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강이연 〈위무〉 5채널 비디오, 2채널 사운드 4분 2021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9.15~11.15
파주 Uni마루, 도라산역, 파주철거GP,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 서울 국립통일교육원

여기와 저기의 한계 너머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곳이자 남북한의 정치적  ·  사상적 대립의 완충 지대인 DMZ는 그 특수성 때문에 더욱 풍부한 상상의 여지와 회복의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소장 김기혁)가 개관한
‘Uni마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임시출경사무소로 쓰였으며, 민현준 건축가의 손을 거쳐 DMZ 내 첫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총 다섯 군데에서 열린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총예술감독 정연심)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남북통일에 대한 작가들의 염원을 흡수했다. 특히 Uni마루의 중앙에 놓인 백남준의 작품 〈호랑이는 살아 있다〉는 새천년을 맞아 통일에 대한 꿈이 솟아오르던 2000년의 첫날 〈DMZ 2000〉에서 선보인 것으로, 20년 전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매개한다. 그 뒤로 펼쳐진 마르예티차 포트르치의 드로잉 연작 〈DMZ 흙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는 폭력적인 인간 행위를 무화시키는 자연의 영향과 그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

실향민 2세대로서 남북의 경계 없는 공존에 대해 고찰해온 리덕수는 (구)출경동의 폐목재를 사용해 언제든지 머무르고 건너갈 수 있는 〈남북 미술가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비어있는 공간은 오히려 함께할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이성미의 〈Invisible and Visible〉은 비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인 대립이 일어나는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을 단순화한 레진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이념처럼 투명해서 잘 보이지 않으나 날이 서 있는 표면을 드러낸다. Uni마루 옥상에는 이형우의 〈무제: 보더리스〉가 있다. 작품은 남과 북을 반사하는 거대한 구(球)로, 두 지역의 경계를 한 몸에 담아낸다.

한편, 2018년 남북합의 후속조치 이후 철거된 최전방 감시초소(Guard Post) ‘파주철거GP’에는 양혜규의 〈비대칭 렌즈 위의 DMZ 철새  -  키욧 키욧 주형기 舟形器 (흰배지빠귀)〉가 설치되었다. 작품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나눈 대화 대신 흰배지빠귀와 새소리가 생중계된 상황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사람이 오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가있는 오래된 돌과 3D 스캐닝 된 새 모양 조각은 독특한 함의를 발생시킨다.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인 경의선 도라산역에는 강이연, 금민정, 이예승의 영상 작품이 재생됐으며, 역 바깥 컨테이너 공터 바닥에는 슬기와 민의 〈이곳 / 저곳〉이 그려졌다. 1,430m 규모의 타이포그라피는 하나의 공간을
두 가지 관념으로 나누어 보는 모순된 시각을 지시한다.

이산가족들이 오가던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 안 제진역에 설치된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최재은의 〈자연국가(自然國家)〉다. 작가는 〈자연국가(自然國家)  -  Nature Rules〉의 계획서와 식물학자와 협업해 제작된 DMZ의 생태 현황 지적도로 ‘영적인’ DMZ의 생태와 관목의 보존 방안을 제안한다. 또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는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에서 돌아가신 작가의 할아버지 유품으로 구성된 것으로 개인적 흔적으로 남은 분단의 역사를 조명한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전시는 들어가 볼 수 없는 경계선을 넘어, 통일과 평화, 생태와 보존, 연결과 연대, 교류와 확장을 꿈꾼다. 이상에 불과할지라도 예술은 불모의 땅에 상상의 씨앗을 심어 그어진 한계를 넘는 시도를 지속한다.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 있다〉(사진 가운데)
모니터, 레진 구조물에 유채, 비디오 설치 13분 58초 2000 개인소장

리덕수 〈남북 미술가를 위한 공간〉(사진 뒤쪽 프레임)
(구)출경동의 폐목재 100×100×370cm 2021

사진: 김산 제공: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이형우 〈무제: 보더리스〉
스테인리스 스틸 300×300×300cm 2021

최재은 〈자연국가(自然國家)〉
DMZ 생태 숲 플랜/17,500:1 지도, 소나무, 돌, 사운드 설치 1,114×99cm 2021

사진: 김산 제공: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한석경
〈시언: 시대의 언어〉 혼합 매체 550×600×220cm 2019/2021

사진: 김산 제공: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글: 조현아 기자 사진: 박홍순 / 김산
제공: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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