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우리 옛돌 박물관

우리옛돌 (31)

성북동에 터 잡은 우리옛돌박물관

2015년 11월 11일 ‘우리옛돌박물관’이 성북동 언덕에 들어섰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했던 세중옛돌박물관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집을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능묘조각인 문인석, 장군석, 석수, 향로석, 장명등, 망주석과 민간 신앙과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동자석, 장승(혹은 벅수), 솟대 등 다양한 옛 돌조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석조문화재’라 하면 딱딱하게 느꼈을 텐데 ‘옛 돌’이라 부르니 우리 선조의 ‘바위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 어딘지 정이 간다. 그러나 소박한 이름에 비해 규모는 압도적이다. 국내 최대 석물 전문 박물관으로 약 5500평(18,155 여m2) 부지에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40년 동안 수집한 옛 돌조각(석물 1242점, 자수 280점, 근현대 한국회화 78점)이 전시되어 있다. 천 이사장은 “석조 유물에 대한 진위 장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골동상 허가가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석조물을 구입했다”고 한다.
워낙 많은 양의 옛 돌조각이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은 단연 야외전시관이다. 돌 조각은 자연에 사람의 공이 들어가 깎고 새기기를 반복해 만들어진다. 이후 해를 쬐고 바람을 맞으며 시간이 흘러 완숙해져 간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한 협업이 바로 우리 옛 돌이 지닌 예술적 아름다움이 아닐까? 산책로를 겸한 ‘돌의 정원’은 수복강녕과 길상의 기원이 뚜렷이 드러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로 가득 서있는 문인석과 장군석은 관람자를 든든하게 보호한다. 또한 주제별로 석조물의 특징을 살려 구성한 정원은 옛 돌조각으로 펼칠 수 있는 전시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 올레 길이 연상되도록 제주지역 동자석으로 꾸민 섹션이 한 예다. 동자석이나 벅수 등은 민중의 정서가 담긴 질박하고 해학적인 아름다움이 그 특징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안녕과 화복을 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지만, 우리네 얼굴의 원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석조 전문가의 수는 매우 적다. 박물관에서 소장품을 중심으로 연구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작시점이나 지역을 포함해 우리 옛 돌의 문화사적 가치를 밝히는 학술적인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천 이사장은 “석조유물을 연구하는데 우리 박물관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와 공유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우리 옛 돌 연구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