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시선의 정치, 동물원을 다시본다.

유화림  동물원은 대부분 유원지, 놀이공원의 일부로 구성된다. 인간을 위한 오락과 휴양을 위한 시설 한 켠에서 동물들은 야생성과 자유를 잃은 채 삶을 영위하고 있다.   캔버스에 유채 112×162cm 2011

유화림
동물원은 대부분 유원지, 놀이공원의 일부로 구성된다.
인간을 위한 오락과 휴양을 위한 시설 한 켠에서 동물들은 야생성과 자유를 잃은 채 삶을 영위하고 있다.
<동물원 시리즈 > 캔버스에 유채 112×162cm 2011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기존의 관습을 뛰어넘어 예술과 전시, 현대사회 간의 관계를 파고드는 작가는 오브제가 아니라 상황 자체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진다. 2005년 19세기 과학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남극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희귀한 알비노 펭귄을 찾아 탐험을 떠나기도 했으며, 2008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24시간 숲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3년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는 살아있는 개를 풀어 미술관의 화이트큐브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2013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광경 ⓒPhilippe Migeat, Centre Pompidou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기존의 관습을 뛰어넘어 예술과 전시, 현대사회 간의 관계를 파고드는 작가는 오브제가 아니라 상황 자체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진다. 2005년 19세기 과학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남극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희귀한 알비노 펭귄을 찾아 탐험을 떠나기도 했으며, 2008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24시간 숲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3년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는 살아있는 개를 풀어 미술관의 화이트큐브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2013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피에르 위그> 개인전 광경 ⓒPhilippe Migeat, Centre Pompidou

박미례  작가 특유의 강한 터치감이 살아있어 불안하게 요동치는 배경 아래 박제된 동물의 무표정은 이상한 공포와 예측 불허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동물의 외형뿐 아니라 이성의 광기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역사와 흐름도 재현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캔버스에 유채 130×194cm 2014

박미례
작가 특유의 강한 터치감이 살아있어 불안하게 요동치는 배경 아래 박제된 동물의 무표정은 이상한 공포와 예측 불허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동물의 외형뿐 아니라 이성의 광기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역사와 흐름도 재현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박제짐승> 캔버스에 유채 130×194cm 2014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는 진짜 이유?

