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최열
미술사학자, 미술비평가

최열은 1956년 태어났다.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민족미술협의회,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조직을 담당하였으며,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가나아트 편집장,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하였다. 1993년 한국근대미술사학회(현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05년 인물미술사학회를 조직해 한국근대미술사와 인물 연구의 기초를 다졌다. 저서로는 『한국근대사회미술론』(위상미술동인, 1981), 『한국현대미술운동사』(돌베개, 1991), 『민족미술의 이론과 실천』(돌베개, 1991), 『김복진 힘의 미학』(재원, 1995), 『한국현대미술비평사』(청년사, 2012), 『한국근대미술의 역사』(열화당, 2015), 『한국근대미술비평사』(열화당, 2016),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열화당, 2020), 『미술과 사회』(청년사, 2009), 『권진규』, 『박수근평전』(마로니에북스, 2011), 『이중섭 평전』(돌베개, 2014), 『추사 김정희 평전』(돌베개, 2021), 『옛 그림으로 본 서울』(혜화1117, 2020) 등이 있다. 1999년 제2회 한국미술저작상, 2008년 간행물문화대상 저작상, 2010년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부문상을 수상했으며 정관김복진미술이론상, 석남이경성미술이론상을 꾸려 후학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열과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
배우리 기자

20세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슬러 지금은 19세기 이전의 미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최열을 만났다. 혜곡최순우상 수상이라는 굵직한 이벤트도 있었고,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이태성, 서지현, 최열 기증자료전》도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째 끝나지 않은 국립현대 미술관 최열 컬렉션 기증 이야기도 들어야 했고,
각 인물의 고향에서 맡게 된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상과 김복진 미술이론상 뒷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무슨 이유를 대든 최열은 월간미술이 언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미술계 선배 중 한 명이다.
최열의 미술사 연구는 민중미술운동에서 시작된다. 그는 저항미술을 축으로 삼고, 먼저 길을 닦은 선배를 찾아 1차 문헌을 모두 뒤졌다. 그렇게 정관 김복진을 만나고 아무도 연구하지 않았던 좌파미술운동사를 정립했다. 1993년에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한국근대미술사학회를 창립하고 비워져 있던 근대의 그릇을 채웠으며, 2005년에는 인물미술사학회를 꾸려 양식사 바깥의 인물들을 꾸준히 발굴 · 연구해왔다.
그가 이중섭, 추사 김정희 같은 유명인사만 연구한 것이 아니다. 그의 연구목록에는 지사(志士) 서화가, 석촌 윤용구(石邨 尹用求, 1853~1939), 기생 출신의 남전 허산옥(藍田 許山玉, 1926~1993) 같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늘 알리려고 애쓰지만 도무지 이름이 커지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그는 아름답고 위대한 정신을 가진 변방의 인물을 찾아 제자리를 찾아줌으로써 끊임없이 미술사의 권력에 도전하는 중이다. 김복진과 이경성처럼 이름을 꾸준히 부르다 보면 이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최열은 믿고 있다. 누가 알겠는가, 남전 허산옥의 이름으로 전주에 미술관이 생길지. 그렇게 되면 최열 컬렉션에 민중미술 사료와 함께 기증된 100여 점의 허산옥 그림이 빛을 볼지도 모른다.
문득 궁금해졌다. 연구를 위해 수집한 자료를 왜 몽땅 기증할까. 그는 “비움”이라고 답했다. 40년 동안 채웠으니, 그 다음은 비울 차례. 돈이든 물건이든 집이든 비워내지 않는다면 욕망에 못 이겨 스스로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경계를 늘 하고 있다. 덕분에 연구를 위해 자료 및 작품을 수집하고, 집필이 끝나면 관련 기관에 상당수 기증하는 것이 연구 루틴이 되어버렸다. 2014년 『이중섭 평전』 발간 이후, 이중섭미술관에도 이중섭 관련 책자와 전시도록, 잡지가 전달되었다. 물론, 그의 집은 아직도 책자와 음반이 가득하다. 모두 비우는 건 4~5년 후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비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맥 G4. 그러고 보면 최열은 자타공인 매킨토시 마니아다. 선배 세대와 달리 그의 문방사우는 매킨토시다. 그는 서울민족민중미술 운동연합 사건으로 체포되어 수감되었을 때 말 그대로 “맥월드”를 만났다. 출소 이후로 그의 컴퓨터는 줄곧 매킨토시. 최근에는 가지고 있던 역대 매킨토시 시리즈와 음향기기, CD가 최열 컬렉션에 포함되었다. 최열의 애플 기기는 한 미술사학자의 ‘문방사우’일 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심플함, 그리고 민중미술 시대를 지나 세계화, 디지털화로 진입하던 시기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 컴퓨터가 옛날의 벼루와 붓이라면, 음향기기는 그의 거문고인 셈.
정관 김복진, 근원 김용준, 우현 고유섭의 전집을 엮고, 한국근현대미술사와 비평사에 관한 저작을 내고, 권진규, 박수근, 이중섭, 추사 김정희 평전을 내는 등 치열한 연구를 통해 한국근현대미술사의 길을 닦은 최열은 혜곡최순우상 선정위원의 만장일치로 제4회 혜곡최순우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지난 12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시상식이 열렸다. 그는 어린 시절 읽으며 행복해했던 최순우 선생의 이름으로 상을 받는 것에 대한 기쁨을 전했다. 연구에 집중하느라 돌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이경성상과 김복진상을 떠나보낸 후, 그는 ‘이름 없는 별상’을 구상하고 있다. 이름 없는 것을 아무도 반기지 않을까봐 시작을 망설이고 있지만 이 후배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의 눈과 손을 거쳤다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반짝이는 별이란 걸 확신한다.

  • 최열×홍지석 『미술사 입문자를 위한 대화』 혜화1117 2020
    최열은 60세 즈음, 미술사 전공 후배와 함께 이 책을 엮었다. 5년 후 쯤 후속편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옛 그림으로 본 서울』 혜화1117 2020
  • 혜곡최순우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옛 그림으로 본 서울’ 강연도 진행했다

사진 제공 : 혜곡최순우기념관, 사진 : 황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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