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민애 – 검은, 분홍 공

김민애 – 검은, 분홍

두산갤러리 9.3~10.4

전시제목은 ‘검은, 분홍 공’이다. 전시 안내문에 의하면 이번 전시는 ‘습관에 관한 소고(Thoughts on Habit)’라는 작가의 지난해 개인전과 연결된다고 한다. 그때 김민애는 전시장 벽을 기준으로 14도 튼 펜스를 전시장에 추가함으로써 관객의 이동을 제한했고, 영어로 번역한 윤동주의 <자화상>을 설치하여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였다. 그런데 전시 개막 몇 시간 전, 김민애는 검은 풍선 3개와 분홍 풍선 1개를 펜스와 벽 사이 등에 끼워놓았다. 미리 계획된 바에 따라 작품을 제작·설치하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좀 답답했다고 한다. 긴장이 있으면 이완이 있어야 하는 법. 가볍고 소프트하며 부수적이었던 풍선들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되었다.
두산갤러리의 전시장은 네모나다. 김민애는 불투명한 천으로 벽을 세워 방을 조성했다. 그 결과 네모난 전시장 안에 네모난 방이 생겼고, ‘ㅁ’자 형태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그 통로에서 관객은 불투명한 벽에 비친 사물의 실루엣들과 움직이는 2개의 분홍색 동그라미를 볼 수 있다. 그렇게 통로를 따라 세 번째 모퉁이에 다다르면 문을 마주하게 된다.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대학 때부터 제작했던 작업들이 어떤 역할이나 기능을 수행하지 않은 채, 또 장소특정적이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다. 즉 실루엣의 주인공은 작가의 과거 작업이고, 분홍색 동그라미는 조명에 의해 나타난 것이다. 더불어 설치 때 사용한 사다리가 있고, 작업을 포장하고 남은 것을 공처럼 둘둘 말아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이 문 옆에 ‘들어가지 마시오’란 말이 반전되어 적혀 있다.(방 안에서 봐야 글자가 똑바로 보임) 방 안에서 밖으로 가지 말라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밖의 관객에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텍스트 때문에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 동시에 그는 전시제목, 작가명, 전시기간도 반전된 형태로 벽에 적었다. 이 방에 들어가야만 작품과 텍스트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객은 주변을 맴돌며 작품의 실루엣과 반전된 글자만 보게 된다. 김민애는 이렇게 작품으로부터 관객을 소외시켜버렸다. 게다가 작품으로부터 기존 전시장도 소외시켜버렸다. 그는 기존 전시장 벽과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김민애는 관객이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도 관객에게 보일 준비가 덜 되게 함으로써 작품과 관객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은 관객과의 관계를 통해서, 또 전시장과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만약 소설의 2인칭 시점이 미술에도 있다면, 김민애의 이번 작품이 2인칭이 아닐까. 나아가 그런 2인칭을 통해서 작가의 삶을 반성하는 게 아닐까.
류한승・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Review] 코드 액트

코드 액트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9.4~11.15

신체, 여성 등의 컨텍스트와 퍼포먼스의 수행적 역할에 대한 관심사를 확장시켜 온 코리아나미술관은 <코드 액트(Code Act)>를 통해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감각적 상황들을 제시하고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무용, 드로잉, 조각, 설치, 영화, 연극,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10명(팀)의 작품은 미술관을 멀티플렉스(multiplex)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시각예술과 퍼포먼스의 공간적 확장을 꾀하였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정금형의 작품 <7가지 방법> (2009/12)은 연극적 무대를 통해 ‘몸’과 ‘오브제’를 매개로 한 소통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감각적 상황들에 대해 질문한다. 신체와 오브제(기계)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적극적 관계 맺기를 통한 퍼포밍을 시도한 그룹 코드 액트(Cod. Act)의 작품은 인체의 ‘숨’을 통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영향과 관계에 대한 실험적 영상작업이다. 지하 1층 전시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작품은 영화적 상상력과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작품을 통해 초기 영화에서 사용했던 스톱 모션, 화면 겹침, 디졸브 효과 등을 로맨틱하게 구현하고 시각예술을 영화적으로 탐구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혼성의 공간 안에 머무르게 한다.
계단을 따라 한 층 내려가면 본격적인 프로젝션 룸으로 변모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적인 오브제를 그로테스크하고 뒤틀린 퍼포먼스와 결합하여 인간의 광기와 본성을 표출하는 욘 복(John Bock)의 작업 옆에는 조앤 조나스(Joan Jonas)의 대표작 <리딩 단테 III>(2010)와 뮤지컬 형식을 통해 신체와 오브제의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로리 시몬스(Laurie Simmons)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스터 그룹(The Wooster Group), 덤타입(Dumb Type), 메리 레이드 켈리(Mary Reid Kelly)의 작업 또한 다양한 오브제와 실험적 무대 연출을 통해 연극, 신화,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적 문맥에서 퍼포밍의 형식적인 결과를 포용하고 편입시킴으로써 그동안 경험한 퍼포먼스보다 확장된 층들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캐서린 설리반(Catherine Sullivan)의 <수요의 삼각형(Triangle of need)>(2007)은 영화적 내러티브의 구조 안에서 기괴한 동작과 해체된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직조된 내러티브, 역사적 판타지, 그리고 영화의 파편들을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의미작용과 레퍼런스를 참조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고 간다면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코드 액트전>은 이렇듯 관람(viewership)의 몰입을 통해 우리를     ‘몸’을 매개로 한 퍼포먼스 작품 안으로 안내한다. 다양한 인문학적 맥락 안에서 본인만의 ‘신체’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10명(팀)의 작품들은 퍼포먼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고 관객들에게 관람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 기간 동안 프로젝션 룸으로의 변모를 통해, 다양한 융합과 레퍼런스들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하고 교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전시 공간에 유기적인 이음새를 만들어내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총체적인 공감각성을 환기시킨다.
홍이지・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Review] 마류밍

