풍경 사진 외에도 <누드> 연작, 미발표작인 연작, 올해 작업을 시작한 <군산> 연작 등이 소개돼 작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작가 특유의 회색톤 사진은 절제미와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며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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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_오원배 (1)

프레스코는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제한된 시간 안에 빨리 완성시키는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장르이다. 하지만 서양미술의 역사는 프레스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화가 오원배는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개최한 개인전 <순간의 영속>(10.23~11.19)에서 1980년대 유학시절 자취방에서 본 파리의 풍경을 천연 안료의 프레스코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리기의 위대한 노역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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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엠

용산구 동빙고동에 자리한 스페이스 비엠(space bm)에서 3명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다. 김희연 최윤희 이은새가 참여한 <다른 공기전>(10.24~11.23)이 바로 그 것. 이번 전시는 풍경을 작가 각각의 감각적인 관점과 절제된 표현으로 풀어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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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_윤명로 (1)

 

윤명로 서울대 명예교수의 개인전 <정신의 흔적>이 10월 15일부터 11월 23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로 평가받는 윤 교수는 50여 년 화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7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4m가 넘는 대작을 비롯 신작 20여 점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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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1)

9월 25일부터 11월 20일까지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열린 김태호 홍익대 회화과 교수의 개인전 타이틀은 <지우면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다. 작가의 캔버스는 언뜻 패턴화된 균질성을 보여주는 듯하나 근접해서 보면 일일이 깎고 다듬어서 적층된 내부의 컬러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단조로움과 그 내부의 복잡 다단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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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_이채영 (2)

먹과 모필을 이용해 풍경을 그리는 작가 이채영의 개인전 가 11월 18일부터 12월 8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다.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친 주변 풍경을 특유의 색감과 정서를 담은 모호한 풍경화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의 묘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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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60_유승호 (4)

유승호의 개인전 <yodeleheeyoo~>가 11월 7일부터 26일까지 가회동 60에서 열렸다. 알려졌다시피 그의 작업은 세밀한 글씨로 표현하는 형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에서 글과 그것이 구축하는 형상을 잇는 필연적인 관계는 없다. 이번 전시 또한 이렇게 글과 그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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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_정소연 (1)

네버랜드는 피터팬이 사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다. 2000년대 초중반 미디어아트, 설치작업에 주력했던 작가 정소연은 최근 회화작업을 선보인다. 개인전 <네버랜드>(이화익갤러리 11.19~12.6)에서는 도감에서 차용한 식물과 하늘 이미지를 매끄러운 표면의 회화에 담아냈다. 작가는 실현 불가능한 기호의 숲을 네버랜드라고 명명하고 꿈과 현실이 해체된 또 다른 현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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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드에이치_강상훈 (1)

작가 강상빈의 개인전 < We Are The Clay, You Are The Potter >가 10월 16부터 11월 14일까지 살롱 드 에이치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의 주요 소재는 헤비메탈 그룹인 ‘아이언메이든’의 앨범 커버에 등장한 아이콘 ‘Eddie The Head'(일명 ‘에디’)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콘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구축되는지, 그리고 시각예술을 통해 어떻게 관계 맺게 되는지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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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_박지혜

박지혜의 개인전 <파해(破海)>가 갤러리 버튼에서 11월 12일부터 12월 7일까지 열린다. “사랑이라는 통속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를 통해 그 관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작가의 작업은 분할된 화면으로 남녀를 비춤으로써 관계 너머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의 경험을 목격하는 인형은 부조리한 관계를 목격하는 또 하나의 작가의 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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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영

<Divine Theatre>로 명명된 오원영의 개인전이 11월 12일부터 25일까지 에이블 파인아트 갤러리(Able Fine Art Gallery)에서 열렸다. 사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의 병렬배치를 통해 그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보이며 작가는 이번 전시에 12지(支) 동물을 연상시키는 피에타상, 정밀한 인체비례 구도 작업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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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 (2)

 

