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는 사랑을 싣고 

5월의 아트 피크닉
아르코미술관

2023. 4. 14 – 7.23
《기억·공간》

젊음의 공간, 대학로는 그 오랜 역사만큼 무수한 기억이 깃든 곳이다. 경성제국대학 건물이 1926년 국립서울대학교로 개편된 이후, 대학로 일대에는 서울대의 여러 단과대학이 들어서며 대학생들의 주요한 활동지가 되었다. 4·19혁명, 유신 철폐 운동을 비롯한 학생운동이 일어난 시기에는 민주주의와 민족주의를 추구하던 학생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학교가 관악구로 떠나간 후에도, 성균관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대학로를 지키며 젊음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이전 후 문리대학 옛터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뻔했는데, 지식인들과 시민들의 반대로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며 문화예술의 선율을 이어갈 수 있었다. 현재 공원에는 조각품과 야외무대, 분수공원이 설치되어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빨간 벽돌은 마로니에 공원의 상징이다. 옛 문리대 부지가 문화예술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축가 김수근은 공원 주변에 붉은 벽돌을 특징으로 한 미술관과 공연장을 설계했다. 1979년 ‘미술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래 아르코 미술관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공공미술관으로 그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기억·공간》은 아르코미술관을 둘러싼 기억을 동시대 작가들의 눈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기록된 역사를 소환하고, 그것을 현재와 연결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아르코미술관의 오랜 역사의 줄기와 자신의 교차했던 경험을 더듬어 지금, 이 자리에 새롭게 소환한다. 역사가 축적한 과거의 기록은 작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역동적인 생명성을 얻는다.

《기억·공간》

김보경, 〈표풍(漂風)하는 걸음〉(2023)
시트지에 디지털 컬러 프린트, 투명 시트지에 디지털 컬러 프린트, 가변크기

황원해, 〈슬러리 월〉(2023)
캔버스에 아크릴, 가변크기

박민하, 〈눈〉(2023)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 왁스, MIRAVALⓡ, 81x81cm

박민하, 〈터〉(2023)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 왁스, MIRAVALⓡ, 215x215cm

박민하, 〈터(군중)〉(2023)
캔버스에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오일, 왁스, MIRAVALⓡ, 215x215cm

박민하, 〈터(춤)〉(2023)
캔버스에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오일, 왁스, MIRAVALⓡ, 215x215cm

박민하, 〈터(공터)〉(2023)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 왁스, MIRAVALⓡ, 215x215cm

윤향로, 〈태깅-K〉(2023)
엡손 울트라크롬 잉크젯, 캔버스에 아크릴, 300x800cm

문승현(옐로우 닷 컴퍼니), 〈전시장의 투명한 벽은 시에나 색으로 물든다〉(2023)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2분 18초

안경수, 〈전야〉(2023)
캔버스에 아크릴, 120x1080cm

다이아거날 써츠, 〈의자3〉(2023)
체리, 월넛 원목 위 오일 마감, 40x156x35cm

다이아거날 써츠, 〈”의자3″을 위한 사진〉(2023)
피그먼트 프린트, 170x75cm

아르코미술관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성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끈질긴 자기애 自己愛로부터 비롯된다. 《기억·공간》은 스스로에 대한, 즉 아르코미술관에 대한 애정의 보고다. 미술관은 작가의 손을 빌려 자신의 아름다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과거의 이야기들을 물 위로 계속 끌어올린다. 회화, 퍼포먼스, 영상, 음향,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붉은벽돌의 틈새를 훑으며 살아있는 미술관의 흔적을 남긴다. 덕분에 개관 50주년을 앞둔 장년의 아르코미술관은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얻는다.

나를 위한 피크닉에 이보다 걸맞은 장소가 있을까? 아르코미술관이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듯이, 소중한 나 자신을 한껏 껴안아 주자.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사랑하는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자. 아르코미술관의 다양한 공간에 설치된 작품들은 관람객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며, 계절의 찬란함은 사랑의 기쁨을 배가되게 해줄 것이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예쁜 아르코미술관에서 – 두 번째 아트피크닉은 여기까지!

글, 사진: 문혜인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