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Art Space

중국 작가 쑹둥(宋東, 사진)과 한국 작가 김길후의 개인전이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이장욱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최후의 수장고’를 주제로 한중 두 작가 각자의 방식으로 선보인다. 첫 번째 주자인 중국 설치미술가 쑹둥의 전시(3.22~4.18)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는 뜻의 ‘비흔교집(悲欣交集)’이다. 2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치작업으로 보인다. 지하 2층에는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12명의 초상과 재난 현장을 담은 영상작업을 배경으로 중국 침대 60개가 9층으로 쌓여 있다. 플라스틱 거울이 벽면 전체를 채운 지하 1층에는 지하 2층의 설치작과 연결되어 가축의 깃털로 만든 학 두 마리가 놓여 있다. 쑹둥(사진)은 “침대는 생사가 교차하는 환승역입니다. 아래층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시작도 끝도 없는 현실의 세계라면 위층은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거울 속에 반사되는 모습도 끊임없이 변하고, 새도 모두 허상이죠. 최후의 수장고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요? 결국 담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전시가 ‘올해에 열리는 전시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hot2최정아갤러리에서 3월 6일부터 27일까지 <Space:Life&Routine>란 제목의 기획전을 열었다.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로 김대수 박노을 정직성 황선태 김병주가 참여했다.일상을 둘러싼 풍경을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사회적 해석으로 조명한 작가들의 독창적 시각을 볼 수 있다.

hot3서완 이윤희 정혜윤 한성재 한수정 현정윤 6명의 젊은 작가가 우리 전통악기를 재해석해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space k 서울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장인과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아티잔스(ARTisans)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6명의 작가는 전통 현악기 제조기술을 보유한 이영수, 이동윤 장인과 함께 한 워크숍을 통해 악기를 직접 만들며 그 영감을 작업 속에 담아냈다. 예술을 통해 전통과 동시대가 교감한다는 취지 하에 루이비통코리아가 기획 및 후원을 맡았다.

 

hota35실재 세계를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는 작가 박성환의 개인전 〈영적(靈的)-실재 그 자체의 세계_우주 최초 창시(創始)〉가 3월 5일부터 16일까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 위치한 가온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스스로 회화를 표현하는 미학에 대해 “우주 시대의 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평한다.

 

hota36서양화가 강승애의 17번째 개인전이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렸다. 말기 암 환자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 작가는 따뜻하고 선명한 색감으로 씨앗, 새싹, 풀잎, 둥지, 빛 등 자연의 생명력을 암시하는 풍부한 이미지를 선보여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함께 공명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hota373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지하 전시실에서 조각가 허진욱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작가는 버려진 스테인리스 스틸판과 봉을 하나 하나 붙여 형태를 만든 다음 갈고 광을 내어 꽃과 나비,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 작품 내부에는 조명을 설치해 전시장 작품의 그림자가 비치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hota38김선형 경인교대 교수의 개인전이 3월 12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열렸다. 푸른색을 기조로 강렬한 붓의 움직임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특유의 필획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캔버스는 단순하면서도 힘찬 기운으로 가득하다.

hota39한지 부조회화의 대표 작가 박철의 개인전 <紙에 壽福을 담다>가 3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에서 열린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한지로 멍석, 문틀, 떡살 등 오늘날 사라져가는 토속적인 오브제에서 차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또한 1991년부터 지속적으로 ‘앙상블’을 연구해온 작가는 멍석이나 고서와 바이올린, 첼로 등 동양과 서양, 옛것과 새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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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염색의 현대적인 해석을 모색하는 작가 장혜홍의 개인전 <화양연화>가 3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수원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행궁재갤러리에서 열린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을 염색물감과 아크릴물감을 함께 사용한 염색기법으로 그려내어 은은한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스와로브스키와 진주를 더해 화려함을 표현했다.

hota42한국의 전통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한 작가 오승윤의 개인전이 2월 21일부터 3월 23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오방색과 십장생 등에서 우리의 삶의 기원을 찾고 한국의 상징적인 사물과 표현들에서 민족전통의 뿌리를 찾는다. 〈풍수〉 〈바람과 물의 역사〉등 초기작부터 이어지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다.

hota43해학과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토시마츠 구레모토 개인전이 3월 18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담에서 열렸다. 오랫동안 회화작업을 해온 작가의 조각은 회화성이 짙다. 15점의 조각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바쁜 일상에서 자아를 잃고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양쪽이 다르게 그려진 눈, 벼랑 끝을 붙잡은 팔 등으로 표현하는 등 힘겨운 현실을 해학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나타냈다.

hota44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는 2011년 <미디어극장전>에 참여했던 작가 중 지속적으로 새로운 화두를 모색하는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그 첫 전시로 심철웅의 개인전 <De-Sp[l]ace>(3.6~23)를 선보였다. 작가는 서울성곽의 흔적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성벽 이면에 담긴 시간성을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1년 전시 이후 작가의 작업 양상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hota45아날로그 방식을 통해 자연과 인체를 독창적이고 구조적인 시선으로 담는 사진가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의 국내 첫 개인전이 2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Unlikely Landscape〉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지를 찾아다니며 만난 자연과 토착민의 모습을 계획하고 조정하여 생산해낸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 끊임없는 모색과 구상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철저히 “계획하고 생산”한다고 말한다.

hota46작가 최성환의 개인전이 3월 10일부터 4월 11일까지 삼성동에 위치한 카이노스갤러리에서 열린다정감어린 배경과 따듯한 색채로 표현된 풍경과 간간히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은 도시의 각박한 환경에서 벗어나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감성을 전한다. 작가는 소재를 과감히 생략하고 골격만을 화면에 배치하여 관객에게 잊혀 가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여 동화적 상상력을 북돋워준다.

hota47윤곽이 간결하고 명확한 회화를 선보이는 작가 김성은의 개인전 가 3월 14일부터 29일까지 에프앤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현재 외국계 금융사 사내변호사로 근무 중인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사무실 풍경을 그렸다. 회사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삶이 매몰되지 않도록 절대적인 시선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팝아트적인 작품으로 나타냈다.

hota48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독자적 회화세계를 개척한 작가 박영대의 개인전 〈보리, 생명의 소리〉가 3월 12일부터 19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섬세한 필치, 울렁이는 생동감으로 보리에 생명을 더한 사실적 표현의 작품과 추상으로 보리를 표현한 작품 등 일관된 소재를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그의 농익은 회화관을 확인할 수 있다.

hota49<창조적 역설전>은 2011년 타계한 故 이원일 큐레이터를 추모하며, 생전에 그가 기획한 미완의, 동명의 전시를 재구성한 것이다. 2월 21일부터 3월 6일까지 쿤스트독에서 열린 이 전시는 이경호 이이남 이탈 세 작가의 작품과 이 큐레이터의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되었다. 결국 이 전시는 고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셈이다.

hota50문화공장 오산에서 <뜻밖의 풍경>(3.7~4.17)이란 제목으로 기획전을 연다. 풍경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9인의 작가 김동기 김종구 노주환 박철호 송대섭 심영철 이성실 임근우 한석현이 참여했다. 풍경의 범위를 미시적 의미의 자연을 넘어 인공, 가상현실 등으로 확장시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 이면에 담긴 의미를 찾아간다.

hota51아트선재센터는 북촌 일대 5개 갤러리(갤러리 인, 갤러리 스케이프, 이화익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옵시스 아트)와 함께 <하늘 땅 바다>(2.22~3.23)를 연계전시로 진행했다. 아트선재센터와 호주 브리즈번을 중심으로 호주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미디어아트를 기획 및 지원하는 MAAP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한국, 중국, 호주 3개국을 순회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 20여 명의 ‘수평선(horizon)’을 표현하는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이 전시는 중국 상하이(4.20~7.20, OCT-OCAT Contemporary Art Terminal, Shanghai)와 호주 브리즈번(9~11월, MAAP SPACE, Griffith University Art Museum)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hota52단국대 예술대 학장인 작가 조기주의 개인전 <삶의 흔적들 1998-2014>이 2월 27일부터 3월 9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원형과 편형 캔버스에 흑연과 시멘트를 칠한 후 얼룩처럼 물감덩어리를 부착해 현재까지 이어진 자신의 흔적을 표현했다. 물성이 강조된 작품들로 우연과 의도 사이,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무한한 반복을 통해 그 속의 균형잡기를 시도한다.

hota53작가 다음이 깊이 있는 맛과 멋을 즐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2월 27일부터 3월 28일까지 〈윤회매, 차를 피우다〉라는 제목으로 가인갤러리에서 윤회매를 전시했다. 윤회매란 벌인 만든 꿀에서 생긴 밀랍을 재료로 매화의 형상을 만든 것을 뜻한다. 특히 2월 27일에는 다음과 함께 산당 임지호, 행위예술가 신용구, 해금연주자 강은일이 참여해 매화의 멋을 다각도로 즐길 수 있는 합동 퍼포먼스를 벌였다.