마류밍

학고재 9.2~10.5

9월 2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학고재에서 열리는 마류밍 개인전은 ‘펀     (芬)・마류밍’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펀(芬)・마류밍’은 1993년 마류밍이 그의 행위예술을 통해 처음 고안해낸 작가의 또 다른 자아로, 이번 전시는 작년과 올해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동일한 제목의 세 번째 전시이다. 이번 서울 전시는 초기 작품들에 대한 기록 영상과 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일종의 회고전 형식을 띠고 있다.
전시된 작품은 우선 마류밍의 데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길버트 & 조지와의 대화>(1993)에서부터 여성복을 찾용한 탄생 초기의 ‘펀(芬)・마류밍’, 이후 여성 복장을 벗고 남성의 신체를 드러낸 ‘펀(芬)・마류밍’의 다양한 작품들까지 약 10년간 지속된 마류밍의 행위예술 역사를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 외 2004년부터 2008년 무렵 제작된 회화와 입체작품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최근작을 선보인 본관 전시장에는 2000년대 리옹, 뮌스터에서 관객 참여 형식으로 진행된 ‘펀(芬)・마류밍’ 영상이 입구에서 재생되고 있고, 이어지는 공간에 그 작품들을 토대로 그린 회화-설치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류밍은 흔히 중국 행위예술의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중국에 행위예술을 시도한 작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류밍이 행위예술을 처음 접촉하게 된 계기 역시 1980년대 스승의 행위예술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1980년대 급진적인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의 조류 속에 시작된 중국의 행위예술은 평론가 가오밍루(高名潞)의 지적대로 서구의 행위예술에 대비되는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다. 즉 ‘공연(performance)’ 보다는 ‘신체예술(body art)’ 의 성격이 강하고, 각 작품에서 신체가 다뤄지는 방식은 ‘의식화(儀式化)’, ‘사회화’ 된 특징을 띤다는 것인데, 이는 마류밍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신체에 양성성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흔히 동성애와 관련된 성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마류밍이 무수히 해명했듯, 그는 동성애 경험이나 취미가 전혀 없고, 단순히 성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인간에게 존재하는 각종      ‘이화(異化)’ 현상과 그 실존을 자신의 신체를 통해 집약적으로 제시한 것일 뿐이다. 그가 ‘펀(芬)’이라는 글자를 통해 여성적 자아를 제시하면서도 ‘마류밍’이라는 이름 사이에 반드시 ‘・’을 배치하는 것은 바로 모순된 두 가지 속성 간의 분리와 구분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처럼 ‘펀(芬, 分과 동음)’으로 상징되는 모순적, 궤변적 자아는 관객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듯 다의적 의미의 절대적 ‘미(美)’를 대변하며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그 무엇을 상징한다. 그러나 마류밍의 작업에서 ‘미’는 종종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환경 맥락에 놓임으로써 결국 그의 작품은 인간의 삶과 자유에 관한 사회적 화제로 전환되곤 했다.
2000년대 들어 각종 국제 행위예술제를 통해 그가 관객 참여 형식의 작업을 시도한 것은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기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면제를 복용했든 아니든, 즉 마류밍이든 펀     (芬)・마류밍이든 사람들과의 교류는 점차 유형화되었고, 오히려 진정한 소통과 교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사람 대신 10마리의 토끼를 풀어 사람과의 대화를 거절해버린 그는 2004년 홀로 만리장성을 걸은 후에 10년간 함께해 온 펀(芬)・마류밍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마류밍의 실패한 첫사랑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한 ‘펀      (芬)・마류밍’은 그로 하여금 이렇게 ‘분리’를 체감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는 그리움과 집착을 단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 작품들은 그러한 그리움 속에 진행되고 있는 반복적 관조와 사색을 보여준다. 과거 분리-연결된 자아를 게시, 조명했던 그는 이제 분리-연결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묵상하는 듯 보인다. 일명 ‘누화법(漏畫法)’이라는 기법은 결코 정면으로 합치될 수 없는 캔버스의 양면을 안료라는 매개로 침투시켜 양자 사이를 배회하며 그 분리된 양면의 관계에 끝없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년간 분리-합일이라는 동일한 주제의 양면을 계속해서 왕복하는 마류밍의 작업세계는 그만큼 집요하고 어느 면에서는 자폐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더불어 동일한 주제에 관한 고민이 점차 관념적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은 그가 다루는 주제와 40대 중반에 불과한 연령을 고려할 때 과연 충분한 것일까 하는 우문을 남기기도 한다.
이보연・성신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Review] 역병의 해 일지

