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contents 2014.2. 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어떤 희망
마감으로 한창 분주할 때,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건네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시 산하 某재단의 홍보담당직원. 젊은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전화를 건 목적은 3월에 개관하는 전시공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자기네 전시를《 월간미술》 특집기사로 다뤄 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그녀는 여기서 한술 더 떠 그 전시관련 이미지가 표지에 실리기를 ‘희망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흠칫 놀랐다. 아니, 좀 황당했다. 지금껏 일해 오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을 가끔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당당(?)하고 단도직입적으로 표지 게재를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게다가 그녀는 ‘희망 한다’는 표현을 습관처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 말투는 의례적이거나 사무적인 뉘앙스도 아니었고, 사뭇 간절함과 절실함이 배어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표지 선정은 편집부의 고유 권한이고, 아직 전시가 열리지도 않았으니 지금은 가타부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 그 전시를 표지 후보로 고려해 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그렇다고 그대의 ‘희망’이 꼭 실현된다고 장담할수도 없다”고.(이 대목에서 나도 얼떨결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몇 번인가 내 뱉은 것 같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 이 얘기를 들은 상대는 추호의 망설임이나 추근거림 없이 알겠다며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헐~.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한참동안 ‘희망’을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희망이 무너진 것은 그 쪽임에도 오히려 내가 안타까운 이유는 왜일까? 논리적 비약 혹은 일반화의 오류일는지는 몰라도, 이 시추에이션에서 요즘 젊은 세대의 세태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고 개운치 않았다. 희망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가볍게 얘기하고, 그에 비례해 너무 쉽게 단념하고 포기하는 경향 말이다. 희망이란 가슴에 담는 것일텐데. 말나온 김에 표지를 빙자한 사족. 누군가는 이번호 표지작품을 보고 ‘망치’에 감정이입해 젊은 세대의
메시지를 감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구멍이 숭숭 뚫린 ‘벽’이 마치 그들 같다는 생각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겠다. 겉으론 번지르르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망치질 한방에 맥없이 구멍 뚫리고 마는 견고하지 못한 허당. 특집기사에 실린 작가 강홍구의 글처럼, 젊은 세대를 진단하는 나의 삐딱한 시선 또한 오진(誤診)이기를 희망한다. 진짜로.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이부용
국립현대미술관
언론홍보 담당
모든 언론매체 미술담당 기자가 모두 고마워하는 인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술관과 언론사를 잇는 통로 역할을 누구보다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특히 최근 7~8개월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만큼 과중된 업무를 헌신적으로 감당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관 때문에. 이건 기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정규 계약직 입사 4년차인 그는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정형민 관장은 연임됐다.


김지훈
중앙대 영화
미디어전공 교수
뉴욕대에서 영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교수는 영화연구, 미디어연구, 현대예술이론을 넘나들며 1960년대부터 포스트-시네마시대에 이르는 영화 및 무빙 이미지 예술의 미학, 역사, 문화적 함의를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간미술》과는 지난해 12월호에 실린 <더그 에이트킨전>에 관한 원고로 첫 인연을 맺었다. 그의 첫 번째 저작인《 필름과 비디오, 디지털 사이(Between Film, Video, and the Digital)》가 2015년 출간될 예정이다.


홍원석
작가회화, 영상, 소셜 퍼포먼스, 커뮤니티아트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평소 작가로서의 욕망과 자기고발, 자기성찰 사이에서 진동하며 기자에게 대단히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이번에는 승자독식의 사회,세대 간의 갈등, 예술 제도에 대한 성찰 등 동시대의 감수성으로 젊은 작가의 현실을 예민하게 포착한 글을 써주었다. 작업처럼 글 역시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이 솔직하게 녹아들어 있다.

모니터 광장

contents 2014.2. 모니터 광장
문화재 환수-뜨거움과 차가움으로
몇 년 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한 취객의 방화에 맥없이 훼손되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그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던 그 일이 또다시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리사욕으로 복원된 불완전한 국보 숭례문. 그것을 복원하는 데 수천 시간과 천문학적인 세금이 다시금 들어야 한단다. 이 어이없는 뉴스에서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위치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자부할 만한 역사와 문화재를 지녔음에도 지켜내질 못했다. 안타깝다. 36년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급급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얼을 되찾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겸재정선화첩》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은 좋은 미담이다. 어느 학생의 끈질긴 연구, 한 한국신부와 독일 신부의 우정. 한 화첩을 사이에 두고 훈훈한 이야기가 피어난다. 그것은 정치, 외교, 학술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값진 성과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의 뜨거운 관심이 있어야한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또다시 숭례문 사건과 같은 참혹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고궁박물관으로 달려가 겸재정선의 화첩을 만나봐야겠다.
권은영
소통에 대한 의문과 제언
본인의 지난 모니터글에 원고에 쓰지 않았던 표현이 들어가 의도치않은 해석이 가능한 서두가 된 데 유감이었다. 실은 분량상 짧더라도 모니터글은 무진 고심과 과감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잔뼈 굵은 전문인과 언론인의 글을 여러 구독자를 대표해 평하고, 그것이 바로 그 해당매체에 영구히 게재된다는 것은 영광인 동시에 책임이 무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지만 필요 이상 수정된 바가 보이고 웬일로 정렬이 맞지 않았던 지난 지면이었다. 한편, 열혈 독자를 인터뷰하는 코너가 신설되어 소통의 의지가 보였는데 개선안에 우호적인 데 앞서 몇 가지 의문과 제언이 있다. 독자 의견의 활용을 매체 스스로 얼마나 기대하고 귀 기울이는가? 그간 제출했던 아이디어에 피드백이 없었으므로 모르겠다. 터놓고 말하는 통로가 되기에 ‘monitor’s letters’ 같은 지면은 제약이 따를수밖에 없다. 또한《 월간미술》이 생각하는 독자층-전문가와 대중,대중이라면 어떤?- 포지셔닝이 궁금하다. 특집기사의 구성면에서나 마케팅 면에서나《 월간미술》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오가는
경우가 있었다. 기사가 너무 전문적이라 어렵다 해야 할지 보편정보라 희귀성이 없다 해야 할지 모니터 역시 엇갈리고는 했다. 마지막으로 기고자의 다층다양에 쇄신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자사 비평을 지면상에 수렴했던 결단과 과정에 점검이 있기를 애독자로서 바란다.
오정은
풍성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고민들을 담아
개인적으로 2014년《 월간미술》의 첫 권은 진정으로 풍성한 새해을 맞이하기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호라고 생각한다. 우선 국외문화재 환수관련 특집은 기사의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통해 지난 환수사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앞으로의 과제까지도 생각해보도록 구성되어 있어 인상깊었다. 단순 정보뿐 아니라 생각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월간미술》 특유의 시선이 돋보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Devoted Reader’란이 흥미로웠다. 모니터 요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오랜 기간 《 월간미술》을 사랑해 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월간미술》에 바라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한 점은 독자와의 소통에 귀 기울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같은《 월간미술》 독자로서 간접적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지면이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저번 달에 이어지는 서울관 개관전 관련 기사에서는 호를 넘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집중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고, 해외미술시장과 국내 미술계 전시소식에 관해서도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정보와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심차게 풍성한 내용으로 시작한 1월호를 통해 앞으로의 《 월간미술》을 기대해 본다. 
강한라
소통은 발전의 초석
이번 달부터《 월간미술》엔 ‘Devoted Reader’가 신설되었다. ‘Monitor’s Letters’가 매 달의 지면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를 남기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면 는 오랫동안 《 월간미술》을 읽어온 애독자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좀 더 넓은 범위이자 원시안적인 시각으로《 월간미술》을 바라볼 수 있는 꼭지라고 하겠다. 이는 매달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본연의 임무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 방법으로 듣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소통은 발전의 초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Devoted Reader’ 꼭지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달 ‘Devoted Reader’ 꼭지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한 분은 일반인과 좀 더 폭넓게 소통하는 《 월간미술》이 되길 요청했고, 다른 한 분은 전문성을 띤 지면이 줄어드는 점을 아쉬워 했다는 점이다. 독자층이 두꺼운만큼 다양한, 어떤 면에선 상반된 의견들이 제시된다는 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부분이었다. 이 안에서《 월간미술》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물론
소통을 한다고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일단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 월간미술》에 응원을 보낸다.
신지현

