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상의 세계: 무대, 현장, 제도

김소정 기자

Theme Feature

2025년 5월 8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구겐하임 뮤지엄 외벽에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기념하는 프로젝션이 투사됐다
제공: LG


고도화된 경기 룰
작가 A는 예술을 통해 인간을 성찰하고 동시대를 기록하며 현생 인류가 불확실한 미래로 향하는 수많은 길목에 이정표 한두 개쯤 놓겠다는 결심으로 작가가 되기로 했다. 누군가 이에 공감하여 그의 길을 따라온다면 좋고, 그 ‘팔로워’가 집단이거나 기관이면 더할 나위 없겠으며 끝내 미술사가 기억하는 작가로 남아보겠다는 꿈도 가졌다. 주지하다시피, 그렇게 신진의 문턱에 선 작가가 중견이 되고 나아가 국제적 거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할 관문은 한없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 전시를 시작으로 주요 미술관의 전시 참여, 갤러리로부터의 발탁 및 국제적인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참가라는 일련의 커리어가 형성되어야 하고, 비평과 담론의 위성 역할과 주요 언론 노출이라는 외부적 추동도 동시에 필요하다. 작가가 소소한 인정을 받는 단계에서 무대 위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의 여정에는 미술계 전 분야를 가로지르는 활약이 요구되며, 게다가 현저히 눈에 띄는 성격의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합이 꼭짓점에 모이는 어느 순간에, 작가는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의 아이콘이 된다.

그렇다면 미술상은 이 중 어디쯤 자리하여 작용하고 있을까? 미술상은 위 꼭짓점의 한 축을 떠받드는 주요한 일부로서, 작가를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뿌리내릴 수 있게 돕는 매개 동력 같은 역할을 한다. 이는 역사와 권위를 지닌 서구사회의 미술상이 대부분 국가적 대표성을 띤 미술관의 주도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 터너상은 테이트브리튼이 매년 수여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상이며,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상은 퐁피두센터라는 국가 기관과 협력하여 동시대 예술가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상징성을 갖는다. 국립기관은 아니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은 구겐하임재단이 주관한 휴고보스상을 약 25년간 공동 운영한 바 있다.1 현재 구겐하임은 LG와 함께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운영하며 첨단 기술이 접목된 예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동시대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수상제도인 ‘올해의 작가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미술상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신력을 활용하여 이미 검증된 작가를 그 안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00년을 전후로 미술상은 제도권 밖의 자본을 미술계로 끌어들이며 규모와 배경을 다양하게 확장해 왔는데, 여기에서 크게 두 가지의 낯선 움직임이 포착됐다. 첫째로는 아트바젤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미술시장 안에서 출범한 ‘발루아즈 미술상’의 시작이다. 스위스의 발로이즈 금융그룹이 운영하고 아트바젤이 주관하는 이 상은 아트바젤에서 신진작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아트스테이트먼트’ 섹션의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장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작가를 지목한다. 수상 혜택으로 선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여 유럽 공공미술관에 기증함으로써 작가에게 미술관 컬렉션이라는 제도권 내의 커리어를 제공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아트페어 내부의 수상제도인 동시에, 미술시장이 작품 거래뿐 아니라 작가의 성장과 지원으로 역할 확장을 시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아트바젤은 작년에 독일의 보스(BOSS)와 파트너십을 맺고 ‘아트바젤 어워드’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상에는 보스가 주관하는 시상 부문이 신설되고, 심지어 보스 측의 임직원이 심사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기존 미술상을 구상해 온 기업-미술 간의 역할 분담 공식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견된다. 또 다른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역시 2011년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를 시작하며 자신들의 기준으로 작가를 지목하고 커미션 작업을 지원한 후 이를 아트페어 공간을 통해 발표·전시하는 순환계를 만들어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자본이 창출해낸 메커니즘은 현재 자연스럽게 미술제도 안으로 진입한 상태다.