11월 6일부터 12월 7일까지 누크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직성과 홍승혜 2인전은 < Dance Macanique>로 명명됐다. 고도로 계산된 기하학적 프레임의 홍승혜와 붓질의 움짐임이 드러나는 정직성의 추상의 형태가 전시장에 함께 배치될 때 생성되는 새로운 조화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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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캔_세흐부 (4)

인간의 정신작용이 이루어지는 뇌는 그 구조와 활동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11월 11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열린 <살롱 드 세흐부: 두정현 씨의 정신풍경전>은 뇌에 관한 주제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살롱 형식으로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공동 제작한 다원예술프로젝트이다. 작가 신승연 윤지현 이예승 이준이 참여해 두 전시 공간을 두정현(頭情現)이라는 어떤 인물의 뇌 공간으로 설정해 다양한 감각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방식의 작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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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박물관 (1)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은 <근대회화-대한제국에서 1950년대까지전>(11.5~2015.04.11)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대한제국기에서 1950년대까지 전통을 계승하며 한국화단의 기틀이 마련된 시기의 작품을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근대회화의 태동: 대한제국’, ‘근대회화교육의 탄생:서화미술회, 서화협회’, ‘근대 동양화단의 발전: 새로움의 모색’, ‘문인문화의 근대적 향유: 금란묵회’, ‘서양화단의 형성’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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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구광모의 개인전 <순례자>가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리서울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영원과 자유, 고요, 구원을 향한 여정으로 걸어가는 심상을 표현했다”며 “더욱 깊어진 세상의 사랑과 관용과 용서 기쁨을 알아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작품을 통해 삶의 고요한 지점으로 향하는 여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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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이동수의 개인전 <사물의 은유>가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작가는 사발, 책 등 익숙한 사물을 통해 영원과 찰나, 무한과 유한 등 대립하는 요소의 접점에 대해 사유한다. 한편 10월 19일부터 11월 4일까지 압구정 리더스피부과 내 갤러리에서도 작가의 전시가 열렸다.

[Special Feature]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

연탄(11.3%), 삐삐(9.3%), 공중전화(7.3%), 버스 안내양(5.3%), 시내버스 토근·회수권(5.1%). 이상은 2007년 갤럽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지난 20년간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 것들, 즉, 오래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잘 볼 수 없거나 잊혀진 것들로 어떤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나십니까?’를 물은 조사에서 상위 5위를 차지한 답변이다. 새로운 상품, 건물이 사회를 언제나 진보시킨다는 이상 아래 우리의 일상 속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그러나 개발은 무엇의 소멸 위에 존재한다. 최근 새로 생긴 것만큼이나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바람이 여기저기서 불고 있다. 1980년대에 유행하던 가요의 리메이크앨범, 199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와 그 당시를 주름잡던 가수들의 컴백이 자연스러워졌다. 도시 속 네모반듯한 빌딩숲보다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동네가 관광지가 되고, 인터넷에는 ‘00년대 생 공감’이란 키워드로 1980~1990년대 출생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하는 시리즈가 유행처럼 번졌다.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소멸된 것에 대해 회고하는 자세는 단순히 나이 지긋한 이들의 ‘추억 팔이’에 그치지 않는다. 어제를 지나온 모두가 사라진 것을 곱씹는다.
미술은 익숙했으나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혹은 잊혀진 것들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월간미술》은 사라진 것을 작업의 소재나 주제로 취하는 작가 7인(팀)의 작품을 만나본다. 이들의 작업은 관객에게 경험하지 못한 혹은 경험한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개발논리의 산물인 폐허라는 도시 속 공간에 대해 미술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는 대처법, 최근 열린 일련의 전시에서 잊혀진 과거를 회고하는 성격을 띠는 전시도 짚어본다. 모든 것이 빨리 변화하고 쉽게 잊혀지는 지금, 생성되는것 보다는 없어진 것, 그리고 그 사라진 것들을 포착한 미술 속 기억의 책장을 열어본다. 2014년 끝에 서서, 지금 우리 곁에서 아련해져가는 것들에 대한 미술의 마주하는 법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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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추억

오브제의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도구가 어느새 오래되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새로운 무엇인가로 대체된다. 정재호의 작품은 지금은 사라진 익숙한 형태의 생활 속 물건을 보여준다.

