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이강욱 역설적 공간: 신세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7~3.6

이선영 미술비평

이강욱의 <paradoxical space; the new world전>은 ‘para-’라는 접두사에 암시되어 있듯이,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이한 논리를 표현한다. 이 같은 역설과 달리, 단선적 논리는 한 방향으로 명확히 나아가는 가운데 다양한 것을 배제하고 억압하곤 한다. 담론-권력의 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임의적인 것을 필연적으로 만들기 위한, 상식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책략들이다. 부자연스러운 것을 자연화하는 것은 허위의식이나 이데올로기가 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예술은 의식적으로 그러나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것을 하나로 몰고 가려는 지배적 체계에 저항한다. 저항은 반드시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 동일한 논리와 대오로 정렬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배적 논리를 복제할 뿐인 전형적인 저항의 논리는 이항대립처럼 기존 질서를 더욱 강화할 뿐이다. 그러나 예술의 역설적인 논리는 정-반-합이라는 화해 지향적 방식을 해체하면서, 더 은밀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이강욱의 ‘paradoxical space’, 즉 양 방향으로 뻗어가는 공간은 소우주와 대우주의 교차를 말한다. 전시작품의 한 그룹을 이루는 ‘geometrical form’은 원자나 별, 또는 그것들의 궤도를 떠올리는 형태이다. 여러 크기의 원, 또는 타원형이 사방팔방으로 무한 증식하면서 앞으로 다가오거나 또는 멀어지는 형태들은 현기증을 자아낼 만큼 압도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현란하고 강렬한 느낌은 무겁고 둔중한 방식이 아니라, 비눗방울처럼 가볍고 투명한 요소들로 야기된다. 크기, 농담, 밀도가 서로 다른 (타)원들은 잠재적인 운동감을 가지면서 여러 방향에서 교차된다. 그것들이 예기치 못한 시공간에서 한 번씩 겹쳐질 때 마다 지상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천계의 음악들이 팅팅 들려올 것 같다. ‘geometrical form’ 시리즈에는 숫자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우주에서 울려 퍼지는, 피타고라스학파가 상상했던 우주 음악 이미지가 있다.
또한 그것은 원자나 우주뿐 아니라, 신경계나 네트워크에서 발견되는 그물망의 형식으로 많은 접면을 생성한다. 추상적이면서도 원근감이 있는 화면들은 주어진 캔버스를 확장한다. 하나의 선으로 완결된 원과 타원형들은 단자들을 떠올린다. 아서 러브조이의 《존재의 대연쇄》에 의하면,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은 자연이 어디에나 생명으로 꽉 차 있음을 말한다. 《단자론》에 의하면, 자연이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양성의 극대화이며, 논리적 가능성의 한도에 이르기까지 종(種)과 아종(亞種)과 상이한 개체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독실한 라이프니츠는 무신론을 암시하는 텅 빈 공간을 부정했지만, 이강욱의 화면에는 원자라고 할 만한 기본 입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허공 또한 존재한다. 장 살렘은 《고대원자론》에서, 만일 모든 것이 꽉 차 있다면 운동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원자론자들의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섬세하고 투명한 느낌의 구성요소들은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동시에 제시한다. 닫힌 (타)원이 상징하는 충만함, 그리고 허공이 상징하는 변화가능성이라는, 상충될 수도 있는 두 요소가 역설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시리즈인 ‘the gesture’의 엔트로피는 더 높다. 씨앗이나 입자들이 공간에 흩뿌려져 있는 형상들은 생겨난 것들이 소멸하는 이미지다. 새로운 세계의 생성에 필요한 것은 이전의 대상이나 의미들이 분해된 잔해들이다. 공간 전체에 흩뿌려진 점들과 그 흔적들은 산종(散種)의 양상을 띤다. 기원을 추적할 수 없는 분포, 또는 중심이 없는 구조는 여러 작품에서 색만 달리하면서 반복과 차이의 유희로 펼쳐진다. 번진 점과 얼룩들은 시간성을 암시한다. 시간적 차이가 흔적화한 화면은 질감을 강조한다. ‘the gesture’ 시리즈는 무엇을 재현하는 광학적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를 지시하는 촉각적 공간으로, 투명한 광학적 공간이 지시하는 대상 및 의미와 차이가 있다. 광학성과 촉각성의 공존 역시 그가 이 전시에서 추구하는 역설에 속한다.

위 이강욱 <무제-12050(Untitled-12050)>(왼쪽)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2

