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력:모두의 언어,
모두의 고민, 모두의 해결책
김소정
본지 기자
요코 오노 〈I Love You Earth〉 서펜타인갤러리의 ‘Back to Earch’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1년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런던 람베스 팰리스가(Lambeth Palace Road)에 설치됐다
사진: George Darrell 제공: Serpentine Galleries
미래적 전술을 위한 미술계의 발자국
2021년 11월 24일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미술계의 탄소 감축(Decarbonising the Art World)’이라는 주제로 갤러리기연합 (Global Climate Coalition) 콘퍼런스가 열렸다.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극심한 기상이변, 취약한 동식물의 잇따른 멸종 위기, 생태계 균형 파괴 현상 등 세계 각 지역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간과하지 말고, 과학적 분석과 절차를 토대로 미술계에서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자고촉구하는 자리였다. 콘퍼런스에는빅토리아앤알버트뮤지엄(이하V&A) 디렉터, 서펜타인갤러리 큐레이터, 노팅엄 현대미술관 관장 등 주요 미술기관 관계자와 함께 기후전문가, 작가, 미술품 보존가와아트딜러가 연사로 참석하여 미술계의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해 어떤 실천이 수반되어야하며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기탄없이 논의했다. 기후변화라는 중차대한 위기에 문화예술계가 어떤 책임을 질수 있는지, 서로 성격이 다른 기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문제점에 당면해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도모해왔는지를 시작으로 3시간가량숨가쁘게 진행된 패널 토론은 해상운송, 에너지 절감,플라스틱 사용 자제와 같은 잘게 쪼개진 단위까지의 실천사례를 공유하며 마무리되었다.
첫 번째 토론이 끝나자 질의응답 시간에 환경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인 한 청중이 인상깊은 질문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항공운항중단등으로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은 대략 7%가 감소했는데, 미술 분야에는 코로나가 관객상호적인 측면에서 어떤 유산을 남겼으며 선순환경제의 실제 사례는 무엇이 있느냐는 다소 도전적인 물음이었다.코로나시기, 미술계는 사실 대안으로 온라인뷰잉룸을 만들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여 전시를 보여주고 작품을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작품이 팔렸다는 소식에 열광하며 미술시장의 새 시대가 도래했다는 희망에 들썩이던 시기였다. 환경 차원에서 ‘코로나의 유산’을 운운하는 것은 미술산업의 생태를 모르는 외부인의 순진무구한 시각이 아닌가? 그러나 이와 같은 질문은 미술계가 외부의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을 때 과연 일련의 공동체적인 행보를 보여줄 역량이 있는지를 판단할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유효했다.
그리고 패널들은 모두의 책임과 연대를 연속적으로 강조하며 미래의 환경을 고려한 운영 정책을 더욱 심화시킬 것을 다짐했다. 특히 서펜타인갤러리의 큐레이터이자 생태환경 전략컨설턴트인 루시아 피에트리오스티는 2020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은 서펜타인의 기념 프로젝트 ‘백투어스(Back to Earth)’를 기획하며 “과거의 50년을 축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50년, 500년, 5000년 후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한 시도”를 담아 구상했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에 당면해 조직 단위에서 자체적인 반성을 곁들이며 갤러리의 정체성과 구조를 재정립하고자 한 놀라운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들의 발자국들은 기후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술계가 어떤 행보를 보여야할지에 대한방향키를 잡아준다.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학, 데이터, 수치와도표가 필요하겠지만,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각계 구성원의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 안에서 이루어져야하는데, 여기서 미술계 종사자들의 역할이 십분 기능할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와 공공미술관, 상업 갤러리 영역을 교차하는 공동의 역할에도 전례 없는 목소리가 모아지며 무게를 더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비교한다면, 규모와 성격에 상관없이 각각의 기관은 개별 톱니를 움직이며 기동력을 제공하는 주축이 된다. 미술계 공동의 대응, 수차례 언급된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작은 개입들이 모여야 실제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견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한 취지 아래 미술계에서도 기후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환경단체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장에서는 그중 현재 가장 독보적이고 영향력 있는 행보를 보이는 갤러리기연합의 다각적인 활동을 살펴보고 이들이 제시하는 실현 가능한 지속가능성의 길로 함께 들어설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갤러리기후연합의 큰 그림
전술한 갤러리기후연합(이하 GCC)은 지속가능한 미술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2020년 10월에 영국에서 창립된 비영리 단체다. 무엇보다 미술시장분야에 속하는 갤러리 대표와 관계자들이 그 시작을 열었다는 것이 특기할만한데, 이미 공공미술관이나 줄리의 자전거와 같은 단체에서 미술계의 참여를 강조해오고 있었으나 상업 갤러리들을위한 단체가 없다는 사실에 착안한 이니셔티브이다. 창립 멤버에는 토마스테인, 케이트맥개리, 리손갤러리, 새디콜스 런던 기반 갤러리와 프리즈 공동창립자 매튜 슬로토버, 빅토리아 시달 전 글로벌 디렉터, 그리고 아트로직과 스콧앤컴퍼니와 같은 미술전문 디지털 및 마케팅 업체가 포함됐다.