역병의 해 일지

아르코미술관 8.31~11.16

<역병의 해 일지전>은 2003년 봄 홍콩에 큰 영향을 미친 일련의 사건들인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유행과 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자살을 계기로 시작된 국제적 순회전시를 한국에 재구성한 것이다. 전염병과 죽음이 환기시키는 타자, 공포, 비가시성, 유령성 같은 키워드들에 대한 탐구를 지향하는 이 전시는 지금 국내에서 유행하는 여타 전시 및 프로젝트들과 나란히 놓인다. 이 전시를 개최한 아르코미술관에서 공연과 상영, 심포지엄을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는 전통 재발견 프로젝트인 “Tradition (Un)realized,” 그리고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슬로건을 내건 <미디어시티서울 2014>를 떠올릴 수 있다. 이 모든 기획은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갖는다. 아시아라는 지정학적 범주, 아시아 각국에서 진행되어 온 모더니티의 기획과 그 기획이 전통과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타자들의 초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과 탈식민주의를 포괄하는 이데올로기들의 경합, 이러한 타자들과 이데올로기들을 반영하는 문화적 기호들과 미디어 실천들, 이 기호들과 실천들을 재발견하고 탐구하는 작품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각 국가의 로컬한 맥락 속에서 초국적의 매트랙스로 재배치하고자 하는 큐레이팅의 전략이다. <역병의 해 일지전>은 최근 국내 미술계가 다소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집중 및 투자하고 있는 이러한 공통분모들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전시는 할 포스터(Hal Foster)가 말한 ‘아카이브적 충동(archival impulse)’에 따라 움직인다. 과거의 역사적 자료들과 정보를 망각되거나 잘못 자리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발견되는 동시에 재구성에 열려 있는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관람자의 다양한 인지적, 감각적 연상을 촉진하고자 하는 충동이 그것이다. 포스터는 기존의 역사적 자료들과 문화적 인공물들로 작업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 경향을 가리키기 위해 이 용어를 썼지만, 사실 이 용어는 예술작품뿐 아니라 자료 및 인공물 자체에 대한 조사와 전시를 동반하는 큐레이팅의 구성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역병의 해 일지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시물들은 바로 과거 자료들의 조사와 재배치에 근거한다. 관동대지진, 731부대, 사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진 재난과 공포의 역사들이 다양한 사진자료와 신문기사, TV뉴스 리포트 영상을 통해 펼쳐진다. 황인종에 대한 제국주의적 응시가 투영된 푸 만추(Fu Manchu). 찰리 챈(Chalie Chan), 이소룡 등의 캐릭터들이 형형색색의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들 속에서 오리엔탈리즘의 반복적 귀환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역병의 해 일지>는 이 다양한 자료들을 제국과 타자, 폭력과 공포를 탐구한 예술작품 및 이에 대한 기록(퍼포먼스에 대한 사진자료 또는 기록영상)과 나란히 배열한다. 이를 통해 이 전시는 지역적 특수성과 아시아적 보편성 호소하고자 하는 초국적, 비연대기적 아카이브가 되고자 한다.
역사적 자료들의 조사와 재배치에 비하면 전시의 또 다른 축인 예술작품들의 규모와 스펙트럼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앞서 거론한 황인종 영웅들의 포스터와 할리우드 영화의 동영상을 병치시킨   <중국인 탐정>(2012)으로 소개된 왕밍(Ming Wong)의 경우는 사실    <차이나타운>과 <화양연화> 등의 영화를 원작과는 다른 인종의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원작에 기입된 인종적 스트레오타입을 수행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리메이킹 영상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속하는 작품들을 소개했다면 전시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웠을 것이다. 이 전시에서 충분한 규모로 탐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는 중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T. 홍(James T. Hong)이다. 미국 내 멕시코인의 이미지를 세균과 개미로 은유한 작품, 홍콩에서 장궈룽의 유령적 현전을 전자온도계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 센카쿠 열도와 독도의 역사를 2채널로 병치시킨 에세이적 작품 등에서 아시아의 역사와 지정학적 갈등, 서구에서의 비서구 인종의 왜곡된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김지훈・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연구 교수

제임스 T.홍 <중국인의 기회(독도와 센가쿠)> 2채널 비디오 12분24초 2014

[curator’s voice] 최정화 – 총천연색

최정화 – 총천연색

문화역서울284 9.4~10.19

(구)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는 세상사의 오만가지 잡동사니가 섞여 있는 곳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성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풍경과 나란히 교차하고 있고, 서울의 중심이자 관문이면서도 묘하게 변두리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심 속의 섬 같은 곳이자 온갖 신흥 종교의 퍼포먼스와 지난한 삶의 투쟁의 함성들이 기이하게 얽혀있는 곳이니 말이다. 여기에 일시적인 만남과 헤어짐이 수없이 반복되는, 혹은 유랑과 정주의 삶이 노숙인들과 기이한 비둘기들의 풍경으로 묘하게 은유되어 있어 역설적인 세상사의 풍경들을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속세의 많은 삶이 잡동사니처럼 압축된 이 공간의 속내를 더 깊이 사유하고, 그 색다른 시공간성의 응축된 양상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한바탕 요란한 굿이라도 벌이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이 어수선하고 혼란한 시공간성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방식 대신, 이러한 혼종성을 더욱 숙성시키고 극화시킬 수 있는 어떤 작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작년에 기획한 ‘근대성의 새발견’을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도 더했다. 구서울역사는 근대성의 공간만이 아니라 비근대성의 근대성, 그리고 동시대성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근대화, 아시아 근대성의 적나라한 공간이며, 그렇게 탈근대화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작가가 최정화이다. 한국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개인으로서의 최정화가 아니라 속(俗)과 성(聖)을 넘나들면서 동시대 문화예술 전반을 종횡무진하고 총섭하는 이른바 멀티플한 최정화, 화려하고 대중적인 시각적 즐거움과 교감은 물론 그 너머의 깨달음마저 전할 수 있는 샤먼이나 스님 같은 존재로서의 최정화로서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이번 전시의 의의를 이 속세의 절에서 작가의 이름처럼 한바탕 ‘정화’시킬 수 있기를 감히 꿈꾼 것이다.
그간의 유쾌하고 즐거운 최정화 전시에 더해, 큰 굿판이라도 벌려 이 혼성 공간을 살풀이할 수 있는 장으로 이번 전시의 가닥을 잡아가기로 하고, 이 혼란스러운 잡종의 장소성에 대한 접근을 폐허 개념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폐허처럼 과거의 환영과 동시대의 현혹적 환상이 서로 맞물려 있어 어떤 역설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충만한 곳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근대화의 빠른 속도감에 휩쓸려 지나간 바로 그 자리에서 마치 폐허에서 피는 꽃처럼 전시를 만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전체의 내용적 얼개도 잡화엄식(雜華嚴飾), 곧 삼라만상의 꽃들로 공간들을 개화시키는 것과 같은 구조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꽃이라 해서 가장 고귀하고 화려한 것들만이 아니라 잡화(雜花)라 해서 갖가지 꽃들을 그 경중을 두지 않고 함께 어우르고자 했는데, 이는 그동안 작가 최정화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작업 방식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일상의 비루하고 속된 것마저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로 재생, 재활(이른바 최정화식 생생활활)시켜온 대표적인 작가였으니 말이다. 인공의 색인 총천연색조차 자연의 빛일 수 있음을, 그리고 허접한 꽃들의 웅성거림이겠지만 세상은 이로 인해 빛이 나고 생명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었기에, 이번 전시에 노숙자를 포함하여 이름 모를 숱한 대중의 손길과 그 즐거운 참여에 인색하지 않으려 했다.
작가의 일관된 작업 방식처럼 참여와 공감을 통해 공공 공간의 의미를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폐허로부터 시작하여 숱한 이들의 꽃들로, 우리 모두의 일상적인 삶을 심미화하고자 한 이번 전시를 통해 구서울역사 일원이 일종의 반(反)공간(contre-espaces), 곧 서로 구별되는 온갖 장소들에 맞서서 어떤 의미로든 그것들을 지우고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소로 거듭나고자 한 것이고, 그렇게 우리의 복잡하기만 한 삶이 침윤되어 주름지고 부식되어 있어 균질하지 않지만 어떤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공간으로서 구서울역사를 다시 화(花,華,和,化)하고자 한 전시였다.
민병직・문화역서울284 전시감독

