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美術 RE-READ

다시, 2022 월간미술대상

1996년은 월간미술대상이 첫선을 보인 해다. 큐레이터부문 대상에 백남준, 김홍희, 신시아 굿맨, 학술부문 장려상에 이종숭, 특별부문 장려상에 조광석이 선정됐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정보예술전(Info Art)〉을 공동기획한 김홍희 큐레이터는 당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백 선생님이 건강을 회복해 시상식에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광주비엔날레 정보예술전의 우수성이 월간미술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어 기쁘다. 첨단 디지털 매체의 예술적 가능성이 널리 알려진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무려 26년 전의 일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백남준은 타계했고, 백남준아트센터는 지난달 백남준 16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웹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스템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Paik’s Video Study)〉를 일반에 공개했다.

검은 머리에 형형한 눈빛을 한,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들의 시간을 《월간미술》 과월호에서 마주칠 때마다 사람은 세상을 뜨지만 작업과 글은 영원히 남아 단단하고 건강한 흙이 되어 후일의 예술적 실천과 사유를 키워낸다는 것을 실감한다. 《월간미술》은 그들이 남긴 흔적을 형태가 틀어지고 빛이 노랗게 바래버릴 때까지 쌓아두었다. 그것은 철 지난 종잇조각이 아니라 장장 46년간의 미술현장 구석구석에 스며든 사람들의 시간이다.

작가들의 삶에 동행하고 작업의 의도를 감각하는 것뿐 아니라 비평의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미술잡지의 소명 중 하나였다. 비평의 부재와 위기, 혹은 비평의 과잉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을 건너오면서, 《월간미술》도 한국미술비평의 현주소와 미래를 파악하며 비평의 지지대를 단단히 하려는 의지를 다져왔다. 1997년 4월호 특집 〈CRITIC&CRITICISM: 한국의 미술비평가 이론가 74명의 앙케트 조사분석〉의 기획 의도는 다음과 같다. “비평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슈가 없다. 평론이 해설로 추락하고, 가치평가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비평에 등을 돌리고 있다. 1990년대 한국미술의 현주소를 요약하는 이념의 부재, 중심의 상실이라는 화두가 비평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미술비평은 어떠해야 하는가.” 현역 미술비평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로 당시의 비평가가 처한 환경과 비평적 관심사 등을 정리한 기사를 일별하며, 비평에 대한 진심과 기대와 우려를 본다. 과연 2022년의 비평은 어떤 지점에 서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겠다.

《월간미술》 1996년 7월호 〈미술계 파노라마〉 기사의 제1회 월간미술대상 수상자 발표 소식

《월간미술》 1997년 4월호 특집기사
〈CRITIC&CRITICISM: 한국의 미술비평가, 이론가 74명의 앙케Z트 조사분석〉

그리하여 《월간미술》은 올해부터 월간미술대상을 재개한다. 10년이라는 공백을 깨고 월간미술대상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작가들의 작업과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사유와 고뇌를 유의미한 글쓰기로 확장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46년간 작가들과 함께 미술현장을 기록해온 미술전문지로서 타성에 젖지 않은 비평의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2022 월간미술대상의 학술·평론 부문은 타 매체에 발표되지 않은 학술논문 및 미술평론으로, 자유글 한 편과 뉴미디어 작품, 매체 이론 비평 원고를 공모한다. 전시 기획 부문은 2021년 한 해 동안 개최된 전시를 대상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4월 3일까지 진행되는 2022 월간미술대상 공모에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

염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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