CURATOR’S VOICE 현실활용가

두산갤러리 1.13~2.27

이설희, 장혜정, 최희승 ‘2015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참여자

미술과 그 외 모든 것에 각자 다른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우리(이설희, 장혜정, 최희승)는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왜”라는 질문을 많다. 어떻게 들으면 너무 원론적이거나 이상적이어서 낯부끄럽기도 한데, 우리는 정말 궁금했다. 왜 미술판에 있는지, 왜 기획을 하는지…. 여러 날 동안 이유를 찾기 위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공통적 정서는 있었다. 바로 (비슷하거나 다른 이유로) ‘미술 생태계에 속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현실이 쉽지 않음을 실감하는 시기를 거치는 중’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우리가 느끼는 미술계에는 열악한 제반 환경과 그 외의 것으로부터 파생되는 ‘현실’ 속에 정확히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부유하고 있었고, 아쉽게도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대면하는 이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함께 호흡하는 태도의 부재로 인한 요소들이 삶의 결핍으로 녹아든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렇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 이유는 아마도 이 불명확함에서 오는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 “어떻게”로. 스스로를 포함하여 이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계에서 호흡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존재하는데, 이곳을 ‘떠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어느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이 생태계에 속한 개개인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원동력, 즉 ‘주어진 현실의 조건들 속에서 예술가로서 존재하는 그들만의 방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결국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은 ‘살아가는’ 생존의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자본과 직결된 경제적인 상황을 배제하고 현실의 상태와 요소들을 활용하는 작가 개인의 작업과 태도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는 그들의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작가를 위한 가장 큰 지지이며, 이러한 우리의 태도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방식에 대한 탐구로, 우리 또한 우리만의 현실활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집중한 4명의 작가는 현실을 인식하고 관계 맺으며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독자적인 태도를 취한다. 재치 있는 언어로 주어진 조건들을 활용하는 박보나는 제도 혹은 구조에 가려진 예술 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고착화한 삶의 현실에 금을 낸다. 삶과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취사선택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배후에서 지켜보는 인물로 변용되기도 한다. 유목연은 ‘실생활 속의 경험’이 곧 ‘작업’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작가로서 생존해나가는 방식을 결과물을 통해 솔직하게 제시한다. 그가 ‘미술계’에서 실질적으로 마주한 상황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작가는 작품에서 자신을 타자화하고 그 상황을 제시할 뿐이다. 우리가 윤지영의 방식에 주목한 이유는 작가로서 가지는 에고(ego)를 통해 표현되는 결과물의 섬세한 언어 때문이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현실은 내·외부의 자극과 의미 작용, 저항 및 공존 등이 심리·물리적으로 균형을 이룰 때 작업으로 구현되는데, 이는 아주 개인적인 것 같지만 동료 예술가들로부터 공감하는 지점을 양산하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마지막으로 시선의 객관성 유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윤지원이 다루는 현실은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동시대적이다. 그의 탐구는 시공간을 넘나들지만, 지금 발생하는 현상과 사건들 그리고 우리와의 인과관계에 집중하며, 그의 태도는 현실에 무뎌지지 않기 위한 경계이기도 하다.

위 박보나 <코타키나 블루 #1>(위 벽면) 10채널 영상 2015

REVIEW

구자현 개인전
갤러리 조선 1.6~26

일평생 판화를 탐구해온 작가의 개인전 <현현顯現>. 1970년대 작부터 최근작까지 광범위하게 선보였다. 재현을 떠나 절제된 색상과 형태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초월하는 수행적 자세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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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링앤딜링

PT&Critic-2013 Reunion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5.12.22~1.17

신진작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구민정 김영민 노은주 한성우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고전적인 형식의 회화뿐만 아니라 실험성 가득한 다양한 작업으로 전시장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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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PARK HERE
스페이스 오뉴월/오뉴월 이주헌 2015.12.18~1.30

1년간 용산미군기지를 리서치하며 용산기지 이전 과정을 기록하고자 진행한 프로젝트를 영상, 사진, 사운드, 조각, 설치,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전시엔 6명의 작가뿐 아니라 미군기지 근처의 근무자와 지역주민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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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

윤정미 개인전
이화익갤러리 2015.12.18~1.31

피사체를 그들의 생활공간에서 촬영해 인물과 주변을 함께 담아내 작가 윤정미의 개인전, <반려동물>.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촬영한 신작 100여 점 중 일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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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욱

고재욱 개인전
송은아트큐브 2015.12.15~1.20

본디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현대인이 일종의 도피처 삼아 드나드는 공간인 ‘방’에 착안했다. 노래방, PC방, 찜질방 등을 이동식으로 꾸며 욕망이 분출하는 공간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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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 (2)

2016 전북청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1.20~2.8

전북도립미술관이 ‘2016 전북청년작가’로 선정한 4명의 작가 박성수 박재연 박종찬 홍남기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5월 말, 전북도립미술관 전관에서 다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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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수_루프 (2)

지지수 개인전
대안공간 루프 2015.12.15.~1.17

작가는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현대 자본주의하 가부장제의 이면을 주목해왔다. 특히 ‘꽃밭에서 | 가짜 종이꽃 접기’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이에 대한 덧없음과 허무함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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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김강

김영만 소장품전
갤러리 희 2015.12.19~2.28

작가 안창홍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집, 소장하고 있는 김영만 동의대 교수가 자신의 수장고를 갤러리로 잠시 옮겼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시이자, 컬렉터의 소장품전이라는 이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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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적목차_케이크 (2)

분석적 목차
케이크갤러리 2015. 12.17~1.17

미술 작품을 제작하는 설계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전시. 김나래, 김아영, 박아람X김정태, 양아치, 이윤호, 차혜림이 참여해 기존 작업의 레이어를 다시 들여다보고 참조해 재작업한 신작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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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_이배 (6)

