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문승현 Watercolor

조선일보미술관 1.7~13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제나 자기만의 독특한 떨림을 지닌다. 그 떨림이 이어지고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대상에 대한 앎의 시작일 것이다. 그 떨림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동시에 정신에 자신만의 떨림을 깊이 새긴다. 따라서 우리는 눈을 감아도 그 떨림으로 대상을 추상해낼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모든 감각은 외부의 떨림에 곤두서 있다. 그것이 바로 눈을 감으면 더 산만해 지고 귀를 막으면 더 시끄러워지는 이유다. 대상과의 첫 만남. 그 떨림을 느끼려 가만히 들여다보기. 응시다. 문승현의 작품은 그렇게 우리에게 응시하기를 요구한다. 흡사 어느 따사로운 여름날 물 위로 튀어나온 바위턱에 앉아 한없이 바라보던 물속에 움찔 이끌리듯 그의 조형적 언어를 이끄는 소재이며 생명의 근원인 물은 우리의 시선과 정신을 움찔거리게 만든다.
생명의 근원으로서 물은 스스로 생명이면서 다른 많은 생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다른 생명들의 바탕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 문승현이 수채를 고집하는 이유가 표현 기법이나 재료의 의미를 넘어 어쩌면 생명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관철하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물속에 비치는 돌은, 다른 의미로 물과 함께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고증하는 또 하나의 생명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작가의 천착은 그 생명과 생명 사이를 잇고 있는 작은 물고기들에게도 시선을 이끈다.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좇다보면 작가의 화면 구성과 그 이면에 비치는 돌들의 도식적인 조형언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는 생명, 나아가 자연 전체를 바라보는 문승현의 정신세계의 시각적 표현이며 메시지다.
물속에 어른어른 놓인 돌들과 점점 그 형상이 사라지고 움직임만 남은 물고기들의 관계를 천천히 지켜보면서 순간 어린시절 눈 뜨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뛰쳐나갔던 개울가가 떠오른다. 발바닥이 아파 뒤뚱거리며 물장구치던 유년의 어느 개울가에 부서지던 햇살과 그 햇살로 부신 눈을 찌푸리며 발을 담갔을 때 전해지던 물속의 차가우면서 매끄러운 느낌. 그렇게 물은 언제나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근원에 대해 지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서서히 떠오르는 유년의 아련한 기억들이 가져다주는 행복만큼이나 생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다음 메시지는 무엇일까 자못 기대된다.
임대식 아터테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