GCC의 설립목표는 매우 명료하고 단순하다. 미술계에서도 파리기후협약에 맞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제로폐기1를 실천하는 것이다. GCC는 멤버십 제도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미술계 모든분야의 기관들이 멤버로 가입하면 이를 네트워크로 구축하여 하나의 움직임을 형성함에 따라 구체적인 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보는것이다.
목표가 확고한 만큼 이들의 활동반경도 유사한 명료성을 띤다. 먼저, 미술분야에 특정화된 지속가능성 지침과 콘텐츠를 모두 무료로제공한다. 시각예술이라는 고유한 성격에 맞게 개발된 탄소계산기가 대표적이다. GCC는 이미 2019년에 환경 전문가와 협력하여 창립멤버에 대한 ‘탄소 감사(carbon audit)’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미술기관은 개인의 항공 여행, 작품의 항공운송(상업 갤러리의 경우), 전력망에너지 소비(비영리기관의 경우)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며 나머지는 지역 운송,출판, 포장재 등이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기반한 탄소계산기는 미술계 종사자의 편의성과 간편성에 주력하여 보다 많은 사용자가 손쉽게 정확한 추정값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GCC는 “측정하지 않으면 줄일 수도 없다”는 원칙에 근거하여 탄소배출량 감축에 선행되어야 할 첫걸음으로 모든 기관이 계산기를 이용하여 연간탄소배출량을 계산해볼 것을 장려한다.2
GCC는 2021년 미술계 맞춤형 ‘탄소 감축 행동계획서(Decarbonisation Action Plan)’를 발간한 데 이어 올해 초 미술관과 비영리기관을 대상으로 한두번째 행동계획서를 공개했다.
런던-홍콩간 운송방법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런던에서 홍콩으로 화물(작품)을 운송한다고 가정해보자. GCC의 탄소 계산기에 따르면 항공운송의 경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2,010kg에 달한다. 이에 반해해상운송으로는 60kg이 배출된다 규모: 1kg: 8px 회화 작품 크레이트 한 개(250x56x180cm)를 가지고 예시를 설명한 도표로, 수치는 2020년 8월 기준이다 제공: Gallery Climate Coalition
첫 번째 행동계획서는 대·중·소규모 기관, 비영리 영리기관, 작가, 미술분야 비즈니스 등 미술계 전 분야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상세한 지침서다. 2030년까지 (2018~2019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 50% 감축목표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상정하며 총 10단계의 실천 전략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첫 단계는 기관 내에 ‘녹색팀(green team)’을 구성하는 것인데, 기후행동을위해서는 반드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한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두 번째 행동계획서는 지난 3월 GCC가 화이트채플갤러리와 협력하여 개최한 심포지엄 ‘기후위기 미술 행동(Climate Crisis Art Action)’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행사에는 영국의 공공미술기관들이 모여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과학적 연구에 근거한 구체적인 행동 전략이 논의됐다. 가령,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LED 조명 교체에 130만유로라는 큰 금액을 투자하였으나 매년 28만8000유로의 전기사용료를 절약함에 따라 4년 반 안에 투자금액을 회수했으며 연간 이산화탄소배출량을 384톤 줄이는 고무적인 효과를 보았다. 이외에도 기관내 녹색 팀을 배정하는 방법, 배출량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현 가능한 변화를 적용하는 법, 미술관에서 매년 운영 예산을 짜듯 ‘탄소예산을 짜고 그 안에서만 탄소를 배출하는 방법과 같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매우 상세하게 나와있다. 그 외에도 디지털 전시디자인 측면에서 고민할수있는실천과기관이 맞닥뜨릴 수 있을 장애물(재정, 보험, 기술)에
대한 설명도 매우 전문적이며 자세하다.