열혈 독자

contents 2014.2. 열혈 독자
신도들과 함께 보는 《월간미술》

원욱스님
반야사 주지

이번 호 ‘열혈 독자’ 코너를 위해 만난 원욱스님은 최근 다녀온 일본 이야기로 취재일행을 맞이했다. 1월호 본지에 실린 히로시 스기모토의 전시를 일본에서 보게 되서 반가웠다했다. 그러면서 바쁜 일정으로 아직 이번 호를 다 읽지 못했다며 미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맛과 향이 은은한 뽕잎차(茶)를 함께 마시며 몇 마디가 오고가자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36년 전,
속세 나이로 20세에 출가한 원욱스님은 현재 서울 목동에 자리 잡은 반야사의 주지다. 1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반야사는 비구사찰(比丘寺刹)로 조계종에 속해 있다. 원욱스님은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박수근의 고향 양구’라고 소개한다고. “아버지께서 그림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특히 김환기 작품을 무척 좋아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시와 관련한 도록과 사진 등 자료를 구해서 보여주시곤 했어요. 또한 아버님지와 서울로 나들이를 가면 덕수궁미술관을 종종 들르곤 했지요.” 출가 후,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관심은 미술 전반으로 확대됐다. “불교미술이 융성한 고려시대의 불화는 사실 몽골의 침략으로 피폐해졌을 때도 제작됐어요. 그러니깐 당시 그려진 불화는 고려인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셈이지요.” 이렇게 미술은 시대의 역사는 물론 정서까지 담는다. 스님은 그러한 불교미술을 바라보는 당대 속세인의 시선이 늘 궁금했다면서 미술에 대해 깊게 관심을 기울인 이유를 설명했다. 원욱스님의 이러한 미술 애호는 사찰 곳곳에서도 발견됐다. 인터뷰가 진행된 접견실에는 현대미술풍의 탱화가 걸려있고, 사찰의 계단벽까지 작품으로 빼곡했다. “지금까지 모은 작품이 약 30여 점 됩니다. 마치 전시회를 열 듯 작품을 바꿔가면서 선보이고 있어요. 때로는 신도가 제작한 작업을 걸기도 합니다.”
본지를 통해 우리 근대 서양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싶다는 주문을 한 원욱스님은 본지를 소장하기보다 읽고 싶은 이에게 기꺼이 나눠준다고. 예술로 인한 감흥은 나누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부디 원욱스님의 미술을 통한 포교활동
(?)에 본지가 자그마한 힘이 되길.

황석권 수석기자
일상의 마시멜로우

김갑영
주부

한 달에 한 번 독자 김갑영은 마법에 빠진다.《 월간미술》을 펼치는 순간 누군가의 아내로, 어머니로, 며느리로 살던 그녀는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녀는 “미술작품을 보고, 미술잡지를 읽는 시간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술을 만나는 동안 모든 것에서 벗어나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 월간미술》을 구독한 지 벌써 7년째. 미술에 관심을 키워가며 미술잡지를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던 그녀는 한 아트페어의 미디어부스에서 본지와 첫연을 맺었다. 이후 매년 자신의 관심사를 기억하고 그에 해당하는 전시 티켓이나 도록을 챙겨주던 담당직원의 배려에 지금까지 정기구독을 이어왔다. 구독하면서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을터. 김 씨는 전문잡지다보니 지면의 글이 난해한 면이 있다고 말하며 “폭넓은 문화 전반의 기사도 간간이 볼 수 있으면 여유 있는 구성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더불어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얼굴과 해외미술의 소식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월간미술》이 현대미술 뿐 아니라 고미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녀는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전시장 투어 프로그램에 8년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다보니 미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생겨 문화센터 미술 관련 강의도 찾아듣지만 취미 이상
전문가이하 커리큘럼으로 짜인 교육기관이 드물다며 아쉬워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10여 년간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친 경험이 자연히 미술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듯 하다. 그녀는 강의 당시,《 미켈란젤로미술의 비밀》이란
책을 접하고 바티칸 성당 천장화에 나타난 군상과 인체해부를 접목한 교습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이제 그녀는 가정주부로서 기업인 대상 일색인 대학 산하 문화강좌나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원이 아닌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꼼꼼한 성격을 살려 문화재복원을 배워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며 수줍게 미소 짓는 그녀의 입
가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미술은 분명 힐링 그 이상이다.

임승현 기자

[컬럼]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contents 2014.2. 컬럼 |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후기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이후 서구 중심적 경제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다변적 경제지구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국가별 주요 도시 개발로 인한 메가폴리스(megapolis)의 개념을 뛰어넘는 각
도시 간 네트워크를 중점으로 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로의 이행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계 예술지구(藝術地區)의 변화와도 맞물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0년대부터 서구 주도의 미술사적 흐름
에서 탈피하고 자립함과 동시에 도시 간 교류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촉발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아시아 예술의 허브로 거듭나고자 2003년 ‘홍콩 인비트윈 콘퍼런스
(HK Inbetween Conference)’, 2009년 ‘요코하마 아트이니셔티브 콘퍼런스(Yokohama Art Initiative Conference)’, 2011년 뉴 뮤지엄의 ‘뮤지엄 애즈 허브(Museum as Hub)’ 등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세계미술계의 변화 속에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 도시추진단이 주최하고 루프가 주관하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가 2011년부터 광주에서 지속되고 있다. 아시
아 창작공간 간 교류협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1년도에 기획・진행된 바 있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 – 아시아 아트 모빌리티’의 경우, 아시아 11개국 23개 공간이 참여해, 각 공간에 대한 소개와 그 활동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유사한 역사의 사건을 겪어내며 공고해진 새로운 아시아성에 대한 이해와 그 안에서 발생한 모종의 차이들을 수용하고, 궁극적으로 서로의 다양성이나 각 나라의 예술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2년 11개국 29개 공간이 참여한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에서는 공간과 그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더불어 새로운 ‘아시아성’을 연구하며, 새로운 ‘예술의 공공적
기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리고 2013년도에는 기존의 11개국에서 15개국으로 네트워크 협의체가 확대 구성되었으며, 협의체 구성원 간 새로운 예술적 담론 형성을 위한 공동 협업 프로젝트 개발을 논의하였다.
아시아 각국의 주요 창작공간이 참여하는 전례 없던 아카이브 전시회 개최를 통해 21세기 문화 예술계 안에서 태동하는 예술 지식과 예술 기록물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 또한 아시아 각국의 지역적 특성을 공유함과 동시에, 새롭고
지속적인 프로젝트 개발, 기획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가을 광주광역시에 개관하는 ‘아시아 문화전당’ Pre-개관전시 콘텐츠 주제협의 및 도출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주제는 크게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공공예술’ 그리고 ’21세기 현대예
술의 아시아성’이다. 이런 큰 틀 아래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역사를 통해 성장한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적 관점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장을 마련, 과거의 획일성을 탈피하고 현대 민주주의의 다양한 정체성을 모색하고자 함이
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 간의 직접적인 예술 교류를 확대하여, 아시아 특유의 예술적 정체성 확인에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아시아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함으로써, 아직 충분히 서술되 지않고 공백으로 남아 있는 아시아 근대미술사를 채워 넣으며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정립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자립성과 주체성이 점차 확립, 강화되는 현상은 아시
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변화에 뒤처지고 종속되기보다는 패러다임을 이끌어나가는 진정한 아시아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허브로 대표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이와 같이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는 21세기 현대미술계의 흐름을 민감하게 지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우뚝 선 광주시는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어느 지역보다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또한 오래전부터 ‘예향의 도시’로 불리며, 우리의 예술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는 이러한 광주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녹여내어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리즘을 완성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Hot Art Space

contents 2014.2. Hot Art Space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의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는 제목의 전시가 2013년 12월 24일 개막해 2월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대중매체와 함께 성장해온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과 제시를 다룬다. 김하영 신창용 이현진 조문기 홍승표가 참여하여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욕망을 그들의 시각으로 풀어간다.

중견 서양화가 황승호의 개인전이 2013년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압생트에서 열렸다. <愛, 사랑하고 있다>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포르노그래피의 스틸컷을 연상시키는 도상을 표현한 회화작품을 선보였다. “에로틱한 것은 신성(divinity)을 폭로하고 숨어있는 욕망을 드러낸다”고 말하는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간의 육체는 감각만 남은 단순한 고깃덩어리처럼 보인다. 이는 곧 동시대 이미지의 특징을 연구하며 우리가 사는 시대의 정신을 파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1월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수근의 유화 90여 점, 수채화, 드로잉 등 총 120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김달진 미술연구소에서 소장 중인 박수근 관련 아카이브 자료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헤이리에 위치한 화이트블럭에서 1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이 <The End is Near>라는 제목으로 1월 17일부터 2월 2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태은
지현아 표영실 한지석 총 4명의 입주작가가 1년 6개월에 걸쳐 작업한 미디어 콜라주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1월 9일부터 30일까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물을 그리는 작가 권혁의 개인전이 열렸다. <NATURE DMZ>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DMZ(비무장지대)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자연으로 시각을 넓혀 물과 하늘을 드로잉과 실 스티치를 겸한
페인팅, 설치작업 등으로 보여주었다.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전>이 2013년 9월 28일부터 1월 26일까지 환기미술관(관장 박미정)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지난해 봄에 열렸던 탄신 100주년 기념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이어진 것으로 김환기가 생전에 언급했던 “예술에는 노래가 담겨 있어야 한다”던 시정신(詩精神)으로 일관된 대표적인 유화작품과 오브제, 과슈, 드로잉 등 120여 점이 전시됐다. 한편 《김환기 총서-카탈로그 레조네》가 발간될 예정이다.