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다소 쌩뚱맞은 질문이지만 현대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데 아마도 핵심적인 질문이다. 생태교육 목적? 중요하지만 실상 동물원이 생태교육을 잘 하지도 못하거니와 너무 상투적이다. 동물원의 존재를 합리화하는 데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생태교육 기능은 더 강화해야 하고 동물원 스스로 교육기관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과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야생 종(種) 보존과 복원. 글쎄? 선진국 몇몇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의 콘도르, 몽골 야생마 같은 개체 수가 아주 적은 동물들을 성공적으로 번식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낸 적은 있지만 멸종 수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렇더라도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존재 이유이다. 현재 지구상 생물의 멸종 원인 90%이상이 인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이지만 동물의 창구 구실을 수행하는 동물원이라도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전 지구적인 규모에 비해 동물원의 이런 역할은 너무나 소소하다.
놀이. 전시(엔터테이먼트). 동물원이 정말 재밌고 멋진가? 글쎄, 동물원은 중세 유럽 귀족들이 이국적인 동물을 선호하는 데에서 시작되었고(미네저리) 그것이 민간으로 확산 발전한 게 오늘날의 동물원이지만 난 재미로 동물을 보지 않는다. 내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불쌍해서, 아름다워서, 신기해서, 그리고 마음이 편해져서 … 그런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동물원 동물을 볼 때 단순한 재미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죄수나 포로를 대하는 듯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동물원을 대하는 관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상이 빌 때면 꾸준히 동물원을 찾는다. 왜? 아이들이 좋아해서. 이 대답은 아마도 일차원적인 이유일 것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동물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철창 안의 동물들을 동물모양 장난감과 동일시하는 지도 모른다. 아이가 좋아해서 동물원을 찾는다는 이 말은 또한 어른들이 자기 마음을 감추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실은 동물원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동물원을 한 바퀴 돌며 설명을 하면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은 집중하지 않고 산만하다. 반면에 보호자로 따라온 학부모와 인솔 교사는 귀 기울여 듣고 리액션이 좋아서 난 늘 고양되곤 한다.
여자친구가 동물을 좋아하니까. 일부 연인들이 대는 주된 이유이다. 실제로 이상하게도 동물원을 찾은 연인 중에서 남성이 동물을 더 좋아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여성은 동물을 남성보다 확실히 더 좋아한다. 여성이 더 순수해서 그럴까? 아니다. 앞에서 순진한 아이들의 산만한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여성이 감성이 더 풍부해서다. 동물들은 분명 인간 깊숙한 내면을 자극하고 여성들은 그 자극을 남성보다 더 즐겁게 받아들이고 예민하게 반응할 뿐이다. 사회가 각박하지 않다면 가장으로서 생계의 무거운 짐을 진 남성도 동물을 좋아할 만한 감성을 지닐 수 있었을 것이다. 남성이 원해서 여성이 동물원을 따라오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내 경우처럼.
시간 보내기 좋아서? 한적한 오후에 노부부나 유모차를 끌고 동물원을 찾아 오는 아주머니들이 대는 이유이다. 동물원의 시간은 참 빨리 간다. 나 역시 이곳에서 보낸 10년이란 세월이 다른 곳에서의 10배속으로 흘러갔다. 일이 편해서도 아니고 마음이 편해서도 아니다. 내 경우 동물들의 질병과 죽음마저 책임지고 있는 입장이라 더욱 분주하고 늘 마음이 무겁다. 동물이라지만 죽음 앞에선 너무너무 괴롭다. 한 달에 10번 이상 장례식을 치른다고 생각해보라. 그래도 동물원의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난 상대적으로 빨리 늙겠지만 그 세월이 그리 아깝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내 시간만큼이나 동물원을 방문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 역시 빠르게 흘러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동물원에선 운동량도 매우 많아진다. 아마도 동물은 천천히 살고 우리가 그들 속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을 보면서 서서히 마음이 비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원에 적응한 동물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어떤 환경에도 순응하고 조용히 움직이며 산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서서히 체념해라!’ 동물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그들에게서 내가 배우고 싶은 점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무념무상 명상의 고수들이다. 당신은 좁은 우리 안에서 사자처럼 그토록 편안하게 오래 잘 수 있나? 코끼리처럼 그 좁은 공간에서 춤추며(몸을 좌우로 때론 앞뒤로 흔드는 동물원 코끼리 특유의 반복동작 / 일부 동물학자들은 정형행동으로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간주한다) 살 수 있나?
일단 싸니까!(우리 동물원 같은 공공 동물원은 입장료가 최고 1,500원이고 조만간 무료화할 것이다.) 오호! 아주 매력적인 유인이지만 비싸도 누군가는 반드시 동물원에 온다. 우리보다 못한 조건의 사설 동물원이나 수족관들은 2만원 이상을 받는다. 그래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공공 동물원은 시민에게 무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동물원은 유지만 하려 해도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 곳(초기 투자비 빼면 동물에게 들어가는 것보다 인건비가 훨씬 많다.)이지만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처음에는 동물을 볼 수 있다는 데 만족했지만 점차 새로운 자극을 원해서 동물의 유인하는 함정을 파고 철창을 없애고 대신 유리를 쓰게 됐으며 나중에 커다란 유리돔(국립생태원 같은)까지 얹지만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이제는 무한한 넓이의 땅을 사서 사파리 식으로 운영하라고 요구한다. 궁극적으로 그 사파리 문을 열고 야생으로 나갈 수 있을 때까지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이런 걸 왜 못하냐고 요구하고 질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주장하긴 쉽지만 그걸 실천해야 하는 사람 입장은 정말 어렵다. 그래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동물들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내야 하는 게 동물원의 사명이다. 누가 뭐라해도 동물원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하며 동물원은 그 사람들의 집단이기도 하다. 그들은 동물에 끌려 가까운 동물원에 왔을 뿐이지 동물 해방에 누구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동의하는 집단이다.
365일 문 닫지 않고 매일 여는 우리 동물원에 지난 20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은 날은 단 이틀에 불과했다.
심지어 나라 전체가 몰입의 극한에 이른 한일월드컵 한국팀 4강전 때도 누군가 우리 동물원을 찾았다. 그분들에게 정말 평생 이용권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들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동물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들은 동물 곁이 마냥 좋아서, 젊은 연인들은 자연의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아이를 둔 부부들은 아이들이 좋아해서, 노부부는 어린 날의 추억여행과 더불어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해서, 가족들은 남녀노소 누구에게 무리 없는 나들이 장소여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아프게 보이는 동물들을 통해 위로를 얻으려고.
실제로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동물원을 찾고 , 갇혀 있는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하면서도 뭔가 즐거움과 뿌듯한 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반 놀이공원처럼 아주 즐겁거나 아주 짜증나거나 하지 않는 다소 싱겁거나 밋밋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 바로 동물원이다. 연인 사이의 방문객이라면 이렇게 걱정할 수 있다. 돈을 럭셔리하게 못 써서 하루 종일 걸어만 다니게 해서 혹시 여자 친구가 안 좋아했을까?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자 친구는 충분히 만족했지만 남자는 동물들을 바라보지 않고 여자 친구만 바라보았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기에 지면을 빌려 그들 심정을 대변한다.
그럼 도대체 동물원의 어떤 요소가 그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걸까? 그리고 나에게도? 10년 넘게 한결같이 동물원을 지켰지만 동물들하고 함께 하면서 전혀 지루함을 못 느꼈다. 남들은 나에게 만날 동물만 보는 것이 정말 지겹고 따분하지 않냐고 자주 물어오지만 나는 “그럼 한번 와봐!” 하고 가볍게 말한다. 당연히 정답은 아니지만 직접 보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그리고 대부분 오랜만에 찾는 동물원에서 즐거움과 새로움과 동심을 느꼈다고 한다. 일상이 찌들어 감성이 메마른 그들에게 유년기의 추억과 감성을 되돌려주고 싶다.
나는 오랜 동물원 생활에서 동물원에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채울 수 없는 원초적인 즐거움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바로 다채롭고 다양한 뭇 생명이 정말 신나게 모여 사는 영원한 생명의 놀이터인 자연의 일부가 여기에 가까이 와 있기 때문이다.
우린 아름다운 동물의 자체에 눈을 못 떼고 원숭이의 재롱에 감탄하고 사자나 호랑이의 위엄에 움츠러들고 기린과 코끼리의 거대함에 압도당한다. 누구나 다 그렇다. 단지 어른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감정을 감추려 할 뿐 느끼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대동소이하다. 이런 비자극적이면서 복합적인 즐거움을 압축해 선사하는 곳은 식물원이나 동물원뿐이다. 식물원은 여유와 편안함을 안겨주는 자연이고 동물원은 다소 불편하지만 야생의 동물들이 놀랍고 역동적인 자연을 선사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럼 너에게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리니!” 루소의 말이 아니라도 우리가 종말에 머무를 곳은 딱딱한 콘크리트가 아닌 부드러운 흙 속 즉 자연의 품일 뿐이다. 그래서 동물원을 자신을 제2의 자연(second nature)이라고 칭하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한다. 도심 속에서 압축된 자연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 동물원이다. 늘 가치와 무가치의 중간에서 비판의 화살에 시달리지만 결코 동물원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동물원이 최초로 생긴 이래(1828년 런던동물원, 1909년 창경궁-지금 과천 서울대공원의 전신, 현재 우리나라는 국공립과 사립을 합쳐서 16개의 동물원, 6개의 수족관이 운영되고 있다. 국토 면적에 비해 과잉상태고 놀이공원이나 이윤 수단으로서도 포화 상태다.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주도의 동물원, 수족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로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통해서 마음껏 자연을 느껴야 하고 잠깐이나마 자연으로 돌아갈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기에 아니 가지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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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동물원은 동물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현장이다”

