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EDITOR’S 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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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익
별을 그리는 마음
9.2~2023.2.5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작고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격년으로 시행하고 있다. 2022년은 이만익(1938~ 2012)의 작고 10주기를 기념해 〈이만익 - 별을 그리는 마음〉이 기획되었다. 시인 윤동주와 같은 마음으로 별을 기리는 화가가 다시 우리 곁에 반년간 머물게 됐다.
전시는 총 3부로 이루어졌다. 작가의 생애와 성장, 변혁의 과정을 다룬 ‘1부 : 이만익의 생애’(1~2전시실)에서는 뚜렷한 선으로 신화의 세계를 그리기 이전, 사실주의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역〉, 〈청계천〉 등의 작품은 1960년대, “참혹한 현실과 회화적 구현 사이의 갈등”(이건수, 《월간미술》 2005년 7월호)을 짐작게 한다. 2부(3~4전시실)에서는 파리 유학 후 성취한 평면적이고 선적인 특색이 드러나는 〈주몽의 하늘〉(1991), 〈유화취적도〉(1998), 〈심청〉(1991) 등을 만날 수 있다. 1, 2부 관람 중간에 만날 수 있는 아카이브에서는 드로잉과 스케치, 도록과 육필 자료,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이만익의 생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4전시실에는 1988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맡아 제작한 조형물 〈세계수〉와 판화 작품 등을 모아놓은 아카이브가 마련되어 있다. 어두운 현실 안에서 웅크리기보다 온 몸을 활짝 열고 미래의 화합(동물과 비인간을 끌어안은)을 가꾸려는 작가의 정신은 〈얼씨구 차차차〉(2010)의 흥겨움으로 마무리된다.

무한과 진리를 우리의 신화와 색채에서 찾고자 했던 한 휴머니스트의 그림 속에서 우리는 글로벌리즘 이후, 조형적이고 보편적으로 유효한 평화론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주몽(朱夢)〉캔버스에 유채 160×300cm 1999
〈해후(邂逅)〉 캔버스에 유채 170×330cm 1991, 1988년 서울올림픽 아카이브
〈청계천〉 캔버스에 유채 128×205cm 1964

황석봉
소풍(鮹風)
9.23~10.23 자하미술관

15년 전 서산 태안의 페놀 유출 사고의 심각성을 고발하기 위해 시작한 〈낙지(樂之)〉 시리즈는 기후위기가 우리 목을 죄어오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작가는 낙지가 온몸으로 치대는 뻘과 조개껍데기 가루 등을 화면에 바르며 생태계, 그리고 작품과 하나 되는 경지를 펼치고 있다.

루즈리프(Loose leaf)
일상의 기록
9.30~10.10 구정아트센터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루즈리프(배원아+찰리 로우러)가 지난여름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거주하며 구상한 작품을 선보였다. 우리 선조들이 부정한 것을 막아준다고 믿었던 숯을 이용해 공간과 조우 하도록 한 설치작업은 자연의 순환과 재생, 정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허수영
10.14~11.19 학고재

회화 작가 허수영이 2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상 소재를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중첩하는 노동집약적 방식은 밀도 있는 화면 속에서 이미지, 색채, 물성을 팽창시킨다. 근작에서는 캔버스 위 꽃과 풀의 세계는 별들이 존재하는 우주로 확장되며 빛이 더 구체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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