정혜련 개인전
갤러리 이배 2015.12.8.~1.9

이번 전시 ‘연쇄적 가능성?행성’에서 작가는 발광 플라스틱 폴리카보 네이트와 브론즈를 재료로 입체구조물을 선보였다. 자신이 기억하고 상상하는 세계의 풍경을 선과 면으로 그려내고 이를 입체화하는 일종의 ‘드로잉 조각’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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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나_정미소 (1)

조해나 개인전
갤러리정미소 1.7~27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는 이번 전시 ‘타원궤도’에서 수많은 이미지의 파편을 통해 절대적이고 완벽한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좇는 삶의 모순을 드러낸다. ‘2015 정미소 어워드’ 수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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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숙김강

설희숙 개인전
통영시민문화회관 2015.12.3~2015.12.8

‘아! 동백’이라는 전시부제가 말하듯 유년시절 추억에 등장하는 꽃, 동백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에게 동백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자아를 표상하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PREVIEW

쇼케이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19~2.27

서울시립미술관이 전년도에 수집한 새로운 소장작품을 선보이는 연례 전시. 이번 전시는 2015년 한 해 동안 수집한 222점 가운데 회화, 드로잉, 사진, 조각, 설치, 뉴미디어 작품 등 60여 점을 소개한다. 2015 SeMA 신소장작품은 국내 대표적인 원로작가를 비롯, 중진작가의 작품과 함께 신진작가들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전체 수집작의 42%에 해당하는 93점을 기증 받아 장르별, 주제별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대표 작품들로 구성된2015 SeMA 컬렉션 <쇼케이스> 전시는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2에서 사진갤러리 2로 이어지며, 미술관 야외 광장에서는 한용진 작가의 돌조각 작품 5점을 전시한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하여 역량있는 중진작가와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각예술의 아름다움은 물론 동시대 사회문화적 담론을 들여다 본다.
이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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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

심문섭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1.29~4.24

한국 추상 조각가 심문섭의 40여년 예술 여정을 총망라하는 전시 <Represent : 심문섭의 조각 회화 사진-항해일지>. 심문섭의 개인전 중 국내 최대 규모 전시인 이번 전시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예술과 자연에 대한 탐구의 결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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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원&전준호

스테이징 필름
부산시립미술관 1.29~4.17

대중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달리, 미술관을 무대로 연출된 ‘비디오 아트’를 통하여 영상예술의 체험방식의 전환과 영상예술 표현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12명의 작가(팀)이 참여하여 비디오 아트의 현대적 미감과 인문학적 해석, 그리고 창의적인 재인식의 기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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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시간!이거

다중시간
백남준아트센터 1.29~7.3

백남준 10주기를 맞이하여 전 세계 인문학자, 과학자, 미학자 등이 기획자로 참여하는 전시 <다중시간 ? Wrap around the time>. 백남준의 작업을 연구하여 다양한 담론을 생성하고, 동시대 미디어아티스트를 선정하여 백남준의 작업과 링크시켜 융합한다. 전시는 부제 Wrap around the time에서 느낄 수 있듯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라는 소재와 정신으로 이어짐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국적의 15명(팀)의 미디어아티스트 김소라·야마시로 다이스케·백정기·버블데크오토워시·빠키·A.Typist·왕유양· 우지노 무네테루·유비호·이자벨라 페르케스·장 펠리·조이스 힌터딩·데이빗 헤인즈·카스텐 니콜라이·라파엘라 보겔이 참여하여 20세기의 백남준과 21세기 동시대 예술인들이 시공간을 넘어 서로 손을 맞잡는 상황을 다양하게 구현한다.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협업을 통해 백남준의 작업세계가 지닌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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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백현진
pkm 갤러리 1.27~2.27

미술,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적 영감을 구현하는 백현진의 개인전. 작가는 자유로운 붓 터치,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밀도 높은 회화작업으로 추상적인 내러티브를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매체로 풀어내며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 위에 무의식적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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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정엽
갤러리 스케이프 1.21~2.27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과 생명, 공존 문제를 다양한 예술행동으로 펼치는 정정엽의 개인전 <벌레>. 자신의 삶과 이반되지 않는 예술형식을 고민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싹, 나물, 나방, 열매 등 구질구질하고 징그러울 수 있는 미산리 마을의 생명체를 통해 자신의 작업과 삶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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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드_aisslinger-books-press2

뉴 올드: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
서울대학교미술관 1.28~4.17

서울대학교 미술관과 독일국제교류처(ifa), 큐레이터 폴커 알부가의 협업 한 전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디자인에서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7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물질, 구조, 배치, 제작, 전통적 사용법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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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최진희
금호미술관 2.18~28

깨지기 쉽고 투명한 재료인 유리를 다루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유리같은 연약함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최진희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속에서 수용과 버림을 예술로써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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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윤민섭

윤민섭
신한갤러리 역삼점 1.28~3.17

작가는 삼차원의 공간 안에 플라스틱 막대를 구부려 확장된 드로잉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드로잉이 구성된 공간을 관람하는 행위를 통해서 스스로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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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장미셸-1

장 미셸 오토니에
국제갤러리 2.2~3.27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의 상실과 부재, 그리고 신체와 정신의 상처를 주제로 다루어온 작가의 개인전. 이번 초대전 <Black Lotus> 에서는 Axis, Nexus, Vortex 시리즈의 일부 3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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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정영돈