두 번째 움직임은 기업의 적극적인 개입과 이들의 역할이 한층 강화된 현상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의 휴고보스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예술을 후원하고 제도권 내에서 작가를 지원한다는 사실이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마케팅 전략은 특히 미술상의 영역에서는 관습적으로 운용되던 것으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2 그러나 발 빠른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예술적 가치 뒤에 숨기기보다, 더욱 대담한 행보로 미술계의 무대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에르메스 코리아가 제정한 미술상이 대표적이다. 당시 해외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동시대 미술작가들만을 대상으로 미술상을 출범했다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됐으며, 이 상은 작가들의 다양한 창작과 실험에 자양분을 제공한 모멘텀으로 작동했다. 이후 에르메스재단이 직접 주최하게 되면서는 단순히 수상자에게 상금을 지급하거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파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혜택을 확대했다. 작가가 작업을 이어가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그 중장기적 성장을 돕는 사례로 진일보한 것이다. 전술한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이와 같은 기능이 더욱 강조된 경우다. 2022년에 출범한 이 상은 기술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세대의 수요를 반영하듯 ‘LG 구겐하임 아트 앤 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 제하의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첨단 기술 연구가 반드시 수반되는 영역인 까닭에 LG의 기술 자원이 효과적으로 가시화된다. 아울러 LG는 기술이나 장비를 지원하는 후원기업을 넘어서, 젊고 유능한 동시대 작가와 최첨단의 미래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동반자이자 플랫폼으로써 (어쩌면 구겐하임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미술상에 새로운 자본력의 논리가 개입되면서 파급력과 위상은 미술관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격상되었고 상 이상의 역할, 즉 작가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팅의 기능까지 탑재한 미술상은 여실히 이전과 다른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

그간 미술상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졌으나 대부분 제도 비판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으며, 2000년대 이후에 새롭게 출현한 미술상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미술상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지금, 수상과 시상, 후원기업과 상금 규모의 소식으로 이를 소비한다거나 어떤 작가의 우수성을 누가 어떻게 기렸는지를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내재적인 힘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편, 2025년 한 해에 들려온 몇몇 글로벌 미술계의 뉴스는 미술상의 세계관(世界觀)을 재구성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에 본 글은 오늘날의 미술상이 동시대 미술계를 어떤 방법으로 재편하는지 읽어내는 데 무게를 두고, 동시에 예술가의 성장과 생애주기 관점에서 이를 조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그간 미술상의 세계를 종횡무진 달리며 독보적인 자리에 올라간 대표적인 작가 김아영의 사례와 함께, 새로운 자본력이 투입된 최근 미술상의 대표 사례를 통해 그 구조와 의미를 짚을 계획이다.

딜리버리 댄서의 위계 질주
“그 어떤 미술상도 작품의 우수성을 절대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고될 수 있을 많은 여정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평가 기준이 모호한 미술계에서 일종의 인준으로 작동하므로, 제도권 내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3 – 김아영

미술계에는 작가가 신진, 중견, 거장의 시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밟(아야 하)는 비가시적이고 암묵적인 단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작가 김아영은 그중에서도 다소 특이한 커리어 패스를 꾸려가고 있는데, 그의 ‘이력서’를 채우는 주요 항목 중 가장 두드러지는 내용이 다름 아닌 수상 실적이란 점에서 그렇다. 김아영이 보유한 일련의 수상록은 경력단계에 따라 수직적인 배열 구조를 형성하며, 그와 동시에 작가의 전시경력은 지리적 차원에서도 방대한 영역을 횡단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상이 어떻게 작가의 경력을 제도적으로 경로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된다.

김아영《Ayoung Kim: Delivery Dancer Codex》뉴욕현대미술관 PS1 전시 전경 2025
사진: John Kim 제공: MoMA PS1

2025년 2월 25일, LG와 구겐하임미술관은 그해의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한국 미디어작가 김아영을 선정했다.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다는 소식에 국내에서도 연일 화제가 됐다. 김아영은 상금 10만 달러(약 1억4500만 원)와 함께 첨단 기술과 창의적 실험을 예술로 확장한 “시대를 선도하는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LG는 작가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2022~2025) 시리즈 장면이 포함된 수상 축하 영상을 하루 유동 인구가 30만 명에 달하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LG 전광판에서 상영하고 구겐하임미술관은 수상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등, 작가가 주요 미술 전문가와 대중과 소통하는 자리를 연달아 마련했다.