최정화  혼합재료 2014 서울역 광장 설치광경

최정화 <꽃의 매일> 혼합재료 2014 서울역 광장 설치광경

[preview] 10월 – 1

권경환ㆍ류장복ㆍ진시우

일민미술관 10.17~12.7

회화 혹은 회화적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3인 권경환 류장복 진시우의 개인전을 각각 마련한다. 각인된 시선들을 특유의 유쾌함으로 전복시키는 권경환의 설치작업을, 류장복은 일상의 장면을 사생해오며 아카이브화된 창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옥인콜렉티브 멤버로 활동해 온 진시우의 미술적 실천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회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개별적이면서도 통합적인 하나의 풍경과 같이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세작가의 기존의 작업과 함께 각자 새로운 작업으로 구성되며 드로잉, 유화 등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회화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 자체로 다양한 가능성과 변주를 띠고 있는 회화에 대한 담론이 일반에 대한 탐구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이번전시는 전시와 더불어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권경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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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두_BORAME DANCE HALL(detail) [Desktop Resolution]

아시아 현대사진: 왕칭송ㆍ정연두

대구미술관 9.21~2015.2.1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 왕칭송과 정연두의 작품을 통해 두 나라의 현대사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기획되었다. 사회 개방 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사회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고발하는 왕칭송과 사람들의 꿈을 작품 안에서 현실화하는 정연두는 주어진 풍경이나 인물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독이 되어 장면이나 풍경을 연출하며 사진과 설치미술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장르의 개방성을 탐색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89점의 사진, 설치작품 전반에 녹아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중국의 예술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현대사진의 정점에 위치한 두 작가를 통해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한다. 정연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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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박영남

박영남

금호미술관 10.16~11.9

색채의 대비와 빛의 깊이에 대한 표현을 통해 부드러운 시각적 대비 효과를 만들어내는 박영남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self Replica’ 전시는 복제의 복제를 통해 서로 닮았지만 같지 않은 300여 점의 크고 작은 연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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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글-김승영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

국립한글박물관 10.9~2015.3.1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 한글을 창제하여 우리 민족을 지성으로 이끈 세종의 업적을 유물에 현대미술을 접목해 새롭게 해석한다.「세종대왕어보」등 유물 108점과 작가 10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도모한다. 김승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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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스미스

리안갤러리 서울 10.2~11.12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철학, 사회와 함께 다루는 키키 스미스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미술의 독보적인 위치에서 활동해온 작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회고전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그녀의 사유체계를 잘 담아낸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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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민병헌

 

민병헌

미메시스아트뮤지엄 9.13~12.14

정통 흑백사진 인화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를 고수하는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서정성과 독보적 형식미로 호평받아온 민병헌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사진작가 30년 여정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로 총 170여 점의 흑백 사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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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임충섭

임충섭

우민아트센터 9.17~11.15

자연과 문명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작업을 해 온 작가는 한국과 미국, 과거와 현재, 예술과 삶, 자연과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접촉하며 그 ‘사이’의 관계 맺음 또는 ‘사이’의 대화를 지속한다. 이번 전시는 2000년부터 최근작을 포함한 26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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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아름지기 최욱__0314

소통하는 경계, 문門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10.8~11.12

전통문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대중에게 소개해온 아름지기가 건축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문’을 주제로 <소통하는 경계, 문門>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전통 파트와, 현대 파트인 ‘건축가의 문’과 ‘제3의 문’의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최욱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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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윤명로

윤명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0.15~11.26

동양의 정신성을 서양의 조형어법에 대입시켜 독자적 추상의 세계를 추구해온 작가 윤명로의 개인전. 꽃의 향기, 눈 내리는 소리 등을 화폭에 담아 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시킨 이번 전시는 오감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은 다수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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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습

조습

갤러리 조선 10.8~29

자신을 희화화한 이미지를 통해 무거운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내 온 조습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대를 사는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삶의 가려진 진실을 제주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과장된 몸짓과 행동을 통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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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박경률_C의_드라마_Oil_~

박경률

커먼센터 10.11~11.9

무엇을 그리느냐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박경률의 개인전. 작가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기위해 언어적 재료를 시지각으로 번역해 보여주며 이번전시에서 또한 그 시도의 일환으로 읽어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성한 ‘겹그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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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풀-최수연

끝장난 판타지

아트스페이스 풀 9.19~10.26

무기력과 분노, 그리고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사회적 위협을 조장하는 상황을 하나의 전시로 풀어낸다. 임유리가 제시하는 ‘감각 폭탄’, 최수연의 그림 속의 ‘신들린 사람들’ 이형주의 ‘비둘기’와 같은 작품의 소재를 통해 불안과 공포를 구체화한다.  최수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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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임택

임택

갤러리 나우 10.8~21

<옮겨진 산수유람기>를 통해 동양화의 새로운 해석을 해 온 임택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와 사진작업으로 선보인 작업을 유화로 ‘본뜬’작업을 선보인다.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본뜨는 행위를 통해 본연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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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정미소-신건우

Canvas to Monitor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9.19~10.19

이경미 신건우 성유진 정직성 김근중 강이연이 참여해 캔버스에서 모니터까지 발전한 회화의 변형과정을 담는다. 회화를 전공했거나, 동시대성을 머금고 회화로 자신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펼쳐가는 작가들이 시각체계의 변화와 확장에 대해 서술한다. 신건우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10 - 마시밀리아노카멜리니

Italian Nostalgia

한미사진미술관 9.13~11.8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탈리아 작가 3인 체사레 디 리보리오,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 루카 질리의 그룹전.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뒤섞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현실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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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성윤

김성윤

갤러리 현대 9.30~10.31

사라진 올림픽 종목들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모습을 19세기 초상화가의 회화기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온 김성윤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작가가 겪는 과도기적인 단절과 작품의 전개에 대한 고민과 회화 작가로서 당면한 고민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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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차재민

