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너머에(Beyond the wind)

2020. 2. 13 – 3. 22

공근혜갤러리

gallerykong.com


< 동물농장(Animal farm) , 솔로브키, 백해, 러시아 >, 1992. | 공근혜갤러리 제공

핀란드 현대 사진 예술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Pentti Sammallahti)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 < Beyond the wind > 가 3월 22일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펜티 사말라티의 대표작 20여 점과 근작 30여 점을 소개한다.

< 서울, 한국 >, 2016. | 공근혜갤러리 제공

전시작 가운데 ‘서울’시리즈는 2016년 작가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당시 촬영한 작품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서울 풍경이 작가의 카메라를 거쳐 아름다운 아날로그 흑백 사진으로 담겼다. 올해 70세가 된 작가는 전통 흑백 사진 장인답게 헬싱키에 위치한 자신의 암실에서 매우 정교한 과정으로 직접 사진을 인화한다. 그는 “암실 인화 작업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는 아직도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작고 어두운 암실로 갈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깊은 색조와 질감은 작가의 인내와 장인정신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 생전에 펜티 사말라티를 극찬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앙리 브레송은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 100명 중 한 명으로 펜티 사말라티를 꼽았다.

< 솔로브키(Solovki), 백해, 러시아 >, 1992. | 공근혜갤러리 제공

사말라티의 작품에서는 인간보다는 동물이 주인공이다. 사진에 담긴 동물들은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자 사람을 대변하는 듯한 역할을 한다. 그의 사진은 동물끼리, 혹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상상하게 만든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동물을 포착한 장면이 결코 연출된 게 아니라는 점. 오랜 시간 기다림과 예술가의 직감을 동원한 순발력으로 찰나를 포착한 결과다. 전시작품 가운데,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배 위에 걸려 있는 생선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작품은 마치 생선 조각이라도 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는 고양이의 바람이 느껴져 보는 이가 웃음 짓게 만든다. 이처럼, 사말라티의 사진은 위로로 다가온다. 우리의 시선을 동물로 가져가 따뜻한 마음으로 돌려주며 동물을 통해 비춰지는 정겨운 감수성을 전달한다. 물질적 욕망보다 자연과 하나 된 인간으로 느끼며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성품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 솔로브키(Solovki), 백해, 러시아 >, 1992. | 공근혜갤러리 제공

한 인터뷰에서 그를 전업 사진작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작가는 수정을 요청하며, “사진은 내 취미”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아마추어 신분을 주장하면서, 자신이 계속 위험을 감수해야 할 자유를 누린다. 유럽과 미국의 갤러리들이 그의 전시를 유치하기도 힘들지만, 작품이 팔려도 늘 ‘여행 중’인 작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먹는다. 한국에서 전시를 개최한 공근혜갤러리 역시 2016년 첫 개인전을 유치하는 데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고. 이번 전시는 그동안 한국 팬들의 기다림 끝에 4년 만에 펼치는 개인전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료제공: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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