정재호-대화_ 사본

<대화> 한지에 아크릴 135×200cm 2013

정재호-트랜지스터_ 사본

<트랜지스터> 한지에 아크릴 88×104cm 2014

“오래된 구형 전화기를 그린다면 그 이유는 전화기라는 쓰임에 있지 않다. 쓰임보다는 오히려 그 생김새에 있다. 투박한 외형은 그것이 다름 아닌 ‘전화기’라는 물건임을 강하게 보여준다. ‘전화기’라는 물건의 대명사에 요즘의 핸드폰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핸드폰은 존재감이 없다. 핸드폰뿐인가, 요즘의 사물은 모두 존재감이 없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커다란 TV를 보았는데 TV는 없고 화면만 있는 디자인이었다. 그러니까 사물의 기능이 형태가 되는 꼴이다. 나는 그런 사물을 보고 도무지 그릴 욕구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림에 대한 욕구는 이야기에 대한 욕구와는 다르다. 그것은 순전히 생김새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야기가 붓질을 지속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림은 매우 지루한 붓질의 과정이다. 그걸 지속시켜 주는 것은 역시 그 사물의 형태이다. 붓질은 떨어져 있는 사물들을 다시 만지는 행위이다. 저기 있는 저것은 만질/그릴 만한가? 다소 에로틱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 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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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하는 풍경

우리의 주거환경은 짧은 시간에 주택에서 아파트로 변화했다. 당대의 생활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주거의 변화를 작가 김주리는 예민하게 드러낸다. 동네에서 사라져가는 근대주택은 흙과 물로 재현한 그의 작품에 의해 전시장에서도 서서히 무너져간다.

김주리 (3)

<휘경;揮景-h07> 흙, 물 70×36cm, 2012

김주리 (1)

< landscape-scence01(부분) > 흙 물 245×245×40cm 2014

“<휘경:揮景> 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한국의 근대주택 시리즈는 1970~1980년대에 대량으로 지어진 주택으로 그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의 곳곳에서 서민의 보금자리 구실을 하고 있는 가옥들에 관한 작업이다. 근대건축물이 지어진 초기에 서구에서 들어온 붉은 벽돌과 시멘트 기와의 조합과 더불어 여러 형태의 문화와 욕구들이 혼합된 한국형 근대 주택의 모습이다.
실제 존재하는 집을 일정한 비율로 축소해 흙으로 재현해낸 다음 물을 부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이 시대에 집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성, 죽음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사회의 건축물은 당대의 정신과 문화, 재료, 시대적 상황이 혼합된 시대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건축물을 흙으로 빚어 물로 녹이는 작업들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삶의 알고리즘으로 이는 삶에 대한 관심, 자기 반성적 존재성의 인식에 대한 고찰일 것이다.”
– 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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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공간

사진작가 김지연은 동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공간을 작품에 담는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이발소, 정미소는 이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아련한 추억을 회상시키는 그의 사진은 세대를 막론하고 복합적 감성을 자극한다.

김지연-이용원

<귀빈 이용원> 사진 2004

김지연 책-1

왼쪽에서부터 진안골 졸업사진첩, 근대화상회, 정미소의 풍경과 인물을 담은 사진집

“어떤 사람들은 나를 추억을 찍는 사진가라고 이야기한다. 시대에 뒤처진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감정을 사진을 빌려 말하는 사람이라 여긴다. 정미소라든지 이발소 등…
물론 여기에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것을 나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 향수지만 모두와 공유하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그러나 나는 한 이발소, 한 이발사와 정면으로 마주서서 이들의 직업, 이들의 인생을 직시하고자 했다. 사라지는 것을 기억한다는 일에 이미 감상적인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고 본다. 나는 그 감상을 무시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위에 떠있는 찌꺼기인 거품을 제하고 정제된 감정을 껴안고 싶다. 그렇다! 역사에 남을 일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을 공유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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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전시장

새로 생기는 갤러리만큼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져가는 전시공간도 많다. 젊은 작가 오희원은 지난 몇 년간 생성, 소멸되는 전시장을 리서치해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캔버스에 텅 빈 전시장을 담았다.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는 전시공간이 그의 그림에 남아있다.

