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마다의 이야기

2020. 1. 9 ~ 2. 22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arariogallery.com


아라리오갤러리는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꾸준한 주목을 받는 천위쥔(彧君 Chen Yujun)의 개인전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천위진은 급변하는 중국의 현대사회 모습을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은유적이고도 스펙타클하게 풀어내는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이며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이야기가 모여 공동체 의식과 문화로 형성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출품 작업은 근대화와 서구화를 겪으며 변화해온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관한 작가의 비평적 고찰에서 비롯한다.

Chen Yujun, <Exploited Ego – Balance>, Cloth, newspaper, hand-made paper, pencil, toner, marker pen, 158x112cm, 2007-2019.

형상이 부재한 이전 작품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부각한 점이 눈에 띈다. 신문지 뒷면에 스케치를 겹쳐 넣은 드로잉과 추상화한 인물 형태를 3D 프린팅으로 만든 대리석 조각 작품에는 작가가 관찰해온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아가, 평면 작업을 입체 작품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전시 공간 사이사이 상상의 틈을 만들어 관람객과 작품 간의 상호관계를 다층적으로 연결했다.

Chen Yujun, <Space of 11 Square Meter>, Hand-made paper, newspaper, acrylic and water ink, 200x550cm, 2018-2019

Chen Yujun, <Wedding Banquet No. 4>, Acrylic on canvas, 200x300cm, 2018

지하에 전시된 작품 <11제곱미터의 공간(Space of 11 Square Meter)>은 신문지와 전통 한지, 먹과 아크릴을 절묘하게 콜라주한 작품이다. 뒤틀린 공간 구성과 어지러운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삶의 터전이자 작가의 작업에 핵심개념인 ‘집’이 보인다. 여기에는 고향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이주 이야기가 녹아있다. <결혼 연회(Wedding Banquet)>는 각지에 흩어져 지내는 가족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작업으로 각자의 경험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역동적이고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다시 각각의 사회가 모여 공동체 의식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에 주목함으로써 작가는 개인, 사회, 문화 정체성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내달 2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인의 정체성과 변화하는 아시아의 관계적 지형도에 관한 천위진의 흥미로운 시대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자료제공: 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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