차재민

두산갤러리 10.15~11.8

영상작업을 통해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작가의 위치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차재민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이 당면한 고민을 사회적인 시선으로 돌려 우리시대의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 가능한 영상작업을 진행하며 굳은 시선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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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규성

조규성

갤러리 잔다리 10.16~11.7

<분리된 풍경_Divided Landscape>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조규성의 개인전. 작가는 신작 <분리된 풍경>에서 제주도 바다와 백두산 하늘, 만날 수 없는 두 풍경의 만남을 사진 영상 설치 등을 통해 시도하며 대표작 <버블>시리즈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preview] 10월 – 2

박찬원

갤러리 인덱스 10.1~7

염전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풍성한 사유와 깨달음을 얻는다는 작가 박찬원의 개인전. 고향 대부도 염전을 100번 가까이 오가며 자연과 교감하며 카메라에 담은 나비, 날파리, 소금, 바닷물 등 2만 장 이상의 사진 중 18점을 골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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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썽정

김썽정

온유갤러리 9.27~10.25

화려한 색의 점묘를 통해 일상을 그려내는 김썽정의 개인전. 작가는 화면을 유연하게 구획하고 그 안을 점들의 반복으로 채워나가며 익살스러운 도상들의 적절한 조합과 배열에 따른 독특한 이미지를 색채와 마티에르의 향연으로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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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선진-01

 

정선진

가나아트센터 10.1~7

1994년 첫 개인전을 이래 줄곧 수묵을 재료로 화면의 조형구성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 온 정선진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 형식으로 작가가 꾸준히 관심을 보인 연의 형상을 중점적으로 다룬 수묵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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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성순희

성순희

갤러리 시작 9.24~10.12

자연과 삶의 하모니를 화폭에 담아
‘실내정경’이라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성순희의 <생의 화음>전. 서울예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의 16번째 개인전. 작가는 일상의 소재를 바탕으로 민화를 재해석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상상력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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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변웅필

변웅필

UNC갤러리 10.16~11.7

유학생 신분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느낀 감정과 외면을 중요시하는 사회풍토를 이야기하는 변웅필의 개인전. 작가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선입관이 사회 전반에 서려있음을 이야기하며 진실이 부재한 풍경을 통해 그 이면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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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

여인의 시간

갤러리 두 10.2~14

‘여인’을 주제로 한 기획전. ‘여인’이라는 모티프를 각기 다른 개성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가 장준혁 조현종 프리야 이강이 참여해 페인팅부터 칠보공예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힌다. 장준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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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승희_TAO_84x91cm_ceramic_2014

이승희

갤러리 이배 9.17~10.19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이승희의 개인전. 2010년 갤러리 이배에서 연 첫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여 작가의 내면적 울림을 도(道)로 승화시킨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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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명돌

이명돌

한가람 아트갤러리 10.24~30

자신의 고향인 통영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그리는 작가 이명돌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자연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하기위해 탁본 기법을 이용하여 보이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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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손기원

손기원

갤러리 아트피플 10.15~22

현대 미술을 종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아름다운 빛과 색채의 감각으로 표현하는 손기원의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종교적 도상과 자연물을 자연스럽게 구상한 단아하고 단정한 형상의 그림을 통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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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신승훈

신승훈

갤러리 이즈 10.1~7

남은 것, 유적, 잔해라는 의미를 지니는 <Remains>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신승훈의 3번째 개인전. 작가는 화석을 통해 지나 가버린 시간 속에 남겨진 고생물의 유해와 흔적에 주목하고 인간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흔적과 시간을 동일시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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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황미아

 

황미아

갤러리 올 10.8~15

긴 여행을 마치고 온 황미아의 개인전. 지구 반바퀴를 떠돌며 마주했던 삶의 모습들을 그려낸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이미지가 아닌 평온하고 소소한 이미지를 통해 삶의 소박함을 표현하며 인간의 몸이라는 유한성을 벗어나 무한한 세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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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장세비

장세비

강릉시립미술관 10.22~28

일상의 삶을 여성의 얼굴을 통하여 나타내는 장세비의 개인전. 작가는 이 여성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투영해 젊은 날 품었던 삶의 욕망을 그려내며 과거와 현재 혹은 일상과 욕망, 꿈이라는 삶의 경계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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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안옥현 22

안옥현

대안공간 SPACE22 10.14~11.1

포트레이트 사진작업에 천착해 온 안옥현의 개인전. 인간의 동경, 욕망의 대상으로 다뤄지는 에베레스트라는 장소를 통해 늘 욕망하지만 닿을 수 없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이미지를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을 통해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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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김성호

대구 전갤러리 9.23~10.18

빛을 그리는 화가 김성호의 개인전. 작가는 어두운 밤을 몰아내고 다가오는 어스름한 새벽녘의 푸른 빛을 통해 자신의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다. 세상 속 존재로서 인간의 나약함과 가능성, 위대함을 인정하며 자신을 바로잡는 시간으로서의 빛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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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금천-지하루

놀이의 진화

금천예술공장 10.1~15

예술과 기술이 함께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서울문화재단에서 추진하는 미디어아트 전시프로젝트. 실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놀이와 예술을 오가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5점을 선보이며 관객 참여형 전시로 꾸며진다. 지하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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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장정

장정

미광화랑 10.14~22

부산 출산의 풍경화가 장정의 개인전. 제주에서 생활해온 작가는 제주의 자연에 매료되어 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풍, 파도, 바위 등을 소재로 작업에 몰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두터운 붓질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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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우림

이우림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9.16~10.12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몽환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이우림 작가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숲과 여인의 모습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실상과 그림자를 통해 물질과 비물질의 사이를 교묘하게 표현해온 작가의 조각 및 부조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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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장필교

장필교

갤러리 아인 10.7~11.7

8.5인치 목각인형을 위트있게 구성해 삶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작가 장필교의 개인전. 마치 서커스의 한 장면 같은 작업을 통해 인생의 모습이 결코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삶을 고달프게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역설적인 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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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양태모

 

양태모

AKA space gallery 10.8~17

급속한 발전에 황폐해진 자연, 돌아갈 자연을 상실한 것에 대한 감정을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양태모의 개인전. 작가는 산업폐기물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며 시들어버리고 변화된 모습을 통해 끊임없는 욕망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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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정영모