Blind Site 4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했던 브레인팩토리 전시장을 그렸다. < Blind Site : A dry atmosphere > Oil and color pencil on canvas 130.3×89.4cm 2012

Blind Site 2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했던 PKM Trinity Gallery의 전시장을 그렸다. < Blind Site : Natural > Oil and color pencil on canvas, 145.5×97cm 2011

“회화 연작은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념한다거나 혹은, 묘사에 집중한 그림이나 제도 비판을 의도한바 또한 아닌 불명확한 상태에서 출발한 작업이었다. 전시장이란 특수한 공간에 내재하는 양상을 관찰하면서 재현된 회화는 익명의, 개별성을 함축한 공간으로 관망되면서 범주화된 전시장들의 축약된 세계로서 가시화돼왔다. 실공간의 기록을 단서 삼아 다층화된 시선 아래, 작업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 시간의 연속성과 단절 같은 상반된 흔적을 기록하는 매개체로서 그려졌고, 의도의 개입 여부를 떠나 현재를 관찰하는 재현의 도구로 읽히면서 시간의 동반 아래 의미가 생성되고 있었다. 재현하는 대상과의 거리감을 확보하고자 한 회화는 강화된 과거와 망각돼가는 오늘 그리고 흐릿한 미래를 암시하는 정조를 드리우며 그려진 대상을 표지하는 상징으로 대리되었고, 과거의 미술이 설정했던 배경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게 재편되는 사태를 기록해 나가는 과정을 취하면서 변모된 오늘의 이미지를 그려 나가고 있다.”
– 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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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갈색의 마찰

요즘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만 예전에 성냥은 식당, 다방, 레스토랑 등에서 계산을 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던 물품이다. 이기일은 전시 리플렛을 성냥으로 제작하고, 성냥의 주재료인 유황을 사용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기일 (1)

<성냥그림> 캔버스에 발화제 232×160cm 2005

이기일 (2)

2005년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전시광경

“한때 전국에 300여 개의 수공업 형태 성냥공장이 있었으나 모두 사라지고 지금 단 한곳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 위치한 국내 유일한 성냥공장 성광사의 협조를 받아 제작된 이 작업은 손의 움직임과 마찰에 의해 발화하는 구체적인 물질을 선택하였다. 격동기의 사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군인의 형상을 성냥 재료인 유황으로 만들고 전시 마지막 날 돋보기로 점화하였다.”
– 이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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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쟁이의 리얼리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관 앞에는 상영 영화를 소개하는 간판이 있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담아 지나가는 이의 눈을 사로잡던 영화간판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각매체 중 하나다.

박태규 (2)

박태규 <추억 Memory1>합판위에 페인트 180×90cm 2002

“어느 순간 역사 속에서 사라진 극장 간판. 박태규는 유일하게 수제간판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시대 마지막 영화 간판쟁이다. 극장 간판하면 상업적인 것이 전면에 드러나 있어 순수미술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박태규는 아카데미즘 미술에서는 볼 수 없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미지와 매체적 특성을 무기로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으며,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며 인생의 기쁨, 슬픔 등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끄럽지 않고 다소 투박한 붓질은 의도적으로 사진과 같은 느낌을 피하고 우리네 인생사의 고단함을 화폭에 담아 따뜻하게 위로하고 싶은 작가의 속내가 묻어 있다. 그리하여 박태규의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각자의 삶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고 그 속에 살아 숨쉬었던 추억과 향수에 젖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한때는 저급한 것으로 여겨졌던 간판을 자신만의 독자적 미술세계로 승화시킨 작품을 통해 새로운 리얼리즘 미술의 매력을 경험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생에서 아름다웠던 한때를 추억해 볼 수 있게 한다.”
– 나민환 (큐레이터)

그림1

김.강.박 씨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캔버스 위에 유화 100×65cm 2008