<시간의 현상이 기록된 캡슐>이라는 부제가 달린 박능생의 개인전이 1월 6일부터 28일까지 이랜드스페이스에 열렸다.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의 상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흘러내리는 물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것과 새 것은 각각 상가의 벽면이나 간판 등으로 환원되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되고 현현되는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

심철웅의 개인전 <명명(命名)할 수 없는 성벽>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와 공간이 품은 역사와 시간을 고찰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2013년 12월 23일 개막해 1월 27일까지 KDB대우증권 WM Class 역삼역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가는 특히 한양성곽을 중심으로 주제를 풀어냈다. 기억은 사라졌으나
실체는 존재하는 역설적 상황은 ‘의식의 부재, 부재의 인식’이라는 순환적 담론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조환의 주된 소재는 철판이다. 그 철판을 먹으로, 그리고 전시장의 벽면을 화선지 삼아 글을 쓰고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꽃과 가지를 그려냈다. 조환의 개인전이 1월 8일부터 2월 9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객은 작가가 완완히 구축한 형상이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무한히 힘을 발휘하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분야 유망작가 9인(김시하, 인세인박, 박형근, 이아람, 조습, 전진경, 차승언, 홍남기, 홍원석)의 신작 100여점을 소개하는 <생생화화(生生化化)전>이 2013년 12월 27일 개막해 3월 31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특정 계층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을 지향하며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공진화를 바라는 내용을 전한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발히 작업하는 임연진의 개인전 <방 안에 고래가 있다>가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압구정에 위치한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정부 붕괴와 암울함,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 환경오염 같은 거시적인 문제가 일상생활에 치여 간과되고 공론화되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불편한 진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보여준다.

하태범이 무용가와의 협업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서울시 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 갤러리 H에서 열린 하태범 개인전 <대화법 프로젝트-시각예술가와 무용수의 협업>(2013.12.20~1.11)이 바로 그것. 이번 프로젝트의 주된 내용은 작가가 같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무용가와 협업의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5개월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협업이라는 대전제하에 벌어지는 소통과 반목의 양상을 보여줬다.

김아타의 사진작업 전반을 조망하게 될 <RE-ATTA전>의 제1부 <Part Ⅰ: On-Air Project>가 313아트프로젝트에서 1월 9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앞으로 2년간 3부에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열린 제1부는 김아타의 대표 작업 연작인 ‘On-Air 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8 hour>, <인달라(Indala)>,
<아이스 모놀로그Ic(e Monologue)> 연작이 선보였다. 또한 이번 전시는 2008년 이후 6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사진작업을 선보이는 이정진의 개인전 <THING>이 1월 15일부터 2월 16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본점 신관에서 열린다. 이정진은 한지에 유제를 도포하여 인화하는 작업으로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구현해 이미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미국 아퍼처(Aperture)에서 사진집을 발간했고, 지난해 동강사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문제에 천착한 작업을 선보인 사진작가 백지순이 세 번째 연작의 주제로 택한 것은 종부(宗婦)이다. 1월 14일부터 26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 <종부전>은 부계사회 하 종부들의 모습을 기념사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선보였다. 작가는 종부들의 희생하는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들이 문중의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서 사라져가는 전통을 떠받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중국 청년작가의 예술창작과 그 창작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독립큐레이터 샤옌궈가 기획한 <일이삼사오: 중국 청년작가 그룹전>이 청담동 JJ 중정갤러리에서 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베이징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국의 30~40대 작가 8인의 회화를 소개하며 중국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표현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동시대 젊은이의 초상을 진솔하게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1977~)의 국내 첫 개인전이 대림미술관에서 2013년 11월 7일 개막해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그의 작업은 불안에 짓눌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환희와 희망에 가득한 표정의 청춘 남녀를
전면에 등장시켜 순수한 인간의 자유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다. 대표작인 ‘로드 트립(Road Trip)’, ‘애니멀(Animal)’, 그리고 흑백 초상화 연작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현장] 미리보는 2014년 주요전시

contents 2014.2. sight & issue | 미리보는 2014년 주요전시
임승현│기자
2013년 11월 한국미술계의 숙원사업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이 개관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개관 이후 서울관은 줄곧 전시에 대한 논평보다는 학예사 인사, 편향된 작가선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이의 우려와 격려 속에 개관전을 진행 중인 서울관의 행보는 앞으로도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2014년은 2년에 한 번 찾아오는 비엔날레의 해다. 올 가을 대한민국은 미술로 인해 들썩일 것이다. 광주, 부산을 비롯하여 서울에서도 굵직한 비엔날레가 열린다. 비엔날레 뿐 아니라 올해는 미술관의 기념전 계획도 즐비하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해 예술원 60주년을 다루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박이소 작고 10년을 기념하는 아트선재센터의 전시가 미술팬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로 온전한 축제의 잔치가 열릴지 아니면 오합지졸의 장이 열릴지 2014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계획을 살펴보자.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정형민관장의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앞으로의 전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발표된 일정에 따르면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에 뒤이어 5월부터 새로운 소장품 기획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란 출신의 작가 겸 영화감독인 쉬린 네샤트의 대형 회고전과 <아시아 여성 미디어 작가전>, 덴마크 디어 아티스트 <제스퍼 저스트전> 등 다수의 미디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서 10월에는 독일 바우하우스재단과 공동 주최로 바우하우스의 업적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려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포섭하려 한다. 과천관은 해마다 계획하는 <올해의 작가상>과 <젊은 모색>을 비롯해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를 연다. 덕수궁관은 <예술원 60주년전> <조르조 모란디전>등을 선보인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도 김홍희 관장의 연임이 결정되어 미술관의 전시를 다양화할 시도를 한다. 서소문본관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작가전>(6.17~8.10)을 통해 문화적 교차점을 제시하고, 겨울에는 <글로벌 아프리카전>(12.16~2015.2.23)을 개최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소개가 미흡한 아프리카의 미술을 다뤄 ‘포스트뮤지엄’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려 한다. 생활미술관으로 전환한 남서울미술관은 도자조각가 <여선구 개인전>(3.18~5.25)과 전통 종이공예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지승공예전>(11.18~2015.1.25)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꾀한다. 지난해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지역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전시와 사진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10월 7일부터 12월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변순철의 전시는 장수TV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등장하는 인물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연두 <Six Points>싱글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28:44 min 2010ⓒ 정연두 아래·김인배
<무제> 혼합매체 50cm 2013
이제 지역미술관의 전시를 알아보자.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전>으로 약 33만의 관객을 모으며 지역미술관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구미술관은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중국 아방가르드의 대표 작가인 장 샤오강 회고전과 9월말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예정된 왕칭쑹과 정연두의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맞이하여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8.1~11.9)를 열어 우리의 현대사를 미술로 해석하고 ‘광주정신’을 탐색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소장품전을 비롯해 신진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전시와 함께 국내 최초로 미국 필립스문화재단 컬렉션을 소개하는 특별전 <피카소와 친구들>(5.23~8.24)로 관객을 찾아간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따라 3월23일까지 진행되는 <히로시 스기모토전>이후 두 개의 대규모 전시를 계획 중이다. 그중 하나는 격년으로 개최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아트스펙트럼>(5.1~6.30)이다. 올해는 특별히 리움 학예팀과 외부 큐레이터 및 평론가들과 협업하여 10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한다. 또 다른 전시는 <교감>(8.28~12.28)이다. 이 전시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미술을 막라한 소장품을 재구성하여 미술의 시대, 장르, 지역을 초월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비슷한 시기 플라토에서는 중견 작가 7인이 각각 신진작가 7팀을 추천하여 그들과 1대1로 팀을 이룬 전시를 한다. 전시 타이틀은 <스펙트럼-스펙트럼>(7.24~10.12). 미술로 세대 간의 소통을 보여준다는 취지의 전시이다. 이에 앞서 플라토에서는 정연두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정연두 개인전>(3.13~6.18)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소재로 한 <팝저씨>를 포함한 신작이 출품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전시 동향 중 하나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많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 새로움을 찾기 위한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식상함을 맛본 관객이라면 올해 예정된 전시는 주목해도 좋을 듯하다. 우선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전>(7.17~2015.1.18)은 같은 제목으로 진행됐던 백남준의 첫 번째 위성 프로젝트를 기념한 전시로 생전에 백남준이 꿈꾸던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을 인터넷시대의 모습으로 구현함과 동시에 그 대척점에 서는 다른 관점을 비교해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부부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뮌의 국내 미술관 첫 개인전이 코리아나에서 열리는데 극장과 무대 형식을 중심으로 한 설치와 영상작업을 보여준다고 한다. 일민미술관은 <SeMA 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의 지금을 살펴 볼 수 있는 젊은 작가 전시인 <프로젝트139>(9.4~11월 말)를 개최하고 서울대미술관은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과 공동기획으로 유럽 디지털아트를 소개하는 <Hybrid Media Art전>을 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미디어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실험적인 전시를 주로 보여준 아트선재센터는 이번달부터 미술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는 시간인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 관객을 맞이하는 이색전시를 선보인다. (2.15~3.30)을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는 그간 전시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거나 공개되지 않았던 건물 내외의 공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박이소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의 작업을 살펴보는 <박이소 개인전>(4.19~6.1)도 열린다. 박이소의 드로잉을 통해 그의 생각과 개념,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일 것이다

