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유비호_Belief in Art

contents 2014.2. review | 유비호_Belief in Art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신념의 선, 2013>의 영상에서 사람은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대지와 지평선만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목적지는 그곳에서 자신이 정해놓은 하나의 선(線)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서 있든 그곳에서 보면 광활한 대지와 지평선만 보일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것은 그 순간 하나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생각이 정지하고 목적지도 사라지며 방향 감각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또한 시간의 의미를 상실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목적지가 사라지는 것은 미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래가 사라지는 것은 과거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목적지가 사라질 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과거의 모든 노력은 한순간 주마등 같이 스쳐가며, 허탈함과 공허함만이 밀려올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이 사라지면, 과거와 미래가 사라지고 몸뚱이 하나만 남아있는 현재의 자신을 보게 된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은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목적지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볼 뿐이다.
예술은 정해진 선이 있을까? 예술의 정의는 각자 자신들이 정해놓은 선만 있을 뿐 그것은 <신념의 선>의 영상에서 보듯이 대지나 지평선과는 상관없다. 아니 그보다 예술은 어떤 목적을 지녀야 하는 것인가? 예술 또한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보고, 주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
유비호의 <신념의 선>의 영상은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 앞에서 겪게 되는 방향성의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예술에 어떤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과 같이 나아갔던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성찰을 이야기하는 고백록과도 같을 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정해진 선이 사라지고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에 선 순간 또다시 <긴 슬픔 공허한 숨>(2007)의 영상에서 느꼈던, 자신만이 혼자 이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한 작고 왜소한 마음이 또다시 밀려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안의 숲>(2013)의 영상은 자신이 <신념의 선>(2013)과 <긴 슬픔 공허한>(2007)의 영상에서 느낀 것과 같은 마음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안하는 것이자 또한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과도 같다. 나무는 사람들처럼 어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지도 않으며, 사람들을 하나의 징검다리로 이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유비호의 <Belief in Art> 전시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다가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예술이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이며, 우리는 누구를 위해 목적지를 정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한 것이다.
조관용・《미술과 담론》 편집장

<위안의 숲_겨울(남)>(벽면 왼쪽 사진) <<위안의 숲_겨울(여)>(벽면 오른쪽 사진) 120×180cm(각)2 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