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이해를 향한 노력

애덤 모턴 지음/변진경 옮김《잔혹함에 대하여?악에 대한 성찰》돌베개 2015

일상의 대화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문득문득 상기되는 불편함이 있다. ‘우리’라고 말하는 그 순간 상대와 나 자신을 어떤 하나의 경계선 안쪽에 위치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한 것인데, 왜냐하면 그 경계선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즉 그러한 위치 지움의 실패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이런 식의 심리적 저항은 곧바로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그 복잡다단함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식의 자위적 감각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불편함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노력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감각이다. 이 후자의 감각이 두려움인 이유는, 어차피 상대와 ‘우리’로 묶일 수 없다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또 상대에게 나를 드러내고 나의 진심을 이해시킬 필요도 없어지기에, 궁극적으로 위선적이고 위태로운 개인으로 추락할 듯한 징후를 감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전반의 논거와 예시, 수사 등이 무척 새롭거나 독창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애덤 모턴의 《잔혹함에 대하여?악에 대한 성찰》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사회에 널리 퍼진 악(惡, Evil)에 대한 이해의 시발점이자 전제조건으로써 바로 이 두려움의 감각을 끊임없이 상기하거나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악을 다각도에서 매우 세심하게 살핌으로써 그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해내고자 노력한다. ‘인간은 왜 악한 행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악에 대한 성찰은 노련한 철학자의 저술답게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사려 깊은 방식으로 그것들을 비교·대조·분석하는 논증의 과정을 거쳐간다. 첫 번째 장에서는 악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속성을 드러내고자 이해력, 평범성, 성찰성에 근거한 ‘악의 이론’ 정립을 시도한다. ‘악’과 ‘잘못’을 구분하고 정상적인 일상 행동과 극단적인 악한 행동 사이의 연속성을 확인함으로써 악이 “그렇게 예외적이지 않은 동시에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악의 장벽 이론’을 제시하는데, 이 장벽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태를 추적함으로써 악에 대한 정의, 나아가 악한 사람과 악한 성격에 대한 정의까지 제시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저자의 최종 목표가 악을 빈틈없이 정의 내리고자 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문의 첫머리에서 밝히듯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르는 끔찍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다루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마지막 장의 제목처럼 “악과 대면하기”를 최종 목표로 제시한다. 여기서 대면이란 화해를 뜻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기 전까지 저자가 수많은 것을 구분하고 분류해가며 악의 온전한 모습을 밝히고자 했던 까닭은, 그 온전한 모습을 파악해야만 악을 이해할 수 있고, 악을 이해해야만 악과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저자는 화해에 도달하기 위한 전제로서 이해를 강조한다. 200쪽이 약간 넘는 비교적 짧은 철학적 논고이지만, 이 책의 논지 전개를 찬찬히 살피다 보면 주장과 정의의 타당성보다는 그러한 주장과 정의의 목표 혹은 배경에 방점이 놓여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꼭 악이라는 특수한 대상에 관해서가 아니더라도 상대에 대한 깊은 수준의 이해를 통해 많은 것에 대해 성숙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으리라 예감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예감에서 현대미술은 상당한 기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고 신체의 거의 모든 감각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방법론을 받아들인 현대미술은 오늘날의 그 어떤 예술 매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감상자를 자극할 수 있게 되었다. 애덤 모튼도 고백했지만, 사실 ‘이해’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애덤 모턴은 철학자로서 이해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정확한 정의를 택했지만, 현대미술은 감상자의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함으로써 철학보다 더욱 쉽사리 이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원준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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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59고화정담
탁현규 지음
간송미술관 소장품 중 일부를 사군자 영모 진경산수 풍속 도석 5개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의 특성상 한 번에 보기 힘든 방대한 양의 명화를 친절한 해설로 접근하여 우리 그림을 즐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디자인하우스 26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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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71메타유니버스 :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
강정석 외 8명 지음
9명의 글쓴이가 4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한국현대미술의 오늘을 다각도에서 다면체적으로 분석했다. 2014년 열린 〈청춘과 잉여전〉의 모티프를 책을 통해 풀어내는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미디어버스 28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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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6숲으로 간 미술관
이은화 지음
독일과 네덜란드의 자연미술관을 소개한 《자연미술관을 걷다》의 저자가 이번엔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자연 속 미술 공간을 소개한다. 미술관에 대한 소개와 에피소드가 엮인 기행서다.
아트북스 304쪽·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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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9Daily Fiction
노상호 지음
저자가 매일 한 장씩 그리고 한 편씩 쓴 그림과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인터넷 잡지 신문 등의 매체에서 수집한 다양한 일상의 이미지를 기록한 후 이미지를 재가공해 허구의 일상을 재해석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메시스 248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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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2참여적 박물관
니나 사이먼 지음/이홍관·안대웅 옮김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문화 기관의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미술관의 관람객이 줄었다고 진단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박물관이 다시 관람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연암서가 51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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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70그림으로 나눈 대화
전영근 지음
통영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을 사용한 그림으로 ‘색채의 마술사’라 불린 전혁림 화백의 아들인 저자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이다. 아버지의 곁에서 그의 삶과 예술을 바라본 아들이 기록한 전혁림에 대한 미학에세이다.
남해의봄날 12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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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73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공간디자인
김석훈 지음
주거, 상업 공간,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호스피탈리티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공간을 디자인 하는 저자가 효율적인 공간 디자인 속에 담긴 디자인의 요소와 법칙을 간단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으로 설명한다.
길벗 440쪽·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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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7그림을 걸다 창을 내다
정소연 지음
미술관련 출판 편집자이자 미술 애호가인 저자가 지난 2년간 권정준, 금혜원, 김범수, 김석, 난다, 노준 등 15인의 미술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그들의 작품세계와 예술가로 접어든 계기 등을 소개한다.
풀빛미디어 316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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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5우피치 미술관에서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영숙 지음
우피치 미술관의 작품을 시대별로 나눠서 작품당 한 쪽 분량의 짧은 설명과 함께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르네상스 문화와 메디치 가문의 역사도 간단히 짚어낸다.
휴머니스트 211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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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4자연의 예술가들
데이비드 로텐버그 지음/정해원·이혜원 옮김
철학자이자 음악가인 저자는 현대미술, 음악, 미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창조적 원천을 과학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실용성을 넘어 아름다움으로 자연을 설명한다.
궁리 50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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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8꿈꾸는 나무
박정환 지음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저자가 중학교 3학년 때 1년간 휴학 후, 화가인 부모님과 중국 라오스 프랑스 영국 등을 여행하며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하고 느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여행에세이다.
헥사곤 32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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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0이미지와 권력
권행가 지음
궁 밖으로 이미지가 유포된 조선 최고의 왕, 고종. 왕의 초상으로 근대미술의 출발점을 다시 생각해보고 이미지 재현이 가진 정치적 기능과 권력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저본으로 했다.
돌베개 336쪽·2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