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경험 만들기

 2022 아르코미술관 전문인교육

<아트토크_에듀케이터 과정>을 마치며

2018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5년차를 맞이하는 아르코미술관 전문인교육 〈아트토크〉는 미술 현장에서 활동할 신진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트토크〉교육 과정의 의미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미술관 현장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전문직인 큐레이터, 아티스트, 에듀케이터의 세 가지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각 과정에 참여하는 8주 동안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배 전문가의 주제 연구를 위한 강연과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멘토링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교육 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프로토타입 개념의 실험과정과 결과물 도출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물은 각 과정에 걸맞은 방식으로 공유되는데, ‘에듀케이터’ 과정에서는 참여자들이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회에서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아트토크_에듀케이터과정〉은 동시대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교육 프로그램 기획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최종 참여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정된 참여자들은 주제와 관련 깊은 예술가, 큐레이터, 연구자의 멘토링으로 최종 결과물을 도출한다. 이번 프로그램에 최종 선발된 4명의 신진 에듀케이터(유지효, 이지현, 최소현, 최주현)은 언메이크랩(예술가), 강민형(공간 바림 디렉터), 심소미(독립 큐레이터), 이다영(한예종 융합예술센터 연구원), 이민영(아르코미술관 에듀케이터)의 주제와 사례연구, 기획방법론에 대한 멘토링을 통해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했다. 올해의 주제는 “데이터와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경험”이다. 온라인과 디지털 환경이 점점 발달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등 우리를 둘러싼 온라인-디지털 환경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들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관리하는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한 사회 시스템으로 나아갈수록 데이터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대한 비평적 담론이 다양한 층위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예술 분야에서의 관점과 담론 생산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주제에 대한 결과물은 월간인미공 〈AI씨와 함께 그리는 여름휴가〉로 실현되었다. 수집한 정보를 처리,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인간 지능을 모방하여 구현한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주요한 화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으로 화제가 되었던 ‘알파고’를 통해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졌으며, 이후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인 ‘시리’, ‘알렉사’와 같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에 적용되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커다란 기대를 받으며 ‘만능’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은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우리는 이에 대한 비평적 관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4명의 신진 에듀케이터(유지효, 이지현, 최소현, 최주현)은 최근 트위터에서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화제인 ‘DALL-E mini’[1]를 교육의 툴로 활용하여 세 가지 섹션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첫 번째 섹션에는 활발한 참여를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으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가 무엇을 표현했는지 맞혀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어서 진행된 두 번째 섹션에서는 교육 참여자들이 이 툴을 가지고 합성 이미지를 생성해보는 체험을 통해, 의도대로 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알아보고 ‘더 나은 인공지능’을 위한 편지를 작성해보았다.

[1]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으로, 생성하고 싶은 이미지에서 대한 서술(text prompting)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https://dallemini.com/

마지막 섹션에서는 주제연구를 함께한 언메이크랩 작가의 강연을 통해 이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하였다. 7명의 교육 참여자들과 함께한 이 교육 프로그램은 현대사회에 화두가 되는 기술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체험을 통해 사유하는 장으로서 예술의 역할을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낯선 개념일 수 있는 ‘에듀케이터’는 미술관에서 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문가로서, 최근에는 그 의미와 중요성이 예술 현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갈래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동시대의 문화와 예술, 담론과 지식이 집약된 현대미술관에서의 에듀케이터는 큐레이터와는 다른 의미와 방식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역할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과 그 지식체계는 생성과 동시에 수정, 보완되는 현재진행형의 유동하는 현장이다. 에듀케이터는 이러한 예술 현장이 난해할 수 있는 관람객에게 직접 체험하는 교육 활동을 기반으로 ‘상호소통과 사유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그 의미를 전달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역할이다. 이에 에듀케이터는 동시대 예술 현장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를 분석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연구 능력과 예술가와 협력하여 교육 대상자에게 교육 가능한 형태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호소통 행위에 대한 능력도 중요한데, 교육 강사로서 참여자와의 상호소통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참여자 간의 소통을 연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예술 교육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미술관에서의 교육은 에듀케이터의 예술과 사회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체계적인 실행구조를 갖춤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프로그램은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프로그램의 안과 밖에서 생성되는 ‘교육’의 의미를 연결하고 새롭게 의미를 생성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아르코 미술관의 전문인교육 〈아트토크〉가 미술관에서의 교육에 있어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글: 이다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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