정영돈
송은아트큐브 1.26~3.9

정영돈은 일상적 경험에서 주시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는 낯선 모습들에 의구심을 갖고 우연히 마주한 사물과 풍경, 인물 등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익숙한 풍경이 어느 한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는 시점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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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ga  oil on canvas  41x53cm  2015

나광호
이랜드스페이스 2.2~29

나광호는 어린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기반으로 회화작업을 진행하며 이미지를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한다. 이런 작품을 통해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색채와 터치에도 미술의 근본은 즐겁고 유쾌해야한다는 작가의 감성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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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남준

백남준, 서울에서
갤러리 현대 1.21~3.6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고국 한국에서 행한 활동과 남긴 작품 그리고 그러한 유산들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전시를 마련한다. 백남준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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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_Taekwondo_acrylic_on_canvas_130x194cm_2015

RETRO SCENE
스페이스k 과천 1.18~3.3

김성수, 이상원, 정재호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RETRO SCENE>. 이번 전시는 지나간 시대의 기억과 이미지를 그들만의 시각을 통해 익숙하고도 낯선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펼치며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어제와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상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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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막스프리징거

막스 프리징거
갤러리 바톤 1.27~3.4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설치와 조각작업을 하는 독일 작가 막스 프리징거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수집한 주철 라디에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다수의 조형물과 산업용 자재와 LED를 결합한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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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숙-157000-수정

이승희
박여숙화랑 2.18~3.18

정통 도자 기법을 사용한 평면 회화 도자 작품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이승희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 <TAO>. 역사속 유물로만 간주되어온 도자기를 창조적인 계승을 통하여 평면 도자회화로 재탄생시키는 노력과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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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강

전채강
인사미술공간 2.19~3.19

회화 매체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 전채강의 개인전. 사건의 특정 장면에서 사회 정치적, 그리고 일상으로 소재의 범위를 확장시켰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몇 해 전 우리 사회를 관통한 참사의 현장을 보며 작업한 조명탄 시리즈 40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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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노미츠오

영상과 물질-1970년대 일본의 판화
경기도미술관 2.1~4.3

다양한 미디어가 다뤄지는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가장 기초적인 미디어로서 판화에 주목한다. 특히 19세기 일본 우키요에의 유행으로 판화가 독자적 주목을 받게 된 전후 상황을 살펴보고 전통에서 벗어나 현대적 개념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는 일본 판화를 소개한다.
가노미츠오 작

PREVIEW 2

곽정희
구리 커피베이 갤러리 1.29~2.26

자연의 질서와 그 안의 조화로움을 보며 인간의 조형성과 조화에 대해 질문하며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되는 식물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천할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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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후

김길후
포항시립미술관 1.14~4.3

동양적 사유세계의 대표적 색채인 검은색을 주조로 한 작업으로 주목 받는 김길후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매체와 설치미술이 주류로 자리 잡은 국제적 미술 경향에서, 오랜 역사를 안고 있는 동아시아의 회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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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문정

황문정
파비욘드갤러리 2.16~27

작가는 주변 환경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특정 장소의 맥락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상을 이국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는 갤러리 공간을 활용한 설치로 이번 전시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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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림

그레이스 림
핑크갤러리 2.1~23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사랑의 감성을 표현해온 작가 그레이스 림의 개인전. 작가는 파스텔톤의 하얀색을 사용하여 평화롭고도 안정된 마음을 표현하며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기억과 감사, 기도, 미래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작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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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김미화
진해 몽갤러리 2.2~9

아름답고 신비한 숲의 느낌을 주관적,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김미화의 개인전. 작가는 단순한 색과 선으로 율동감을 표현하고 단색조의 색상과 수없이 겹치는 간결한 선을 통해 서정적이고 고요한 숲의 느낌을 공감각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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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식

이두식 3주기 추모전
갤러리 H 2.23~3.22

한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이두식의 3주기 추모전. 이두식 작고 후 처음 열리는 전시로 초기 드로잉에서 미발표 근작에 이르기까지 50여 점이 공개된다. 40여 년간 한길을 걸어온 이두식의 예술인생을 한자리에서 집약해 보고 그의 예술정신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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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낙

전낙
에이블파인아트갤러리 1.27~2.20

‘Mysterious Universe’ 라는 주제로 전낙의 개인전이 열린다. 보는 순간마다 이미지가 바뀌며 무수한 레이어가 누적되어있는 렌티큘러 작업을 통해 다양한 비전과 실험을 거듭해온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Axis, Nexus, Vortex 시리즈의 일부 3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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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김수진
이천아트홀 2.13~19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화면에 옮기는 김수진의 개인전. 작가는 그림을 평범하게 짜여진 삶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데려다주는 도구로 생각하고 늘 꿈꾸던 감성충만한 소녀의 마음으로 화판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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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을

박노을
최정아갤러리 1.18~2.15

중간톤의 색채와 강조된 윤곽을 통해 단순화된 대상을 평평하게 바라보는 박노을의 개인전. 작가는 <광휘를 찾아가는 집>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에 서정적인 화제(畵題)를 따라 ‘멈춰선 곳마다’ ‘보이는 것 그대로’ ‘주관적 시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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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도시-김진석