왼쪽·구현모 설치 전경 오른쪽·뮌 <Auditorium> 설치 2014
올해 새롭게 개관을 준비 중인 미술관과 갤러리도 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있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기대를 모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내의 디자인박물관은 3월 21일부터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한다.《 훈민정음 혜례본》을 포함한 80여 점의 작품을 연중 전시해 그간 1년에 두 번씩 간송미술관 앞에 길게 줄 서 몇 시간씩 전시를 기다리던 팬들을 설레게 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중·일 만화소설전>(1.7~2.20)을 마지막으로 청담동 공간을 정리하고 3월부터 소격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로 옆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 아라리오갤러리가 어떤 전시를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이밖에 주요 갤러리에서는 해외 유명 작가와 국내 작가의 선 굵은 개인전과 다양한 그룹전이 준비되어 있다. 현대갤러리는 1월에서 2월 사이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이우환, 김종학 등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작가 그룹전을 열고, 6월에서 7월사이는 LA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Reading Los Angeles>를 개최한다. PKM갤러리에서는 구현모, 함진의 개인전이 열리고, 국제갤러리에서는 줄리안 오피, 로니 혼, 빌 비올라 등의 유명 외국작가와 국내의 인기작가 김홍석 이광호의 개인전이 열린다. 부산의 조현화랑은 지난해 플라토에서 인기를 모았던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 그룹 일원으로 유명한 아야 다카노(Aya Takano)의 개인전을 기획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화이트블럭은 2월경 갤러리에서 미술관으로 새단장한다. 2014년 새로 입주한 스튜디오 작가들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서용선, 전수천 등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프로젝트아카이브 전경

미술시장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sation)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생긴
비엔날레에 대해 세계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제도권 미술의 대안으
로 시작한 비엔날레가 미술 권력의 또 다른 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비엔날레의 새로운 모색을 꿈꾼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전시에 지친 미술애호가에게 올해 국내 비엔날레는 무엇
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국내 비엔날레 중 최대 규모인 <광주비엔날레>를 살펴보자. 올해로
20주년이자 제10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를 주제로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 1980
년대 초반 활동하던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노래제목
에서 착안한 제목으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역사의 재구성을 보여줄 예정이
다. 특히 불 지르기(Burning)는 파괴와 재생의 역사 속 예술의 변증법을
추적하고 역동성과 변화를 꾀하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이번 전시감
독을 맡은 제시카 모건(Jessica Morgan)의 기획이 기대된다. 그녀는 런
던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로 혁신적인 전시를 보여온 바 있다. 테이트 모
던에서 열린 티노 세갈 전시를 기획해 현대미술의 담론을 경제학으로 확장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력 큐레이터로 파토스 우스텍(Fatos
Ustek)과 에밀리아노 발데스(Emiliano Valdes)가 참여하며, 테레사 키틀
러(Teresa Kittler)가 보조 큐레이터를 맡았다.
한편 <미디어시티서울>은 정식명칭을 울>(9.2~11.23) 로 변경했다. 이 행사는 2000년 <미디어시티>라는 명칭
으로 개막하여 2년마다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프리비엔날레 행사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알랭 바디우, 세실 빈터를 초대한 강연, 아시아 고딕을 주제로 한 워크숍 등을 통해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시감독은 미디어아트 작가이자 영
화감독인 박찬경이 맡는다. 아직 전시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아시아의
‘귀신 정치학(hauntology)’을 주제로 삼고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지배적
역사서술에서 누락된 고독한 유령을 소환해 인류학적 공동체 상상을 복원
하고 식민 혹은 제국에 맞서는 새로운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감독 선임 문제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부산비엔날레는 프랑스의 평론가
이자 매그미술관 재단 이사장인 올리비에 캐플랑(Olivier Kaeppelin)을
전시감독으로 최종 선정하고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당초 논란이 되
었던 공동감독 기획은 한국인 큐레이터 1~2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대체되
었다. 이러한 기획자 구성에 대해서 부산비엔날레 측은 ‘서구 편향이 되는
것을 지양하고 균형 있는 작가 초청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작
가를 선정하여 올리비에 감독의 기획안에 부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라’ 했다. 하지만 1월 28일 현재 전시주제는 커녕 한국인 큐레이터로 누가
참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개막 일정은 다
가오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된 것 없이 파행을 거듭하여 우려의 목소리
가 높다.
위의 세 행사를 마주하기 전에 우리를 찾아오는 프로젝트가 있다.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이다. APAP는 ‘퍼
블릭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3월 28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
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의 진행되었던 일정을 돌아보며 화자의 관점에
서 현대미술과 대중이 교차하는 요소를 부각시켜 ‘모두를 향한 지식’, ‘각자
를 위한 이야기’, ‘서로를 위한 듣기’로 나눠 APAP의 이야기를 화자의 관점
에서 엮어갈 예정이다. 또한 알바로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을 재개관
하여 전시장소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백지숙 감독의
스토리는 과연 무엇일지 그 스토리를 통해 어떤 경험을 불러일으킬지 기대
된다.

임승현 기자

아트저널

contents 2014.2. Art journal

오는 2015년 광주에 문을 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의 5개원 예술감독이 모두 선정돼 본격적인 개관 작업에 들어갔다. 아시아문화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황지우 한국예술학교 극작과 교수, 김선정 큐레이터(<2012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을 각각 민주평화교류원과 아시아문화정보원 예술감독으로 선정했다. 김혁진 모든학교체험학습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린이문화원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황지우 교수는 민주평화교류원의 개관 콘텐츠를 마련했고, 김선정 큐레이터는 <2012광주비엔날레>를 치른 경험이 있다. 김혁진 연구위원은 현재 여성가족부 청소년프로그램 평가위원을 맡는 등 청소년 문화프로그램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기존에 선임된 이영철 문화창조원 예술감독, 김성희 공연예술감독과 함께 아시아문화전당 5개원의 운영 프로그램을 짜고 전시 기획안 등을 마련한다.
예술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문화전당5개원의 개관준비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감독은 문화전당 개관 콘텐츠를 구체화하고 올해부터 시작될 개관 준비작업을 진행한다. 문화전당은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 등 5개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규모는 부지면적 12만8621㎡(3만8908평), 연면적 17만8199㎡(5만3905평)에 달한다. 연면적으로는 국내 최대인 국립중앙박물관(13만7289.66㎡)보다 넓다.
문화전당은 오는 10월 전체 공정을 마무리 짓고 2015년 7월 개관을 위한 시운전에 돌입한다. 지난 2005년 착공된 지 9년 만에 완공되는 문화전당은 광주의 도시 체질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공간이 미래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문화산업 거점이자 아시아인의 교류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작가들이 문화전당에 머물며 창작하고, 문화 전문가들이 모여 영화·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광주에 문화산업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문화전당의 기본 운영원리다.

광주 = 박진현 통신원

서울 시내 한복판에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건물이 들어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정체불명의 이 건축물이 베일을 벗고 마침내 속살을 드러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가 그것. 서울디자인재단(이사장 백종원)은 오는 3월 21일 DDP 공식 개관에 앞서 건물 내외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현재 내부가 텅 빈 상태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을 그 자체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DDP는 대지면적 6만2692㎡, 연면적 8만6574㎡에 지하 3층, 지상 4층의 규모로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등 5개 시설과 15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DDP는 항공기, 선박 설계 때 사용하는 3D설계기법을 도입해 외부는 각기 다른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했고, 내부 공간은 곡면의 하얀 벽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일반 건물과는 달리 곡선과 좌표를 중심으로 설계・시공되어 층수 개념이 불분명하고 동선이 복잡해 내외부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길 안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며 이것이 과연 전체 건축물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의문이 들었다.
총사업비로 4840억 원이 투입된 이 건물은 앞으로 공간 유지비용에만 1년에 수십억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재단 측은 별도의 세금투입 없이 재정자립이 가능한 효율적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DDP는 대규모 공간과 파티션, 음향 장치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춰 기존 대관시설보다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간이 그 자체로 압도적이기 때문에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월 21일 개관에 맞춰 <간송미술관 명품전>과 런던디자인 뮤지엄과 연계된 <스포츠와 디자인전> <자하 하디드 특별전> 등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가 준비 중이다. 또한 패션문화 비즈니스 사업인 제28회 서울패션위크가 개관에 맞춰 열릴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미술교과서는 1907년 대한제국기 학부에서 발행한 <도화임본(圖畵臨本)>이다. 이 책에는 근대국가를 상징하는 ‘태극’문양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3년 뒤인 1910년 강제한일합병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된
<정정 도화임본>에는 기존의 교과서 내용은 그대로 사용됐지만 ‘태극’ 삽화가 ‘국기(國旗)’라는 명칭의 일장기로 바뀌었다. 한국전쟁 와중이던 1952년에 발행된 <도화공부 초등미술4>에서는 피난민의 모습, 시가전을 벌이거나 강을 건너 돌진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처럼 한국 근현대시기의 대표적인 미술교과서는 단순한 교육자료가 아니라, 당대의 굴곡진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다각적인 방법으로 당대의 시각체계와 시대적 의미가 조망되고 해석될 수 있는 시각자료이다.
<한국근현대미술교과서전>이 1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일제강점기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 광복과 사회적 격동기인 1950~1960년대, 1970~2000년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 교과서 210여 점이 소개된다. 미술교과서를 통해 한국에서 근대적 미술교육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큰 흐름을 개관하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교과서 주요 삽화이미지를 추출해 시대별 흐름에 따른 삽화 이미지의 변화상황을 비교할 수 있다.