hota54<Body and Nature전>이 3월 11일부터 4월 25일까지 분당에 위치한 사진전문갤러리 아트스페이스J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4명의 작가를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몸을 주제로 탐구하는 가브리엘라 후크(Gabriela Huk), 카야 도브로볼스카(Kaja Dobrowolska), 로테 플뢰 크리스텐센(Lotte Fløe Christensen), 한경은이 주인공으로 이들의 사진은 몸을 매개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hota55hota562008년부터 도쿄, 서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선보여온 <아시아호텔아트페어(AHAF)>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마르코 폴로 홍콩 호텔에서 열렸다. 호텔 객실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이번 행사에는 홍콩, 중국, 일본, 한국의 갤러리 70곳이 참여해 5000여 점을 선보였다. 본전시장인 호텔 외에도 하버시티 내외부 곳곳에 설치미술가 이은숙의 (위), 조각가 정욱장의 (왼쪽) 등 대형 작품들을 설치해 현지 매체와 일반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에는 8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약 1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AHAF 이사장을 맡은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홍콩은 세계 경제 금융의 중심지로 미술시장이 급부상했지만 아직 기초예술 분야가 약한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컬렉터층이 두텁지 않고 미술시장이 어렵지만 우수한 예술가가 많아 공급 면에서 풍부하다. AHAF는 아시아의 중요 작가들을 프로모션하고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이슬비 기자

[현장] Art Fair Tokyo 2014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일본 미술시장의 현주소

올해로 9회를 맞이한 <아트페어 도쿄>가 3월 6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7, 8, 9일 사흘 동안 도쿄국제포럼 전시장에서 열렸다.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페어 도쿄>는 갤러리(Galleries), 아티스틱 프랙티스(Artistic Practice), 도쿄 리미티드(Tokyo Limited), 프로젝트(Projects), 디스커버 아시아(Discover Asia), 지-플러스(G-Plus), 아웃라인(Outlines) 등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번 페어에는 일본을 비롯한 한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의 157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국내 갤러리로는 갤러리 스케이프와 갤러리 엠이 참가했다.
2012년부터 아트페어도쿄는 지정학적 한계성과 일본 고미술, 크래프트부터 현대미술까지의 너무나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는 데서 발생하는 구조적 진부함을 해소하고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특히 젊은 디렉터 다카히로 가네시마를 영입한 이후 아트페어의 구성을 세분화해서 다듬고, 해외 주요 컨템포러리 갤러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여왔다. 이에 ‘리뉴얼’된 <아트페어 도쿄>는 ‘지역 아트페어’의 이미지를 벗고 국제적이며 컨템포러리한 이미지로 어필함과 동시에, 페어 특유의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아트페어도쿄의 ‘오버하지 않는’ 적절한 섹션 나누기도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인데, 특히 디스커버 아시아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자카르타의 ‘젊은’ 갤러리들이 초청되었고, ‘지-플러스’ 섹션에서는 지-도쿄(G-Tokyo, 도쿄 내에 있는 컨템포러리 갤러리들이 모여 개최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던 갤러리들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협업해 전시 형태의 부스를 선보였다. 김정욱, 정지현 등 한국 작가를 꾸준히 소개해 온 갤러리 스케이프는 도쿄라는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내실 있는 <아트페어 도쿄>를 통해 컬렉터 층을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로 넓히게 되었다.
이같은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 도쿄>는 아시아 주요 도시의 기존 아트페어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아트바젤>이 성공적으로 홍콩에 입성함으로써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아트페어는 미술계의 모든 구조가 얽혀있는 유기체이며 예술의 고결함과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의 반어적 성질로 인식되는 상업성이 공존하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리다. 미술계 구성체의 복합적 이해관계가 한 자리에 모인 아트페어에서 참여기관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균형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균형점에 최대한 근접하는 아트페어가 정당성과 지속성에 힘입어 명성을 유지할 것인데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국내의 아트페어들과 마찬가지로 <아트페어 도쿄>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김윤경・갤러리 스케이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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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가 자하 하디드

건축물이 곧 지형이다

시작단계부터 완공까지 기대와 우려 속에 큰 관심을 모았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3월 21일 문을 열었다. 개관을 앞둔 지난 3월 11일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방문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자하를 취재하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DDP의 운영 방향을 소개하고 패트릭 슈마허(자하 하디드 건축설계사무소 파트너이자 상임 디자이너)의 건축소개가 있기까지 그녀는 등장하지 않았다. 얼마 후 그녀는 스타 건축가답게 DDP의 잔디공원을 가로지르며 골프장에서나 봄직한 카트를 타고 등장했다.
그녀는 1993년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소방서’를 첫 완공작으로 시작해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를 맡아왔을 뿐 아니라 각종 디자인 전시를 수차례 열며 2004년에는 여성 건축가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가도를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그녀 건축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어색한 부조화, 지나치게 큰 규모와 비용의 효율성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DDP 역시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가운 시선 속에 개관한 DDP의 건축적 핵심, 더 나아가 자하의 건축철학은 무엇일까.
자하 하디드가 건축관으로 내세우는 중심은 두 가지다. ‘커브(curve)’ 와 ‘어버니즘(urbanism)’. 무빙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 도시 사회에서 그녀의 건축은 정적으로 멈추지 않고 함께 흘러간다. 불규칙하고 복잡한 곡선을 사용하여 어느 공간에 위치하든지 마주하는 이미지는 무한히 변화하여 건물 내부 어디에도 같은 뷰가 보이지 않는다. 자하와 함께 내한한 페트릭 슈마허는 DDP에 대해 “얼개가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곡선이 전체 건물을 구성한다”라며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는 것만 봐도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적인 감각과 흐르는 듯한 곡선은 창문 없이 외부를 장식한 4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과 기둥없이 이어지는 내부에서 강조된다.
DDP를 둘러싼 또 다른 비판은 건물 주변의 역사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점과 필요이상으로 크게 지어진 것 아니냐는 규모(총사업비 4840억원, 연면적 8만5320㎡)의 문제였다. 이에 대해 자하는 “건물의 용도에 맞게, 의뢰자의 희망에 따라 설계했다. 어떠한 근거로 규모가 크다고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무의미했다. DDP에 대한 논란은 결국 주체 없이 공회전하는 메아리였다. 규모가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어떠한가. “DDP는 형태적 독창성과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한 작품이다”라며 곡선을 사용해 도시의 특성을 살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지형임”을 강조했다. 페트릭 슈마허는 “DDP 이전 그 자리에 있던 야구장의 역사성을 설계에 반영했다. 경기장의 조명탑을 보존하였고 설계에서 경기장의 느낌을 살렸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peo2최초의 3D 비정형 건축으로 주목받는 DDP에 대해 자하는 일단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안도 다다오, 알바로 시자 등 외국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국내에 지어진 경우 무조건적 주목을 받듯 DDP가 과연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일단 자하 하디드란 여성 건축가의 이름을 국내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에서는 ‘성공적’ 이다. 건물 개관과 함께 DDP에서는 작은 숟가락부터, 가구와 신발 보석 등 그녀가 디자인한 4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를 3월 26일까지 열었으며 2차로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1차 전시품 외의 건축 모형과 샹들리에 등을 선보이는 <자하 하디드_360도 전>을 선보인다.
다음 행보는 도쿄 올림픽경기장(2020)이다. DDP 설계자로 선정됐을 때와 유사하게 일본 언론에서도 자하의 건축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과연 일본에서는 어떤 도시적 건축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역사성과 지역적 특수성이 도쿄에서는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궁금하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녀의 예술행보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임승현 기자

