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회적 풍경

사회적 풍경

LIG 아트 스페이스 5.22~6.28

동시대미술에서 ‘풍경’이 삶의 배경이 아닌, 삶 그 자체로서의 풍경으로 재현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못해 흔하다. 그렇기에 풍경을 주제로 기획을 할 때 어떤 맥락을 가질 것인지가 어렵지만 중요한 부분인데, <사회적 풍경>은 그 부분을 드러낸 전시였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 면면은 작가적 의도와 맥락이 뚜렷했다. 부산의 감천, 영도라는 장소가 가진 버내큘러적 공간성을 그대로 담아낸 강홍구의 사진, 도시 사람들의 취미와 여가의 집합성과 익명성을 드러낸 이상원의 회화, 개발과 성장기 모던 시티의 디스토피아의 현재를 보여준 정재호의 회화,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현장을 미술관 쇼케이스처럼 증거로 남긴 진기종의 설치, 존재와 소멸 안의 시간과 기억을 상상하는 이혜인의 회화의 설치, 극장 간판 그림쟁이, 동네 골목 작은 가게 안 미싱사의 삶과 일상에 대한 기록인 전소정의 싱글 채널 영상이 그러했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그래서, 익숙한 사회적 풍경 안에 숨은 다른 풍경에서 찾을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19세기 근대 국가 탄생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 이전에는 ‘공동체’가 보편적 개념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비가시적 공동체의 소서사를 드러낸 전소정의 <되찾은 시간> <어느 미싱사의 일일> 그리고 그러한 공동체의 시간성과 역사성이 축적된 장소성을 사실대로 찍어낸  강홍구의 <사람의 집 – 프로세믹스 부산 > 연작이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이란 개념에서 정치적이고 이념적 맥락과 거리를 두고자 했던 탓일까. ‘사회적’ 풍경에서 ‘사회적’이란 기획의 틀을 개인적이고 정서적 관점으로 밋밋하게 걸쳐 둔 것이 작업들이 가진 섬세한 결들을 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왜냐면, 새로운 작업이 아닌 기존 작업들을 엮어 전시를 만들 때 어렵지만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작업들이 가진 섬세하고 풍부한 결들을 다른 주제와 개념들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관람객이 전시나 작업의 의도와 달리 해석하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여지를 두는 것과는 별도로 이 부분에 미술계 관람객이 아닌,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에서 미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하기 위한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채은영・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