정영모

장은선갤러리 10.22~11.1

까치, 배꽃, 과수원 등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향토적인 소재를 통해 자연을 그리는 정영모의 개인전. 작가는 서정적인 소재를 이용해 고향의 이미지를 잔잔하게 풀어내며 고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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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이숙휘작품전

이숙희

쌍리갤러리 10.16~31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는 소소한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극대화하며 드라마틱한 연출로 구성해 다양한 감정을 작품에 담는 이숙희의 개인전. 작가는 작품 속에 다양한 색을 혼재하고 중첩시킴으로써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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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김준희

김준희

갤러리 조이 10.17~11.15

무의식에서 의식세계로 이끄는 ‘내면적 과정’을 형상화하는 김준희의 개인전. 그림에 몰두하는 일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본능적이고도 솔직한 내면의 풍경은 나와 이웃을 치유하고 구원해주는 풍경인 “사랑풍경”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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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강역단

강역단

서신갤러리 10.1~11

“Your texture”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강역단의 개인전. 사람의 인생에 녹아있는 나무와 천을 통해 삶의 전반을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성을 대표하는 재료인 목재와 인공적 재료인 의류 및 천을 함께 사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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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마도-이혁발_몸의뜨거움을탓하지마라

Sex + Guilty Pleasure

아마도 예술공간 10.6~11.6

‘성(性)’에 대한 연속 기획의 첫 번째 전시. ‘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경태 이흥덕 정복수 이혁발 박지은 유목연 인세인박 이미정이 참여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계속 즐기게 되는 ‘은밀한’ 쾌락, 길티 플레저에 대해 이야기한다.이혁발 작

[World Topic]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512 Hours>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를 어떤 작가로 정의해야 할까? 퍼포먼스 아트의 대모? 전위의 여전사? 특정한 정의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그녀의 작업세계는 극적이다. 그녀의 새로운 퍼포먼스 <512 Hours>(6.11~8.25)가 실연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앞은 그녀와 함께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싶은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이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한 본지 통신원의 전언을 싣는다.

지가은  골드스미스 대학 비주얼 컬처 박사과정

올해 68세를 맞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는 런던 서펜타인갤러리의 아담한 전시 공간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작가는 62일 동안 갤러리가 오픈하는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512시간 동안 오로지 작가 자신과 관객이 만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직접 갤러리의 문을 열고 밖에 길게 줄지어 선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벼운 아침 인사와 악수로 환대한다. ‘빈 몸으로 오라’는 작가의 요구에 따라 관객은 가방, 시계, 휴대전화, 카메라 등 모든 소지품을 전시장 밖에 내려놓아야만 그녀가 준비한 ‘빈 공간’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입구에서 건네 받은 헤드폰을 쓰면 주변의 소리가 차단된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눈감은 채 앉아 있거나 벽을 보고 서서 부동자세이다. 더러는 눈을 가리고 한걸음씩 천천히 내디디며 소리와 손끝의 감각에만 의지한 채 갤러리 공간을 보행 중이다. 모든 것이 슬로 모션이다. 마치 엄숙한 제의에 참여하듯 관객들은 진지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정성스럽다.
관객들은 아브라모비치가 지시한 미션을 수행 중이다. 갤러리 안에는 몇 가지 소품이 준비되어 있지만 미리 정해진 계획이나 스크립트는 없다. 작가는 이제 막 이 의식에 참여해 방황하는 낯선 관객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이끌어 데려간 곳에서 귓속말을 속삭인다. 발을 맞추어 걷기도 하고, 등에 손을 가만히 얹고 체온을 느끼며 함께 한참을 서있기도 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관객을 이끄는 안내자 퍼포머들도 이에 동참한다. 이들은 의자에 앉아 있던 관객의 손을 붙잡고 중앙에 자리한 낮은 단상 위에 올라 서서 함께 명상을 하기도 하고, 간이침대들이 마련된 방으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며 편히 쉬라고 권하기도 한다. 물론 관객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행위에 몰입할 수 있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르다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걷고, 서고, 앉고, 자고, 생각하는 평범한 행위와 일상이 이 안에서는 중차대한 임무가 된다. 모든 디지털 기기와 시계마저 반납하고 시간 감각을 잊은 채 반복적으로 자신의 몸짓과 공간 속에 몰입해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훈련이 필요하며 계기가 주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참여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기를 독려하는 작가의 메시지와 의지가 담겨있다. 퍼포머와 관객의 친밀한 관계와 교감을 바탕으로 하는 512시간의 여정을 통해 아브라모비치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다. 그녀가 참여한 개개인의 내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퍼포먼스아트의 대모’라 불리는 아브라모비치의 1970년대 초기 퍼포먼스는 꽤나 과격했다. 퍼포머와 관객의 관계 탐색도 지금보다 훨씬 과격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초기작으로는 <리듬 0(Rhythm 0)>(1974)이 있다. 관객은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빗, 음식, 총, 장미, 채찍, 립스틱과 같은 72개의 각기 다른 물건을 자유자재로 작가의 몸에 사용할 수 있고, 작가는 어떠한 반응도 없이 6시간 동안 관객에게 몸을 내맡겼다. 처음엔 머뭇거리며 행동을 주저하던 관객들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과감해졌다. 옷을 벗기는가 하면 장미 가시로 몸에 상처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행위에 가담했고, 급기야 한 관객은 그녀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고 신체적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해왔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신체 자체가 도구이자 매체이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연결 통로가 되었다. 이에 관객들을 목격자로, 행위자로 참여시켜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취한다.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소리 지르기, 고통을 느끼지 못할 때까지 자신의 몸에 채찍질하기, 몸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거나 극도로 흥분하게 만드는 향정신성 약제 투여하기 등 때로는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학적인 퍼포먼스도 서슴지 않았다. 작가는 이러한 고통의 감내에 대해 신체적 한계 너머에 있는 의식의 영역에서 다른 차원의 자신과 그 내면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여기에는 아브라모비치의 어린 시절 기억과 문화적 뿌리가 깊게 자리한다. 1946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Belgrade) 태생인 아브라모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르티잔(Partisan) (일명 빨치산)으로 구 유고슬라비아 건국에 앞장선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유고연방의 티토(Josip Broz Tito) 대통령 정부에서 요직에 오른 부모님 덕에 유복했지만, 공산주의와 동방정교회 전통의 엄격한 생활방식과 어머니의 강박적인 훈육 방식으로 억압된 유년기를 보냈다. 유고연방이 붕괴된 이후에도 발칸반도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 이념의 혼재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크로아티아 전쟁(1991-1995), 보스니아 내전(1992-1995), 코소보 사태(1993-1999)를 겪으면서 여러 민족국가로 분리되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조국의 내란과 민족분열, 전쟁과 학살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목격하면서 폭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몸으로 치열하게 표현하는 제의적이고 상징적인 퍼포먼스에 몰입하게 된다. <토마스의 입술(Lips of Thomas)>(1975/2005)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상징인 붉은 별을 자신의 배 위에 한 줄씩 면도날로 새겨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며 얼음으로 된 십자가 위에 알몸으로 누워 고통을 견뎌내다가 얼어붙은 자신의 등에 사정없이 채찍을 내려치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조국과 민족이 자행한 일에 대한 처절한 책임 의식을 지고 단죄를 거행하는 여전사이다. 같은 맥락에서 <발칸 바로크(Balkan Baroque)>(1997)에서는 소뼈 더미 위에 앉아 유고슬라비아 민요를 부르며 4일 6시간씩 피를 닦아냈다. 이 퍼포먼스로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깨어있는 한 개인이자 예술가의 목소리와 역할이 어떻게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하는지, 또 어떻게 타인의 의식에 강렬한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Marco Anelli Marina Abramovic Photograph © 2014 Marco Anelli