“물질주의에 의한 사회의 변질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서 ‘도구를 위한 인간’의 형태로 삶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 디지털 프린트나 화려한 컴퓨터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계적 조형이 아닌, 직접 손으로 차곡차곡 그려 올린 영화간판을 통해 위트 있는 언어로 묵직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냄으로써 잊혀가는 휴머니즘을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간판 제작 형식을 통해(지워내고~그리는) 대상을 탐구하는데 있어 표면적 시각 요소보다 내포된 역사성이 주는 가치에 더욱 접근하는 탐구 방법을 취하고 있다.”
– 김.강.박 씨(김현승, 강천식,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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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타임캡슐 봉인해제

잡지, 신문, 포스터를 포함한 다양한 디자인 소품은 세월이 지나면 당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각 사료 구실을 한다. 최근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다양한 시각매체가 전시장에 등장했다. 단순히 지난 시간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넘어 다양한 오브제들이 전시의 중요한 아카이브로서 함께 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의 기증유물특별전 <응답하라 1994 그후 20년>(10.29~2015.2.22)은 역사의 흐름을 생활 문물로 보여주는 전시다. 서울 수도 탄생 600주년이던 1994년 서울의 생활, 풍습, 인물, 문화예술 등을 상징하는 문물을 선정해 남산골 한옥마을에 매설한 타임캡슐과 1994년 어느 날을 영화, 비디오, 사진, 소리 등으로 기록한 이재용 감독의 기록물 <한 도시 이야기> 등을 전시했다.
이 기록물은 작가 최정화, 오형근을 비롯해 각 분야의 예술가들과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져 일상의 기록을 다각도의 시선으로 남겼다. 현재는 슬라이드 필름과 기록영상, 그 기록이 담긴 테이프와 필름이 전시되어 있다.
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장은 다양한 시각자료로 한국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게 전시했다. 반공, 유신, 산아제한 등을 다룬 포스터는 사회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1960~1980년대 한국의 성장을 주제로 한 제3전시실은 영화, 음악, 스포츠, 패션 등 당시의 대중문화 아이템을 실물자료와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전시가 더 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 한국근현대 체험전시 <노 모어 아트전>(7.3~9.28)이다. 이 전시는 복고주의적 시점에서 과거의 거리를 재현하고 마치 영화세트장처럼 관객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이중섭, 박수근, 구본웅, 이인성, 나혜석이 살았던 공간을 재구성하고 이상의 제비다방, 국제시장 같은 곳을 재현해 관객이 우리나라 근대문화의 중심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생활 속 물품들이 전시장으로 들어와 우리의 향수와 기억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를 그리는 중요한 자료 구실을 하고 있다. 전시라는 방식을 통해 단순히 과거의 문화나 공간을 박제화하는 위험성도 있지만, 당시를 경험한 많은 이에게 추억을 떠올리고, 그 시대가 생소한 이들에게는 사료로서 읽힐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복고문화는 단순히 세대간의 차이로 구별짓기보다 그 간극을 좁히는 소통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지금 너무나 익숙한 물건도 자료로서 또 사료로서 탈바꿈할 순간이 머지않았다.
– 임승현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3전시장에 전시된 포스터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물품들. 대중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 포스터와 간판도 전시되어 있다.

더페이지 (9)

더페이지 (4)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린 <노 모어 아트전> 전시장 광경. 건물의 겉모습뿐 아니라 실내까지 재현했다.

응답하라 (6)
서울 6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타임캡슐을 포함해 1994년의 생활상을 당시의 물품을 통해 살펴보는 서울역사박물관 전시장 광경