두 도시 이야기; 부다페스트 이후, 그리고 서울
KF갤러리 1.22~2.20

한국 사진작가 김진석과 헝가리 사진작가 게르게이 사트마리가 참여하는 전시. 동시대 두 도시, 부다페스트와 서울의 풍경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표정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하여 ‘삶의 소리’를 찾아 가고자한다.
김진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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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깊

차주만
군산 예깊미술관 2.4~3.1

인간의 욕망에 관해, 그리고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조각과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온 작가 차주만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 <TRACE- 생명을말하다>에서 대표작 ‘psuche’를 비롯한 다수의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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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김경덕

Space In & Out
아트스페이스 J 2.16~3.30

당대의 주거공간과 건축물, 나아가 도시는 현대 사진가들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된다. 그 중에서도 동시대 주거공간의 내부와 외부에 주목한 김경덕 김진호 박찬민 이문호의 작품을 통해 일상의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해본다.
김경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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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디

조르디 지스페르트
갤러리 토스트 1.30~2.17

한국·스페인 교류 66주년과 갤러리토스트 개관 5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되었다. 예술활동을 통한 환경보호를 지향하는 작가 조르디 지스페르트는 자연파괴적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은 이상의 원초적 자연을 오일페인팅으로 화폭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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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자

최현자
갤러리 카페 담 2.1~26

오늘날의 무겁고 힘든 현실 속에서 익살스럽고 유쾌한 악동의 모습을 통해 소소한 웃음을 안겨주는 작가 최현자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소재인 소행성과 별, 악동의 모습을 화면에 적절히 배치하며 위트있는 화면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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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박민
광화문 동아일보사옥 전광판 1.14~2.29

다채로운 형식의 미디어작업에 매진해온 작가 박민의 개인전. 작가는 설치미술의 형식이 가미된 독특한 배열과 양면거울을 이용한 인물 사진들의 뒤섞인 이미지를 통해 우리시대 정신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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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선

최광선
갤러리 위 1.18~3.4

‘장미화가’로 알려진 최광선의 개인전 <Le Roman de la rose>. 50여 년간 사물에 대한 부단한 관찰과 본질 모색을 거쳐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긴 독창적 기법으로 완성해낸 구상과 추상이 조화된 짜임새 있는 작품들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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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김영애
갤러리 조선 2.16~28

나무조각들을 수집하여 모자이크로 조합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김영애의 개인전 <Pieces to Whole>.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작은 조각들이 만나 전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변화와 화합의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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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22-권태균

노마드
스페이스22 1.4~2.20

故권태균의 유작 사진집이 그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되었다. 한국인의 정서가 듬뿍 담긴 사진세계를 추구한 진가의 대표작인 『노마드』 시리즈를 한데 엮었다. 작가는 1980년대 한국의 문화, 역사, 사회상을 배경으로 서민의 삶을 담아냈다.
권태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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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요시토모_나라_pubcup-1

백화점(百畵點)展_100가지 그림전
부산 롯데갤러리 광복점 1.29~3.1

보다 쉽고, 유쾌하고, 가치 있는 미술작품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전시로,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회화, 조각, 사진,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요시모토 나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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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에노

나탈리 에노
대전 이공갤러리 2.4~15

현대 프랑스 영화사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많은 배우들을 카메라에 담은 나탈리 에노의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주로 찍었던 소피마르소의 모습을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삶과 함께 인간으로서 소피마르소의 면면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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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로마-김명진

모노크로마
이목화랑 2.2~23

무채색 회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범중 김명진 하대준이 참여하는 <모노크로마>. 단순한 흑백의 톤으로 의식과 무의식사이를 유영하며 닿을 수 없는 의식의 끝을 화면에 구현하는 3명의 작가 작업을 통해 다양한 검은색과 흰색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다.
김명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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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아트

에바 알머슨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 1.22~2.19

동그란 얼굴에 까만 눈, 발그레한 볼 아래로 소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에바 알머슨의 개인전이 소울아트스페이스 전관에서 열린다. 따뜻하고도 솔직한 메시지로 공감을 자아내는 신작을 포함한 유화 15점을 비롯한 총 2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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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

박용일
훈갤러리 1.22~3.15

작품 ‘He-story’ 시리즈는 그의 이야기와 역사(History)의 뜻을 포함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시대적인 사회변화에 대한 기록을 나타내는 동시에 작가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ART BOOK

