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선(Patrick Sun)

컬렉터, 선프라이드재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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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태어나 자란 패트릭 선은 캐나다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홍콩과 대만에서 LGBTQ+ 커뮤니티의 권리를 촉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2014년에 선프라이드재단(Sunpride Foundation)을 설립했다. 2020년에 현대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아트리뷰(ArtReview)의 ‘파워 100 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1988년에 수집을 시작하여 현대미술에 집중한 컬렉션을 구축해온 패트릭 선은 아시아 지역의 LGBTQ+(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든든한 예술 후원자 중 한명이다. 그는 재단을 설립하여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하여 수집할 뿐 아니라 대만, 방콕, 홍콩의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LGBTQ+ 이슈가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확장시키는데 앞서왔다. 현재 선프라이드의 컬렉션에는 100명 이상의 아시아 작가 작품 30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작품은 LGBTQ+ 예술가에 의해 제작되거나 해당 주제와 관련된 것이다. 프리즈 서울 개최를 기해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패트릭 선으로부터 그의 활동과 컬렉션, 그리고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Jun-Jieh Wang 〈Passion〉 3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017 《Spectrosynthesis – Asian LGBTQ Issues and Art Now》 대만 현대미술관 전시 전경 2017 제공: Sunpride Foundation

아시아 전역 LGBTQ+ 예술 커뮤니티에 끼치는 재단의 영향력

선프라이드재단을 설립하고 LGBTQ+ 커뮤니티를 중점으로 한 활동을 벌여왔다. 먼저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나는 LGBTQ+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존중을 이끄는 데 늘 관심을 쏟았다. 예술이 세계와 소통하고 영감을 주며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편이다. 선프라이드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예술이 내가 가진 이 두 열정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떠올랐다.

LGBTQ+ 이슈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깊이와 영향력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LGBTQ+ 작가들이 작업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대미술이라는 거대한 산업구조에 이러한 서사를 끌어와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 가능성을 처음에 어떻게 발견했는지 궁금하다.
1989년경, 당시 홍콩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장국영이 한 TV 토크쇼에 나왔을 때였다. 그는 자신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정말 태연하게 들려줬다. 그때, 이 커뮤니티를 지지한다는 것이 꼭 시위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여행지에서는 꼭 미술관에 들러 전시를 보는 편인데,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예술이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전시를 하는 것은 대중에게 다가가 의미 있는 대화를 만들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스펙트로시네시스 (Spectrosynthesis)》 전시 시리즈가 총 3회 열렸다. 선프라이드재단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재단은 본 전시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한다. 재단이 보유한 작품 300여 점은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기획하는 기반이 된다. 가령, 홍콩의 타이콴(Tai Kwun)에서 열린 전시에 소개된 작품 130여 점 중 약 30%는 재단이 제공했다. 과거에는 전시 홍보, 개막식 개최, 신작 커미션 등의 일을 돕기도 했다.

첫 전시는 2017년에 타이베이 현대미술관 (이하 MOCA)에서 개최되었다. 해당 주제로는 아시아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전시였는데, 그 배경이나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를 공유해 달라.
아시아에서 성소수자의 권리행사에 가장 진보적인 지역은 대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만 국회는 2017년에 동성결혼 논의를 시작했고 이듬해에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 MOCA와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대만이 이러한 전시를 수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미술관에서도 처음부터 완전한 지원을 제공했다. 당시 개막 행사에서 싱가포르 출신 작가 민 웡(Ming Wong)이 대만 작가 유청타(Cheng-Ta Yu)와 협력 공연을 선보였는데, 이는 추후 비디오 작품으로도 만들어졌다. 행사에 많은 세계적 손님들이 초청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로맨틱한 사랑이 항상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목격했다. 또한 당시 105세의 아버지가 이 전시를 나와 함께 보기 위해 타이베이로 오신 기억도 늘 간직하고 있다.

올해 2월 타이콴에서 진행한 《신화 창조자 – 스펙트로시네시스 Ⅲ》는 그 장소적 특성이나 규모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LGBTQ+의 이슈를 하나의 어젠더로 설정하기보다, 각 작가의 메시지에 섬세하게 접근하여 그들의 창작성이 돋보이게 구별한 기획이 신선했다. 아트바젤 홍콩 시기와 맞물린 만큼 한국인이 대거 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좋은 피드백에 감사드린다. 큐레이터들과 미술관 팀이 이 전시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방문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그들의 노고가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러나 한번은 누군가가 나에게 “요즘에는 동성애가 유행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지한 질문에 놀랐지만, 바로 전시가 이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이 자유롭게 오가는 장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스펙트로시네시스》 전시가 아시아 다른 도시에서 그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계속 추진 중이다. 곧 좋은 소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뉴질랜드관에서 열린 유키 키하라(yuki Kihara)의 작품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패트릭 선과 작가
아래 호소에 에이코 〈Ordeal by Roses(Barakei)No. 32〉 젤라틴 실버프린트 51×61cm 1961 제공: Sunpride Foundation