[Special Feature]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

화단의 과거사가 때늦게 정리된 까닭은 …

반이정 미술비평

1981년 국내 개봉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테스>(1979)를 지난 11월 극장에서 관람했다. 칸영화제 클래식 복원 프로젝트에 따라 감독이 보관 중이던 필름을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복원을 통해 HD급 화질로 복원한 덕에 33년 만에 재개봉되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의 고전 명화 복원 사업과는 무관하게, 2000년 전후에 개봉한 영화들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복원으로 화질과 음질을 보강한 버전으로 잇따라 재개봉되고 있다. <인터스텔라>의 흥행에 힘입어선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기 히트작 <메멘토>(2000)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복원으로 13년 만에 재개봉됐고, 레오 카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
(1991)도 22년 만에 재개봉한다.
새 영화를 셀 수 없이 쏟아내는 오늘날 극장가에, 굳이 지난 시절 고전을 복원하는 후대의 오마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재개봉한 <테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복원을 통해 HD급 화질을 확보했다고는 하나, 오늘날 수준의 고화질을 기대하고 보면 안 된다. 상업예술계의 과거 복원 사업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일 듯싶다. <테스>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나스타샤 킨스키의 나이는 18세다. 관객은 1980년 전후로 여배우의 얼굴을 인쇄한 영화 포스터를 아른아른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의 자신을 환기하면서 향수에 젖을지도 모른다. 제도 예술계의 생존은 주목을 끄는 스타에 의존하기 마련이니, 지난날 스타들을 이상화하는 생존 전략은 이상한 것도 아닐 게다.
과거를 복원하는 또 다른 사정은 원작의 품질과는 무관하게, 복원 사업이 후대의 독자적인 성과물로 기록되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을 정교하게 복구하는 디지털 세대의 기술력은 아날로그 세대의 유산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해서, 디지털 세대의 독자적인 성과물로 등록한다.
연말을 전후로 한국 화단의 과거사를 복원하는 전시가 3편 이상 개막했다. 아르코미술관은 <미술을 위한 캐비닛, 아카이브로 읽는 아르코미술관 40년>에서 지난 40년의 기록물 열람으로 아르코가 걸어온 40주년을 기념했다. 소마미술관의 은 한국 동시대미술의 추진력을 1986~1988년에 출현한 특정 전시장과 기획전에 있다고 가정한다. 그 시기에 출현한 일부 전시를 부분적으로 복원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도 국내 작가의 국제 비엔날레 참가 기록을 살펴보는 특별전 <한국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을 마련했다. 모두 전시된 출품작보다 과거 자료의 열거와 자료집 출간에 집중한 아카이브형 전시였다. 우리 화단 역사의 지난 순간을 불완전하게 복원한 예는 드물게 있었다. ‘현실과 발언’동인 창립 30돌을 기린 <현실과 발언 30년>(2010) 같은 전시가 그런 경우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개막 즈음 열린 (이하 )는 1969년 쿤스트할레 베른에서 열린 문제적 전시 (이하)을 44년이 지난 2013년 베니스로 옮겨놓은 과거 복원 전시의 대표적 국외 사례일 것이다. 그렇지만 44년의 시차를 타임머신도 극복할 순 없었다. “1969년 당시로선 일상적 오브제들로 채워진 전시장의 충격적인 풍경이, 오늘날 전시장에서 목격되는 다만 상식적인 풍경과 같아진 사정도 있다.”(필자의 글《 월간미술》 2013년 11월호) 이처럼 전설을 복원한 전시회는 세간의 주목을 받긴 쉬우나, 전설이 된 전시 앞에서 감동을 주문하는 관객들의 플라시보 효과로 과대평가받은 부분이 분명 있을 게다.