김아영의 약진은 이미 15년 전인 2010년 여러 국제 상 수상을 통해 예고된 바였다.4 그중 ‘브리티시 인스티튜션 어워드(British Institution Award)’는 비교적 이른 해외 수상 사례로, 그가 활동 초기부터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김아영은 런던, 베를린, 서울의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이어갔고 2012년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에 참여하며 국내에서 유망한 신진작가로 두각을 드러냈다. 2015년에는 신진작가를 위한 또 다른 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한 ‘제2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미술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해 5월 오쿠이 엔위저가 기획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모든 세계의 미래》에 공식 초청되어 자본·정치·역사적 관계망을 사운드와 설치로 풀어내는 등 국제적 활동을 인정받았다. 전 세계 미술 전문가들이 모이는 비엔날레와 같은 무대, 나아가 이후 레지던시와 전시를 통해 참여한 팔레드도쿄 등 주요 기관에서의 활동은, 이처럼 작가가 시의적절하게 수상한 다수의 미술상을 통해 방점을 찍었거나, 혹은 수상을 촉발하는 통로가 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작가의 성장주기를 놓고 볼 때, 이 단계에서의 상은 국제 미술계가 차세대 작가의 성장 가능성을 포착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송은미술대상이 대표적이며, 신진에서 중견작가로 진입하는 단계까지 꼽자면 두산연강예술상, 종근당예술지상 정도를 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새로운 작가 발굴에 초점을 맞춘 룩셈부르크의 아트프라이즈 및 글로벌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인정받는 우크라이나의 ‘퓨처 제너레이션 아트 프라이즈(Future Generation Art Prize, 이하 미래세대예술상)’가 있다. 미래세대예술상은 국적이나 매체 제한 없이 만 35세 이하의 작가를 대상으로 국제 공모를 받아 1차 선정한 작가를 대상으로 키이우의 핀추크아트센터에서 전시를 열어주고, 격년제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여 1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201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베니스비엔날레의 연계 행사(collateral event)로 공식 인정받으며 예술상의 위상을 뒷받침해 왔다. 신진작가의 작업이 비엔날레 시스템에 흡수되도록 지원한 이와 같은 역할 덕분에 해외의 여러 주요 매체에서도 기사를 통해 상의 의미를 짚은 바 있다.5

김아영이 신진의 타이틀을 벗고 국제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이름으로 호명되기 시작한 중요한 분기점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디지털아트 행사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2023년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수상한 시점이다. 그는 이 수상을 계기로 본인의 작업이 예술-기술 분야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해 가을에는 수상작이었던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가 프리즈 런던에 참여한 갤러리현대를 통해 테이트 컬렉션으로 소장됐다. 같은 해 ‘테라야마 슈지상(Terayama Shuji Prize)’까지 받은 작가는 이듬해인 202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주관하는 ‘ACC 미래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 제작을 지원받고 이를 대규모 전시로 구현시키며 국내 미술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본인을 제대로 각인시킬 기회를 얻었다.6 전시 기간이 광주비엔날레와 맞물리면서 해외에서 방문한 미술 전문가들에게도 작가의 역량을 전면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전시는 미래 기술사회에서도 여전히 답보상태에 빠진 인간의 주요 조건–노동, 시간, 인공지능, 구조–을 엮어낸 영상과 설치를 통해 김아영의 문제의식과 작업 방향을 명료하게 드러내며 그의 작품세계를 미술 담론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술상을 싣고 달리는 ‘딜리버리 댄서’의 질주는 이듬해인 2025년에 더욱 가속이 붙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연초에 LG와 구겐하임이 제3회 어워드의 수상자로 김아영을 지목한다. 그는 기술·동시대성·미래 담론을 모두 결합하여 평가하는 이 상을 통해 미래를 대표하고, 대변하고, 예행하는 창작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 수상은 나를 최초(상징적 의미)로 미국이라는 곳으로 안내했고,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시상식이 있었던 5월 뉴욕에서 개최된 많은 이벤트를 통해 처음으로 뉴욕의 미술계라는 곳을 경험했다. 굉장히 중요한 교육이었다”7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25년 한 해 동안만 베를린의 함부르거반호프미술관, 홍콩의 M+ 파사드, 뉴욕의 MoMA PS1에서 연달아 개인전을 개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작품 이미지는 『아트포럼』과 『프리즈』 잡지 커버에 동시에 실리기도 했다. 김아영은 “모든 것의 시너지가 폭파하듯 분출되었다”며, 이러한 주목도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묘사한다.8 작가에게 실상 수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유수 미술관 네트워크로의 진입이었을 것이다. 상은 이를 위한 검증과 인증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기제로 기능했음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중진의 단계를 넘어서 국제적 평판을 구축해 나가는 이 구간은 작가의 커리어를 가로지르며 가장 길게 걸쳐있으며, 또한 가장 방대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사실상 통과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관문이라는 의미이며, 그런 면에서 미술상이 일종의 도움닫기로서의 몫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층위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이 이 영역에 놓인 작가들을 발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9 선정 작가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으로 집계되는데, 이른바 경력의 중간지점에 놓인 작가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상이다. 해외에서는 긴 ‘중견’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길목에 터너상이 자리해 있다. 1984년에 제정된 터너상은 영국뿐 아니라 서양 현대미술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이며, 테이트브리튼이라는 권위적인 기관이 주최한다는 이유에서 수상자를 미술사에 편입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작가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단계에 도달하면 우리는 이들을 ‘거장’이라고 부른다. 거장임을 세계적으로 공표하거나, 혹은 새 거장의 탄생을 정전화할 수 있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 중 하나로는 베니스비엔날레의 황금사자상을 꼽는다. 황금사자상은 작가 개인에게는 평생의 성취를 공인받는 훈장과 같은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해당 국가관 전시를 기획한 국가 차원에서도 미술사의 흐름을 이끄는 작가를 보유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상징적 사건이 된다. 그 외에 국내의 양현미술상이나 독일의 카이저링(Kaiserring)처럼 공로상에 해당하는 상들은 대부분 국가별로 있다. 그중에서도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수여되는 상을 고르자면 ‘그랑프리 아티스티크(Grand Prix Artistique)’가 있다. 프랑스 아카데미 산하 재단에서 수여하는 국제 예술상으로 예술가의 전체 경력을 포괄적으로 기념하는 명예로운 상이다.

