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S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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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 두 번째 도시, 세 번째 공동체*

2017.11.22~2017.12.10 인천시립미술관 본관, 신관, 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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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 : 두 번째 도시, 세 번째 공동체〉는 기존 공공미술관 설립 과정의 전형적 문제제기가 아닌, 가능한 대안들을 찾아가며 공공 자본과 제도의 긴장감이 느슨해진 지역에서 큐레이터로서 자기-전망을 만들기 위해 2016년 시작한 ‘상상의 미술관 프로젝트’다. ‘人千始湁美述觀’은 ‘많은 사람에게 비로소 미술에 대한 다른 세계관을 샘솟게 한다’는 의미다.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은 기존 공공미술관의 건립 과정에서 주요 이슈인 건축, 관장, MI(Museum Identity)가 없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기-조직화를 위한 장치다. 톱다운 방식의 디렉터십을 강조하기보다 다른 로컬리티와 정치성을 위한 시각예술의 장(場)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관계와 역량을 모았으며, 전형적 지역성을 상징하기보다 비어있는 MI류 개별 공간들이 지향할 가치를 담았다.

인천 본관은 1호선 종점 인천역 개항장 문화지구 안에 있는 임시공간을 반으로 나누었고, 송도 신관은 인천1호선 종점 국제업무지구역 빌딩 상점을 ‘깔세’로, 서울 분관은 영등포 문래동에 있는 스페이스엑스엑스를 빌렸다. 3개 공간은 서울 원도심에서 영등포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인천 원도심에서 송도로 공간이 자본주의적 재생산을 위해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본관은 지역, 공동체 그리고 미술의 역사를 연구하며 아카이빙을 하는 장소로, 신관은 다양한 공동체가 예술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장소로, 분관은 제도적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하는 장소로 재전유했다.

‘두 번째 도시’는 도시에서 강조하는 역사성과 장소성이 서울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균질화에서 포스트-프로파간다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공간적 장소성보다 동시대 시간성을 기반으로 공동의 장소성에 주목했다. ‘세 번째 공동체’는 다른 로컬리티와 정치성의 주체로 공동체를 재구성한다. 물리적 연고를 의미하는 첫 번째 공동‘체’, 공공미술에서 대상화된 두 번째 공동‘체’가 아닌, 불온하고 전복적인 재배치와 재조직하는 세 번째 ‘공동’체의 가능한 불가능성을 희망한다.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은 미술관 건립에 필수 요소인 TF(태스크 포스), 연구조사, 공공프로젝트, 전시로 구성했다. TF에서는 인천미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여러 맥락을 공유하고 미술관관련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미술관의 가치와 미션을 상상했다. 그런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미술관 소장품 구입 공모, 추천 및 심의로 100점을 선정했다. 연구조사는 지역미술 연구의 부재와 결핍을 채워 재구성하기 위해, 암중모색하듯 자료들을 찾아 미완의 인천미술 연표를 만들고, 지역미술 연구를 위한 개별 연구자들의 논문을 제안했다. 기존 원도심 공공 프로젝트가 사람과 물리적 공간의 중심이라면, 〈개항장 고양이 문화생태 지도〉는 생태조사와 워크숍으로 수집한 정보와 작가의 기억으로 재구성한 관광지도 형식을 차용해, 개항장 문화지구의 문화 생태적 요소들과 함께 개항장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았다.

전시는 인천 본관은 인천시립미술관 人千始湁美述觀이 지향하는 소장품, 〈개항장 고양이 문화생태 지도〉 제작 과정과 지도 그리고 인천미술의 역사를 위한 미완의 연표로 구성되었다. 송도 신관과 서울 분관엔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했는데, 1년여의 기간 동안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의 미션과 개관전 주제를 공유하되, 개별 작업에는 개입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신관에는 박혜민의 〈이야기 만물상_인천〉, 최선의 〈방직소의 여신〉, 김보민의〈두 번째 도시〉가 전시되고, 분관에선 송수민의〈膜(막)2〉, 고등어의 〈밤이 스스로를 개방하도록〉, 최현석의 〈개항장고양이문화생태지도축(開港場(猫+ 貓)文化生態地圖軸)〉, 오석근의〈축, Triptych〉, 윤대희의 〈믿음, 소망, 사랑〉, 김포도의 〈공동체 경험하기〉를 소개했다. 웨더리포트의 〈다중입력 네트워크 신디사이저〉는 3공간에 모두 설치해 비물질적이자 동시적으로 연결했다. 전시는 완결된 형태라기보단 일종의 쇼케이스, 스핀-오프의 성격이 강하다.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은 시각예술이 공공 자본과 제도에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가지고 지역적으로는 인천(仁川) 너머 다른 로컬리티와 정치성을, 하드웨어로써 관(館) 너머 느리고 섬세한 사유를 지향하는 대항 – 장(Counter Platform)이다. 또한 1세대 대안공간 출신 기획자로서 공공영역으로 모든 것이 빨려드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예술의 다른 가능성을 위한 재전유의 공간이다. 실제 시립미술관이 생기기 전까지 이러한 상상을 계속하고자 하는 것 역시 인터-로컬 큐레이터의 자기-조직화를 위한 느리지만 돌진하는 실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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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미술관 인천 본관, 송도 신관, 서울 분관(사진 왼쪽부터)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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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 Incheon Museum of Art, InMA 의 과정과 내용은 www.inma.or.kr , www.facebook.com/ spaceimsi에 소개되어 있으며, 2018년 1월 출판물이 나올 예정이다.


글:채은영 | 독립큐레이터, 임시공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