[핫피플] 한국문화예술연구소장 김미경

아카이빙, 리얼리티에 다가가기 위한 밑거름

강남대 회화과 김미경 교수가 설립한 한국문화예술연구소(Korean Art Research Institute, 이하 KARI)가 4월 10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새롭게 문을 연다. 김 소장이 2006년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을 빌려 연구소를 연 지 8년 만이다. 갤러리 공간까지 마련해 아카이브, 연구, 전시, 아카데미, 아티스트 워크숍이 한 건물 안에서 가능하다. 김 소장의 오랜 염원이 실현된 것이다. 그동안 연구소는 아카이브 작업을 중심으로 출판, 번역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한국화에 대한 비평을 연구한
《 우리그림 비평》(2008)을 출간했으며, 2011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코리안 랩소디전>에 ‘이상’과 ‘최승희’, ‘1960~70년대 한국의 행위예술’ 영상 제작, 그리고 같은해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데페이즈망-벌어지는 도시전> 기획 등을 해왔다. 김 소장은 “연구소는 비영리기관으로 지원금을 받아서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보다 안정적인 연구를 위해 재정 확보 의 자가동력으로서 갤러리를 영리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ARI는 1960~70년대 미술을 중심으로, 1940~50년대 해방공간, 최근 작가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며 아카이브 정리를 하고 있다. 현재 이우환을 비롯해 400명의 작가가 기본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작가 수를 늘리고 작업 전반에 걸쳐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작가 강국진, 하종현의 경우 숨어있는 자료까지 모두 확인해 작업 전반의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을 마쳤다. 아카이브는 심층 연구를 토대로 전시까지 이어진다. 스페이스 카리아트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 <더 모노톤–리피티툼(repetitum)>(4.10~5.30)은 이우환, 하종현, 최병소 3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반복성을 철학적 증상 혹은 징후로 조명한다. 앞으로 ‘모노톤’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일 것이며 8월에 전시와 연계해 영문학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색조 회화, 모노하, 모노크롬 등 용어에 대한 재검토부터 시작해, 한국의 단색조 회화와 서양의 모노크롬이 공유하는 지점과 차이점을 재조명해 논의의 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모든 연구의 발판은 ‘아카이빙’이다. 김 소장은 1990년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며 아카이빙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아니면 누가 한국미술을 연구하겠느냐는 심정에 사명감이 들더라. 한국의 실험미술은 유신시대 언더그라운드로 발생해 미술계 내에서 논의된 적이 거의 없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7종 신문을 비롯해《 선데이 서울》,《 주간경향》등 4대 주간지까지 꼼꼼이 살폈다.”
하지만 아카이브는 단순한 자료 수집이 아니다. 김 소장은 “아카이브를 검토할 때에는 작가 집에서 굴러다니는 접시도 다시 확인한다”고 말한다. “강국진의 아카이브를 정리하면서 그의 퍼포먼스 <색 물을 뽑는 비닐 주머니>가 한국 최초 행위예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카이빙의 결과로 퍼포먼스 연구의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카이브는 당대 리얼리티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최근 미술계에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아카이브 기관이 늘고 있다. 김 소장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자료를 많이 수집하는 기관이 있다면 이 자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팀이 협업해서 결과물이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한 “KARI는 앞으로 세계와 교류하는 통로도 넓힐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 2월에는 홍콩 파라사이트(Para Site)에서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와 연계해 일본, 한국, 대만의 1960년대 행위예술을 조명한 전시 <거대한 초승달(Great Crescent)> 한국 섹션에 참여해 한국의 실험미술 작업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 소장은 4월 15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한국의 실험미술과 단색조 예술’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슬비 기자

[컬럼] 후배 미술인들에게

후배 미술인들에게

한국의 현대미술 창작영역, 다른 말로 우리가 ‘미술계’라고 부르는 공간은 그것이 생겼을 당시(다시 말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왜곡과 결여를 드러내고 지녀왔으며 앞으로도 상당히 그럴 것처럼 보인다. 미술대학, 미술시장, 미술정책, 미술제도, 미술비평, 미술출판, 지역미술 등등 심지어 미술창작과 그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문제점을 안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이 문제점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전부 개선되거나 혁파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현재의 지점에서, 이제까지 해 온 이야기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에 한 가지 이슈가 거론되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전시에 참가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 지원비’에 대한 것이었다. 대안공간 루프 서진석 디렉터가 담당한 <제4회 공장미술제>(사진)에서 불거진 지원비 지급 여부에 대한 이슈는 처음에는 공장미술제라는 기획 자체에 대한 성토처럼 보였으나, 그 이후에 이어진 토론의 초점은 공장미술제를 넘어서는 범위의 것이다. 처음부터 ‘전시 지원비’ 정도가 문제 되었을 리 없다. 실은 기성세대, 나아가 사회 전체가 체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예술가들을 착취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좀 더 광범위한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군대문화처럼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져 온 몸에 밴 악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치부해버릴 수 있는가?
이번 논쟁은 마치 기업의 노사분쟁처럼 전개되었다. 회사 측 간부들이 노조 측 대표들과 노동조건 등에 대해 따져보는 것처럼 다뤄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성세대라고 토론에 나선 서진석, 김노암 등은 사용자라고 하기엔 턱없는 개인이고 젊은 세대를 대변한 이들 역시 연대를 자처할만한 뚜렷한 예술가 집단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서진석이나 김노암은 지난 15년여의 기간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안공간을 묵묵히 꾸려온 ‘자원봉사자’ 같은 인물들이다. 정부나 기업, 각 재단의 기금을 열심히 타서 자신들의 기획을 펼쳐온 것 외에 이들이 미술계의 해묵은 열악함의 원흉이 될 만한 이유는 없다. 이들의 활동이 비평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존중받을 만한 것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른 독립 기획자들 역시 이들이 거쳐 온 경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영역은 아직 대안적 지점들에 머물러 있다.
<공장미술제>에 대해 말하자면 1999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서울대, 홍대로 양분되어 있는 미술계에서 대학 간의 교류와 학벌을 탈피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주된 이슈였다. 2012년에 이것이 다시 등장한 배경에는 젊은 세대 작가들의 과도한 상업화에 대응하여 실험적 작품들을 프로모션한다는 이슈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큐레이터에게 실행을 위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공장미술제>가 2회로 멈췄던 이유는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이 전시기획을 맡고자 하는, ‘총대를 멜’ 자원자가 없었고, 교수들 역시 너무나 피곤한 이 프로젝트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는 미술대학 교수연합인 ‘대학미술포럼’을 탄생시켰고 이후 ‘대학미술협의회’로 이어져 미술대학 간 연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논란 이후 공장미술제의 지속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테지만, 미술대학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공유 플랫폼으로서 어떤 방식이 좋을 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리라 본다. 홍태림이나 안광휘 같은 젊은 미술인들이 촉발시킨 이번 논의가 전시 지원비나 부실한 전시기획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더 확대해서 미술에서 불합리하게 과대평가된 비합리적 가치들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그물처럼 엮여있는 더 큰 문제들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허름한 신비주의로 포장된 예술의 가치나 의의에 대한 논의들, 교육 수혜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미술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및 평가방안, 비평에 요구되는 인정하기 어려운 도덕주의적 편견들, 근거 없는 복종이나 추종을 요구하는 선후배 관계나 사제 관계의 관행들, 타인의 노동에 대해 돈으로 표시되는 보상과 거래관계를 평가절하하거나 금기시하는 주제넘은 비난들, 예술가들을 우습게 여기거나 예술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저열한 관료주의, 주제를 검열하는 파시즘과 안 그래도 힘겨운 예술가들에게 현실정치와 창작을 반드시 뒤섞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죄의식을 조장하고 극단적 진영으로 나눠대는 정치적 징발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 조건들은 2014년 현재 예술적 중세를 지속하거나 재생산하는 핵심적 요인들이다.
나는 이들이 기왕 비평가로 방향을 설정했다면, 그리고 자신들의 세대를 구축하고 또래의 젊은 예술가들이 당대의 독자성을 실현하도록 하고 싶다면 전선(戰線)을 정확히 설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큰 전선들과 지엽적인 전선들을 구분하고 현재의 논의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가늠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동시대미술을 냉소의 대상으로 깎아내리려는 온갖 ‘무식한 자들(philistines)’과 싸워야 할 것이다. 미술계 내부에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 전체를 빈곤으로 몰고 가는 사회 전체의 무관심, 평가절하, 편견, 고립 등과 싸워야 할 것이다. 이번 <공장미술제>를 둘러싼 논의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가 서진석과 같은 개인이나 공장미술제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이 논의를 ‘먹고사는’ 문제로만 다루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것이 복지논쟁이나 노사분쟁 혹은 세대 갈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 모든 이슈는 예술적 ‘수월성’을 통해 어떻게 탁월한 동시대미술을 제공할 것인지, 그것을 통해 어떻게 미술 전반의 환경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비평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이제 50대에 접어드는 우리도 더 치열하게 노력할테니 당신들도 노력하기 바란다.

