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공간

LAD의 개관기획전

《 공유지 : Common land 》

김유정 X 구기정

복합공간 라드의 개관 기획전《 공유지 : Common land 》는  인간 중심적인 자연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인간은 늘 자연이라는 대상을 경제적인 효용가치로 환원해왔습니다. 자연개발, 기후변화, 환경보호 등의 서로 상이한 거대담론도  어쩌면 모두 인간이 스스로의 번영을 위한 과정에서 파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정된 시선에 국한된 자연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관습적인 시각으로 보이는 자연이 아닌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진 자연의 여러 모습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에 대한 보다 다차원적인 경험과 새로운 영감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

김 유 정

( kimyujung.com )

이식되고 사회화된 자연에 투영된 사유를 통해 다채로운 공간 연출을 선보여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식물 생존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물이 공급되는 주방과 욕실의 주거공간을 틸란드시아 식물이 뒤덮인 설치와 확장된 매체의 실험으로 표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통해 식물 세력의 잠식성 을 자아냅니다.

1. 반그늘 잠식지_물의 시원Ⅰ, 틸란드시아 식물, 그물, 주방의 여러 오브제들, 2021

2. 반그늘 잠식지_물의 시원Ⅱ, 틸란드시아 식물, 그물, 욕실의 여러 오브제들, 2021인간의 거주 환경에서 물이 공급되는 장소인 주방과 욕실의 장소성을 바탕으로 하여 여러 오브제들로 만들어진 풍경이다. 이 사물들은 싱크대, 간택기, 선반, 가스레인지, 냉장고, 전자레인지, 밥통 등 각종 주방기기와 주방기구들(1)과 욕실에 있는 욕조, 세면대, 변기, 거울장 등(2)으로 작가가 직접 사용하거나 수집한 오브제들이다. 식물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인 물이 필요한 주거 공간에 식물로 뒤덮인 주방의 대상물들은 새로 단장한 공간에 다시 호환되어 탈바꿈된다. 이러한 무기체 대상물들은 관상용 인테리어 식물인 틸란드시아에 뒤덮이면서 한때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도구였지만 그 수명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에서 새로운 관심의 대상으로 규정되고 생명을 얻어 살아있는 유기체로 둔갑한다. 이러한 모습은 원시적이고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자아내며 마치 문명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의 돌봄 없인 유지되기 힘듦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이 작품은 자연과 인공의 아이러니함과 모순 관계를 조명하며 생명체로 전환되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3. 풍경이 된 정물_보여지기 위한 Ornamental, 틸란드시아 식물, 그물, 선반과 화분, 2021

관상용 책꽂이와 화분을 오브제로 한 작업이다. 도시의 삶을 사는 인간의 정원에 관상용 식물을 키우기 위해 사용되었던 화분은 식물들을 위해 일정기간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공간임과 동시에 식물들이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머물렀었던 작은 숨의 공간이다. 이 비워진 화분 들은 돌봄이 필요한 하나의 토피어리로 완성된다.

4. 온기 Warmth, fresco 회벽에 스크래치, 2016

인공화 된 자연 또는 도시화된 자연인 식물원의 흔한 장면을 재해석하며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생성된 인간의 욕망, 문명의 이기심, 도시주의 안에서의 자연관 등 다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작가는 벽체를 조성한 화지 위에 흑석을 도포한 후 석회가 마르기 전에 화면에 스크래치를 내며 검은 화면 안에 식물이나 정원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이렇게 회벽을 긁어내며 생채기를 만드는 것은 상처의 치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는 은유적 기법이자 현대인들의 삶 그 자체를 나타낸다. <온기>는 지속적으로 알맞은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인간 삶의 관계성을 투영하며 자연과 인위적인 상품 사이에 위치한 화분, 대지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닌 콘크리트 벽면 사이에서 자생하는 식물, 그리고 생명의 기원에서 이주한 식물원의 장면 등 이중적 위치에서 삶을 유지하는 생명체에 관한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5. Incubator, fresco 회벽에 스크래치, 2014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도심의 건물에 있는 차갑고, 무거운 인큐베이터 안에 살아있는 식물들이 회색 건물의 작은 창문들 틈을 비집고 나오는 장면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식물은 인간의 욕망이 이기적인 방식으로 해소되는 대체물로서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서 탈출해서 자연의 빛을 보고자 하는 심리가 내재하여 있다. 산과 들에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인큐베이팅이라는 핑계로 통째로 옮겨져서 조기 발육된다. 식물들은 몸집이 커져서 더는 인큐베이터 공간에 온전하게 머물기에 숨이 가쁘다. 인큐베이터는 식물의 입장에서 볼 때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갇힌 공간,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든 인공물이다.