2026년을 맞으며 세계 미술계는 김아영의 수상 연대기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추가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샤넬컬처펀드가 주관하는 동시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Chanel Next Prize)’가 선정한 10명의 예술가에 김아영이 포함된 것이다. 이 상은 동시대 문화예술 전반을 이끄는 창작자에게 수여되는 것으로, 음악, 영상, 영화, 그리고 2024년에는 게임 크리에이터에게도 시상된 바 있다.10 이쯤에 이르러서는 김아영을 수상자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해당 상의 파급력과 인지도를 함께 높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미술상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위상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도 주목할 만하다. 미술 언론매체가 발표하는 ‘영향력 명단’이다. 김아영은 2025년 말에 발표된 여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숨 가쁘게 보낸 2025년을 역시 ‘선정’의 형태로 마무리했다. 예컨대, 작가는『아트리뷰』의 ‘파워 100’, 『아트넷뉴스』의 ‘2025년을 정의한 예술’,『아트아시아퍼시픽』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 명단에 포함됐다. 평가 기준, 독자층, 편집 방향이 서로 다른 세 매체의 영향력 명단에 모두 올랐다는 사실은, 김아영의 영향력이 글로벌 무대에서 중론을 획득했음을 보여주며 그의 작업이 수상과 전시라는 활동 중심의 성취를 넘어 비평적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계를 가속하는 자본의 플랫폼
미술상은 현대미술계에서 의미 있는 성취감을 동반하면서도 쇼비즈니스의 단면까지 담는 화제의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상은 탁월한 개인의 비범한 능력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시상의 순간이 본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무대로 연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상금을 구성하는 자본의 출처가 다층화 및 확장되면서 수여기관 또한 수상자 못지않게 큰 관심과 조명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상을 주는 자의 권위는 곧 상의 정체성과 정당성에 직접 관여하는 요소다. 과거에는 수여기관(주로 미술관)의 명망이 권위의 근간이 되었다면, 이제는 ‘단발성 수여’ 개념에서 ‘지속적 지원’으로 방향을 튼 2000년대 이후의 흐름에 맞게 자본력을 가진 주체 역시 기존의 권위체계에 합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12월 1일에 들려온 뉴스 하나를 들여다보자. 런던의 서펜타인갤러리(이하 서펜타인)와 뉴욕의 플래그아트재단(이하 플래그)은 새로운 미술상을 발표했다. 격년으로 수여되는 ‘서펜타인×플래그아트재단 프라이즈(Serpentine × FLAG Art Foundation Prize)’는 앞으로 10년 동안 5명의 선정 작가에게 각각 20만 파운드(약 3억9000만 원)를 지급, 총 100만 파운드(약 1957억 원)를 배분함으로써 영국에서 작가 개인이 받는 상 가운데 상금 규모가 가장 큰 상이 됐다. 이외에도 수상자는 서펜타인 또는 플래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이후 양 기관으로 순회전을 열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고공 행진하는 상금의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당연히 수상 작가”라고 했다면 틀린 답은 아니지만 정확한 답도 아니다. 현재 전 세계 여러 기관을 통해 운영되는 미술상 중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권위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미술상으로는 대략 10개 내외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 상금의 평균액을 한화로 환산하자면 약 1~2억 원대로 도출된다.11 상마다 상금 규모가 천차만별이고, 매체별로 어떤 미술상을 ‘메이저’로 꼽았는지에 따라 각 통계치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균 금액은 최소 1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작가 개인이 받기에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현금으로 주어지는 상금 외 언론 노출, 명예, 전시, 컬렉션 및 각종 기타 지원 사항을 놓고 보자면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큰 혜택이 이미 수상자에게 주어져 온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미술상이 출범하거나 기존의 상이 개선될 때 작가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매번 폭넓게 갱신된다.12 그 이유가 오롯이 작가만을 위해서일까? 이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2019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이주요는 수상 경력을 ‘강남파빌리온’ 참여(2021) 등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주요 〈Love Your Depot〉 가변 설치 2019 《올해의 작가상》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전경 
2019
사진: 팀 디포 제공: 작가, 바라캇컨템포러리