유진상・계원예술대학교 교수

Editor's Letter

밥과 예술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직접 본 건 1989년이었다. 대학 2학년 때, 지금은 없어진 서소문 호암갤러리에서였다. <군상(群像)> 시리즈가 개미떼처럼 보였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알지 못하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법’, 그때는 그랬었다. 고암을 깊이 알지 못했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남준과 더불어 고암이야말로 세계 미술계에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고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2000년 평창동에 이응노미술관이 생기면서였다.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부인 박인경 여사와 윤범모 교수 같은 후학들의 숨은 공력과 가나아트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후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 대전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독립 건물을 지어 이전해 오늘에 이른다. 2011년엔 충남 홍성에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도 건립됐고, 올해 프랑스 파리 근교 보쉬르센(Vaux-sur-Seine)에 고암아카데미 건물도 개관한다고 한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다녀왔다. 그곳에 가면 6월 1일까지 고암의 미공개 기증작품 50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조그만 작품이 있었다. 이번호 표지에 실린 <구성>이 그것이다. 훼손된 원작을 복원한 것으로 고암이 윤이상, 천상병 등과 함께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연루되어 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교도소 안에서 종이와 밥풀을 짓이겨 만든 작품이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서 고암을 생각했다. 차디찬 감방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꼼지락거리며 그것을 만들었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뱃속을 채워줄 눈앞에 밥보다 창작에 더 굶주리고 목말라했던 고암을 말이다.
이 대목에서 유진상 교수의 컬럼(p.60-61)이 오버랩 됐다. ‘전시 지원비’를 받지 못했다고 SNS에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일부) 젊은 미술인의 행태 말이다. 물론 예술가라고 해서 먹고사는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작가로서의 합리적인 권리요구 또한 정당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제 맘대로 작가를 ‘을’로 규정하고 ‘갑’이라고 칭한 선배 세대를 향해 볼멘소리는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주려해도 어린애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작 예술에 대한 절실함이나 진지함에 대한 고민보다 기껏 당장 제 앞에 놓인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에 소개된 13명 ‘미술 친구들’이 오히려 제도권 미술계를 욕망하는 이런 젊은 작가들보다 더 순수하고 진솔해 보인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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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미술계에서 늘 새로운 시도로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 미술무대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화랑협회에 제안해 2002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탄생시켰고, 1995년 제정된 <서울판화미술제>를 세계 유일의 판화·사진 전문 아트페어인 <아트 에디션>으로 발돋움시켰다. 취재 차 방문한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HAF) 홍콩 2014> 현장에서 황 대표는 한국미술의 도약을 위해 아시아권 갤러리와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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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숨SUMM 대표
조덕현의 개인전과 자하 하디드의 전시를 모두 기획하였다. 이번 달 유난히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늘 친절한 설명으로 취재에 도움을 주었다.《 월간미술》의 2012년 2월호 특집 <2012년을 빛낼 미술인20>에 선정되기도 해 인연이 깊다.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이자 아트디렉터로서 강의와 전시기획 글 연재까지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하는 그녀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길 기원한다.

edi2이경민 이응노미술관 홍보담당전시
홍보담당자는 그 기관의 얼굴이다. 그 임무의 중함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그렇게 보면 대전 이응노미술관 홍보담당 이경민 큐레이터도 그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셈. 고암의 미공개 작품 500여 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인 이번 <신소장품전> 취재를 위해 각종 자료와 일정을 준비하고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국내 대학에서 불문학과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이 큐레이터가 앞으로 이응노미술관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Art Journal

여타 아트페어와의 차별화를 꾀해 성공한 부산아트쇼

‘2014부산아트쇼’, 현장 판매액 비약적 증가
올해 3회째를 맞은 아트페어 ‘2014부산아트쇼’가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전관에서 열렸다.
이번 ‘2014부산아트쇼’는 16개국 162개 화랑이 참가, 1000여 명의 작가 작품 4000여 점이 출품됐다.
지난해보다 커진 외형만큼 관람객 수와 매출액도 증가했다. 조직위원회 잠정집계에 따르면 관객은 4만여 명, 현장 판매액은 약 85억 원에달한다. 이는 지난해 관람객 3만3000여 명, 현장 판매액 51억 원에 비해각각 20%, 60% 증가한 것이다. 개막 이틀 전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대부분의 특별 프로그램이 취소된 채 행사가 치뤄졌다. 그럼에도 성과는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조직위 측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둔 성과임을 감안하면 부산아트쇼가 출범 3년 만에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아트쇼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지연 큐레이터는 성공 요인에 대해 “3회 대회를 거치면서 갑자기 성공한 것이라기보다는 근 10년간 대형 아트페어를 열어 마켓 가능성을 실험한 성과가 이제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특히 비영리 활동을 하는 부산 미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 고민이 이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운영위원회가 컬렉터 유치에 힘쓴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부산아트쇼의 특징으로는 아트페어가 열리는 곳곳에 아트페어 외 다양한 전시 개념을 심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예가 <벡스코 영 아티스트 어워드>,<아트 악센트>,<아트밴드>,등이다.  김 감독은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해 관람객이 페어장에서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일반관람객과 컬렉터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아트 쇼의 장기적 비전에 대해서 김 감독은 “시장이 선호하는 작품보다는 그것과 거리를 둔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체질과 경향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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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ㆍ간첩ㆍ할머니를 통해 아시아를 본다

<미디어시티 서울 2014> 전시 주제 및 참가 작가 발표
<미디어시티 서울 2014>의 주제 및 참여 작가가 발표됐다. 이번 행사는 9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관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로 이때 ‘귀신’은 지배적 역사 서술에서 누락된 유령을 불러와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간첩’은 아시아의 식민지 경험과 냉전시대를 주목하기 위한 키워드다. 특히 분단상태인 한반도에서 ‘간첩’은 간첩사건을 비롯해 민주화 운동, 금기, 망명, 은행 전산망 해킹, 영화 흥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정보의 흐름과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다.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증인인 ‘할머니’는 소외와 억압의 표상으로 최근 위안부 할머니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은 전쟁 폐해의 핵심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다른 한편 할머니는 민중의 염원이라는 확장된 의미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박찬경 전시감독은 “이번 행사는 아시아를 지정학적 개념이 아닌 ‘생각하는 방법’이자 공동체적 기억인 매우 복잡한 영역으로 보기를 제안한다”며 “신작 12점을 선보일 예정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참여 작가는 양혜규, 배영환, 최원준, 김수남, 민정기, 닐바 귀레쉬(터키), 타무라 유이치로(일본), 쯔엉 꽁 뚱(베트남, 사진) 등 현재 34명이 확정됐으며 최종 작가 명단은 5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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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을 주제로 사진의 스펙트럼 넓힌다

<2014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 및 주제 발표
대구사진비엔날레_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_주 전시 감독(스페인)2014대구사진비엔날레>가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등지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사진의 기억(Photographic Narrative)’이라는 주제로 급속히 변화하는 사진의 표현방법과, 사진 원래의 정체성에 관하여 다양한 관점의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주 전시는 ‘기원, 기억, 패러디’를 키워드로 삼아 사진과 진실, 사적/집단적 기억으로서의 사진, 그리고 예술형식으로서의 사진의 이면 등 동시대사진의 다층적인 면모를 관람객 스스로 해석하고 경험하도록 구성된다. 전시감독은 마드리드 국제사진전 <포토에스파냐>의 창립자이자 제13회 감독을 역임한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위 사진)가 맡았다.
<이탈리아 현대사진전>과 <전쟁 속의 여성전>으로 구성된 특별전은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 안젤로 조에와 대구미래대 석재현 교수가 각각 큐레이터를 맡아 현대사진의 다양한 표현방법과 과거의 기억을 사진이라는 기능을 통하여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젊은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포트폴리오 리뷰’의 올해의 우수작가로 선정된 작가는 <2015휴스턴 포토페스트> <발견展>과 <2016휴스턴 포토페스트> ‘포트폴리오 리뷰’에 초대될 예정이다. 행사기획은 송수정 큐레이터가 맡았다. 사진예술에 대한 미학적 성찰과 동시대사진의 담론을 제시하는 국제사진심포지엄은 경주대 김성민 교수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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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홍콩 아트바젤’

한국 갤러리 10곳 참여, 한국 작가 참가 비율 늘어나
홍콩 (1)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이 3월 27일 처음으로 국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홍콩 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39개국 245곳 갤러리가 참가하고 국내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국제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PKM갤러리, 갤러리 스케이프, 갤러리 EM, 갤러리 인, 리안갤러리, 박여숙갤러리 등 1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또한 홍콩의 블라인드 스팟 갤러리(노순택), 싱가포르의 STPI(양혜규), 일본의 오타파인아츠(이수경), 미국의 수잔느 비엘메터 로스 앤젤레스(민윤희) 등 6곳에서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홍콩 아트센터와 공동주최로 필름섹션이 추가된다.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은 미국 마이애미에 이어 2011년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홍콩 아트바젤’은 첫 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6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홍콩 아트바젤 매그너스 랜프루 아시아 디렉터(위 사진)는 “홍콩 아트바젤은 단지 아시아의 예술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작가들을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는 자리”라며 “전 세계 갤러리와 아시아 갤러리가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미술계 성수기를 피해 3월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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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미술운동의 플랫폼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운영하는 ‘스페이스129’ 재개관
대구 미술계에서 ‘스페이스129’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주로 동시대미술을 옹호하는 작가들이 모여 활동한 스페이스129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이하 대구현미협)의 부설 공간이었다. 1997년 대구 도심 인근 삼덕동에서 문을 연 이래 이곳은 대구현미협 작가들의 결집지인 동시에, 삼덕동 거리를 젊은 문화 명소로 일구어내는 구심점 구실을 했다. 스페이스129는 삼덕동 시대를 마감하고 같은 중구 동인동으로 이전했다. 대구현미협 달성군 가창에 있는 폐교 건물에 레지던시형 창작 스튜디오를 조성하면서, 스페이스129는 또다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는 이름도 스페이스 가창으로 바뀌었다. 스페이스129가 이처럼 이사를 거듭한 까닭은 재정적인 어려움과 대구현미협 조직 안팎의 여러 변화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129는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면서, 시기를 같이했던 다른 전시 공간 상당수가 사라지고, 현대미술을 내세운 화랑과 대안공간이 늘어난 지금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 새롭게 조직을 가다듬은 대구현미협이 봉산문화거리로 옮겨 스페이스129를 재개관했다. 재개관 기념 초대전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지난 4월1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이 단체전에 초대된 작가들(1부 권정호 김정태 김호득 박남희 최병소 홍현기, 2부 김결수 노중기 박승수 백미혜 이태현 정태경 최기득)은 대구현미협의 역사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한 미술인들이다.
물론 이들의 작품만이 대구현미협과 스페이스129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출범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과정을 전시를 통해 하나씩 재생하는 기획 의도는 좋았다. 한정된 공간 안에 여러 미술인의 작품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품 수와 크기 면에서 제한되고 선별적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쉽다. 이 또한 200명에 가까운 대구현미협 회원들의 회비와 기금마련전의 출품을 통하여 꾸려진 운영비가 있어서 가능한 사업이다. 앞으로 스페이스129는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타당성 있게 낮춰진 비용으로 대관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공간의 장소성과 규모 특성에 맞춰 다채로운 미술운동을 이끌어가는 일이 지역 미술계에서 부여받은 이곳의 역할이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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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미술에 새로운 활기를 더한다