6. 재생 숨 Recycle Breath_Heartbeat, 리싸이클 책장 라이트박스, 인조식물, 2021

작가에 의해 수집된 서랍과 책장이 재순환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된 작품이다. 관람객을 위한 사색의 공간인 이 작품은 인공적인 자연에서 빛을 투과하여 보여 지는 농담의 깊이를 감상하게 한다. 또 역설적으로 인위적인 자연의 공간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진실이 아닌 시스템 안에서 쉼조차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이중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게 연출된 숨의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살아있는 듯한 자연풍경을 체험하게 하며 작품을 통한 공간에서 강하게 투과되는 빛 사이로 서정성이 짙은 이미지와 감성을 흡수하게 한다.

구 기 정

( googijeong.com )

고해상도 카메라, 매크로 렌즈, 3D 기술, 피그먼트 프린트를 활용한 설치 작업을 통해 자연의 형상들을 구현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시각으로는 접하기 힘든 자연의 모습들과 작가 개인의 경험을 표현합니다.

1. Coagulation, 빔프로젝터, 4k영상 01:41, 2019관람자의 본래 관념을 자극하며 기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자연 경험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고해상도 카메라, 매크로 렌즈, 3D 기술을 통하여 변화된 자연은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보다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거대한 프로젝터의 화면과 설치된 통로를 통해 관람자는 영상 주위를 걸어 다니며 디지털화된 자연을 탐험할 수 있다.

2. Blue Nature2, 모니터, FHD영상 00:30, 2021

3. Blue Nature 빔프로젝터, FHD영상 06:49, 2021시리즈는 자연과 장치의 충돌과 조화를 이해하는 영상작업이다.사람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도구를 개발했고, 우리는 이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 작업은 디지털카메라와 3D 그래픽 도구를 사용하여 만든 자연 이미지로 보는 이들의 눈을 끊임없이 의심스럽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상은 3D 소프트웨어 속 환경에서 가상-조명과 카메라를 통해 제작되었다.

4. Rendered Pool, 합판 구조물, 피그먼트 프린트, 2021오늘날 자연을 접하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전달하는 작업이다. 오늘날 눈의 초점은 모니터 액정에 맞추어져 있고, 이 투명한 창은 세상을 비춘다. 인간은 점점 평면 경험에 익숙해져, 화면 속 질감의 높낮이를 느끼며 이미지를 관람한다. 설치된 이미지는 오늘날 시각 경험이 가지는 다양한 기술이 혼재되어 제작되었으며, 관람자는 이미지 하단에 설치된 발판에 올라가 작품에 접근하거나 발판에서 내려가 거리를 두고 감상할 수 있다.

  • 관람요일 : 화 – 일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일정 변동 가능)
  • 관람시간
    화-금 11:00 – 20:00
    토-일 12:00 – 20:00
  • 관람료 : 무료
  • 장 르 : 설치, 영상, 회화
  • 작품수 : 설치 다수, 영상 3편, 회화 3점 등
  • 홈페이지 : lovealcoholdeath.com
  • 인스타 : @L.A.D_seoul
  • 연락처 : +82 2 6081 2150

*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관람 요일 및 시간이 변동될 수 있음.

LAD는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옛 2층짜리 구옥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복합공간으로써 지하 전시공간, 1층 카페, 2층 라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앞으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매개공간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하연지
자료 제공: L.A.D

L.A.D

마포구 서교동 395-112번지 복합공간 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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