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집가의 초상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고 이건희 회장은 인류 문화의 보존이라는 수집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에게 문화유산 수집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개인과 시대에게 주어지는 의무 같은 것이었다. 2021년, 그의 유족은 수집품 중 문화유산 2만 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미술품 1,48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아울러 근현대 미술품 102점을 지역 미술관 다섯 곳에 나누어 기증했다.

이번 특별전은 수집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의 다양성을 살리고자 수증기관 전체가 협력하여 기증품 중 총 295건 355점을 선별해 전시한다. 전시품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하다. 전시품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 출품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등 국보 6건 13점과 <삼현수간첩(三賢手簡帖)> 등 보물 15건 20점이다. 

2부로 기획된 전시는 다양한 작품들을 서로 연결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했다.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는 컬렉터의 집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꾸몄으며 고 이건희 회장의 안목과 취향을 보여주는 수집품을 선보인다.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는 수집품에 얽힌 인류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 이건희 회장은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향유하여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인왕제색도 (국보)
정선(1676-1759)
조선 1751년
종이에 먹, 79.2×138.0cm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기간 2022. 4.28.-5.31.)

일흔여섯의 노대가 정선이 자신의 터전인 인왕산 구석구석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낸 역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초분광분석과 적외선 촬영을 실시해 그림의 푸르스름한 빛깔이 먹으로만 표현한 것이며, 밑그림 없이 단번에 그린 것임을 밝혔다.

정효자전・정부인전
정약용(1762-1836)
조선 1814년
비단에 먹, 정효자전 17.9×132.4cm, 정부인전 16.6×160.2cm
국립중앙박물관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정약용은 마을 사람 정여주鄭汝周의 요청으로 두 편의 글을 써 주었다.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아들 정관일鄭寬一이 생전에 했던 효행이 <정효자전>에, 그 부인이 홀로 아들을 엄격하게 기른 이야기가 <정부인전>에 담겨있다. 정약용이 정성들여 쓴 유배 시기 서예작품의 전형이며, 가족의 기억을 글로 남기려 한 지역민에게 공감한 정약용의 마음이 담겨있다. 두 점 모두 최초로 실물 공개되며, <정부인전>은 『여유당전서』에 수록되지 않아 그 내용도 처음 공개된다.

수련이 있는 연못
클로드 모네(1840-1926)
1917-1920년
캔버스에 유채, 100.0×200.5cm
국립현대미술관

인상주의를 창시한 모네의 수련 연작 가운데 한 점이다. 만년의 모네는 이전과 달리 오직 수련과 물 표면의 변화에만 집중하여 대상을 모호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추상화의 출현을 예고한 표현법이라고 평가받았다.

가족
장욱진(1918-1990)
1979년
캔버스에 유채, 15.5×22.5cm
국립현대미술관

대자연, 우주의 중심에서 자유와 여유를 누리는 가족의 모습은 장욱진이 꿈꾼 행복의 세계였다. 장욱진은 자신의 생활에서 우러나온 심상을 동화 같은 그림으로 표출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이인성(1912-1950)
1934년
종이에 수채, 73.5×58.5cm
대구미술관

화가 이인성이 연인이자 훗날 아내가 되는 김옥순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으로 표현했다.

삼현수간첩 (보물)
성혼, 송익필, 이이 씀
조선 1560-1593 작성, 1599년 편집
종이에 먹, 38.5×27.5cm
국립중앙박물관

유학자 송익필, 성혼, 이이가 30년 넘게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첩이다. 세 학자는 편지로 성리학을 토론하거나 국가 경영의 주의사항을 일러주며 우정을 이어나갔다.

글: 문혜인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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