예술사로 피워낸 역사학자의 꽃

폴 존슨 지음/이창신 엮음《창조자들》황금가지 2009

한 시대 문화의 꽃은 예술이다. 꽃은 사상이라는 뿌리와 정치경제라는 둥치와 사회라는 가지를 바탕으로 피어난다. 따라서 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뿌리, 둥치, 가지 모두를 알아야 하듯이 예술도 그 시대의 사상, 정치경제, 사회를 알아야 올바로 보인다. 과거 시대를 공부하는 것을 역사라 한다면 역사학의 꽃은 예술사이다. 진정한 역사학자란 예술사를 꿰뚫은 이이다.
서양에서 20세기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는 영국인 폴 존슨(Paul Johnson, 1928~)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언론계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주간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장(1965~1970)을 끝으로 역사가의 길로 들어선 폴 존슨은 20세기 현대사를 다룬 《모던타임스》(1983)를 포함한 다수의 대작을 잇달아 저술한다. 그리고 1088페이지에 달하는 《미국인의 역사》(1997)를 일흔의 나이에 탈고하였다. 폴 존슨은 글 쓰는 재능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는 재능도 타고나 평생 그린 소묘, 수채화, 유화가 수만 점에 달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문인화가인 폴 존슨이 평생 가장 쓰고 싶었고, 쓰면서 가장 즐거웠다는 책이 《미술: 새로운 역사》(2003)이다. 이 책을 쓰고 3년 후, 폴 존슨은 지금부터 과거 600년 동안 서양예술계가 낳은 가장 창조적인 예술가 17명의 짧은 전기(傳記) 에세이인 《창조자들》(2006)을 내놓는다. 1342년생인 제프리 초서부터 1905년생인 크리스찬 디오르까지 다룬 이 책에서 음악가는 J. S. 바흐 단 한 명인데 음악이란 눈으로 보는 문학과 미술과는 다르게 귀로 들어야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언어로 서술하기에는 재미가 덜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인(文人)은 모두 6명으로 프랑스어로 쓴 빅토르 위고를 빼고는 모두 영어로 글을 쓴 문인이다. 저자가 영문학의 풍부한 전통에 깊은 자부심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음악가와 문인을 뺀 나머지 10명은 모두 미술가이다. 화가(뒤러, 터너, 호쿠사이, 피카소)와 건축가(퓨진, 비올레 뒤크)뿐만 아니라 유리공예가(티파니), 패션디자이너(발렌시아가, 디오르)와 만화영화 제작자(디즈니)까지 폭넓게 들어 있어 누구든 새롭고 깊이 있는 예술을 만들어낸 이가 창조자라는 저자의 열린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함께 다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폴 존슨은 역사학의 거장다운 솜씨를 뽐내며 창조자들의 특질에 바로 다가간다.
각 예술가를 다룬 무수한 전기와 역사책은 물론이고 편지, 정기간행물, 미간행 문서, 미술관 박물관 전시도록, 각종 사전(辭典)에다 직접 보거나 들은 자료들을 모아놓고 필요한 내용들을 잘 꿰어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걸림없는 폴 존슨의 솜씨에서 진정한 글쓰기의 예술을 맛본다. 한 예술가의 방대한 작품 분석은 기본이고 외모, 가정환경, 교육과정, 경제상황, 가족과 친구 관계, 읽은 책, 즐긴 음식과 음주습관, 옷 입은 방식, 취미이야기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예술가들이 지금 우리 옆에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그래서 폴 존슨 책에서는 여러 일화(逸話)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이는 대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유머야말로 다른 엄숙한 역사학자들이 흉내 못 내는 폴 존슨만의 미덕이기도 하다. 모든 역사학자의 책무인 평가에서도 폴 존슨은 단호하고 명쾌하다. 위대한 예술가를 다룬 전기들이 종종 빠트리는 예술가의 약점까지 빼놓지 않기 때문에 폴 존슨이 내린 평가는 타당하고 진실에 가까이 있고 통찰력이 가득하다. 예술가가 살던 동시대나 후대에 다른 이들이 내린 평가를 인용하여 저자 자신의 평가에 신뢰성을 높여 주기도 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던 평판이 얼마나 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여 일깨워준다. 폴 존슨은 17명의 예술가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영향을 준, 그리고 영향을 받은 선후배 예술가들은 물론 동시대 예술가를 무수하게 불러와 짧은 전기를 매우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는 272개나 되는 각주(note)와 많은 예술가와 작품 이름이 빼곡한 색인(index)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문장도 버릴 것 없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20세기 시각혁명의 주인공이자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피카소와 디즈니를 함께 다룬 마지막 장이다. 피카소가 구세계 방식(화가의 작업실, 예술의 수도 파리)으로 재현예술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면 디즈니는 신세계방식(신기술, 할리우드)으로 자연을 보강, 변형하고 생기를 불어넣은 뒤 초현실로 표현하는 길을 걸었다고 정리한다. 피카소가 10%의 참신함과 90%의 기교로 완성되는 회화를 두 비율이 정반대인 유행예술(fashion art)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피카소 이후에 “예술은 무엇이든 용서가 되는(앤디 워홀)”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자연에서 멀어져 내면을 파고든 피카소의 유행예술은 20세기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재현예술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앞으로 서서히 빛을 잃고 진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폴 존슨의 생각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시대 예술가들도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 자연을 재현하는 길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P.S 《창조자들》(황금가지) 한국어판은 2016년 1월 절판됐다.
탁현규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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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림으로 보는 불교 이야기
정병삼 지음
불교미술사를 연구한 저자의 방대한 자료와 미술사적 검증을 통해 불화를 중심으로 한 불교 미술을 상세하게 설명한 개정판이 출간됐다. 내용 이해를 돕는 도록 교체 및 추가, 사진 설명 등에서 이전보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풀빛 352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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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트인문학 여행×파리
김태진 지음
예술가의 자취가 남아있는 파리의 명소를 살펴보고 당시 예술가들이 던진 질문과 그들의 삶을 살펴본다. 도시에 대한 저자의 감각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동명의 강연시리즈를 바탕으로 했다.
카시오페아 32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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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마네의 회화
미셸 푸코 외 지음/오마리본 세종 엮음/심세광 외 옮김
미셸 푸코 사후에 그가 1970년 초 튀니지에서 마네의 회화에 대해 강연한 녹취록이 발견되었다. 이를 번역/저술하고 기획한 책이 ‘파레시아 총서’ 1권으로 출간됐다. 푸코가 사유하는 마네의 미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린비 344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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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팝아트와 1960년대 미국사회
고동연 지음
음식, 도시 재생, 예술과 과학의 만남 등의 주제를 워홀 올덴버그 등을 중심으로 한 1960년대 미국 팝아트 작가들을 통해 살펴본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파헤친 이들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눈빛 39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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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이주헌 지음
출간 20주년을 맞아 기념 개정판을 발간했다. 총 10개국 16개 도시 44개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전에 비해 10여 개의 미술관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기존 미술관의 변동 사항도 반영되어 보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고재 432쪽/448쪽·(각)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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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상징의 미학
오타베 다네히사 지음/이혜진 옮김
서양 근대 미학사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1735년부터 1835년에 이르는 독일 철학계 내부의 미학 전개 양상을 상징 개념의 변용 과정을 분석하여 접근했다. 이를 통해 근대 미학의 형성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468쪽 돌베개·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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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디자인 멘토링
원유홍 지음
시각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중요한 인문학적 논제들 -본질, 요건, 지침, 언어, 이미지, 범주 등 26가지의 핵심 주제를 다룬다. 대학에서 30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저자가 전하는 냉철하면서 따뜻한 지침서.
안그라픽스 168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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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박찬원 지음
아마추어 사진과 프로 사진의 차이, 보기 좋은 사진과 의미있는 사진, 필름 카메라에 대한 오마주 등 사진 애호가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알기 쉽게 그러나 현실적인 조언을 담아서 수필 형식으로 써내려갔다.
고려원북스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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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신현림 엮음
교과서에 실린 동서양 고전 시부터 한국 시문학사에 큰 줄기를 만든 현대시, 문단의 이목을 끈 걸출한 신예 시인들의 창작시까지 저자의 마음에 다가온 시를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서해문집 288쪽·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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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2715일러스트로 읽는 인상파 화가들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조명희 옮김
‘인상파’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그 특징과 작품은 잘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접하게 하는 입문서다. 일러스트를 설명 도구로 사용해 읽기보다는 보는 방식을 통해 예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어젠다 128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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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호학 입문
숀 홀 지음/김진실 옮김
기호학의 주요 개념을 75개로 나눠 각 개념마다 독자에게 해석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책 전체를 기호화했다. 의사 소통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기호학의 개념에 대한 틀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비즈앤비즈 19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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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표현주의
볼프디터 두베 지음/이수연 옮김
시공아트 시리즈 64번째 책으로 현대미술 태동에 영향을 준 1905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독일 표현주의를 소개한다.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대표적인 작가를 설명하면서 표현주의의 미술사적 의의를 짚어본다.
시공아트 264쪽·16,000원