과거사를 복원하는 동력은 또 무엇이 있을까? 손쉬운 해답은 과거를 소홀히 다룬 우리의 부실한 기록문화에 대한 자성의 결과로 보는 거다. 그렇지만 아르코미술관이 소박한 이번 자료전을 마련하려고 개관 40주년까지 손놓고 있던 정황이나, 정권이 수차례 바뀐 연후에 ‘현실과 발언’의 30주년 전시가 마련된 점 등을 볼 때, 10년 단위 기념행사에 내면화 된 타성적인 대응 같기도 하다. 장소 이전과 두 차례 명칭 개정까지 무려 40년의 역사를 아르코미술관이 이제서 중간 정리한다는 것도 늦은 감이 있다. 국가 기관인 아르코의 뒤늦은 자기 역사 정리는 과거보다 현재의 성과에 집중하는 우리 사회의 부실한 기록문화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이제 원로작가로 분류되는 김구림, 성능경, 이건용, 민정기, 윤석남 등이 전성기를 한참 지난 2000년대에 와서야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국공립미술관에서 때늦은 회고전을 여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1990년대 이전까지 화단 헤게모니가 형식주의 미술가들에게 편중된 데에 따른, 후대의 뒤늦은 구조조정일 게다. 1세대 원로 실험미술가 회고전에서 그들을 평가하는 ‘국내 최초의’라는 수식어의 잦은 등장이나, 작가 연보와 세계미술사 연보를 나란히 배치하는 무리수나, 서정추상부터 실험영화와 대지예술에 이르는 다양한 실험이 작가 1인의 연보 안에 압축적으로 담긴 사정이나, 원로 작가가 여전히 자기과시형 작업을 내놓는 이유 등도, 형식주의 미술과 실험미술 사이의 비대칭적 평가에 대한 실험미술가들의 서운함의 표시처럼 보인다.
화단의 과거사를 정리하거나 재평가하는 작업이 근래에 자주 관찰되는 까닭은, 형식주의 미술과 실험미술 모두 자생적이기보다 후기식민주의적 조건이 초래한 결과여서일 것이다. 그건 한국 미술계가 자생적인 동시대성을 1980년대 전후에야 뒤늦게 확보했다는 방증 같기도 하다.
우리 화단의 과거사 복원 배후에는 당장의 성과에 집중하고, 압축 성장과 시대의 유행에 집중하는 공동체의 집단 무의식을 향한 자성이 작용해서일 게다. 지난 시절 기록물을 한자리에 모은다한들, 그 당시의 현장을 가감 없이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사자들의 회고와 기록물에 의존한 과거 복원은 불완전하기 십상이다. 기억에 의존한 평가는 왜곡되고 윤색되기 쉽다.
근래 과거사 복원 움직임은, 동시대미술의 불안정에 대응하는 미술계의 고립감의 표현 같기도 하다. 아르코미술관의 <미술을 위한 캐비닛>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중견미술인의 인터뷰 영상을 보자. (근래 화단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아) 전시장을 찾지 않게 된다는 윤석남의 고백, 새로운 시각예술 조류에 익숙하지 않다고 털어놓는 전-현직 문예진흥위원장들의 진술, 미술관들이 복합문화공간화하는 현상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미술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미술관을 주문하는 안규철의 요청, 아카데미즘과 단색화가 지배한 1980년대 화단에서 ‘현실과 발언’이 주력한 대중과의 소통에 자부심을 드러낸 윤범모의 회고 등은, 손쉬운 키워드로는 포착되지 않는, 동시대 다변화된 한국 미술을 향한 중견 미술인들의 부적응처럼 느껴졌다. 매체 변화가 초래한 오늘날 미술의 다변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미술 전문가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려울 게다. 때문에 수십 년 전 우리 미술의 과거를 재정리하고 재평가하는 일련의 복원 작업은, 단순한 키워드와 미술운동과 유대감만으로 존립할 수 있었던 구세대 미술인들이 비선형적인 동시대미술의 정체성을 견제하는 장치처럼 읽히기도 했다.
작년 베니스에서 을 복원한 이 열린 배경도 개별 작품이 관객과 1:1로 마주하며 감상가치를 지녔던 모더니즘의 패러다임에서, 다종의 출품작들이 한자리에 뒤엉켜 ‘어떤 느낌’을 연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을 후대의 동시대미술인들이 기리기 위한 것일 게다. 선명한 쟁점을 잡기 어려운 오늘날 미술계의 종잡기 힘든 풍경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을 어쩌면 포스트미니멀리즘, 아르테포베라, 개념미술, 대지미술이 뒤엉킨 <WABF69> 으로 보고, 그 미학적 전환기에 보내는 후대의 예우 같기도 했다.

