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킹룸 2022 〈합성계의 카나리아〉

6.23~26 탈영역우정국

‘거대언어모델과 메타언어’ 워크숍 광경 제공: 포킹룸  

시뮬라크르의 허점을 탐색해보자!

​기술과 사회와 예술이 맞닥뜨린 동시대의 양상을 살피고, 생각을 나누는 포킹룸(진행: 강민형, 송수연, 최빛나)은 올해 인공지능으로부터 뻗어 나온 ‘합성계(Synthetisphere)’를 탐색했다. 그 기조 아래, 포킹룸 2022는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리서치로부터 출발해 전시와 워크숍, 퍼포먼스, 토크로 구성되었다. 합성된 이미지(또는 언어)에서 다시 합성되는 형상을 양산하는 인공지능을 대하며, 우리는 과거 탄광 속 유독가스를 민감하게 감지하던 카나리아처럼 무엇이 잘 / 못 되어가고 있는지를 번뜩 알아차릴 수 있을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짜’를 창출하는 합성계를 탐색한 7개의 ‘리서치 Zine’ 모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스타그램, 스노우, 유라이크, 틱톡 등을 거쳐 데이터화된 이미지와 자신의 (무빙)이미지가 단번에 합성되는 일상에 의혹을 제기하는 곽한비의 《인필트레이터: 필터 속 잠입자 되기》다. 필터 효과와 압착되어 거대 데이터로 저장될 내 얼굴, 셀카도 가져가면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는지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 역동하는 합성계 중 하나다. 또, 김승범의 《뉴럴 네트워크는 비건이 아니다》는 합성계의 운행을 가능케 하는 ‘인공 신경망’이 동물에 한정된 인지구조에 의존해 개발되었음을, 그리고 우리가 이를 당연시해왔음을 짚는다.

이렇게 합성계의 맹점을 서술한 연구 결과의 주변에는 이미지와 인공 신경망의 관계를 탐색한 8개 작품이 있다. 그중 조현 작가의 〈스페이스 에코〉는 마치 메아리처럼 인간이 넣어둔 말을 되풀이하는 인공지능과 어떻게든 소통하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 기대어 풀어낸다. VR 장비를 착용한 관람객이 눈앞의 이미지에 가닿고자 한다면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말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하지만 관람자는 결국 그 대상과 완전히 접촉하지는 못한다.

한편, 김승범은 6월 26일, 워크숍 ‘거대언어모델과 메타언어’에서 일상에서 쓰이는 말로도 텍스트를 산출하는 오픈소스 인공지능 GPT- 3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소통’이 가능할지와 이 ‘대화’가 참여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GPT- 3는 사용자가 영어를 쓰면 글자수에 따른 비용이 더 싸게 매겨지고, 프롬프트가 보다 원활하게 생성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언어에 치우친 사고를 드러낸다. 더불어 그 자체가 ‘언어가 만드는 언어’로, 거대언어모델과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반영한 문장을 합성해내는 프로그램은 인공지능을 보다 감정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경험에 관해, 김승범은 이 상업적인 범용 플랫폼이 주는 “통계적 환각”에 거리두기가 필요함을 주지시켰다. 최근 인공지능 ‘람다(LaMDA)’와 관련한 사태가 예시하듯*, 인공지능은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기에 사용자의 사고에 침투하기 용이하다. 그는 이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한 활용법을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메타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어와 이미지의 ‘합성계’를 형성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예술적 탐색은 이를 비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자, 시뮬라크르 내부를 더듬는 연쇄적인 사고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한 예가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전형적인 진술 뒤에 숨은 문제들을 집어낼 수 있다.  조현아 기자

조현 〈스페이스 에코〉 VR 2022

〈합성계의 카나리아〉탈영역우정국 전시 광경

전시의 ‘리서치 Zine’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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