ART JOURNAL

전통 동양화의 재해석
손동현,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송은미술재단은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로 손동현을 선정했다. 대상 발표에 앞서 2015년 12월 11일부터 1월 30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수상 작가 4인(박보나 박준범 손동현 이재이)전시에서 손동현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화가 사혁(謝赫)이 제안한 산수화 제작 및 감상의 6가지 요체를 재해석해 6명의 협객으로 그려낸 인물화 연작 〈육협(六俠)〉(2015)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대중문화와 전통 동양화를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시도하는 작가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는 평을 들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 원의 상금과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제공되며 우수상 3인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또한 모든 수상자에게 ‘송은아트스페이스-델피나(Delfina Foundation) 레지던시’의 2016~2017년도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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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

백남준 다시보기
백남준 10주기 추모 열풍

2006년 1월 29일(한국시각 1월 30일)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난 故 백남준 10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플럭서스와 비디오아트 이후 레이저아트까지 자유로운 예술정신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을 펼쳤던 그의 유산과 의미를 되돌아보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진행된다. 갤러리 현대는 1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지난 1990년 여름, 백남준이 평생의 친구였던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행한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왼쪽 사진)와 관련된 오브제와 기록을 26년 만에 되돌아본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월 29부터 31일까지 3일간 백남준 추모 10주기 행사로 〈유토피안 레이저 TV 스테이션(Utopian Laser TV Station)〉을 진행했다. 백남준이 1966년에 꿈꾸었던 방송 채널을 2016년 방식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1월 29일 봉은사에서 열린 추모식을 실황 중계했다. 황병기, 이경희, 이기웅, 김홍희, 불프 헤르조겐라트 등 생전 백남준의 지인들과 각계 인사의 추모의 뜻을 라이브로 전달해서 눈길을 끌었다. 작가 박승원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백남준의 퍼포먼스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1960),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하나>(1962)를 오마주하여 제작한 퍼포먼스 <Dear Mr. Paik>을 라이브로 전송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3월 3일에 개막하는 추모 특별전 <다중시간>(오른쪽 사진), 10월에는 간송문화재단과의 공동기획전을 이어가 백남준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예정이다. 백남준 추모 전시 및 행사는 2016년 상반기를 넘어 연중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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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H어워드