Marco Anelli Marina Abramovic Photograph © 2014 Marco Anelli

개인의 의식과 내면을 깨우다
아브라모비치는 신체적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극단적인 퍼포먼스에서 점차 행위가 일어나는 시간성과 지속성, 여기에 참여하는 관객들과 맺는 관계의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다.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힘있고 따뜻하게 관객과 교류하고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2010년 뉴욕 모마(MOMA)에서 열린 회고전 <예술가가 여기에 있다(The Artist is Present)>에서 아브라모비치가 보여준 소통의 방식이다. 하루 8시간씩 총 736시간 동안 침묵 속에 관객과 마주 앉아 눈빛으로만 소통하는 퍼포먼스에 뉴욕 시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전시 기간 누적 관객 850만 명이 다녀갔다. 긴 기다림 끝에 그녀 앞에 앉은 사람들은 생전 처음 만나는 한 예술가에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기도 했다. 작가는 그저 아무 말없이 이를 들어주고 눈빛으로 화답할뿐이다. 조건 없는 만남이고 응시이고 경청이다. 관객들은 역시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작가와 침묵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그녀의 눈빛과 에너지 앞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것일까. 아브라모비치의 옛 연인이자 동료인 울라이(Ulay)의 깜짝 등장으로 퍼포먼스의 여운은 더 진하게 남았다. 울라이라는 예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서독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우베 라이지펜(Frank Uwe Laysiepen)과 아브라모비치는 1976년부터 1988년까지 ‘다른 사람들(the others)’이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면서 공동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둘은 12년간의 공동 행보를 뒤로하고, 90일 동안 중국 만리장성의 양 끝에서 걸어와 중간에서 만나 포옹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는 퍼포먼스 <연인들(The Lovers)>을 끝으로 이별했다. 모마에서 두 사람은 30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퍼포먼스 내내 담담했던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테이블 위에서 울라이와 손을 맞잡았다. 1분 남짓한 이 장면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모마에서의 퍼포먼스는 얼마나 많은 이가 이런 애정어린 응시와 공감을 원하는지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이후 3년 만에 런던에서 열린 <512시간전>은 어떠한 방해 요소없이 가장 간결한 환경에서 관객과 조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순수한 에너지의 상호 전이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5년간 자신의 퍼포먼스들이 이러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간의 퍼포먼스들과는 달리, 매순간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512시간>의 대장정은 시간의 흐름을 시계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면서 점진적으로 지금, 여기 나의 의식의 세계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 ‘가득 찬 빈 공간’에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존재하는 에너지를 스스로의 몸짓으로 일깨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물론 내면의 반항이 뒤따른다. 필자 역시 첫 방문에는 도무지 이 상황 자체에 녹아들기가 어려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시늉만 하다가 어색한 몸사위와 더딘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일찍 자리를 피했다. 다시 찾아간 두 번째 방문에서는 갤러리로 이르는 길에서부터,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도 자발적인 참여자가 될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완전히 준비된 몸과 마음으로 작가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묵직한 존재감과 카리스마에 압도되었다가도 이내 온기 찬 진심을 전달 받았다. 차차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공간의 기류를 나누고 있다는 촉각, 후각적 교감이 일어나고, 타인을 의식하는 단계를 지나면 오롯이 내 자신과 시간의 흐름만이 남는다. 기다림의 시간과 행위 자체에 몰입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퍼포먼스의 일부가 된다.
스마트폰, SNS와 메신저가 손에서 떨어질 날이 없는 현대인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다. 타인과 직접적인 촉감 소통을 하거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에 무관심한 ‘공감’ 능력 상실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미 자폐적 소통에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목적과 명분을 잃어버린 전쟁과 인종갈등은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재난의 뒤편에 드리워진 무력감의 생채기도 현재진행중이다. 아브라모비치는 개개인의 의식과 내면이 깨어있는 순간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자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의식들의 상호 연대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공감이 일어나고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상황을 방관하는 관찰자가 될 것인가 변화를 주도하는 참여자가 될 것인가는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고 자각이다. <512시간>에서 그녀가 관객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이렇게 스스로의 정신을 끊임없이 단련해가는 내면의 회복이고, 공감의 회복이다.●

Marina Abramovic  퍼포먼스 장면 Serpentine Gallery, London (11 June–25 August 2014) © 2014 Marco Anelli

Marina Abramovic 퍼포먼스 장면 Serpentine Gallery, London (11 June–25 August 2014) © 2014 Marco Anelli

 