대전창작센터에 열린 <2014 넥스트 코드전>
대전 최현석대전시립미술관이 청년 작가 발굴과 육성을 연례행사로 기획한 청년작가전 <2014 넥스트 코    드>(3.4~5.6)가 개막했다. 올해 참여 작가는 오완석, 최현석, 안권영이다. 존재의 ‘있음’과 ‘없음’ 사이의 경계에 주위의 오브제를 오려내고 붙이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오완석은 이번 전시에 대전의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조각을 이용해 대전이라는 공간에 대해 일상적 사물/작품, 일상의 공간/전시공간이라는 경계의 안팎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최현석은 민화나 궁중 기록화의 요소를 차용하여 현대를 반영하는 사건이나 사회의 단면을 풍자한다. 안권영은 기존의 철을 매개로 한 용접작업에서 벗어나, 거대 자본의 투입으로 변해가는 도시와 자연에 주목하는 영상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독립예술매개공간 12.8의 디렉터이기도 한 그는 소규모 전시와 협력과정을 살아 숨 쉬는 예술로 담아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설치와 회화, 영상 분야에서 다채로운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침체된 지역 미술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전=이정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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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화적 위기에 대한 질문

듀오 작가 엘름그린&드락셋 전시 열려
북유럽 출신 듀오 작가 엘름그린&드락셋(Elmgreen& Dragset)이 4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갤러리 페로탱 홍콩에서 듀오전을 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엘름그린과 드락셋은 글로벌화한 현대 사회에서 유럽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유산이라는 딜레마에 대한 관심을 조명한다. 두 작가는 2002 광주비엔날레, 2007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가한 바 있다.

GP Elmgreen Dragset selection HR-29 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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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하 화백 추모전을 위해 가족이 나섰다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와 다형다방에서 전시 개최
이강하 가족사진이강하-향기로운 아테네남도의 풍경과 정서를 화폭에 담아온 故 이강하 화백(1953~2008)의 6주기를 맞아 뜻깊은 추모이벤트가 열렸다. <화가 이강하 초대전>(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4.8~5.31)과 <양림동의 화가들 아카이브  전>(양림동 다형다방 4.1~20)이다.
<화가 이강하 초대전>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를 돌며 그린 작품과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어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이 전시회가 특별한 건 이 화백의 딸 이선 씨가 직접 기획했다는 점이다. 생전 ‘맥’ 연작을 통해 불교적이면서도 민족적인 것을 이야기했던 이 화백의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의 요청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에 앞서 광주 양림동 다형다방에서 열린 ‘양림동의 화가들 아카이브전’인 <이강하, 그 도도하고 짙푸른 물너울>은 이 화백의 아내 이정덕 씨가 기획한, 일종의 사부곡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이정덕씨는 지난해 ‘양림동 문화활동가 양성과정’에서 전시기획을 배운 후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이 화백이 생전에 썼던 노트와 작품도록, 습작 스케치북, 기행문, 각종 전시회 포스터, 소장품 등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유품들이 전시됐다.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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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그리다

박남재 화백 개인전,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려

레이아웃 1전주 (2)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한 전북화단의 거목 박남재 화백의 전시회가 3월 18일부터 30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15호부터 15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막식에는 지역의 선후배 작가는 물론 각계각층의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하여 망구(望九)의 나이에도 창작에 전념하는 원로의 열정에 존경의 마음을 담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 전시는 자연뿐만 아니라 어떤 주제를 표현하건 내면의 리얼리티를 포착해 독창적인 색감과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일관되게 구상회화의 길을 걸어온 박남재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회로 기획되었다.
박남재 화백은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중퇴하고 조선대 미술과를 졸업했다. 이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및 학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원상, 오지호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2011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60년 화업을 조명하는 전시회와 2013년에는 미술세계 본상 수상과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기념 초대전을 차례로 개최했다.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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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3인 후보 발표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 선정돼
제15회를 맞이하는 ‘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3인 후보로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이 선정됐다. 선정작가 3인은 에르메스 재단의 지원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심사위원단으로 작가 공성훈, 작가 홍승혜, ‘샤르자 비엔날레 12’ 주은지 큐레이터, CAPC 현대미술관 알렉시 바이앙 수석큐레이터,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팡웨이 창 시니어 큐레이터로 구성됐다.
슬기와 민은 “장식적 기능에 치우친 기존의 디자인 개념을 넘어 출판, 비평, 전시, 협업, 번역 등을 통해 예술에 대한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여다함은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영역을 넓히려는 작가로서 “대상과 관찰자라는 대상주의적 재현의 정치학에 벗어나는 작가적 태도가 돋보인다”는 점이 선정의 이유가 됐다. 사진가, 음반 프로듀서, 가구디자이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장민승은 “역사적인 중요 장소를 텅 빈 공간으로 재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한 시대의 상식에서 벗어난 일탈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에르_슬기와 민

여다함장민승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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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작가들의 활약의 장

제33회 홍익루트전 열려
홍익대학교 회화과 출신 여성작가들로 구성된 동문 홍익루트가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협회전을 열었다. 1982년 첫 협회전을 연 이래 매해 열어왔으며, 올해가 33회째 전시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전시 서문에서 “우리 미술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중요성 측면에서나 역할 측면에서 현저하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성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진 데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홍익루트와 같은 단체의 노력과 역할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한국미술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김령 제정자 김영자 황영자 남영희 전명자 정강자 등 1959~2014년 졸업생 95명이 참여했다.
김령 홍익루트 회장은 “그동안 회원 개개인이 성장하면서 한국화단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홍익루트’의 현재를 점검하면서 그 미래도 엿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미술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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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에 대한 실험적 고민

오민,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입주 작가로 선정돼
오민 작가오경민-Suite1

미디어아티스트 오민이 삼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 des Arts) 입주 작가로 선정됐다. 삼성문화재단은 “소리에 관한 감수성과 공간을 다루는 구조적인 사고가 흥미롭고, 시테 아틀리에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부터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 거주하는 1년 동안 통제와 위계질서에 대한 연구와 작업을 <5 Portrait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민은 서울대학교 기악과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고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독일, 네덜란드에서 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라익스아카데미, 금천예술공장에서 레지던스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삼성문화재단은 한불 문화교류 및 한국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96년부터 2060년까지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에 15평 규모의 아틀리에를 장기임차, 운영하고 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왕복 항공료, 아틀리에 관리비와 작품 활동비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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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적과 침식으로 이루어내는 한글그림

서양화가 이승현의 네 번째 개인전
오랫동안 ‘우리 소리’를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매진해온 서양화가 이승현의 개인전 <한글그림 아리랑>이 4월 1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한글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우리 소리를 담는 그릇이 한글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한글 글꼴이나 자음, 모음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켜가는 과정에서 조형적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작가는 “누구나 쉽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생활 속의 예술을 추구한다. 한글을 조형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우리소리의 흔적을 찾으며 쉼 없이 따라가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 제작 과정은 간단치가 않다. 캔버스에 다채로운 물감을 수없이 겹칠하고 이를 갈아내고 다시 덧칠하는 과정은 우리가 발 디디고 살고 있는 대지의 지층이나 문화가 오랜 세월동안 퇴적과 침식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승현은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중등미술교사로 재직하다가 2011년 퇴직이후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갤러리 인데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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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미국 소노마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린 <제주 4·3전> 공동기획자 안혜경 아트스페이스 씨 대표

“제주 4·3은 미국 역사의 일부”

