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SCHA POHLE
SOLO EXHIBITION
: FLUID GROUND

사샤 폴레 개인전: 플루이드 그라운드

사샤 폴레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을 지시적이거나 심리적으로 구현하는 대신, 사물의 이미지를 추상화하고 제작 방식을 구조화한다. 이때 작업이 드러내는 물질성은 부재를 표시하는 동시에 현존과 부재가 동요하는 장소site로서의 경계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집의 표면, 도시의 지면과 망사의 흔적은 사회적 물체에 쓰여진 역사의 흔적들을 전달한다. 폴레의 개인적인 삶에서 출발한 전시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내국인과 외국인,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 등의 경계라는 유동적인 땅, 표면의 고고학으로 다뤄진다.

암스테르담 북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 뒷편에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1920년대 네덜란드 공공 지원 주택의 일환으로 지었던 사회 주택 지역이었다. 70년대 조선업과 해운업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살던 지역에서, 네덜란드 조선업이 기울며 90년대부터 우범지역으로 변했다. 2008년 당시 암스테르담시는 이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준비 중에 있었다. 스쾃을 막기위해 시 정부는, 기존 거주자가 이주하면 빈 집을 아티스트와 큐레이터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체류할 수 있는 임시 거처로 제공했다. 사샤 폴레는 이 지역에서 거주했고, 지금은 중산층 가정을 위한 주거지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철거가 되었다.

Liquid Grounds는 폴레가 살던 암스테르담 북구의 집 바닥을 실리콘 주물로 뜬 43개의 유리 오브제에 기반한 무음의 흑백 영상으로 구성된다. 오래된 나무 바닥의 표면에 켜켜이 쌓인 100여년 간 생활의 흔적들을 딱딱한 유리로 된 데스마스크가 된다. 흑백 영상에서 박물관에서 화석을 관찰하던 방식으로 조명 박스 위에 유리 오브제는 놓여있다. 유리 오브제는 마치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검은 배경 위에서 부유한다. 관객은 유리 오브제가 포착한 집 구석구석의 거친 표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이제는 철거된 암스테르담의 집 한 채를 상상해 본다. 캐스팅 테크닉을 사용하여 대상의 물질적 감각을 변화시켜, 집이라는 문화적 공간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익숙한 것이 아닌 낯선 유리 오브제가 된다. 물질화되어 각인된 음각의 공간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의 집과 그 거주자의 희미한 흔적으로 남는다.

Regardless of Nationality는 이탈리아 남부의 살레르노 파에스툼 유적지에서 발견된 <다이버의 무덤> 프레스코 벽화에서 출발한다. 스테이블 디퓨젼 AI에 다이버 이미지와 이주민 예술가에 관한 비정부 기구 보고서1의 텍스트를 입력해 만든 다양한 이미지를 레이저 프린트 한다. 도자기 표면의 갈라진 틈을 금박으로 장식해 수정하듯, 레이저 프린트한 표면에 은박을 부분적으로 더해 경계와 틈을 강조한다. 폴레는 이주와 체류를 반복하며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여전히 존재하는 수용과 배제의 경계를 살아 왔다. 작업 제목이 드러내듯, 한국에서 활동 중인 비-한국인 예술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도적 차별을 은유하는 작업이다.

1 The 42nd Session of the Universal Periodic Review Republic of Korea_Report on the Cultural Rights of Migrants by Park Kyong Ju (Founder of the DAKA)

2017년부터 제작해 온 Passage 연작은 작가가 체류했던 도시의 아스팔트 길의 흔적, 제 작업실의 바닥 등을 편직물로 제작한 작업이다. 폴레는 근대화된 도시를 배회하는 사람인 플라뇌르Flâneur에 관해 말하며, 이는 도시 공간을 걸으며 은폐된 도시의 피복을 벗겨내어 ‘텍스트로서의 도시’를 독해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폴레는 베를린, 뒤셀도르프, 안성, 암스테르담, 홍콩과 같은 도시의 뒤얽힘 속에서 목적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플라뇌르의 퍼포먼스를 수행했고, 도시의 찰나적 체험을 예술 작업으로 포착한다.

Passage는 견고하게 만들어졌지만 세월에 의해 손상된 울퉁불퉁한 도시 지면을 부드러운 편직물 오브제로 재해석한다. 색상과 모양, 패턴의 불규칙한 배열을 통해 각기 다른 도시가 갖는 물질적 감각을 변화시킨다. Passage 연작은 루프의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편직물을 접고 펼치는 과정을 반복하는 퍼포먼스로 살아난다. 관객은 각기 다른 편직물 오브제로 표현된 도시 이름과 사용된 섬유의 비율을 들으며, 도시 지면이 접히고 겹쳐지고 펼쳐지는 행위를 마주한다.

I PACKED MY BAG은 옛 동독에서 사용하던 망사 가방을 사용하여 망사 흔적을 점토에 성형하여 도자기로 구운 작업으로, 인천 해안에서 수집한 스티로폼 부표에 놓여있다. 동일한 이름의 메모리 게임에서 비롯한 작업의 제목은 기억과 망각 사이에 관한 은유가 된다. 폴레는 사물의 내부와 외부가 뒤바뀌는 형식을 다시 실험하고 있다. 본래는 비어있던 곳을 채워 넣고, 채워져 있던 곳을 비움의 방식으로 작업을 제작한다. 익숙한 사물들의 내부 내지는 하부, 사물들 사이의 비가시적 공간을 채워서 시각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물질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사물의 네거티브 공간, 즉 사물이 빠져나간 빈 공간이 만든 그의 오브제는 단일하고 단단해 보이지만, 한편 파편적이고 유령적이다. 이 조각들은 실용적인 물건과 일상적인 장소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기능을 부정하고 공간을 딱딱한 덩어리로 만든다.

글: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 The 42nd Session of the Universal Periodic Review Republic of Korea_Report on the Cultural Rights of Migrants by Park Kyong Ju (Founder of the DAKA)

사샤 폴레 (b. 1972-)

독일을 거쳐 서울,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사진, 영화, 사물, 직물, 예술가 책, 그리고 종종 예술과 영화 등을 사용하여 주변의 재료와 시각적 문화를 혼합한다. 무대화된 그의 작업은 역사적, 인류학적 영감에서 시작되며, 노동 집약적인 공예적 프로세스와 미디어로 재생산된 기계적 프로세스를 혼합적으로 사용한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Passage, Gregorzki Shows, Berlin, 2019’, ‘Given Time, Black Sesame, Institute for Provocation, Beijing, 중국, 2016’, ‘Home Sequence, Rongwrong, 암스테르담, 2015’ 등이 있으며 ‘WALK!, Schirn Kunsthalle Frankfurt, 독일, 2022’, ‘Festival Visiona Huesca, ES 2022’, ‘마카오 비엔날레 ‚세계화의 전진과 후퇴 2021’, ‘Glancing Into The Sun, 홍천미술관, 한국, 2018’, ‘The 3rd Today’s Documents BRIC-á-brac The Jumble of Growth, Today Art Museum, Beijing, 중국, 2016’, ‘Plastic Myths,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한국 2015/16’, ‘Globale: Global Control and Censorship, ZKM , 독일 칼스루에, 2015’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Principal Price, 58th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Oberhausen, DE, 2012’을 수상했고, ‘Institute for Provocation, 베이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쌈지스페이스, 서울’ 등의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

자료제공 : 대안공간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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