[New Face 2014] 추미림

디지털 시대의 향수

픽셀아티스트, 시각예술가, 디자이너 등 추미림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유독많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연관검색어는 픽셀아티스트다.  이 표현은 한 매체에서  작가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실 작가가 이 단어를 언급한 적은 없다. 처음엔 마치  픽셀만을 작업의 중심으로 삼는 듯한 어감을 주는 픽셀아티스트란 꼬리표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픽셀이란 컴퓨터 화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기본이 되는 단위이다. 조각조각 쪼개진 이 작은 단위를 반복시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자신의 일상이다.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 및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공간을 뜻하는 ‘웹’ 혹은 ‘인터넷’과 그녀의 생활공간인 ‘도시’가 그녀의 일상무대다. 이 두 장소는 가상과 현실을 넘어 차가운 매체로서 이해되고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도시에 성장기반을 둔 젊은 세대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은 도시 내부에서 나타났고, 아련하고 아름다운 향수는 도시 속에서 벌어진 해프닝들로 가득찼다. 자연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들에겐 오히려 길게 늘어선 아파트, 높은 빌딩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스카이라인, 그 사이로 뻗어나오는 야경이 일상속 자연스러운 생활공간이다.
웹 또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 세상에서 궁금증을 찾아 헤매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매개 역할을 해온 세대, 이들에게 웹공간은 차갑고 건조한 매체가 아니다. 웹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으로 가상과 현실 속의 나 사이를 끊임없이 이어준다. 작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향수에 주목했다.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시뮬라시옹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목표는 아니다. 웹은 복제시대의 원본성을 잃은 무미건조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는 웹상에서 자신을 투영하며 살아간다. 개인의 감성을 반영하고 다수의 감정이 오고간다. 심지어 오프라인의 물리적 감각이 웹에서 구현된 자아에 전이되기도 한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감정표현은 오프라인상의 ‘나’에게 다시 반영된다.
10월 1일부터 21까지 윌링앤딜링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이런 감정교차가 두드러진다. 어느 날 작가는 자신이 거주했던 파리 베르사유 지역을 인터넷 지도로 검색했다. 부감으로 찍힌 위성사진 속 도시는 자신이 유학생으로서 느낀 외로움과 고독이 깃든 공간이 아니었다. 화면 속에 비친 위성사진을 보면서 작가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가득한 베르사유를 떠올렸다. 가상현실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 왜곡되고 선택되는 기억을 작가는 가장 단순한 단위인 픽셀로 재탄생시켰다. 기억을 재조합하듯 지도는 자신의 흔적을 재확인시키고 재배열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추미림은 디자인과 순수미술 사이의 경계에서 고민했다. 영화 포스터회사,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녀는 기존의 카테고리 안으로 밀어넣어 작가를 정의하려는 환경에서 갈등했다. 새로운 길을 찾고자 프랑스로 유학을 간 그녀는 장르 간 활발한 교차를 당연시하는 프랑스 교육과정에서 무수히 나눠지고 교차 및 집합하는 아이덴티티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현재 작가는 미술전시 외에도 다양한 상업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패션 및 뷰티 제품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법한데 작가는 “기존의 제품과 내 작업 사이의 콜라보레이션보다 둘 사이의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제3의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협업을 해보고 싶다”며 오히려 협업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방식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추미림은 특정 범주로 구분되기를 거부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지극히 일상적인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우리에게 함께 나누기를 제안한다는 점이다.
임승현 기자

추미림은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베르사유 보자르에서 수학했다. 서울의 픽셀스페이스, 한국디자인공예문화진흥원 윈도우 갤러리, 싱가폴의 갤러리 스테프에서 두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2012년부터 K-SWISS, LG 생활건강 등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혼합재료 50x50cm 2014

<양평동> 혼합재료 50x50cm 2014

 

[New Face 2014] 조은주

함께 있는 외로움

흔히 작가 조은주를 ‘카페를 그리는 동양화가’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는 카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표현한다고 강조한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으로서 카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같은 테이블이라도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된다. 카페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그 속에 각기 다른 사람들을 담아내면서 그녀의 그림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진다.
조은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심리 상태 중에서도 특히 친밀해 보이지만 결코 친밀하지 않은 상태를 표현한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 곁에 있지만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을 때 극대화된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우울함이 바로 현대인의 일상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카페에서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연인인데도 생각보다 눈을 마주치고 있는 시간보다 딴 행동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어도 완벽하게 교감이 이루어지지는 않죠. 어쩌면 현대인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심지어 카페에 혼자 온 사람들조차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다.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DMB를 통해 영상을 본다거나 계속해서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소통하기를 원하죠. 실제로 그런 광경을 볼 때면 ‘사실은 혼자 있고 싶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된 것 같지만 정작 삶은 헛헛하기만 하다. 그녀의 그림 속 인물들은 먼지 입자처럼 건조하고 영혼이 없는 것처럼 공허해 보인다.
조은주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비현실적으로 강렬한 색감이다. 다양한 색을 활용하던 그녀는 최근 더 케이갤러리에서 열린 네 번째 개인전 <개인적 공간>(9.3~16)에서부터 색을 절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화면에 많은 것을 담기보다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시를 했을 때 어떤 분이 저에게 ‘굉장히 따뜻한 색을 썼는데 차갑네요’라고 말했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지점이 바로 그거거든요.” 조은주는 장지에 아크릴로 채색할 때 물감을 섞지 않는다. 대신 아주 묽게 칠하기 시작해 원색 그 자체가 두드러지도록 배경색의 경우 30번 이상 쌓아 올린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물감과 물감의 관계 역시 결코 융합되지 않은 모습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언젠가부터 조은주는 자신의 작업을 풍속화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풍속화란 당시 사람이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한 그림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은밀하게 관통하는 풍속화를 그려 나만의 언어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커피 한잔을 사고 잠시 머무르며 사람들이 관계 맺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른 공간도 열심히 물색 중이다. 일단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호텔 로비나, 공항, 기내 등은 무료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잠시 빌린다는 개념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이슬비 기자

조은주는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양주시립 777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포천아트밸리, 갤러리 이레,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조은주 (3)

더 케이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개인적공간> 광경<어떤, 기다림>(오른쪽 벽면 가운데) 장지에 채색 130.3×162c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