안혜경 (2)이번 전시가 미국에서 열리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 전시가 미국 샌타로사시에서 열리게 된 데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멕시코 출신의 작가 마리오 우리베(Mario Uribe)의 공이 크다. 2006년에 열린 샌타로사시와 제주도 문화교류 행사를 통해 이 작가를 알게 됐고 그의 작업이 마음에 들어 2008년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마침 그때가 4·3 60주년 즈음이라 제주에서 여기저기 행사가 많이 열렸고 제주를 방문한 우리베는 4·3이 미국과 관련이 있는 만큼 미국에도 알려야겠다며 먼저 전시를 제안했다. 하지만 전시가 열리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전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마리오 우리베 부부와 다이앤 관장이 내한해 직접 작가를 만나고 작품 선정을 하는 등 그들의 열정 덕분에 전시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아래쪽 사진)
전시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떠했나 다이앤 에반스 관장은 개막식 인사말에서    “4·3을 다룬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내용이 매우 의미 있다”며 “4·3은 제주도의 역사일뿐 아니라 미국 역사의 일부”라고 밝혔다. 당일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고 교포들도 자녀를 데리고 전시를 둘러보았다.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의 다른 도시에 이 전시가 순회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도 꽤 된다.
최근 영화 <지슬>, <비념>을 통해 많이 알려졌고 제주에 정착하는 예술가가 많아지면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4·3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자꾸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의 경우 작업의 밀도가 떨어지고 치유나 이런 쪽으로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오래 작업한 작가는 구체성이 있지만 통찰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소통하며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는 4·3뿐아니라 고유의 무속신앙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내재된 곳이다.
2006년 아트스페이스 씨를 개관했다. 공간 운영은 어렵지 않나. 제주도는 워낙에 컬렉터 층이 약해 운영이 쉽지 않다. 갤러리로 등록했지만 나의 지향점은 복합문화공간이다. 한국에서는 작품이 좋고 나쁘고보다 작가의 유명세가 중요하다. 그걸 좇다보면 좋은 전시를 만들기 힘들다. 이 공간은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 만든 것이다. 제주=이슬비 기자

소노마 (4)

 

Art book

스스로의 눈으로 작품을 보라

정준모 《한국 근대미술을 빛낸 그림들》 컬처북스 2014

아트북 (11)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과 덕수궁분관장을 역임한 미술평론가 정준모가 근대미술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당시 <한국근대회화 100선>을 주관했던 경험이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 저자는 1900년부터 1960년까지 한국 전통미술과 서구의 근대미술이 만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기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 어떻게 조형화되었는지 살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작품들은 소위 ‘명품’ 위주보다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정도를 따져 작가 92명의 작품 108점을 선정해 수록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이미지 중심으로 편집해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작품 해설, 작가 소개도 충실하고 부록으로 근대미술사 개론과 연표를 수록해 깊이를 더했다. 저자는 “이 책의 근본 개념은 도록이다. 우표만한 도판으로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고 유명 작가, 명화만 좇는 현상이 만연하다. 명화는 사람들 각자의 가슴속에 있는 것이지 남의 판단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미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역사의 증인’인 만큼 우리의 뿌리인 근대미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식민지, 전쟁 등 워낙 혼동의 시대이다보니 근대 작가에게 ‘친일’ 혹은 ‘월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가 많다. 저자는 “사람이 살다보면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기 때문에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면서 “잘못한 것은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지만 대부분의 친일논쟁이나 부역 논란이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상대방을 내치기 위한 명분으로 거론된 적이 많다.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보니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그는 6・25전쟁을 기록한 미술작품을 분석한 저서《  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를 출간 준비 중이다. “작가들이 민족상잔의 비극을 모른 척했다고들 하지만 찾아보니까 분명하게 존재한다. 찾지도 않고 자료가 없다고 하는 것은 역사를 정리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이슬비 기자

정준모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서양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토탈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덕수궁분관장,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겸 전문위원, 대변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청주국제공예비엔날 레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영화 속 미술관》, 번역서로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 등이 있다.

지형도 그리기는 현재 진행형

박영택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휴머니스트 2014

박영택 (1)

아트북 (10)박영택은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경험으로 다수의 서문과 리뷰를 작성함과 동시에 큐레이터의 습성으로 마치 전시를 기획하듯 테마를 정하고 책을 저술해왔다. 지난 2001년《  예술가로 산다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현재까지 그가 출간한 책만 15권이 된다. 저자는 최근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 한국현대미술의 흐름과 성격을 정리하는 책《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현대미술을 시대, 그룹, 작가별로 나눠 정리하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비평가인 저자의 주관으로 대표 작가와 각 작가의 대표작을 선정하여 계보를 만들어낸 뜻 깊은 시도다.
샤머니즘적 주술과 영성을 나타낸 박생광, 한국의 자연주의적 성향을 이어오는 변관식과 이상범, 한국 모더니즘의 기원적 작업을 한 김환기 등이 8인의 선배 작가를 필두로 그들의 작업과 맥을 같이하는 작가 총 109명과 그들의 대표작을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독자적이고 방대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책 저술 과정에서 자료가 넘쳐나다보니 오히려 자료에 매이는 측면이 있었다. 취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지가 부족했던 듯하다”며 아쉬운 점을 말했다. 현대미술의 도판을 사용할 경우 개별 작품의 저작권을 모두 요청해야 하지만 출판사와 저자가 최대한 힘써 저작권을 가진 이들과 접촉했음에도 연락이 취해지지 못한 작가와 도판이 일부 있었다. 또 수많은 자료의 취득 과정에서 부득이 누락된 각주 및 정보들이 있다.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타난 실수인데 그 중 한 예로 김동화의《  화골》에서 오윤, 안창홍, 윤형근 등의 작가를 다룬 글을 인용하면서 주를 달지 못하고 기재한 점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을 포함해 저자가 언급했던 미흡한 부분 및 누락된 내용은 향후 개정판에서 보완될 예정이다. 이 책의 작가와 작품 선정은 보는 관점에 따라 첨예한 의견이 교차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평론이란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평론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목소리를 높여 다양한 의견이 교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서구 비평가나 철학가의 사상에 맞춰 한국미술을 정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비평가의 취향과 학문적인 시선을 독립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크다.
박 교수는 이 책을 기반으로 한국현대미술의 지형을 그리는 일을 앞으로 계속해 보완 연구할 과제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개정판을 만드는 데 공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임승현 기자

박영택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약 10년간 일했고 1995년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연수를 했다.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2010 아시아프 전시 총감독, 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전시 총감독 등을 지냈다. 현재 경기대학교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트북 (1)아이웨이웨이블로그
아이웨이웨이 지음 / 오숙은 옮김

중국 현대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트 3000여 개 중 110여 개를 간추려 묶은 책. 예술작업과 사회 운동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그의 글을 통해 중국 인민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메시스 520쪽·25,000원

아트북 (8)한국미술사의 라이벌
이태호 지음

한국문화사의 격동기인 18~20세기의 회화 동향을 네 쌍의 아이콘으로 추렸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대향 이중섭과 미석 박수근. 여덟 작가에 대하여 각각 쌍벽으로 대조해 설명한다.
세창출판사 384쪽·20,000원

아트북 (6)바람을 품은 돌집
김인철 지음

건축가 김인철이 건축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네팔 지역의 건축과 문화를 전한다. 하나의 집을 완성하기 위해 땅은 물론 사용할 사람의 일상까지 연구하며 삶에 가장 어울리는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집  288쪽·20,000원

아트북 (7)공명의 시간을 담다
구본창 지음

사진가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필름에 담는 과정을 엮은 사진 에세이. 사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사진이 현대예술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대표적인 역할을 한 사진가 구본창의 30년 사진 인생을 한 권에 담았다.
컬쳐그라피 312쪽·14,000원

아트북 (5)콤플렉스
할포스터 지음 / 김정혜 옮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얼굴이 되어버린 스펙터클한 건물들을 이해하는 길을 안내한다.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의 형태로 만나온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해부하며 정치·경제적 가치와 만난 건축이 생산하는 광경에 대해 성찰한다.
현실문화 392쪽·28,000원

아트북 (4)사물유람
현시원 지음

시각이미지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 사물들의 ‘삶’ 또는 ‘운명’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담은 에세이로 동시대 시각문화를 탐구한다. 현직 큐레이터이자 현대미술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가 자유롭게 풀어놓는 생각들이 사물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문화 248쪽·16,500원

아트북 (9)키치, 달콤한 독약
조중걸 지음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키치가 어떤 모습으로 현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사전적 분석이 아닌 예술, 정치 등의 영역에 만연한 키치의 본 모습을 분석한다.
지혜정원 320쪽·30,000원

아트북 (2)현대중국의 새로운 이미지 언어
김영미 지음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 격동의 시간 속에서 나타나는 매체의 발화를 고민하며 이러한 지점을 통해 포스트 사회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중국의 보통 사람들을 읽어낸다.
이담북스 345쪽·29,000원

아트북 (3)실기 수업 방법론
로이스 헤틀랜드 외 지음 / 김세은 옮김

미술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사고의 습관”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로 면밀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수업을 어떻게 조직하고, 이끌어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과정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진사 288쪽·20,000원

 

[강우방의 民畵이야기] 백호. 그 고귀한 상징-中

 

‘강우방의 民畵이야기’ 첫 회에 이어 호랑이 그림을 통해 풍부한 상징의 숲, 민화를 조명해본다. 원초적인 미감을 다룬 민화는 일반적인 조형원리를 과감히 탈피함으로써 흔히 잘 그리지 못한 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필자는 민화가 현실이 아닌 이상세계, 즉 영화된 세계를 그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호랑이 그림은 영기문의 집합체로서 ‘생명이 생성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호랑이는 고대부터 산을 숭배했던 한국문화에서 전 국민적 경배의 대상이었으며, 산신(山神)의 위상을 차지했다.