경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윤복희 명예교수가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에 선임되었다. 윤 관장은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 당시 피난 온 미술가들이
남긴 흔적과 작품이 있어 높은 미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을 경남지역 미술의 특징으로 꼽았다. 앞으로 미술관의 방향에 대해서는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여 소장품을 강화하는 것과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 생
태환경에 대한 부분을 부각시킨 전시를 단계적으로 기획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도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블록버스터급 전시 유치와 함께 지역과 소통하며 역사적으로 검증하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미술관의 역할을 중요하게 꼽았다. 윤 관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경남도전, 목우미술대전 등 여러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아왔으며 경남대 미술교육과 교수, 미술교육학과장, 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윤 관장의 임기는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대전 원도심 한복판에서 생태미술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반영한 전시가 열려 화제다. 2013년 12월 18일부터 1월 4일까지 대전 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도시-꽃전>이 그것. 그동안 생태나 환경 문제를 이슈로 접근한 전시는 제법 있었지만 예술의 소재가 아닌 인간의 실존적 문제로 접근한 전시는 매우 드물다. 아직 ‘생태미학’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를 예술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과 직결된 중대한 영역으로 사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2013년 3월에 개시한 ‘생태미학예술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으로 미술사학자, 평론가, 작가로 구성된 회원과 생태 문제를 모티프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기획은 아도르노 미학 전공자인 유현주 생태미학예술연구소장이 맡았다. 김민정(오른쪽 사진) 김인 문재선 송미숙 예미 이원경(왼쪽) 인사 빙클러 등 7인의 작가는 과거의 전통적인 삶보다 더욱 불안하고 원자화된 도시 내부의 삶을 추적해 나가면서, 자본주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맞물린 도시생태 환경을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의 절대적 수혜지인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 차원에서 도시재생운동이 활성화된 대전을 중심으로 생태예술의 담론이 형성되고, 이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 소장은 “앞으로 회원과 생태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과 함께 세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연구 성과물을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해 더 많은 사람과 생태예술의 중요성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동아트미술관과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부부작가 이승희, 장문갑 개인전이 각각 2013년 12월 31일부터 1월 5일까지 열렸다. 장문갑(위)은 ‘기억-자연’이라는 주제로 변화무쌍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노란색으로 물든 가을의 은행나무, 길가의 코스모스, 시냇물 아래 보이는 바위와 이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고목의 투박한 가지들, 단풍이 남아있는 초겨울 설산 등 작가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자연의 소소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의 변화와 순환, 자연과 인간의 상생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아울러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다양한 표정과 생명력에서 기운을 받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작가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삶의 모습을 긍정하고 있다. 목포 앞바다 신안군 자은도에서 자란 작가는 그곳의 풍광과 자연의 변화에 대한 성장기 기억이 현재의 작업에 커다란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장문갑은 원광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 전주에서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시대미술문화연구회원과 한국 문화예술진흥원 예술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린 이승희(아래)의 열 번째 개인전 <초대>는 작가 자신의 집으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작품 사이사이 공간에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 테이블, 문, 조명등, 소파, 창문, 화분 등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씨실과 날실의 교차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천 위에 여러 가지 자연의 이미지를 수놓는 형식의 수채화를 통해 작가는 “편안함 속에서 자연을 바느질한 것 같은 작품을 마치 우리 집에 걸어둔 그림처럼 감상하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서로 엮이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여성 특유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이승희는 동의대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여덟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한민국 수채화작가협회, 여류구상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주 = 최정환 통신원

KOTRA 오픈갤러리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가 2013년 12월 12일 개막해 2월 2일까지 <Homecoming Party>라는 부제 아래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개관전이었던 오픈마인드전을 새롭게 구성했다.
오픈갤러리는 2012년 12월 5일 개관 이후 문화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중소기업과 예술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또한 장애미술인의 작품을 전시하여 사회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변신은 무죄>라는 타이틀로 대학생을 선발해 전시를 여는 등 미술 인재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전시기획 총괄을 맡은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바로 이곳이 창조경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라고 갤러리를 소개하며 “예술을 통한 기업의 발전에 특화된 갤러리로서 전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시대 한국미술계에 미술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송은미술대상’이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총 503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예선과 본선심사가 진행됐고, 여기서 선정된 강서경, 김지은, 박혜수, 차혜림 4명의 수상가 선보인 전시를 바탕으로 최종 심사한 결과 박혜수(위 사진)가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대상 수상자는 상금 2000만원과 함께 향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를 지원받는다.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박혜수는 이번 전시에서 모두가 지향하는 보편 가치이자 자기합리화를 위한 주관적인 기준이 되는 ‘보통’의 이중성에 주목해 이에 적용되는 잣대와 가치관들을 시각화하고 관람객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통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유도했다.
심사위원단은 “박혜수의 전시장에는 언어와 기호를 중심으로 새롭게 엮인 우주가 펼쳐져 있다”며 “익숙한 관념의 의미를 숫자와 통계를 통해 묻는 행위는 현실에 대한 역설적 은유가 될 수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수상에는 강서경(회화설치, 가운데 왼쪽), 김지은(설치, 오른쪽), 차혜림(회화설치,아래)가 선정됐고 각각 상금 1000만원을 받는다. 수상전은 2월 15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송은미술대상은 (재)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인 유상덕 ㈜삼탄 회장이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2001년에 제정한 상이다. 지금까지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로 김연규 박찬용 이계원 최은경 김희정 노준 정상현 권준호 뮌 김주리 한경우 최선 등이 있다.

제25회 부산청년미술상 수상자로 작가 서평주가 선정됐다. 서평주는 부산에서 거주하면서 주로 신문 속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희화화하고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작업을 해왔다.
부산청년미술상은 1989년 지역 미술인을 발굴 지원할 목적으로 부산공간화랑(대표 신옥진)의 발의에 의해 제정된 상으로 만 35세 이하로 부산에 거주하며 전년도에 개인전을 연 작가 중 지역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1985년생인 서평주는 부산대 서양화과와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안공간 반디, 오픈스페이스 배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단체전으로는 <일상의 정치>(대전창작센터), <페허프로젝트>(경남도립미술관), <젊은시각 새로운시선>(부산시립미술관), <악동들 지금, 여기>(경기도미술관) 등에 참여했다.
부산 청년미술상시상식은 2월 5일 부산 공간화랑 해운대점에서 열린다.

부산 = 김은경 통신원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 하판덕의 개인전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각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생의 가치에 주목하는 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여러 작가가 다루는 소나무라는 모티프를 차별성 있게 다루기 위해 나무껍질을 자개장처럼 빛을 머금게 표현했다. 또 소나무의 윗부분을 자르고 중간부분을 확대 강조하여 나무껍질의 질감을 살리려했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그의 작품에 대해 “솔직하나 유치한 민화의 형식을 차용하는 것”으로 요약했다.
하판덕은 1963년 경남 의령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호서대학교 예체능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앙일보사, 삼성문화재단, 외교통상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하는 예술문화상 지역부문에 서양화가 조규일이 선정되었다. 이 상은 매년 예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큰 예술인에게 수여한다. 지역부문대상에 선정된 조규일은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 등을 보성군에 기부해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미술관인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공헌했을 뿐 아니라 30여 년 넘게 후학양성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붓을 드는 그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한 것밖에 없는데 상을 준다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며 “손과 발이 움직이는 날까지 작품을 그려, 많은 작품을 미술관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조규일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전남미술대전, 광주미술대전 등 각종 공모전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 이명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2013 꿈다락토요문화학교-청소년을 위한 진로탐색 동절기 프로그램’인 ‘미술관 JOB GO, 꿈 JOB GO!’가 1월 11일 서울 사비나미술관과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2월 22일까지 5개 사립미술관(서울 사비나미술관, 경기 영은미술관, 충청 신미술관,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경상 대산미술관)에서 매주 토요일(설연휴 제외)에 진행된다. 또한 회원미술관인 김재관 쉐마미술관 관장과 이원호 모란미술관 큐레이터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전보삼
전국 박물관・미술관인 및 문화예술 관계자의 친목 도모를 위한 신년교례회를 1월 1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행사에는 김종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동호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박인숙 국회교문위원,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나선화 문화재청장,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은 오은경 세종대 교수의 축하무대를 감상한 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국의 도교문화-행복으로 가는 길’을 자유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윤범모
1월 18일에 문화역서울 284에서 임원회의를 열어 대구미술관 인사파행 문제를 비롯한 현안 사업들과 2014년 협회주요사업 등을 논의했으며 임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새 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명예회장 박래경, 회장 윤범모, 부회장 이원복, 박천남, 고문 김종규, 자문 김달진 김영순 류병학 이인범 정준모 최은주 교류협력위원장 김선정 교육위원장 김종길 뉴미디어아트위원장 조선령 소장품위원장 장엽 전시위원장 서진석 정책위원장 김준기 학술위원장 강수정 홍보위원장 전승보 사무처 간사 서지형 1월 25일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월례포럼 20140125: 이인범’을 개최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윤익영
2013년 총회를 통해 윤익영 회장의 2014년 연임을 확정했으며 임원진의 개편이 이뤄졌다. 부회장에는 김영호 중앙대학교 교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계간으로 발간하는 <미
술평단> 주간으로는 최형순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총무로는 김진엽 성남아트센터 전시부장, 감사로는 임재광 공주대 교수가 선출되었다. 학술분과위원장에는 정연심 홍익대학교 교수, 기획분과위원장에는 김병수 전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총무, 국제분과위원장에는 이수균 대구미술관 학예실장이 선출되어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활동한다.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 회장 김달진
1월 22일, 17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19차 모임을 한국미술정보센터에서 가졌다. 뮤지엄아카이브 연합전 기획안과 2014년 분과별 활동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2014년 분과별 활동 계획에서는 학술분과는 아트아카이브 관련 외국 학술서적 번역과 학술심포지엄 개최를 목표로 활동하기로 하였으며, 미술관 아카이브분과는 회원들의 모기관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생산기록및 관리기록 목록을 작성해 현재의 관리상황을 확인하고 기관기록 관리를 저해하는 요인과 그 해결방안을 논의해가기로 하였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조강훈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초대작가전>(4.15~4.18)의 출품작을 3월 5일까지 접수 한다.
또 같은 곳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전>(4.9~4.14)에 출품하고자 하는 회원은 3월 7일까지 작품을 보내야 한다.
김영순 미술평론가
가나가와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제6회 21세기 뮤지엄 서미트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여 ‘장소의 문화정치: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 발표한다. 이번 회담은 일본 쇼난코쿠사이무라센터에서 2월 8일과 9일 양일간 ‘뮤지엄이 사회를 바꾼다-문화에 의한 새로운 커뮤니티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다.
김현진 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
아르코 미술관 관장으로 선임되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임기가 2016년 1월까지로 연장됐다.
대학미술협의회 회장 윤동천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이란 전시에 맞춰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전시는 한원미술관에서 1부(2.5~11)와 2부(2.13~19)로 나눠열리고 학술대회 세미나는 2월 13일 한원미술관에서 ‘현대동양화(한국화)의 정체성과 동시대성’을 주제로 열린다. 리코멘터리는 3월 10일 홍익대학교에서 진행한다.
쌤소나이트코리아 한국지사장 최원식
2011년부터 유명 작가와 손잡고 진행하던 콜라보레이션을 2014년 디자인 이노베이션이라는 모토 아래 신진작가 공모 방식으로 바꾼다. 작품 접수기간은 1월 24일부터 2월 23일까지다. 이번 공모 당선자에게 후원금과 KIAF에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월간《 미술세계》 대표이사 백용현
인사동에 갤러리 미술세계를 오픈했다 .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원장 최정철
<한국의 공예-전통과 현대의 울림>(1.17~2.16) 전시가 인도 레드포트(Red Fort) 내의 쿼터가드갤러리(Quarter Guard Gallery)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2013년 10월 4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에 최정철이 임명된 바 있다.
한광호 한빛문화재단 창립자
1월 23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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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contents 2014.2. ART BOOK
사물판독기
정준모 지음
우리의 전통미술과 서구의 근대미술이 만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기 시작한 1900년부터 1960년 사이의 미술에 주목한다. 도판 108점을 시대의 맥락 안에서 해석하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발현되어 조형화되는지를 살핀다.