무엇보다 GCC의 영향력을지금의 수준으로 키운 가장 뛰어난 전략은 국가정책 수준의 체제 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이다. 한기관이나 지역 내에서 개인의 적극성이 파급력을가질수있지만 글로벌 규모에서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GCC는 2021년부터 환경전문로펌 클라이언트어스(Client Earth, 이하 CE)를 위한 자금을 모금하여 해당 로펌이 기후문제에 대항하여 싸움을 지속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GCC는 대표적인 예시로 유럽 최대 항공사의 1년 탄소배출량보다 무려 4배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던 폴란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들었으며, 이외에도 영국 정부의 부적절한 넷제로(net-zero)” 계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EU의 과잉 어업 규제 완화에 법적으로 대응하고, 오일 기업을 상대로 기후위험 요소의 관리 부족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CE의 활동들을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미술분야에서는 특별히 보험 부문 로비 활동이 대표적이다. 작품의 해상 운송이 탄소배출 절감에 훨씬 효율적이나 선박 운송의 표준이 미술분야에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많은 기관이 이용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GCC는 주요 미술보험사들이 비항공화물 운송에까지 보험정책을 확대하게 하거나, 운송·물류 회사들이 미술산업 표준을 구축하도록 하는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
런던의 몇몇 갤러리에서 시작한 GCC는 초기부터 전방위적인 글로벌 미션에 집중하여 전략적인 활동을 벌여온 덕에 창립 3년 만에 세계 40개 이상 국가의 1,000개관(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중 상업 갤러리가 270개 이상으로, 블룸앤포, 데이비드즈워너 가고시안, 타테우스로팍, 하우저앤워스, 쾨닉, 리만머핀,페이스,스푸르스마커스, 화이트큐브와 같은 선두적인 갤러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미술기관으로는 MoMA PS1, 노팅엄 현대미술관이 있다.올해 봄부터는 지난 2년 이내에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하고 녹색 팀을 구성하여 유지하며 홈페이지나 SNS에 환경책임 성명을 게시한 기관에 ‘액티브 멤버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액티브 멤버로 인정받은 기관은 온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배지를 받고 GCC의 후원 매체나 업체로부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멤버들은 매년 자격검증을 받아야 한다.
GCC는 2021년 프리즈 런던에 부스를 차려서 기후활동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렸다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mans) 〈Lignin Duress〉(사진 왼쪽) 잉크젯 프린트 ed.1+1 AP 작가와 모린팔리(Maureen Paley) 갤러리가 GCC를 지원하기 위해 기증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Ben Westoby
지속가능한 정체성의 시대
앞으로의 10년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5 지구온난화가 임계점을 넘으면 이후에는 그어떤 예방과 대응도 무력해질 수 있다고. 그래서인지 기후변화가 촉발한 위기의식이 이렇게까지 높은 강도로 사회의 구석구석을 강타한 적이 없었고 또 그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인간의 거주(또는 생존)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오면 미술계도 새로운 지속(또는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미술사와의 영구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연구기관이자 수장고로서, 전시를 기획하는 공간으로서, 작가를 소개하는 현장으로서, 작품을 사고파는 마켓으로서, 무엇보다 한 사회의 문화예술적 성장과 교육에 책임을 지는 산업주체로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의 도전이 필요할까?
앞서 GCC의 최근활동 경로를 통해서도 알수있듯이, 기후위기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한다. 한스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디렉터는 2020년 영국 아트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변화만이 지속가능한 실천 방법을 진행시키는 동력이다. 이에 비춰보자면, 한기관의 움직임이 개인차원의 노력보다 더 넓고 더 강하게 일렁이는 파도를 만들수 있을 것이다. 단체·기관의 규모와 상관없이 한기관이 다짐을 하고 결정을 내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경험에 근거한 네트워크가 한두겹씩 두꺼워지면, 사회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바꾸는 힘을 갖게 된다.
이제는 한기관의 연간운영비에 ‘환경 비용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논하는 일회성의 캠페인이나 행사로 그치지 않고, 향후 5년간, 10년간 지속가능한 큐레이션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예연구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절실하다. 중소규모의 미술관, 전시 공간, 갤러리의 경우 한 해에 10회에 가까운 전시를 진행하는데, 포장인쇄 운송에서부터 환경을 의식한 선택을 시작할수있다. 물론 친환경적인 실천에는 금전적이고 감정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전제가 결국 수요와 공급의 균형임을 고려할 때, 이와같은 실천이 반복적이고 다발적으로 이행될수록 향후 초과비용의 부담이 점차 완화될 것을 예견할수있다. 게다가 ‘환경 비용까지를 고려한다면, 현재의 답습적이고 편리한 소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것도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이다.
