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Demo

토마츠 샤이비츠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2023. 5. 17 – 6. 17
학고재

위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 Photoshop’의 첫 번째 데모 영상이다. 대학생이던 토머스 놀 Thomas Knoll과 그의 형 John Knoll은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미지의 직접적 변형과 맥락이 다른 이미지의 조합과 변형을 통해서 가능하게 만들었다. 영상에서 예시로 사용된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놀의 여자친구였던, 현재는 부인인 제니퍼 Jenifer다. 천국과 같던 보라보라섬의 해변에 앉은 제니퍼는 선택되고 절취되어 복사되었다. 프로그램의 개발로 사실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기능은 불안정해지고, 이미지의 직접적 변형과 맥락이 다른 이미지의 조합과 변형을 통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2023 캔버스에 유채, 비닐 페인트, 피그먼트 마커 120x280cm

토마스 샤이비츠 Thomas Sheibitz는 형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르네상스 시기 회화, 동시대 만화, 대중매체, 그래픽 디자인 등의 다양한 기성 이미지를, 마치 포토샵을 사용하듯이 자유롭게 추출하고 변형시켜 새로운 이미지를 얻는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연필 드로잉 이미지를 기하학적 도형으로 변형시키고, 작가가 배합한 독창적인 색채를 더해 추상과 재현을 초월한 동시대적 회화를 도출한다. 형광 연둣빛과 주황빛, 이와 대조를 이루는 무채색, 그리고 재료로 사용한 피그먼트 마커나 비닐 페인트는 동시대성을 강조하며 21세기 회화가 20세기와 구분되는 변곡점을 드러낸다.

제니퍼의 낙원은 샤이비츠의 캔버스에서 편집되어 텍스트보다 강력한 이미지가 된다. 추상 표현인지 재현회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함 속에 작품은 유희하며 ‘단어’로의 포착을 꾸준히 거부한다.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데모 영상처럼, 샤이비츠는 관람객을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회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Fuge(푸가)〉, 2023, 캔버스에 유채, 비닐 페인트, 피그먼트 마커, 240x150cm

글, 사진: 문혜인
자료: 학고재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