컬처북스 304쪽·30,000원

아돌프로스의
건축예술
아돌프 로스 지음 / 오공훈 옮김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아돌프로스의 에세이를 모은 책. 건축뿐만 아니라 창작 분야에 두루 적용되는 글을 통해 보이는 것에만 중점을 둔 창작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마음에서 우러난 보편성을 담은 창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안그라픽스 184쪽·15,000원
사회참여예술이란
무엇인가
파블로 엘게라 지음 / 고기탁 옮김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의 벽을 허무는 예술 활동으로 사회참여예술을 제시하는 책. 저자는 교육 방법론부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무분별한 수용이 아닌 비판적인 토대위에서 예술 행위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린책들 144쪽·11,000원

예술을 경영하라
윌리엄 번스 지음 / 송성완 옮김
예술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모은 예술경영 입문서.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예술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사례들을 다각도로 설명한다. 예술조직 경영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인 경영학 원칙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와 참고 자료들을 담았다.

알에이치코리아 720쪽·28,000원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성제환 지음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인과 그들의 예술작품을 후원한 상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명화의 이면에 숨은 메시지를 통해 시대정신을 살펴보고 예술품을 단순한 심미적인 요소가 아닌 사회, 정치, 경제를 총망라하는 집합체로서 다시 해석한다.


문학동네 380쪽·19,800원

북경예술 견문록
김도연 지음
중국 현대미술 전문가 김도연이 중국 현대미술사를 통해 중국의 현대사와 오늘을 들려준다. 중국현대미술에 대한 개괄적 설명과 함께 베이징의 대표적인 예술구 798과 차오창디를 소개하고 베이징에서 만난 12명의 예술가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생각을 담는 집 398쪽·20,000원

화첩기행
전 5권
김병종 지음
인문학적 정신을 기반으로 한 예술기행 산문집.1999년 첫선을 보인『 화첩기행』 3권,『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을 지역별・주제별로 분류, 전면 개정해 4권으로 묶어 전 5권으로 새롭게 출간했다.

문학동네 전 5권·5권 세트 74,000원

샤먼 / 리얼리즘
김종길 지음
2000년대 이후 현장에서 기획되고 전시된 미술작품, 현장미술을 중심으로 한 비평들을 모았다. 비평적 사유의 사리를 샤머니즘으로 표현하며 예술과 행동에 대한 사유 혹은 실천 자체를 리얼리즘으로 이해하며 비평과 예술의 관계를 새로이 살핀다.

삶이 보이는 창 520쪽·28,000원

한국 근대판화사
홍선웅 지음
조선 후기부터 6.25전쟁 직전까지 회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판화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으며, 어느 매체에 실려 대중에게 전달되었는지 작품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상세하게 설명한다.

미술문화 288쪽·18,000원
펠트공예
이재범, 한상미 지음
전통공예에서 새롭게 변화, 발전해 현대공예로 자리 잡은 펠트공예를 소개한다. 펠트라는 재료의 속성부터 펠트공예에 필요한 재료, 도구들을 설명하고 초급, 중급, 고급과정의 기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펠트공예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미진사 200쪽·18,000원

상처는 있다
상처는 없다
강혁 지음
회화, 영상, 설치 등 장르 간의 경계 탐구와 형식 실험을 하는 작가 강혁의 영상설치 작품집.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소모적 대립의식과 물질적 병리 현상에 대한 치유 또는 대안으로 순리적 가치형성 및 현실인식의 담론을 형성한다.


다빈치기프트 192쪽·20,000원

알파벳
캘리그래피
김희용, 박병훈 지음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캘리그래피의 세계를 알파벳 캘리그래피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역사적인 서체 이야기부터 다양한 펜과 잉크 등의 도구들, 세계적인 캘리그래피 작가들의 작품세계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홍디자인 152쪽·20,000원

“폭풍이 우리 머리 위를 후려치며 지나간다. 회색과 노란색이 섞인 우박처럼 쏟아지는 포탄 파편에 맞은 사람은 어린애처럼
째지는 듯한 비명을 낸다. 그리고 밤마다 갈기갈기 찢긴 생명들은 힘들게 침묵 속에서 신음을 토한다. (중략) 온 전선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10월 어느 날 파울 보이머는 전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이날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엎드린 채 마치 자고 있는 듯이 땅에 쓰러져 있었다.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며 죽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된 것이 마음에 든 듯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리히 레마르크《 서부전선 이상 없다》 ●

 