월간미술은 이번 특집을 위해 국내 미술시장 영역에서의 광범위한 사례를 수집하고자 몇몇 갤러리에 친환경 실천 사례를 문의했다. 그중 한갤러리 대표의 회신에는 필요성의 인식이나 당면과제의 급박성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의 그림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음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기후위기라는 초유의 전 지구적 문제 앞에서 낮은 경제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하는 일개미술단체가 현저한 적극성을 띠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개인 단체공동체로 이어지는 힘을 믿으며, 미술계 내에서도 분절된 여러 분야를 망라한 공동의 과제를 이끌어내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한다. 여기에는 위기의식에 압도되지 않고, 탈성장이나탈자본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에 파묻히지 않고, 또는 미미한 실천이라고 스스로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큰 걸음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단단한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단체라도 개선의 의지와 실질적 행동은 결국 작가, 업체, 방문자, 소비자의 인식에 영향을 주며 미술산업의 수요-공급구조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미술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가치를 포용하며 영향력을 확장시켜야만하는 곳까지 밀려왔다. 이번 특집이, 월간미술을 포함한 미술공동체가 의지를 가지고 꾸준한 환경실천을 시작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GCC와 화이트채플갤러리가 개최한 2023년 심포지엄
사진, 제공: Gallery Climate Coalition
1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고도 알려져 있다. 폐기물 생산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폐기물을 다시 활용업사이클링하거나 재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늘날의 제로 폐기 실천에는 5R(거부, 감소,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실천으로 폐기물 배출량을 84%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 탄소 계산기의 사용법은 본지 p.98~99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3 GCC는 세실리 브라운, 라시드존슨, 안토니 곰리 등과 전속갤러리가 기증한 미술품을 크리스티 경매에 부쳤고 총 660만 달러 이상의 모금액을 CE에 기부했다
4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보다 달성하기 어려운 단계에 해당한다
5 IPCC의 6차보고서는 기후 조치의 긴급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10년간 채택되는 기후행동이 수천 년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6 “Hans Ulrich Obrist: “Ecology will be at the heart of everything we do”” The Art Newspaper (2020.2.3) www.theartnewsp aper.com/2020/02/03/hans-ulrich-obrist-ecology-will-be-at-the-heart-of-everything-we-do
interview:미술계 모든 구성원의 연계
지난 10월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트 비즈니스 서밋(Business of Art Summit)’을 주최했다. ‘어떻게 예술을 더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 제하의 패널 토크에서는 미술시장과 환경 문제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루이자 벅 아트뉴스페이퍼 객원기자, 빅토리아 시달 프리즈 보드 디렉터, 클리오드나 머피 하우저앤워스 환경 글로벌헤드, 주안 이그나시오 비다르테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관장 제공: 빅토리아 시달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은 프리즈 글로벌 디렉터를 지냈으며 현재 보드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기후연합을 공동 창립했고, 예술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미술계 내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환경 단체들과 협력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GCC의 성과와 운영, 그리고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현실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수치로 추산하고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난 3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GCC는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는가?
성과 중 하나로 최근 회원 1,000명을 돌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회원으로는 세계 각국의 주요 갤러리, 미술관, 작가, 아트페어 및 옥션 하우스를 포함하고 있다. 탄소 배출 감축을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회원과 아직 그렇지 않은 회원을 구별하기 위해 올해 액티브 멤버십을 출범했는데, 회원 가운데 약 10%가 액티브 멤버 지위를 획득했으며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화이트채플갤러리와 협업하여 2일간의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했다. 영국의 비영리 예술 단체를 위한 기후대책에 중점을 둔 것으로, 영국 문화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기관, 환경 리더 및 기후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컨버세이션, 프레젠테이션 및 워크숍을 진행했다.
GCC는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조직이다. 각 국가에서 멤버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가?
GCC는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자원봉사자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몇 도시에서 더 많은 그룹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뉴욕 그룹은 2023년 4월에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에서 미술관 관장과 재단 이사장이 함께 주최한 이벤트를 통해 시작됐다. 세계 각 그룹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연합의 정신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서로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고 각자의 해결책이 있기 때문에라도 각 지역에 그룹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런던에 해당하는 해결책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GCC는 이들을 위한 지침도 제공한다. 자원봉사 그룹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지역적 맥락에 특화된 방식으로 활동을 관리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당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 갤러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가?
상업 갤러리들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운영과 동시에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오래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더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좋은 실천이다. GCC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미술계의 모든 구성원이 연계되어야 한다. 이는 갤러리와 미술관뿐만 아니라 작가와 컬렉터들에게도 해당된다. 미술 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운송업체와 보험회사도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좀 더 효과적으로 미술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앞으로 어떠한 실천들을 시도할 예정인가?
GCC를 시작할 때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선 단체와 기관들을 미술계 밖에서도 살펴보았다. 그때 우리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활용하는 클라이언트어스(이하 CE)를 알게 됐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 작가들의 기부 작품들이 크리스티 옥션의 런던, 뉴욕, 홍콩에서 판매되어 CE를 위한 기금으로 65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의 힘을 입증하며 CE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미술계에서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가장 많이 기여하는 기관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기후기금(Strategic Climate Funds)을 활용하여 더 많은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이것이 미술계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진행=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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