아르코 (4)

<미술을 위한 캐비닛, 아카이브로 읽는 아르코미술관 40년전>(아르코미술관 10.24~11.30) 전시장 광경

송동 (2)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 설치된 쑹둥의 <버릴것 없는(Waste Not)>

미술관 건축의 복원
이제까지 과거 미술사를 복원한 전시 기획의 생리만 다뤘는데, 미술관은 그 스스로 용도를 다한 건물을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적인 갱신을 꾀했다. 루브르 박물관이 프랑스혁명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왕족의 소장품을 모아둔 궁궐이었던 사실이나, 철도역과 호텔을 겸한 건물을 허물지 않고 프랑스 인상주의미술의 성지로 전용한 오르세 미술관이나, 2차 대전 직후 지어진 화력발전소가 수명을 다하자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테이트 모던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도 있다. 구 서울역사를 원형 복원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형한 ‘문화역서울 284’나, 군사정권의 잔재인 기무사를 미술관으로 전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나, 전성기를 지나 퇴락하는 문래동 철공소 거리를 다종의 대안공간들로 만든 ‘문래동 예술촌’처럼, 복원을 통해 공간성을 갱신해서 뇌리에 각인된 전시장이 적지 않다.
과거사를 손질한 기획전 프로젝트나 복원을 통해 갱신을 거듭한 미술관의 역사처럼 창작 행위 중에도 폐기된 과거를 손질해서 전에 없는 감동을 만든 시도가 있다. 폐목재를 모아 근대 여성의 인물 계보로 재구성한 윤석남의 설치작업은 버려진 사물과 여성의 일반적인 형편 사이의 유사성 때문에 해석의 지평을 넓혔다. 쇠락한 구식 아파트의 파사드를 연달아 기록한 정재호의 동양화는 제도권 화단에서 동양화의 구태의연한 존재감에 대한 자기고백처럼 읽히기도 한다. 철지난 사물을 집대성한 것만으로 고유한 미적 성취를 구현한 예는 올해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최정화의 개인전 <총, 천연색>을 들 수 있다. 조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최정화 스타일의 인공 설치물 외에, 출품작 중 절대다수는 그저 수집된 기성품들을 수북이 쌓고 나열한 것이었다. 이미 오래전 폐간된 잡지와 장난감, 영세하고 볼품없는 의자들의 컬렉션으로부터 관객은 전에 없는 감동을 발견하게 된다.
방대한 수집품목에서 창작의 발상을 얻은 예술가는 많다. 앤디 워홀이 사망할 때까지 수집한 물건이 담긴 상자에 날짜와 색인을 붙인 결과, 무려 612개의 상자가 나왔는데 <타임캡슐>이라 명명된 이 보관 상자에는 범죄사진과 치아 틀까지 보관되어 있었다. 저장강박증 때문에 물건을 버리지 못한 어머니의 1만점이 넘는 소지품들로 초대형 설치물을 구성한 중국 예술가 쑹둥도 있다.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소지품들로 완성된 쑹둥의 설치물 <버릴 것 없는>은 쑹둥의 어머니의 일생을 대리 증언하기도 하며, 자신의 지난 추억을 환기시키는 물건을 발견한 관객에겐 감정이입의 감동을 줄 것이다.
복원하려는 욕구와 향수를 이끄는 동력은 어디서 올까? 서구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과거 유행했으나 현재 더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소비자에게 향수어린 구매욕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 선택권이 있는 20대 초반에는 자신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물과 정서적으로도 강하게 결합하게 된단다. 그 무렵 호감을 일으킨 사물은 세월이 많이 지나서도 향수와 애착을 일으키는 사물로 남는단다.
과거 복원을 통해, 한국 동시대미술의 출발점을 1980년대로 귀결시킨, 아카이브형 전시 두 편(아르코미술관, 소마미술관)을 둘러보던 중, 모순된 감정도 느꼈다. 국내 미술이 가까스로 자발적인 동시대성을 확보한 시기가 신군부 집권기와 우연히 일치했고, 신군부 때 요직을 맡은 박세직이나 전두환 같은 인물이 주요 전시 개막식에 요인으로 얼굴을 비춘 영상 자료들을 반복적으로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화단의 과거사를 정리할 때마저 정치적 트라우마에 직면해야 한다. ●

노순택·백승우가 서울관 건립 과정을 담은 영상·사진전시 의 모습

노순택·백승우가 서울관 건립 과정을 담은 영상·사진전시 <미술관의 탄생-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기록>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