[재즈의 초상] 마일스의 마지막 연대기를 여는 자화상

contents 2014.2. portrait in jazz 9 | 마일스의 마지막 연대기를 여는 자화상
황덕호│재즈 칼럼니스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1952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26세 때를 회고하면서 당시 “나도 이제 늙은이가 된 것이 아닌가?”하고 느꼈다고 했다. 그만큼 당시 뉴욕의 재즈동네는 치열한 경쟁의 격전장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탁월한 기량의 신예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사조는 빠르게 변해갔다. 여기에 당시 미국의 예술계에 범람했던 약물은 재즈 음악인들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었다. 마일스의 선배 혹은 동료였던 찰리 파커(Charlie Parker)와 버드 파월(Bud Powell)은 이미 헤로인 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전성기에서 가파르게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런 와중에서도 마일스는 당시 가장 창의적인 젊은 연주자였고 끊임없이 지속되었던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재즈의 변천사 그 자체였다. 이미 1940년대 후반 9중주 편성으로 쿨 사운드의 원형을 만들어냈던 그는 1955년 그가 구사하는 트럼펫의 시적인 절제미와 논리적이면서도 들끓는 에너지를 지닌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테너 색소폰을 대칭시킨 자신의 첫 5중주단을 결성했고 이후에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와 교감을 통해 모드(mode)를 통한 즉흥연주를 추구했다. 1960년대 중반 웨인 쇼터(Wayne Shorter), 허비 핸콕(Herbie Hancock), 론 카터(Ron Carter), 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와 가장 진취적인 즉흥연주의 5중주단을 결성했던 그는 1960년대 말 전기 사운드와 록 비트를 전폭적으로 끌어들인 퓨전 사운드로 재즈의 방향을 급선회시켰다. 그는 좋았던 과거 시절에 대한 회상에 빠지는 것을 싫어했으며 늘 최전선에 있기를 원했고 그래서 새롭고 젊은 음악에 탐닉했다
하지만 1975년, 마흔 아홉의 나이에 그는 자신이 이미 중년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젊은 음악팬들은 자신보다 허비 핸콕의 음악에 더 열광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으며 재즈계의 경쟁에서 늘 앞서가야 한다는, 더 나아가서는 록과 소울의 태풍 속에서 재즈 음악인으로서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로 하여금 점차 더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위궤양과 폐렴, 불면증 여기에 엉덩이뼈의 습관적인 탈골은 중년의 마일스를 위기 상태로 몰고 갔으며 전처 아이린은 자녀 양육 문제로 마일스에게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1975년 여름 순회공연 중 마일스는 결국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음악 활동을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무런 확신이 없었다.
은퇴 시기 마일스의 삶은 더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기존의 거의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으며 알코올과 약물에 대한 의존, 무절제한 성생활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에 시슬리 타이슨(Cicely Tyson)이라는 새로운 여인이 마일스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일스의 모든 악습을 끊게 만들었고 그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유했다. 음악계로 복귀하기 전 마일스는 하루 종일 즉흥적인 스케치에 탐닉했으며 시슬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림은 내 인생의 마지막 중독이야.”
그러한 칩거에도 불구하고 재즈계가 마일스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1978년부터 컬럼비아 레코드의 재즈 부서장 조지 버틀러(George Butler)는 마일스를 끈질기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설득했고 결국 심신의 병마에서 벗어난 마일스는 6년의 공백을 깨고 1981년 음악계에 복귀했다. 당시 마일스는 탁월한 드러머 앨 포스터(Al Foster)와 기민하게 반응하는 퍼커셔니스트 미노 시넬루(Mino Cinelu)를 통해 입체적인 리듬파트를 만들었고 그 위에 악곡 전체를 역동적으로 해석해 내는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여기에 깊은 블루스를 연주할 줄 아는 두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와 마이크 스턴(Mike Stern)을 배치함으로써 그의 음악인생의 마지막 장(章)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비록 음반에서는 그 존재감이 축소되었지만 늘 그렇듯이 그의 트럼펫과 대조를 이룰 수 있는 탁월한 색소포니스트 빌 에번스(피아니스트와는 동명이인)가 필요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복귀 후 세 번째 음반인 <스타피플>은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온 그의 흔적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거칠게 스케치한 그의 그림이 자화상처럼 표지를 장식했다. 열거한 이름들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마일스 밴드의 멤버들은 현재 재즈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당연히 이 천재가 남긴 유산 속에서 보물을 찾아내고자 고군 분투 중이다. ●

[화제의 전시] 애니미즘들을 다시 움직이기

contents 2014.2. exhibition topic | 애니미즘들을 다시 움직이기
50여 점의 필름, 비디오 및 각종 사진과 회화자료들을 포괄하는 방대한 그룹전 <애니미즘전>의 테마는 제목이 시사하듯 ‘움직임’이다.
처음으로 떠오르는 움직임은 민속학과 신화학에서 말하는 애니미즘이 뜻하는 움직임, 즉 자연과 문명의 사물들에 깃들어 있는 영혼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애니미즘과 동일한 어원을 갖는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기법에 착안해보면 운동의 외연은 확장된다. 사물과 인간의 운동은 그 자체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운동은 재현되고 나아가 생산된다. 시각매체의 역사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운동을 가시화하고, 정지된 것에 운동을 불어넣은 과정들의 역사다. 이렇게 보면 ‘애니메이션’은 셀(cel)이나 인형 등의 재료에 근거한 특정한 무빙 이미지 예술의 장르적 경계를 넘어선다. 대신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에 매혹되어 그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회화와 사진의 기법들, 기계적 자동장치를 이용해 정지 이미지를 운동의 환영으로 변환시키는 영화의 본성, 그리고 전자적 신호와 컴퓨터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자동장치들이 생산하는 포스트-영화시대의 다양한 운동들을 포괄한다. <애니미즘전>은 이러한 미디어들을 아우르는 운동의 역사에 대한 조망이다. 나아가 이 전시는 이러한 운동들이 서구적 근대성의 다양한 국면과 맺어
온 관계의 계보들을 비선형적으로 배치한다. 그 관계들이란 근대성이 형성하고 지탱해 온 다양한 구분을 말한다. 식민주의와 과학적 이성의 양날개를 달고 비행한 서구적 근대성은 주체와 객체,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문명과 야만, 이성과 맹신 사이에 명징한 경계선을 그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디어 이미지들이 구현해 온 애니미즘은 19세기 이후 사회와 주체성의 생산을 지탱해 온 이러한 경계선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문제 삼는다. <애니미즘전>은 애니미즘의 이러한 이중성에 대한 전시다. 기획자인 안젤름 프랑케가 말하듯 이는 “애니미즘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이자 이를 파괴하기 위한 전시다.” 비록 프랑케가 “이 전시는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 형태들로 표현된 애니미즘에 대한 것이며 민속학이나 신화학에서 말하는 애니미즘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 전시 관람자들을 일차적으로 유인하는 작품들은 마술적 믿음, 토착적 신앙,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문화, 영혼이 스며든 사물, 생명으로 충만한 자연 등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은 근대적 세계관이 전근대적인 것의 이름으로 배제하거나 대상화한 타자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애니미즘은 근대성의 이원론적 위계들이 설정한 타자들의 귀환이다. 시
각미디어는 이러한 귀환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시각미디어가 세계와 주체 사이에 자리 잡으며 운동을 생산할 때, 그 운동은 주체와 객체, 영혼과 사물, 자연과 문명의 은밀한 소통 그 자체를 체현하는 매개물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Medium이라는 단어는 ‘매체’와 ‘영매’를 모두 뜻한다). 이에 화답하듯 <애니미즘전>의 몇몇 작품은 애니미즘적 주체와 인식, 현상들을 전근대적 타자들로 규정하는 근대적 지식과 지각의 체계를 노출하거나, 그러한 체계를 넘어서 애니미즘의 역동성을 담아내고 탐구하기 위한 시각미디어의 대안적
사용법들(즉 시각미디어를 일종의 영매처럼 활용하는 방법들)을 보여준다.
수잔 슈플리의 <태양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Can the Sun Lie?,2013)>는 태양의 위치 변화와 기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에스키 모들의 세계관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오늘날의 과학적 지식체계에서 기각되는 과정을 민속지적 영상과 디지털 데이터 영상, 사진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다층적으로 분석한 에세이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의 다양한 양식들은 타자성의 불가해한 매혹들이 지배하는 세계를 드러내는 데 유용하게 사용돼왔다. 범신론적 믿음이 지배하는 나바호족의 세계를 포착한 <용감무쌍한 그림자들 (Intrepid Shadows, 알 클라(Al Clah), 1966/69)>에서 자유분방하게 가속화된 탈중심적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영혼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무생물(정체불명의 금속 고리)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자체를 체현함으로써 민속학적 다큐멘터리의 관찰자적 거리두기를 극복한다. 자크라왈 닐탐롱(Jakrawal Nilthamrong)의 <비현실의 숲(Unreal
Forest, 2010)>
은 잠비아 현지 제작진과 함께 한 제작 과정을 그대로 노출하는 반영적 양식을 통해 영적 세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으로 연장시킨다. 다큐멘터리 양식들의 반대편에는 애니미즘의 역량을 빌려 이미지와 시각적 지각의 경계를 확장한 실험영화들이 있다.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의 중요 인물인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는 16mm영화 <쿠사마의 자
기-삭제(Kusama’s Self-Obliteration, 1967)>에서 불연속적 편집과 자유분방한 카메라워크를 통해 일본 전통신앙의 정령적 존재와 서구 사이키델릭 문화 사이의 현란한 소통을 추구한다. 서구적 정신주의와 토착적 애니미즘 사이의 결연은 초기 수작업 추상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렌 라이(Len Lye)에게서도 드러난다. 그의 첫 작품 <투살리바(Tusaliva, 1929)>는 추상회화의 기하학적 형태들을 사모아족의 원시적 형상들로 역동적으로 변형시키는 자동기법(automatism)
의 모범 사례다.
습득영상, 사진적 이미지의 유령성
애니미즘을 다루는 이러한 다양한 방식들은 시각미디어 자체를 구성하는 유령성(spectrality)의 존재를 암시한다. 사진과 영화가 특히 유령적이다. 롤랑 바르트가 말하듯 사진이 관람자의 감각에 호소하는 내밀한 지점은 과거에 존재했으나 현재는 부재한 대상과 사건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익숙하고도 낯선 (그리고 현전과 부재가 공존하는) 과거의 흔적이 가진 유령성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얻는다. 영화 이미지의 자동운동은 셀룰로이드를 이루는 무수한 프레임 사이의 빈 공간, 그리고 프레임이 본원적으로 가진 사진적 이미지의 정지 상태에서 비롯된 환영적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진과 영화는 자크 데리다가 《에코그라피》에서 말한 유령의 논리, “볼 수 있
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초과하는” 유령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습득영상(found footage) 제작은 바로 이러한 사진과 영화의 유령성을 탐구한다. 기존에 만들어진 이미지의 전유와 변형, 재배열로 이루어진 작품을 뜻하는 습득영상은 2차대전 후 실험영화를 통해 풍부히 발전했으며 1990년대 이후 영화적 비디오 설치작품(cinematic video installation)의 한 경향으로 자리 잡앗다. 습득영상 제작에서 사진적 이미지의 유령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은 일종의 비정상적 운동들, 정지와 감속의 운동들이다. 이 운동들은 지속적으로 교체되는 영화 이미지의 흐름들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이미지의 형식적, 수사적 전략들을 드러내고 이미
지에 기입된 과거의 흔적들을 관람자의 현재에 강렬하게 남기기 때
문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습득영상 실험영화를 지속적으로 탐구
해 온 켄 제이콥스(Ken Jacobs)의 <자본주의: 노예(Capitalism:Slavery, 2007)>는 19세기 미국 목화농장 노동자들의 입체사진 이미지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살아 움직이게 한다. 미세하게 다른 두 개의 이미지를 번갈아 보여주는 디지털 자동기법은 원래의 입체사진이 잠재적인 수준으로 나타냈던 3차원적 몰입의 황홀경을 현실화한다. 이 황홀경의 환영적인 면모는 이미지들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플리커 효과(flicker effect)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해체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체적인 충동은 식민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 그들의 육체에 부과한 피로의 제스처들을 강렬하게 확대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노예>에서 정지를 수반한 역설적인 애니미즘은 이탈리아 습득영상 제작의 거장들인 여반트 기니키안과 안젤라 리치 루치(Yervant Gianikian & Angela Ricci Lucchi) 가 사용하는 감속의 기법과 호응한다. <다이아나의 거울(Diana’s Looking Glass, 1996)>은 로마 남부의 신비스러운 한 호수가 무솔리니의 제국주의적 파시즘에 의해 개발되는 과정에 대한 기록영상들을 소재로 삼는다. 호수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 로마 시기의 거대한 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원된 노동자들의 지친 눈빛과 몸짓들은 슬로 모션으로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이 두 편의 습득영상 작품은 과거의 파편들이 현재의 인식과 만나는 깨달음의 불꽃을 지피고 사진적 이미지의 본원적인 유령성에 도달하기 위해 기존의 이미지들에 새로운 운동을 부여한다. 여기서 애니미즘은 다시 움직인다(re-animated).
시각미디어가 근대 이후부터 구현한 다양한 형태의 애니미즘들
은 주체의 경험과 정서, 사유를 재현하고 조직해왔다. 이러한 과정은 기술이 근대성의 지식체계 및 제도들이 이루는 네트워크 내에서 작동해왔음을 말해준다. 전시의 참고자료로 제시된 샤르코의 히스테리 환자들에 대한 사진, 메스머의 전기최면 시술에 대한 드로잉, 그리고 에티인 쥘르-마레가 움직이는 물체와 활동하는 육체의 운동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개발한 연속사진(chronophotography)은 시각미디어들이 인간의 지각과 생리적, 심리적 과정들을 형성한 사회적 장치(apparatus)로 기능을 했음을 말해준다. 이 모든 사례에서 운동은 주체의 내적 자아 안에 있는 불가해한 신경생리적 차원과 무의식의 지대들을 가시화하고(샤르코, 메스머), 주체의 외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데 복무했기 때문이다 (마레). 사진과 영화에 드러나는 다양한 애니미즘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체권력(biopower)의 작동양식은 전자적 신호, 컴퓨터 재현체계 및 인터페이스가 비물질노동(immaterial labor)을 활성화함으로써 사용자의 지각과 정서를 규정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경관에도 적용된다(그래서 이 전시에 비물질노동 개념을 제안한 이탈리아 철학자 마우리치오 라자라토(Maurizio Lazzarato)가 참여한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전시장의 3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두 개의 작품은 미디어 애니미즘이 주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논증들을 펼치는 비디오 에세이의 형태를 취한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의 <평행(Parallel, 2012)>은 오늘날 현실을 사진적 이미지와 가깝게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게임의 풍경 이미지들(바람, 바다, 나무)을 탐구하고 그것들을 카메라의 기록에 근거한 영화적 풍경의 이미지들과 대비시킨다. 이러한 대비 전략을 통해 파로키는 컴퓨터 이미지의 하이퍼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두 가지 방식으로 유도한다. 하나는 컴퓨터 이미지가 현실로부터 추상화된 수학적 기호들의 알고리즘적 연산에 근거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컴퓨터 이미지는 아무리 모방적이라도 물리적 현실로부터 일정 부분 추상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현과 시각적 인식에 대한 비판적인 계보학적 탐색은 톰 홀러트(Tom Holert)의 <광택의 노동(The Labours of Shine, 2012)>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대중영화의 매혹적인 스타 이미지와 광택을 내는 구두닦이의 노동 과정에 대한 습득영상, 그리고 브랑쿠시의 광나는 청동 조각상을 병치시킨 이 작품은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는 예술과 노동, 대중문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광택이 가진 의미에서 찾아낸다. 광택은 빛의 물리학을 넘어 일상적 대상을 예술작품으로 변환시키고, 재화에 교환가치를 부여하며, 이미지에 물신적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미학적, 정치적 현상인 것이다. 이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채택하는 2채널 비디오는 시간적인 순차성에 근거한 영화적 몽타주를 공간적인 동시성으로 치환한다. 이러한 공간적 몽타주는 멀리 떨어진 이미지들을 새로운 맥락과 의미망에 배치한다는 점에서 다시 움직이기(re-animation)의 또 다른 양식이다. ●