양효진 서울대공원 동물원 큐레이터

국내에서 동물원 큐레이터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동물원이 유일하다. 동물원 큐레이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원래 수의학을 전공했다. 서울동물원은 전시기획을 전문화하기 위해 2005년 동물원 큐레이터라는 직함을 만들었고, 현재 3명이 활동하고 있다. 동물원 큐레이터는 일단 살아있는 동물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관람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1984년 개원한 서울동물원은 예산부족으로 아직 쇠창살로 된 곳이 일부 있지만 계속해서 서식지를 재현하고 동물복지를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육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주된 업무다. 하드웨어는 옛날 것이지만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나 긍정강화훈련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설명 패널을 제작할 때도 단순한 정보 제공보다는 동물이 야생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보존프로그램이 있는지 등을 알려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한 중요한 업무가 동물 종 매니지먼트이다. 번식을 하거나, 새끼가 수컷이면 성장해 아빠와 마찰하는 경우도 있고, 같은 공간에 두어 근친 교미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다른 동물원과 종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종 관리도 중요한 문제다.

동물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과 긍정 강화 훈련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동물에게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자연에서 보이는 행동을 유도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다. 동물의 행동뿐 아니라 자연의 상태와 가능한 한 비슷하게 조성해 환경을 풍부하게 하는 개념이 강하다. 시멘트 바닥에서 흙바닥으로 개선한다거나 먹이숲 프로그램을 통해 먹이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식 등 다양하다. 서울동물원은 이 프로그램을 2009년 유인원부터 시작해 현재 전체 동물에 적용하고 있다. 시설을 리모델링할 때도 이 개념이 반영되도록 신경 쓰고 있다.
긍정 강화훈련은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동물들의 스트레스 줄이기 위해 동물들이 좋아하는 먹이, 칭찬, 쓰다듬기, 놀이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동물원이 점차적으로 동물을 의인화하는 일체의 행동이나 프로그램은 가능한 한 줄이려 한다.

동물원이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에 대해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예전에는 동물원에 아픈 동물이 있으면 건강한 동물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지금은 저 동물이 왜 아픈지, 동물원에서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것 아니냐 이런 반응이 많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넓게 확산됐음을 알 수 있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동물에게 과자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을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 등에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서 동물의 생명권과 가치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동물원은 동물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오락과 관람의 기능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렇다면 전시 측면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가?
동물원에 오락과 관람의 기능이 없다면 폐쇄하고 동물을 안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사람에겐 동물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고, 동물을 보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어떻게 전시하고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통틀어 동물원을 방문하는 인원수가 6억 명 정도 된다. 사실 이건 사람들에게 동물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다.

동물원마다 동물을 전시할 때 분류하는 형태가 다르다. 서울동물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동물원마다 각자 나름의 분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서울동물원의 경우 크게 동물의 서식지별로 아프리카관, 남미관, 동양관 등 실제 세계 지도 위치에 가깝게 배치했다. 서식지별로 온도, 습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이 사는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별로 나눠져 있거나 여러 종이 섞여 있는데 그런 것도 야생의 상태와 최대한 유사하게 조성되어 있다.
이슬비 기자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먹이통 및 암벽이 조성된 바바리양 관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먹이통 및 암벽이 조성된 바바리양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