선프라이드재단의 컬렉션

선프라이드재단의 컬렉션은 모두 LGBTQ+와 연관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컬렉션을 시작한 1988년부터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나?
그렇지 않다. 사실 미술품 수집은 우연히 시작되었고 당시 LGBTQ+에 초점을 맞춘 컬렉션을 만들 생각도 없었다. 나는 홍콩의 할리우드 로드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거리는 중국 골동품을 거래하는 유명한 번화가였다. 나는 여러 골동품 가게를 방문하곤 했다. 어떤 상품을 파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가게를 매각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나보다 더 뛰어난 사업가였는데, 나에게 가게가 아니라 그림들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예술을 통해 LGBTQ+ 커뮤니티를 지지할 수 있음을 느끼면서는 컬렉션의 방향을 정하고 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구입한 작품을 소개해 달라.
1988년에 중국 문인화가 취안후이안(錢慧安, Qian Hui’an)의 작품이다. 하지만 선프라이드재단을 위해 처음으로 수집한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본 작가 호소에 에이코 (Eikoh Hosoe)의 실버 젤라틴 사진 〈Ordeal by Roses No. 32〉인데, 작가는 성소수자가 아니지만 작품의 주제가 해당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간혹 LGBTQ+ 작가인 경우에만 작품을 수집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재단 컬렉션은 인도부터 한국까지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100명 이상의 작가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모든 소장품은 커뮤니티 내 작가들에 의해 창작되었거나 해당 주제와 관련된 작품들이다.

작품을 수집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먼저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작품이 LGBTQ+ 테마의 전시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좋은 작품이 많이 있어서 초점을 잃기 쉬울 때, 이 질문은 기본 지침이 되어준다. 재단의 컬렉션은 늘 미션과 전시를 통해 구성되기 때문에 무엇을 수집해야 하는지와 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명확한 편이다.

재단에서는 컬렉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자체 전시를 기획하는 것 외에도, 재단 컬렉션을 다른 전시에 대여한다. 그 외에도 재단의 독특한 컬렉션 특성과 미션 때문에 주요 미술기관에 소장품위원회로 초대받는 경우가 있다. 현재 테이트의 아시아-태평양 소장품위원회, 구겐하임미술관의 아시아아트서클 Asian Art Circle), M+의 신작자문위원회, 그리고 CIMAM 패트론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은영 〈Act of Affect〉(스틸)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HD 비디오, 사운드 15분 36초 2013 선프라이드재단 소장 제공: Sunpride Foundation

한국 미술시장의 잠재력

서울은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한국 미술시장도 예외는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여전히 강력한 아트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분석과 의견을 공유해 달라.
서울은 세계 미술계에서 이미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유명 갤러리들이 지점을 설립하러 몰려들고 프리즈가 첫 아시아 지역 페어를 개최함에 따라 서울의 시장이 글로벌 경제 상황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서울의 컬렉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 변동 추이가 예측 불가한 지금, 두터운 컬렉터 층이 시장에 안정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키아프 및 프리즈 기간에 서울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페어 자체도 멋진 경험이 될 것이지만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아트위크 한 주 동안 도시에서 펼쳐질 부대 행사들이다. 프리즈의 VIP 프로그램에서 이미 아트선재센터 행사나 한남, 청담, 삼청에서 열리는 아트 나이트 등 흥미로운 행사들을 체크하고 있다. 또한 서울 내 갤러리들이 제시하는 수준 높은(top-notch) 전시에도 기대가 크다.

한국 미술계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텐데, 이들과 교류하면서 어떤 내용의 대화를 주로 나누는가?
‘광범위’ 하지는 않지만 한국 미술계에 알고 지내는 멋진 친구들이 있어서, 서울의 아트 페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다양한 행사에서도 서로 만나 교류한다. 이들을 통해 한국의 미술현장 소식이나 조언을 듣고, 또 누가 주목받는 신진작가이며 꼭 보아야 할 전시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이들에게 선프라이드재단의 컬렉션과 전시에 대해 알려줄 때 컬렉터로서 가장 보람차기도 하다. 물론, 여행이나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추후 서울에서 협력하고 싶은 작가나 기관, 또는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서울에는 협력하고 싶은 훌륭한 국공립 및 사립 미술기관이 많이 있다. 이들의 전시를 보며 전문성과 예술에 대한 헌신에 감탄하기도 한다. 작가 중 정은영과 이강승은 존경하는 작가들로 이들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정은영의 〈Deferral〉 시리즈 중 몇 점은 우리 홍콩 전시에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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