이미 서펜타인은 1970년 설립된 이래 현대미술의 흐름을 빠르게 소개하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지원하며 미술사를 이끌어 온 중요한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명성 있는 기관이다. 서펜타인이 미국의 플래그와 미술상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 상은 서펜타인을 유명하게 한 혁신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활동 주축으로 삼아온 ‘작가 지원’의 방식과 형태를 완전히 공식적이며 제도적인 언어로 재구축하고 기관의 위상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이미 자체 미술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큰 규모의 재정을 떼어 서펜타인에 기부·출연한 플래그의 입장에서는 자금력을 활용하여 서펜타인의 명성을 지지대로 삼아 국제적 프로필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따라서 서펜타인과 플래그의 협력은 두 기관의 지리적, 상징적, 실질적 확장을 가시화한 성과가 된다. 이들에게 상금은 단순한 액수라기보다, 한 기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미래의 지표에 가깝다. 이는 앞으로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주도권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대미술계가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며 시대를 앞장서서 반영한다고 해도, 이 영역은 여전히 많은 경우 명성과 권위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며 이는 대부분 역사와 전통의 축적에서 비롯되며, 특히 미술사 고유의 아레나(arena)에 진입하기까지 감내해야 할 시간과 투자의 무게는 상당하다. 그리고 이 주체가 한번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고 나면, 그 위치가 만들어내는 영향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갖추게 된다. 기관의 선택이 곧 동시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선택으로 인식되는 이곳에서 지원과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기관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효과는 분명하다. 미술사에 기여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동시에 기관과 미술상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작가를 지원함으로써 누적되는 상징성은 결국 기관 운영의 핵심 톱니바퀴를 돌린다. 오늘날 미술상이 상금의 규모뿐 아니라 지원 방식과 범위를 점차 확장해 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작가를 선택하여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시상이나 후원의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이는 작가의 미래와 성장 가능성을 기관의 자산으로 축적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수상 이후 작가는 해당 미술상의 이름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하며 생태계를 순환하는 방대한 구조 안으로 편입되며, 그 활동 전반은 자연스럽게 상의 레퍼런스로 환원된다. 미술상이 주는 상금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개별 작가의 성취를 기관의 자산으로 가져올 수 있는 방식인 것이다.13 작가에게도 상 하나가 훈장처럼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까지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금형은 2015년 제16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하고 이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참여와 같은 국제적 활동을 통해 글로벌 미술계에서 중요한 평가를 받아왔다
정금형 개인전 《개인소장품》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 전경 2016
제공: 아뜰리에 에르메스