호랑이는 산신(山神), 나라의 수호신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호랑이는 우주의 기운이 응집된 영화된 존재들인 사신(四神) 가운데 백호(白虎)임을 조형분석을 통해서 밝혀보았으나, 이 문제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고 인식의 문제이므로 좀 더 다루어보려 합니다. 이에 앞서 한국문화에서 호랑이가 차지하는 위상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바보 호랑이’로까지 폄하된 산신(山神)의 위상을 되찾아야 합니다.
지난 회에 호랑이가 아기 호랑이들을 거느리는 도상을 다루었지만, 그 상징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미 호랑이와 아기 호랑이들이 장난치며 노는 정도로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식물모양 영기문(靈氣文)이 끊임없이 생명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듯이, 고대 조형에서 청룡이나 백호나 봉황 등이 항상 아기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생명생성 과정의 상징을 형이상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대 작품들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으나 그 형이상학적 의미를 설명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용과 마찬가지로 백호도  위대한 생명력을 무한히 낳습니다.
경상남도 진주 지방에 많다고 하여 <진주 호랑이>라고 부르는 도상과 흡사한 민화가 또 있지만 양식은 전혀 다릅니다. 일본 시즈오카 세리자와케이스케(靜岡市立美術館) 미술관 소장 <호랑이 가족>(상단 이미지) 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지만 그 상징적 표현은 매우 뛰어납니다. 즉 우선 눈을 보면 둥근 눈 안의 동공(瞳孔)이 다른 그림과 달리 3중(重)의 동심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량보주를 웅변하는 것입니다. 눈으로부터 무량한 보주가 발산합니다. 여러 글에서 무량보주를 나타낸 용의 눈을 다루어온 것처럼 용의 속성을 지닌 백호의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줄무늬 영기문, 턱 밑의 보주와 파동, 견갑골 부근에 밀집한 보주들과 줄무늬 영기문, 무릎의 제1영기싹 영기문, 꼬리 끝의 무량보주 등 마치 지난 회 수록  작품들을 보고 흉내 낸 것 같지만, 어미 백호와 아기 백호들이 영기문의 집합체임을 더욱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이 그림에는 소나무에 까치가 없습니다. 다른 호랑이 그림들에는 까치가 한 마리, 혹은 두 마리, 심지어 다섯 마리가 있거나 한 마리도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까치는 기쁜 소식 전해준다는 원래의 뜻만이 겨우 남아있을 뿐 필요불가결의 요소는 아닙니다. 오히려 호랑이와 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소나무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글씨로 보아 부적(符籍)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도 2-1. 리움 미술관

민화를 흔히 그림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잘못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원근법의 무시, 대소(大小)의 극적인 대비, 불합리한 구도 등 조형의 원리를 무시한 그림입니다. 거기에서 생기는 익살, 대담한 구도, 동심 어린 표현 등 긍정적 평가도 따릅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서술이 따라야 합니다. 지난 회 수록 작품은 잘못된 그림이 아니라 원근법을 무시하고 대소 대비도 무시한 대담한 양식의 비현실적 그림으로 새로운 장르를 열어 보이는  ‘민화양식’이라 부르려 합니다. 그 개념은 연재하는 동안 정립될 것입니다. 민화는 현실을 잘못 그린 것도 아니고 현실을 익살스럽게 그린 것도 아닙니다. 민화는 첫 회에 분석한 것처럼 현실을 표현한 것도 아니고 현실을 도피한 것도 아닙니다. 고구려 무덤 벽화에서처럼 일체의 표현원리를 무시하고 그린, 현실이 아닌 영화된 세계를 그린 것입니다. ‘영화된 세계’란 이상적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무릇 이상세계 표현에는 불교회화에서처럼 일반적 표현원리를 과감히 탈피함으로써 현실세계가 아니란 것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고구려 무덤벽화나 불교회화나 민화를 통틀어서 다루고 있는 만큼 ‘민화양식’이라 일단 부르려 합니다. 그러므로 민화양식이란 사대부나 화원의 그림과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민화양식은 매우 풍성한 상징의 숲입니다. 그러나 사대부나 화원의 그림은 역사적으로 축적된 상징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무덤벽화나 불교회화와 민화는 숭고한 상징의 숲이어서 앞으로 우리는 그 신선하고 아름다운, 그러면서 충격적인 상징의 숲을 거닐며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조형미술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호랑이 가족을 보고 흔히 ‘자손번창’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영화된 조형이므로 ‘생명생성의 과정’을 표현한 숭고한 조형의 세계입니다.
이 어린이 그림 같은 호랑이 가족은 누가 그렸을까요? 어수룩해서 호랑이가 전혀 무섭지 않고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자세히 보면 못 그린 그림입니다. 그러나 세부를 살펴보면 앞에서 분석하며 설명한 그림보다 훨씬 더 영화시킨 그림임을 알게 되고 오히려 경이를 느낄 것입니다. 우리나라 호랑이 그림 가운데 유일하게 눈을 무량보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그림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영화(靈化)의 방법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렸을까요?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어느 전문화가가 그린 것을 보고 흉내 내었을까요? 놀라운 것은 언뜻 비슷해 보여도 독창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동심(童心)의 세계에서 유전적으로 인간에게 잠재하는, 근원적인 진리의 표현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고구려 벽화에서 느끼는 경이를 민화들에서도 똑같이 느낍니다. 그러므로 민화를 연구하려면 고구려 벽화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종래의 연구 성과로는 풀리지 않고 내가 해독한 고구려 벽화의 조형언어를 익혀야 합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란, 상상력을 상실하는 과정이고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의 좁은 테두리 안에 가두어버리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에 이루어진 조형미술의 올바른 연구는 인간의 무의식계를 넓히는 과정이고 영성(靈性)을 되찾는 과정의 작업들입니다. 그 근원적 조형정신이 화려하게 부활한 민화의 연구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호랑이는 산신(山神)입니다. 악마를 물리치는 위대한 신입니다. 석가모니나 예수가 악마를 퇴치하듯 호랑이는 악마를 물리칩니다. 그러나 세속적이 되어 잡귀를 쫓는 현세이익적 벽사의 기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호랑이, 영기의 집합체
일본 구라시키민예관(倉敷民藝館) 소장 <눈이 네 개인 호랑이>(그림 5) 작품은 호랑이의 신격화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매우 훌륭한 그림으로 한국회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 합니다. 순수한 민화양식입니다. 놀랍게도 눈이 네 개이고 눈동자는 둥근 보주로 나타냈습니다. 눈이 네 개인 것은 중국 한대(漢代)에 방

