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r시 만나서 반ㄱr워!

그 시절, 그 감성이 부활했다. 2000년대의 일상을 그대로 간직한 싸이월드가 수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싸이월드의 복구가 화제가 된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의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 아닐까. 

기억(Memory)은 인간의 뇌가 받아들인 인상, 사건, 경험 등 정보를 저장한 것, 또는 시간이 지난 후 이를 떠올려내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공동체 집단, 사회가 축적한 다양한 기억은 작가의 통찰과 예술적 구현 방식이 반영된 작품으로 재해석되어 왔다. 

어제와 오늘의 정보가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무엇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이를 위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반성하고 있는지, 나아가 무엇을 기억하고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13인(팀)의 작가는 지역, 시대, 문화 등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기억’을 해석한다. 

미술이 기억으로부터 미래를 그리는 방법 

나너의 기억

1부 나너의 기억

우리의 기억은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오감과 서로 다른 정체성은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편집하여 기억으로 형성한다.

허만 콜겐 Herman Kolgen

<망막>, 2018,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채널 오디오, 레이저, 10분. 작가 소장.

인간은 오감 중에서도 시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매 순간 망막을 거친 빛의 흔적으로 정보를 인식하고, 그 정보를 잠재적으로 뇌에 저장하는 생물학적 구조를 지녔다. 작가는 우리가 인식한 정보를 뇌에서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인간 감각의 한계로, 실존하는 현상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품은 빛이 망막을 거쳐 뇌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현상을 시각화한 영상과 그 리듬에 맞춰 작동하는 레이저 맵핑을 중첩하여 빛의 정보가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앤디 워홀 Andy Warhol 

<수면>, 1963, 16mm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 흑백, 무음, 5시간 21분. 앤디워홀뮤지엄(피츠버그) 소장. 앤디워홀재단 제공.

눈을 감으면 수집된 정보는 기억으로 구성된다. 앤디워홀은 그의 친구 존 지오르노의 자는 모습을 긴 시간 촬영해 영상으로 남겼다. 잠을 자는 동안 취득한 정보를 뇌에 저장하고 삭제하며 기억의 서사로 기록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을 은유한다.

2부 지금, 여기

과거의 정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할까? 2부 ‘지금, 여기’는 시간의 연속성과 기억의 관계를 살펴보고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어떻게 미래 세대에게 이어질지 질문한다.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코바늘 III>, 1998, 믹소그라피, 71.1×84.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코바늘 IV>, 1998, 믹소그라피, 71.1×84.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현재는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루이즈 부루주아는 붉은 실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들의 시간적 연속성을 드러낸다.

시프리앙 가이야르 Cyprien Gaillard

<호수 아치>, 2007,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1분 43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81년 파리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설계된 ‘호수의 아케이드’는 건설될 당시 ‘대중을 위한 베르사유’라고 칭송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폐허로 전락했다. 그 건물 앞의 호수가 얼마나 얕은지 모르는 채로 다이빙을 시도한 청년(작가)은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물 밖으로 나온다. 과거의 찬란했던 산물이 오늘날 어떻게 변했는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미래를 청년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3부 그때, 그곳

오늘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듯, 미래 세대는 현재의 우리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려낼 것이다. 그때의 너와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박혜수 Park Hyesoo

<기쁜 우리 젊은 날>, 2022, 비디오(강예은 공동연출):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5분; 회화 설치(by 함미나),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지원으로 제작.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기억이다. 작가는 중년의 남성들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인터뷰하고 회화 작품으로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제는 떠나가고 없는 첫사랑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기억은 작가를 통해 재생산되고 그들의 기뻤던 그날들을 상상하게 한다.

홍순명 Hong Soun

<비스듬한 기억-역설과 연대>, 2022, 캔버스에 유채, 60.5x50cm(240), 605×1,200cm(전체).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지원으로 제작.

거대한 바다는 인류의 기억을 품는다. 끝없는 바다는 무수한 기억을 중첩시키며 죽음의 공포와 찬미할 만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작가는 숭고한 자연의 풍경 앞에 각자의 기억을 대입해 그때, 그곳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전경

나너의 기억

  • 2022. 4. 8. – 8. 7.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 루이즈 부르주아, 아크람 자타리, 안리 살라, 앤디 워홀, 양정욱, 임윤경, 세실리아 비쿠냐, 시프리앙 가이야르, 송주원, 허만 콜겐의 작품 10점 및 뮌, 박혜수, 홍순명 신작 공개

글: 문혜인
자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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