대부분의 미술상이 심사위원의 권위를 매개로 수상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사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술상이 가진 힘은 자본과 명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정 체계’에서 나온다. 속성은 근대적이고 방식은 동시대적이며 그 지향점은 다시 근대의 관성에 따른 권위를 향하는 체계. 수상자가 된 작가를 제도권으로 분류하는 인정 체계의 공식은 암묵적이면서도 노골적이고, 실제적이며 구조적이다. 미술상은 인정 체계를 독식하는 미술 제도에서 일개 작가를 도우면서 실상은 그 체계를 공고히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면서도 현재 우리 미술계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돌리며, 적절한 스펙터클과 그보다 더 적절한 자본력을 양껏 제공하고 있으므로, 사실 이 모든 요소를 합친 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속내에서 기인한 기획이자 설계다. 우리가 이를 알면서도 미술상에 열광하는 것, 무엇보다 작가 A가 수상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은 동시대 미술계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수상은 시상과 수여라는 무대 위의 장면, 언론 보도 속 현장, 네트워크 안의 명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그의 경력을 접붙여 내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한두 개의 굵직한 상으로 작가가 하루아침에 동시대 미술사에 진입했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미술상은 국제 미술계의 관심, 미술 전문가들의 호평, 작업의 중요성과 미래 방향성이라는, 한 작가가 성장하여 시대의 아이콘 반열에 오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주요 요소를 한곳으로 모으며, 오늘날 미술계를 형성하는 다층적인 힘의 구조를 반영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 본문에 언급된 상금 금액의 경우 1달러=1450원, 1유로=1730원으로 환산하였다 (2026.2.11 기준)


