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민화民畵, 발화發花하다

(사)한국민화센터(이사장 정병모)에서 주최하는 <경주민화포럼2015>가 지난 3월 20, 21일
양일간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포럼은 2013년 논의한 “민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복기시켜 다시 포럼의 중심으로 삼았다. “같으면서 다른 세계, 궁중회화와 민화”라는 부제와 함께 열린 이번 포럼은 민화라는 용어와 개념에 대한 논쟁, 궁중 채색화와 민화의 개념 구분, 우리 민화를 포함한 서민/민중들의 문화에 뿌리 박혀 있는 웃음의 미학, 민화에 대한 양식사적 접근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첫날 포럼에서, 첫 번째 토론자로 참여한 윤범모(가천대 교수)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1927년 사용하면서 정리한 ‘민화’라는 용어와 개념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용어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길상화’를 민화를 대신할 용어로 제시하면서 좌중은 크게 술렁였다. 이후 “한국 웃음문화의 전통”을 발표한 조동일(서울대 명예교수)가 “민요, 민담과 함께 민화는 ‘민民’자 돌림 3형제이다. 민요나 민담이 ‘민’을 낮춰 부른다는 인식을 주지 않듯 민화라는 용어의 변경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용어 문제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현재 전국 민화관련 인구는 약 10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각종 교육기관을 통해 민화를 배우는 일반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민화를 배우고 그리는 많은 이들은 민화에 대한 이론적 토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상당하다. 그 동안 한국미술사에서 민화에 대한 연구는 문인화에 비해 다소 평가절하 되어왔다. 미술사학계의 개념정의가 확립되기 이전에 일반인들이 역으로 상아탑에 질문을 던지고, 개념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포럼에서 못다한 논의는 포럼 첫날 밤 약 2시간의 ‘번개 토론’으로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안휘준(서울대 명예교수), 윤열수(가회박물관 관장), 윤범모(가천대 교수), 정병모(경주대 교수)(왼쪽 사진)를 포함한 민화 이론 및 작가 관계자 약 30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화의 개념정의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먼저 ‘민화’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자는 주장을 한 윤범모 교수는 “민화의 개념을 먼저 짚어야 한다며 개념이 변하면 용어도 변해야한다”며 “민화 연구에서 궁화와 민화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덧붙였다. 정병모 교수는 “현대민화의 개념을 포용할 수 있는 상위개념으로서의 용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최근 민화와 궁중화를 포괄할 수 있는 용어로 ‘채색화’를 내세워 도록을 출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열수 관장은 “‘채색화’는 한국적인 용어가 아니라 어디에도 쓰일 수 있는 독창성이 없는 언어다. 하지만 ‘민화’는 세계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경쟁력있는 용어다”라며, ‘민화’ 명칭 사용을 이어갈 것을 주장했다. 한편 안휘준 명예교수는 ‘서민화’ ‘위민화’ 혹은 ‘전승화’라는 다양한 용어를 제안했다. 민화는 우리의 전통미술을 계승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뜻으로 ‘전승화’를 사용하면 민화를 떠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민화에 대해서도 조선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장르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화원화가 출신이거나 아마추어 화가들이 주변사람을 위해 그린 그림을 민화라고 볼 수 있다며 “어떤 용어든지 시대 변화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포럼과 특별토론에 참여한 다수의 작가들은 주로 민화란 용어를 사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민화라는 용어를 오랜 기간 사용해 왔기에 대중에게도 낯익고 오히려 반감도 없다는 것이다. ‘민화’에 담긴 계급요소나, 궁중회화와 민화의 모호한 구별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정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아무래도 작가 입장에서는 소재의 폭을 넓혀 창조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궁중회화와 민화의 구분 짓기를 꺼리는 경향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선시대의 민화와 현대민화는 그 용어는 같으나 개념은 전혀 다르게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모아졌다. 민화는 궁중이 사라진 후, 궁중회화까지를 흡수했고 신분제가 사라진 이후 민화를 제작하고 향유하는 사람도 변화했다. 민화의 표현은 전통을 충실히 계승했으나 오늘의 시대를 반영하는 미감과 독특한 창조성은 고전민화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요소다.
이날의 토론은 ‘민화’에 대한 개념정의와 그 장르의 분류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민화인구가 10만명에 육박하고 국제 미술사에서 한국미술의 한 장르로서 논의되려면 국내의 미술사적 개념정리는 선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작명’의 문제를 떠나서 그 개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학문적 접근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화시장을 확장시키고 그 기반을 튼실히 하기위해서 학계의 활발한 논의와 학문적 정의가 필수불가결하다. ●
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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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엄재권 (4)“민화에 대한 인식이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엄재권 (사)한국민화협회 회장

민화가 각광받고 있다. 민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민화는 접근성이 매우 높다. 일단 화실이 전국 각지에 있다. 전국 대학 부설기관 평생교육원만 40곳이 넘는다. 이 회원들이 대부분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기초적인 민화는 초보라도, 열흘 정도만 배우면 한 작품이 완성된다. 기존에 있는 초를 따서 그 위에 색을 칠하면 작품이 탄생한다. 그렇게 시작해서 꾸준히 하다보면, 민화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한국민화협회 회원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민화협회 회원만 400명이 넘는다. 입회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민화협회 공모전 대상을 받으면 30점, 특선 15점, 입선 8점, 미술대전 대상 10점을 얻는다. 민화협회 공모전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다. 이렇게 30점을 채우면 입회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민화에 입문한 지 최소 5년 이상이 되어야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다.

협회의 주요 활동과 교육 진행과정이 궁금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민화로는 우리 협회가 유일하다.
또 구청의 허가를 받은 평생교육원을 운영한다. 지도자과정, 신입생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가르친다. 1기의 경우에는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론 강좌를 맡아서 진행했다.

협회 산하 기관 도화원은 어떤 곳인가.
협회에 속한 기관이지만 아직 그 형태가 애매하다. 교육기관은 아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할 생각이다. 공모전 대상 수상자가 도화원에 입회한다고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

민화협회 신임 회장으로서 협회를 이끌어갈 계획이 궁금하다.
회장의 임기는 2년, 한번 연임이 가능하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계획을 면밀히 짜서 실행해 나가겠다. 우선 한때 부는 바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질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첫째 목표다. 그래야 민화가 한 단계 더 도약 할 수 있다. 학회에서 세미나를 할 때, 몇몇 이론가만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민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전국에 흩어진 협회들을 모아서 연계하려고 한다. 민화협회 외에도 민화전업작가회, 우리민화협회, 민화센터 등 다수의 민화관련 단체 및 기관이 존재한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민화협회 회원과 겹친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