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김윤재 메탈산수

포스코미술관   7.23~8.12

함선미 예술학, 미술비평

우리의 상상은 제아무리 새로움을 향해 발버둥을 쳐보아도 경험의 범주 속에서 증폭되어 간다. 또한 미래에 새로이 등장할 많은 것은 과거와 현실을 등에 업은 채 다양한 변수로 엮여 있을 것이다. 김윤재의 <메탈산수전>에서는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포착한 태도에 거점을 두고 출발한 작업들이 놓여있다. 근작들은 과거와 현재를 부유하던 하나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 과거와 현실에서 쏟아진 흔적들의 접합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일궈냈다.
그간 김윤재의 작품은 인물의 두상이나 팔과 같은 신체의 일부분 위에 풍경들이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주를 이루었다. 전통의 산수화나 사적인 기억의 풍경들을 신체 속에 이식한 것처럼 이질적인 만남을 의도한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리에서 신체와 풍경이 만나는 작품들이 소개되었는데 가령, <메탈산수> 시리즈의 작품에서는 사람의 등줄기를 타고 매화가 자라나기도 하며, <하우스> 시리즈를 통해서는 켜켜이 쌓인 기와집 골조가 사람의 뼈대로 오버랩 되도록 구축한 작업들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작업들은 전작들에서 보이던 구체적이고도 섬세한 조각의 형태이기보다는 금속의 재료들을 용접하는 방식을 통해 날것 그대로의 느낌과 금속 질감 특유의 비현실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또한 작품은 거시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면 익숙한 현실의 풍경으로 보이지만 미시적인 시점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면 이내 생경한 일탈의 흔적들을 내보이며 위태로움을 유발한다. 이것은 흡사 푸코(Michel Foucault)가 미완의 논의로 남긴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적 공간처럼 다가온다. 작품 속 현실의 만남들은 판타지적 결합을 통해 그것을 비틀어가고, 현실을 반영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 자리한 이질감은 이내 모순을 드러낸다. 즉 SF영화에서 등장하는 기계와 인간의 결합과 같은 판타지처럼, 김윤재의 작품도 인간과 자연, 부품처럼 느껴지는 메탈의 질감들이 뒤엉켜 낯선 모습들을 자아내었다.
전시에서는 더욱이 <메탈산수> 시리즈를 비롯하여 <콘크리트 위에 핀 꽃>과 같은 작품에서도 콘크리트 빌딩들이 즐비한 마천루의 공간 위에서 신선(神仙)이 등장하는 등 자연물과 인공물의 형태들이 소재와 재료를 아우르며 비논리적인 만남들을 시도한다. 한편 <기와> 시리즈의 작품을 통해서는 현대의 콘크리트 빌딩과 과거의 기와집과 같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한데 가두며 현실과 가상이 응축된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결국 <메탈산수전>의 작업들은 여러 층위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혼종의 산수풍경이다. 김윤재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버무려진 상상을 통해 미래로의 열린 공간을 내포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것은 미래를 내려다보는 조감도와 같을 것이다. 나아가 자연적인 소재와 인공적인 재료의 만남, 인간과 자연물의 조화, 일상의 삶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벗어난 비현실의 공간으로 전이되는 과정들은 때로는 삶을 넘어선 문턱에서 죽음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것으로 작가는 시공간이 사라진 곳, 그 생경함 속에서 삶과 자연이 흐르는 방식, 더불어 삶의 이면 혹은 바깥에 놓인 의미들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위 김윤재 <메탈산수 시리즈> FRP, 강화플라스틱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