1 나오미 베크위스(Naomi Beckwith) 구겐하임미술관 부관장 및 수석큐레이터는 2022년에 휴고보스상 종료 소식을 전하며 이 상이 시작된 1996년의 미술계는 2022년과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Benjamin Sutton “After 26 Years, Guggenheim Discontinues Prestigious $100,000 Hugo Boss Prize” The Art Newspaper 2022.9.26). 이는 휴고보스상의 영향력과 수상 작가에 대한 주목도가 하락 추세에 있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는 동시에, 디지털화를 경험하며 급격한 변화를 맞은 오늘날 미술계가 거쳐야 할 변화의 양상과 필요를 시사한다. 두 파트너는 상을 재정비하기보다 서로 다른 파트너를 찾아 새로운 협력을 모색했으며, 이에 아트바젤-보스 및 구겐하임-LG 파트너십을 통한 각각의 어워드가 제정됐다
2 기업의 미술 스폰서십에 대해서는 다수의 풍부한 선행연구가 있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미술 스폰서십은 기업의 마케팅 차원에서 조명되어 비판적으로 다뤄진다. 한편,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상징적 자본” 개념을 통해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맥락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미술 스폰서십을 통해서 “상징적 자본”을 얻게 되는데, 기업의 홍보와 이미지 향상이 여기에 포함되며, 이것이 기업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금전적 이익 창출로 이어진다(김지윤 「기업의 미술 스폰서십에 대한 비판적 고찰」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미술경영 2015 p.22). 본 글에서는 부르디외의 상징자본 개념을 참조하되, 미술 스폰서십으로 기업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고, 미술상이라는 강력한 매개를 통해 미술 기관과 이를 주도해 나가는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3 김아영과의 서면 인터뷰 2026.2.18
4 김아영의 신진작가 시절 수상 기록은 2008년의 제30회 중앙미술대전 우수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미국 포토루시다의 공모전 ‘크리티컬 매스(Critial Mass)’의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으며, 2010년에는 영국 뉴컨템포러리와 블룸버그가 운영하는 ‘블룸버그 뉴컨템포러리즈’ 후보, 캐나다의 마젠타재단이 수여하는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의 영국 부문 수상자로 각각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본문에서는 지금의 그의 경력을 견인했다고 판단되는 주요 수상 실적만 선별하여 설명한다
5 2024년 10월과 11월에 『아트아시아퍼시픽』, 『아트리뷰』, 『아트뉴스페이퍼』는 15주년을 맞은 ‘미래세대미술상’ 전시와 수상 소식을 일제히 다뤘다. 기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상 일정이 지연되었지만, 이 상이 동시대 미술계 담론을 이끌어가는 신진작가와 그들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는 점,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 그리고 사회정치적 어려움 속에도 지원을 지속하기 위한 빅토르핀추크재단과 핀추크아트센터의 노력을 전한다. 신진작가를 선정하는 일개의 어워드가 베니스비엔날레와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은 이 글의 주제를 관통하는 현상 중 하나로, 미술상의 세계에서 위계적 네트워크의 힘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다시 한번 환기한다. “Bangladeshi Artist Ashfika Rahman Wins Ukraine’s Future Generation Art Prize 2024” The Art Newspaper 2024.11.4, “Ashfika Rahman Wins Future Generation Art Prize 2024” ArtReview 2024.10.31, “2024 Future Generation Art Prize Reveals Winners” ArtAsiaPacific 2024.10.30
6 ‘ACC 미래상’의 일환으로 개최된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4~2025)는 2025년 제21회 월간미술대상 우수전시로 선정되었다. 이 상은 시의성 있는 주제를 갖춘 기획력을 통해 미술 현장 안팎에서 파급력을 가진 10개 전시(기관)에 매년 수여된다. 아울러 위 전시는 월간미술대상이 그해 신설한 ‘관람객이 선정한 화제의 전시’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2관왕을 차지한 첫 전시가 됐다
7 앞의 인터뷰
8 앞의 인터뷰
9 2025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영은 역시 미술상이 지닌 단계적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그는 2017년 ‘송은미술대상’ 대상 및 같은 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영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2025년에는 ‘ACC 미래상’ 두 번째 작가로 선정됐다. 이어 이듬해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자로 부상하며, 미술상이라는 체제 안에서 작가가 경유하게 되는 일종의 이행 경로를 구체적으로 가시화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모든 동시대 작가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술과 미디어 매체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상대적으로 집중된 시상 구조라는 점에서 제도적 편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10 김아영은 이를 두고 “이전까지의 수상이 작가의 이름을 국내외 미술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면, 이 상은 일반적 문화사회계 전반까지의 파급효과를 확실히 느끼게 했다”고 적었다. 앞의 인터뷰
11 매체별로 선정한 주요 미술상 목록은 구성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미술상의 역사와 전통, 공신력, 영향력, 상금 규모, 수상 작가의 이력 등 주요 평가 기준은 대체로 유사한 틀을 공유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온라인 기사 외 다수를 참조했다. Sylvia Walker “Art Prizes: A Complete Overview” Contemporary Art Isuue Magazine 2025.8.23 발행/2025.9.25 업데이트, “Art Awards & Prizes Worldwide” Artist Liaison, “16 Most Prestigious Art Prizes That Transform Careers” KraftGeek 2025.4.11
12 추가로 주요 사례 몇 가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2001년에 시작된 ‘로스비타 하프트만 프라이즈(Roswitha Haftmann Prize)’는 스위스의 미술 후원자였던 로스비타 하프트만의 유산으로 설립된 재단이 운영하는 미술상이다. 현대미술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작가 중 생존 작가를 대상으로 1~3년 주기로 수여되는데, 상금이 150,000 스위스프랑(약 2억8400만 원)에 달해 유럽에서 현존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 중 최상위 수준에 해당한다. 월터 드 마리아가 1회 수상자로 지목됐고 그 뒤로 피에르 위그, 세실리아 비쿠냐 등 동시대 미술계에서 활동과 영향력이 큰 작가를 선정해 왔다. 미국의 ‘내셔 프라이즈(Nasher Prize)’는 조각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 중 하나로, 역시 생존 작가에게 주어지며 수상자는 상금 10만 달러와 함께 전시, 학술 프로그램의 참여 등을 지원받는다. 앞서도 언급했던 ‘그랑 프리 아티스티크’의 상금은 10만 유로(약 1억7300만 원)로, 프랑스에서도 규모가 큰 상에 해당한다. 이 상을 수여하는 시몬 & 시노 델 두카 재단(Simone and Cino Del Duca Foundation)는 1975년 설립된 이후 다양한 수상제도를 주관해 왔다. ‘그랑프리 아티스티크’는 그중에서도 2014년에 새롭게 제정된 상이다
13 2019년에 제정된 일본의 ‘노무라 아트 어워드(Nomura Art Award)’는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 시상 기조를 내세운다.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는 이 상의 상금은 무려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로, 현존하는 동시대 미술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매년 신진작가 두 명을 선정해 각각 10만 달러를 수여하는 ‘노무라 아티스트 어워드’도 함께 운영한다. 하지메 이케다 노무라홀딩스 수석전무가 이 상이 “노무라의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노벨상과 같은 명성”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처럼(Ann Binlot “Why Will Japanese Finance Company Nomura Holdings Give $1 Million To An Artist Each Year?” Forbes 2019.5.12), 이례적으로 높은 상금은 기업 후원을 통한 단순한 이미지 제고나 마케팅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노무라 측은 이 상금을 프로젝트별 지원이나 결과에 조건 없이 사용하도록 설정했으며 사용처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물론 아시아 작가 쿼터나 국적·장르·매체 제한도 없다. 노무라 예술상이 평가와 선정의 지표가 아니라 작가의 다음 단계 자체를 가능케 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26년 3월호 (VOL.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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