애덤 아비카이넨 <천연자원 관리국의 범죄현장 조사서>(오른쪽) 2013과 임흥순 〈비념〉(왼쪽) 2012

당신이 기획한 전시는 최근 비엔날레, 대규모 미술 행사를 중심으로 스펙터클한 작품 선정과 디스플레이를 추구하는 전시공학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상당히 많은 양의 아카이브와 텍스트로 구성되어 관람객이 그것을 자세히 살펴봐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이 의도한 전시 디스플레이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개념, 상상력 및 미디어 테크놀로지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모더니티의 논리와 증상에 대한 연구에 관해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연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이 전시는 매우 넓은 의미에서 미디어의 역사에 관한 전시이다. 또한 전시라는 매체, 형태 그리고 전시의 역사가 삶 또는 살아있음과 관련된다는 것에 대한 연구이자 반영을 의미한다. 난 항상 ‘애니미즘’이라는 용어 자체를 어떻게 이해하든 회화나 도자기처럼 전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의적인 춤과 박물관 전시 사이의 간극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펙터클한 전시와 자본주의 문화는 이 간극을 위장한다. 그러한 전시는 모든 애니메이션(animation,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이 전시될 수 있고 소비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애니미즘은 매우 복잡한 것이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 신중하게 획득되고 유지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도 매우 큰 개념이다.
이 전시는 관객이 기대하는 바와 다르게 애니미즘이 아니라 뮤지엄과 죽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박물관과 모더니티의 관계는 애니미즘 파괴의 역사이다. 뮤지엄에 대한 소외 효과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뮤지엄은 무엇을 보고 물건을 신중하게 연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지미 더럼(Jimmie Durham)의 작품인 유리 진열장 속의 돌들은 관객들이 보기에 유머러스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비를 고정시켜 놓듯이 애니미즘을 고정시킬 수 없다. 애니미즘은 항상 영적인 것의 과정과 관련 있으며, 믿음 또는 절대적인 지식 또는 진리와 같은 독단적인 유형과는 관련이 없다. 애니미즘은 마음의 상태에 관한 것, 살아있게 혹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전시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구조적인
상상력을 주장함으로써 변증법의 형태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서
박물관 진열용 유리 케이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영화와 영화의 역사를
소개한 것이다.
<애니미즘전>은 순회하면서 작업이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몇 점 추가됐다. 이들 작업에서 보이는 애니미즘적 요소에 관해 어떻게 느꼈는지, 그리고 나라별로 당신이 전시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점 중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애니미즘은 모더니티의 역사와 같은 ‘보편적인 역사’의 부정적인 면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국가마다 다른 문맥이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글로벌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무엇보다 애니미즘을 과학과 이성에 반대되는 허구, 미신 등의 개념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식민주의적 사고의 단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고 애니미즘을 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어떤 지역에서는 역사적 과정이 이 전시의 맥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중국의 선전(深圳)같은 도시에서는 제국주의, 국수주의적 전통, 급속한 근대화와 같은 20세기 충격으로 기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혼동 과정 없이 ‘모더니티’와 ‘애니미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토속신앙’ 문화는 수백 년에 걸쳐 제국과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잠재적인 저항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시는 애니미즘의 ‘귀환’ 그 자체에 관심을 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전시는 애니미즘의 파괴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비판적이지만 애니미즘의 ‘귀환’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근대 국가와 자본주의의 조건하에서 이 귀환은 본질과 전통의 귀환으로 오인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데 근대 국가의 논리 자체가 이러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티-애니미즘도 결국은 애니미즘의 한 형태로 애니미즘 외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애니미즘의 다양한 형태와 이와 관련된 힘, 집합체, 그리고 이야기들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음을 제안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상상력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역사적인 전시를 뮤지엄 속에
서 구현하는 일을 예술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웃음에
관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슬비 기자

지미 더햄 〈롯의 아내도 이해했으니, 과거를 회상하기만 하면 화석화와 퇴적작용이 일어날거야〉 돌 종이 칼 스푼 접시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