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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

김성원 부관장은 파리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 미술관학을 전공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과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아트선재센터 학예실장 등을 역임했다.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예술감독을 지냈다. 또한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미술행정, 비평활동 등도 펼쳤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리움은 현재 ‘변화’하는 중

10월 8일 리움미술관(이하 리움)의 재개관 소식은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사립미술관으로 평가받는 리움의 휴관은 그간 미술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터였다. 그만큼 우리 미술계가 리움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반증이다.

전격적인 재개관 소식에 이어 주목되는 소식 하나가 덧붙여졌다. 바로 김성원 부관장의 취임이다. 김성원 부관장은 교수(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전시기획자, 비평가. 미술행정가로 다방면에 역량을 드러내 미술계 주요 인사로 손꼽혀왔다. 9월 1일 취임한 김 부관장은 리움 재개관의 화두를 역시 ‘변화’로 꼽았다. 그를 인터뷰했다.

월간미술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부관장 제안은 언제 받으셨습니까?

김성원

6월에 처음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7월 수락했습니다. 당시 리움은 이미 재개관을 준비하는 중이었어요. 구성원 모두 오랜 노력을 기울였고 재개관이 축하받아 마땅한 일인데 이 시점에 취임한 제가 부관장으로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웃음) 여기 구성원들도 외부 관심과 방문에 크게 감동받고 있어요.

월간미술

그간 주목받는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행보를 보이신 터라 미술계의 관심이 부관장께 더 향하는 것 같습니다.

김성원

알려졌다시피 리움은 국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훌륭한 컬렉션도 그렇고 그간 개최한 굵직한 전시도 그랬죠. 그간 미술현장가로서, 관람객으로서 리움을 대하다가 일원으로 속한 지 이제 두 달 정도 되어갑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앞으로 뭔가 새롭게 만들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변화’는 이미 이서현 미술관운영위원장 취임 후부터 줄곧 키워드였습니다. 그래서 리뉴얼도 하고 재개관전을 보셨으면 아실테지만 파격적인 시도도 있었습니다. 변화의 기차는 출발했고 저는 거기에 동승한 셈입니다. 그래서 저의 임무는 그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끌고 갈 것인가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기존의 리움이 쌓아온 역사를 변화와 함께 가져가는 거죠. 리움의 현대미술 컬렉션이 30년 후를 내다봤기에 그 가치가 빛날 수 있었는데 그 정신과 일은 계속 가져가야 합니다. 여기서 변화는 ‘파격’의 성격보다 시대의 정신과 흐름을 담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몇십 년 후에 리움미술관이 좋은 안목과 혜안을 갖고 그 당시에 가치가 있는 작업을 소장했고 소개한 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월간미술

관람자로서 리움을 보셨을 때와 많은 차이가 있겠습니다.

김성원

그게 차이라는 말과 다른 차원의 내용일 것 같습니다. 관람자나 미술 현장가로서 리움에 대해 기대가 많았어요. 이제 이 안으로 들어와서 그런 기대를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벅찹니다. 저에게는 그 어떤 일보다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리움이 한국 미술 현장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모두 실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아트신에서 진정한 의미로 주목을 받는 미술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으니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저는 리움이 글로벌 미술 현장에서 전문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술관,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 전시해보고 싶은 미술관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야만 한국의 동시대 혹은 차세대 작가들이 글로벌 미술 현장에 알려질 수 있는 거죠. 이는 이 운영위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는 리움이 글로벌 미술현장의 중요한 흐름을 읽고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관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글로벌 아트신에서 어떤 작가가 의미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생성했느냐 이것을 국내에 소개하고 동시에 국내 미술현장의 작가들도 같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그러면 국내 아티스트가 글로벌 아티스트와 동등하게 교류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일을 주도적으로 이행하고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점이 바로 리움의 강점이겠죠.

월간미술

부관장께서 만약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지금 생각하시는 행운도 없었겠죠. 이전 행보를 봤을 때 앞으로 리움 전시가 비평적 이슈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리움이 설정할 앞으로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김성원

삼성문화재단이 제안한 디지털과 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힌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현재 ‘메타리움 (Metaverse+Leeum)’이라고 가상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ESG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있는 형국인데 사실 어떤 중요한 가치를 제안하는 예술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것과 리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큰 변화죠. 물론 미술관이 지향하는 가치가 전시와 소장, 교육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어요. 그런데 이와 함께 이제 미래를 위해서 가져가야 하는 가치가 생겨난 거죠. 미술관이 그런 가치를 선도적으로 이야기하고 전파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한 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인간이 존재하기가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미술이 해야 할 일입니다.

월간미술

이번 상설전을 보고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주제전을 방불케 하는 전시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상설전에 대한 리움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단서로 봐도 될까요?

김성원

M2는 앞으로 상설전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기획전과 소장품전을 병행하려 하고 있어요. 그게 변화인 셈이죠. 그냥 전시공간인 거예요.
약 30여 년 전부터 세계적인 미술관들의 상설전은 연대기적 방식에서 탈피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다 보니 미술사를 잘 정리한 소장품전이 오히려 다르게 보이는 지경이 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소장품을 새롭게 읽을 수 있게 만들 것인가를 궁리 중입니다. 열린 방식으로 관람객이 소장품을 해석하게 할 방안을 마련하려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근간이 학예실에서 하는 연구활동입니다. 관람객과 소장품의 만남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고미술 소장품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행: 황석권 편집장 / 사진: 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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