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가 자하 하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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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이 곧 지형이다

시작단계부터 완공까지 기대와 우려 속에 큰 관심을 모았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3월 21일 문을 열었다. 개관을 앞둔 지난 3월 11일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방문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자하를 취재하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DDP의 운영 방향을 소개하고 패트릭 슈마허(자하 하디드 건축설계사무소 파트너이자 상임 디자이너)의 건축소개가 있기까지 그녀는 등장하지 않았다. 얼마 후 그녀는 스타 건축가답게 DDP의 잔디공원을 가로지르며 골프장에서나 봄직한 카트를 타고 등장했다.
그녀는 1993년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소방서’를 첫 완공작으로 시작해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를 맡아왔을 뿐 아니라 각종 디자인 전시를 수차례 열며 2004년에는 여성 건축가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가도를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그녀 건축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어색한 부조화, 지나치게 큰 규모와 비용의 효율성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DDP 역시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가운 시선 속에 개관한 DDP의 건축적 핵심, 더 나아가 자하의 건축철학은 무엇일까.
자하 하디드가 건축관으로 내세우는 중심은 두 가지다. ‘커브(curve)’ 와 ‘어버니즘(urbanism)’. 무빙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 도시 사회에서 그녀의 건축은 정적으로 멈추지 않고 함께 흘러간다. 불규칙하고 복잡한 곡선을 사용하여 어느 공간에 위치하든지 마주하는 이미지는 무한히 변화하여 건물 내부 어디에도 같은 뷰가 보이지 않는다. 자하와 함께 내한한 페트릭 슈마허는 DDP에 대해 “얼개가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곡선이 전체 건물을 구성한다”라며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는 것만 봐도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적인 감각과 흐르는 듯한 곡선은 창문 없이 외부를 장식한 4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과 기둥없이 이어지는 내부에서 강조된다.
DDP를 둘러싼 또 다른 비판은 건물 주변의 역사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점과 필요이상으로 크게 지어진 것 아니냐는 규모(총사업비 4840억원, 연면적 8만5320㎡)의 문제였다. 이에 대해 자하는 “건물의 용도에 맞게, 의뢰자의 희망에 따라 설계했다. 어떠한 근거로 규모가 크다고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무의미했다. DDP에 대한 논란은 결국 주체 없이 공회전하는 메아리였다. 규모가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어떠한가. “DDP는 형태적 독창성과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한 작품이다”라며 곡선을 사용해 도시의 특성을 살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지형임”을 강조했다. 페트릭 슈마허는 “DDP 이전 그 자리에 있던 야구장의 역사성을 설계에 반영했다. 경기장의 조명탑을 보존하였고 설계에서 경기장의 느낌을 살렸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peo2최초의 3D 비정형 건축으로 주목받는 DDP에 대해 자하는 일단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안도 다다오, 알바로 시자 등 외국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국내에 지어진 경우 무조건적 주목을 받듯 DDP가 과연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일단 자하 하디드란 여성 건축가의 이름을 국내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에서는 ‘성공적’ 이다. 건물 개관과 함께 DDP에서는 작은 숟가락부터, 가구와 신발 보석 등 그녀가 디자인한 4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를 3월 26일까지 열었으며 2차로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1차 전시품 외의 건축 모형과 샹들리에 등을 선보이는 <자하 하디드_360도 전>을 선보인다.
다음 행보는 도쿄 올림픽경기장(2020)이다. DDP 설계자로 선정됐을 때와 유사하게 일본 언론에서도 자하의 건축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과연 일본에서는 어떤 도시적 건축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역사성과 지역적 특수성이 도쿄에서는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궁금하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녀의 예술행보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