상씨(方相氏)란 사람이 장례 때 악귀를 쫓았으므로 후에 가면(假面)으로 만들되 눈을 각각 두 개씩 네 개를 뚫었는데 그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 입은 가능한 한 크게 벌렸는데 긴 혀를 강조하기 위하여 용의 입과 모양 같게 했습니다. 가슴에는 영기문이 있는데 채색분석 결과 붉은색으로 칠했습니다. 장례식 때 방상씨가 궁궐에서 왕릉까지 가는 길에 제일 앞에 서서 악귀나 잡귀를 쫓기도 하고, 왕릉에 도착해서는 관을 땅에 묻기 전에 먼저 흙을 파놓은 광에 들어가서 방상씨가 가진 창으로 네 귀퉁이를 쳐서 광 속 시신이 들어갈 자리의 악귀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그런 벽사의 강력한 조형을 호랑이의 조형에 응용한 것은 기발한 착상입니다. 그림은 기품이 있고 구도가 훌륭합니다. 반차도에 의하면 방상씨는 붉게 칠한 가면을 쓰는데 황금으로 4개의 눈을 만들고 검은색 옷과 붉은색 치마를 입고 곰 가죽을 걸친 채 창을 잡고 방패를 치켜들고 다닙니다.
그러면 호랑이의 실체를 살펴볼까요? 산악숭배 신앙에서는 우주의 중심이 곧 산입니다. 한국은 산이 많은 자연환경으로 인해 일찍부터 산과 산신을 숭배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산에 있으면서 산을 지키고 담당하는 신령(神靈)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물에는 그것을 지배하는 정령이 있다는 애니미즘(animism) 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종의 ‘산의 정령’입니다. ‘숲의 정령’이기도 합니다. 신체(神體)는 호랑이 또는 신선(神仙)의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한국에서 산신신앙은 수렵문화 단계에 이미 출현했으며 이때 산신은 산의 일체를 관장하는 ‘자연의 주인’으로 인식했으므로, 신체인 호랑이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므로 산신 할아버지와 호랑이는 둘이 아닙니다. 일본 도쿄민예관(東京民藝館) 소장 <산신도>(그림 6)를 보면, 호랑이 몸에서 의인화(擬人化)한 산신이 생겨나고 백호에서 산신이 생겨나는, 산신과 호랑이가 하나인 멋진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호랑이는 불화에서 신선 같은 존재 옆에 얌전히 앉아있는데 사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선 같은 산신이 바로 곧 호랑이, 즉 영화된 백호입니다. 고대로부터 우리나라 국가제사의 대상 대부분이 산신이었습니다.《  후한서》〈   동이전〉에 “그 풍속은 산천을 존중하고 호랑이에게 제사 드리며 그것을 신으로 섬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고대의 산악숭배 신앙은 집단, 즉 국가·부족·마을 단위 형태의 신앙이었으나 조선 중기 이후로는 개인과 마을 단위의 신앙으로 변모해 호랑이가 전 국민적 경배의 대상이 되어 마침내 사찰에서 산신각이 멀리 떨어져 있다가 점점 감히 대웅전 옆에까지 다가갑니다. 마을마다 산신당, 산왕당, 서낭당, 성황당 등을 만들어 산신을 숭배하게 되어 우주 최고의 신이 마을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최남선은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트의 사자, 로마의 이리처럼 조선에서 신성한 동물의 으뜸은 호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호랑이는 조선 최대의 동물이며 조선인의 생활에 끼친 영향이 크니 그중 신화, 전설, 동화를 통하여 나타난 호랑이 이야기들은 설화세계 최고이며 호랑이 및 호랑이 설화에 대한 민족적 숭앙 또는 기호는 어느 틈에 다른 모든 이야기를 밀어내버렸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하여 한갓 벽사의 염원으로 축소되어 호랑이가 삼재부적에 나타나서 품격이 현세 이익적이 되어버려 맹수로서의 용맹성이 부각되었을 뿐 고차원으로 승화된 백호의 이미지를 상실해버린 것입니다만 민화에서 이처럼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다음 회에서는 백호와 청룡의 관계를 다룰 것입니다. ●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까치 호랑이> 채색분석(밑그림 및 채색분석–강우방)

채색분석할 때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하여
눈=보주는 적색으로 영기싹은 생명의
싹이므로 연두색으로 칠하려고 노력한다.
① 처음으로 눈을 보주(寶珠)로 표현한다.
② 동공양쪽으로 면으로된 제2영기싹이 절대의
진리를 눈으로 표현한다.
보주에서 양쪽으로 발산하는 영기.
백호가 만물의 근원
두 눈 사이의 보주가 여래의 이마처럼 크다.
③ 수염. 보통 호랑이의 수염이 아니다.
④ 긴 혀 → 영기문
⑤ 얼굴과 가슴에 보주를 부여. 표범의 둥근 점이 아니다. 표범의 둥근 점이 보주가 되다.
⑥                    만물 생성의 근원
⑦ 꼬리 끝에서 시작하여 몸으로 얼굴로 차례로 화생(化生)
⑧ 동양에는 서양에서처럼 사조가 없다? 오로지 법고창신(法古創新)!
⑨ 온몸에 영기문을 부여한다.
⑩ 발가락과 발톱은 연꽃잎처럼 아름다운 영기문. 붉은 색조의 반구형은?
⑪ 갖가지 영기문의 집합체(集合體) ‹ 집적(集積) 보주·제2영기싹·제1영기싹(면·선)
연꽃잎 모양 영기문 …

3 <까치 호랑이> 종이에 채색 53×87cm 조선시대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까치 호랑이> 채색분석(밑그림 및 채색분석–강우방)

① 이마의 큰 보주. 그 보주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이 뚜렷하다.
② 이마의 대보주에서 무량한 작은 보주가 생긴다.
③ 두 눈=두 보주에서도 영기문이 발산, 파동을 이루며 발산하기도 한다.
④ 이마의 곡선                 일종의 파상문
⑤ 코, 콧구멍도 보주
⑥ 입은 앞에서 본 모양과 옆에서 본 모양과 함께 표현한다.
⑦ 입가에서도 용에서처럼 줄무늬 영기문을 발산한다.
⑧ 양 입가의 곡선에 맞게 같은 형태의 영기문이 파동을 이룬다.
⑨ 몸에도 줄무늬 유려한 영기문을 부여한다.
⑩ 빨간 보주들을 부여한다.
⑪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는 영기화(靈氣化), 다른 차원으로 승화된다.
⑫ 호랑이의 분노상: 영기가 극에 달하면 분노상을 띈다.
⑬ 채색분석에 의해 해석도 올바르게 하고 호랑이를
영기화생(靈氣化生)시킨다.

4 <까치 호랑이> 종이에 채색 19세기 (개인 소장)

5 <눈이 네 개인 호랑이> 종이에 채색 116×80cm (구라시키민예관 소장)

구라시키민예관 소장 <눈이 네 개인 호랑이> 채색분석(밑그림 및 채색분석–강우방)

① 혀를 길게 내밀 수 없으므로 입을 가능한 한
길고 크게 과장하여 변형시켜서 혀가 길게
보이게 했다.
② 왜 눈이 넷인가?
③ 혀를 길게 강조했다.
④ 용의 입과 백호의 입
⑤ 몸의 영기문

6 <산신도> 종이에 채색 103×71cm 19세기 후반 (일본 민예관 소장)

 

[뉴페이스 2014] 차미혜-세상의 모든 울림을 끌어안다

세상의 모든 울림을 끌어안다

우리의 눈은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망막에 품었다가 스치고 지나간다. 대안공간 풀에서 작가 한진과 2인전으로 열린 <회색의 바깥전> (4.11~5.31)에서 차미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놓치는 그러한 일상의 풍경을 미세하게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채널로 구성된 영상작품 <무인칭을 위한 노래>(2013)는 탁자 다리에 비치는 햇빛의 머뭇거림, 누군가의 머릿결이 천천히 나부끼는 모습 등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법한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그녀가 감싸 안은 풍경은 정지 화면 같지만 미묘하게 움직이며 연약하게 숨을 쉰다. 죽었지만 자신이 죽은지 모르는 화자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영상과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 시선이 교차하고 비껴가면서 누구의 시선인지 모호해지며 낯설고 심지어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미혜 2_Song_for_Zero_person

<무인칭을 위한 노래> 2채널 HD영상 HD 컬러 무음 8분45초 2013

“무엇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 무인칭이라면, 무인칭에 ‘대한’이 아니라 ‘위한’ 노래라고 한 것은 이를 애도하는 심정으로 모두가 다인칭이 되는 불완전하지만 가능한 영역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사운드는 없지만 작가는 이 작품에 ‘노래’라고 제목을 붙였다. 차미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각자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물의 맥박과 같은 울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고.
16mm 필름으로 작업한 신작 <얼굴 없는 얼굴>은 꿈에서 본 얼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차미혜는 꿈의 안과 바깥을 넘나들며 추상적이면서도 반복되는 이미지를 ‘꿈의 후렴’이라 부르며 텍스트와 퍼포먼스 작업으로 확장시켰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얼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단다. “예전에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질문을 했다면 지금은 나들과 너들, 타자의 얼굴들, 제가 가지는 여러 가지 얼굴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차미혜는 인터뷰 동안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표현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이 세상이 분명하다면 저는 아마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A 혹은 B보다는 A와 B 사이의 틈과 같은 모호한 부분들이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 부분에 잠재된 가능성을 보는 것에 흥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결코 개인적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의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일단 작품으로 풀어내면 그것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통해 다른 경로로 각자의 경험과 기억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심 있는 꿈이나 기억과 같은 주제가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측면은 있지만 보편성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미혜는 얼마 전 작업을 끝낸 <얼굴 없는 얼굴>에서 좀 더 나아가서 동시대 살아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극하는 자아를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광경 2014

<얼굴 없는 얼굴> 퍼포먼스 광경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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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없는 집> 시리즈 잉크젯 프린트, 가변크기 2013 대안공간 풀에서 열린 <회색의 바깥> 전시광경

Cha Mihye
차미혜는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계원예대 시간예술과를 졸업했고 파리국립고등예술학교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했다. 2013년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첫 개인전 <울림, 지나칠 수 없는>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9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에 출품해 아비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에 참여한 바 있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