뉴미디어아트 작가를 응원합니다
박제성〈제1회 VH AWARD〉수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진행하는 미디어아트 부문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제1회 VH AWARD>의 최종 그랑프리로 작가 박제성이 선정됐다. 1월 21일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열린 시상식에 1차 심사(2015.3) 를 거쳐 선정된 박제성 이성제 장석준 작가가 참여해 처음으로 그랑프리 후보작을 선보였다. 최종 그랑프리로 선정된 박제성의 작품 <여정 A JOURNEY>는 3D PRG 게임의 가상현실 공간을 사유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관객에게 초현실적 세계를 여행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수상자에게는 5,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고, 최종 후보자 3인 전원에게 1년간 비전홀에서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심사위원으로는 마틴 혼직(Martin Honzik)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 큐레이터, 최흥철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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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_하수정

문인화에 담은 신앙인의 고백
람곡 하수정 개인전,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려

람곡(嵐谷) 하수정의 개인전이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교동아트 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하수정은 서예가이자 문인화가로서 캔버스, 모시, 광목, 한지천 등을 홍화, 오배자 등을 이용하여 천연염색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서예가이자 문인화가이기 전에 신앙인 하수정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성경의 문구나 순교자들의 신념을 문인화 형식으로 표현하면서 신앙인으로서, 예술인으로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신부 마테오리치의 한역 천주교 교리서 《천주실의》의 일부를 전서로 적거나 순교자들의 모습을 얻어 문인화 형식으로 표현했다. 종교적 탄압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꿋꿋하게 지켜낸 순교자들의 모습에서 외압과 세파에도 굴하지 않는 사군자의 속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성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은 물론 김동식 선자장(扇子匠)부채 선면을 활용한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람곡 하수정은 1942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추사의 필맥을 이어온 성파(星坡) 하동주 선생과 강암 송성용 선생 문하에서 수학했다. 국전에서 여덟 번의 입선과 특선을 수상하였고 현재 전주교대 평생교육원 서예 문인화 교수, 대한민국서예대전 문인화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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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essica Hromas/Art Basel 2015

아시아 미술시장의 최전선
〈2016 홍콩아트바젤〉3월 개막

지난해 방문객 약 6만 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아시아 미술의 최정상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한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이 3월 24일 개막해 26일까지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HKCEC)에서 열린다. 아시아권을 비롯해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등 35개국에서 239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EM, 리안갤러리, 박여숙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학고재갤러리, PKM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 총 9곳이 참가한다. 이 행사는 크게 쇼의 주요 부문인 ‘갤러리’, 작가 소개에 초점을 맞춘 ‘인사이트’와 신진 작가를 선보이는 ‘디스커버리(Discoveries)’, 그리고 대형 설치 작업을 보여줄 ‘인카운터(Encounters)’로 구성된다. 아델란 우이 아트바젤 아시아지역 이사는 “행사 기간 동안 홍콩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문화행사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라며, “아트바젤 홍콩이 아시아 미술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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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 (1)호남 최초 여성 서양화가 영면하다
김영자 화백 별세

‘호남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김영자 화백이 지난해 12월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1922년 목포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일본으로 건너가 우에노 미술전문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귀국 후 천경자 화백과 함께 한국 여류화단을 이끌었으며 1953년 광주와 대전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60여 회 전국 순회전을 개최해 이름을 떨쳤다. ‘농악’ 시리즈, ‘군무’, ‘탈춤’ 등은 ‘김영자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특히 풍경과 풍속화를 주로 그린 그는 “서양화를 배웠지만 서양을 따르지 않고 한국적인 것을 찾겠다”는 신념을 실천에 옮겼다.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김 화백은 1984년 광주 전시회를 마친 후 목포에 정착, 후배들을 가르쳤고 예향목포인 연합회 회장을 맡는 등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한편 목포시는 지난 2013년 작품을 기증한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전남여성플라자 내에 ‘김영자 화백 미술기념관’을 개설했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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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

“좋은 전시, 조은갤러리 ”  갤러리 조은

갤러리조은 (3)한남동 유엔빌리지길 조용한 골목 어귀에 좋은 갤러리, ‘갤러리 조은’이 들어섰다. “국제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한남동에 위치한 고품격 명품 갤러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라며 들떠있는 조인숙 대표의 얼굴에는 개관에 대한 안도감과 향후 운영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조 대표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어느 가을 우연히 지금의 갤러리 근처를 둘러보며, 운치 있는 거리의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다양한 국가의 대사관들이 들어선 지역으로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한다. 갤러리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자연히 이 지역을 떠올렸다.
전시장은 ‘심플함’을 기조로 꾸몄다. 낮은 천장을 그림을 걸 수 있도록 높이고, 사무실을 전시장 안쪽에 두어, 관객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기존의 화이트큐브의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정집에 들른 듯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노력했다. 전시장 한 켠에 놓인 소파와 테이블은 언제든 차 한 잔 나누며 그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새로 문을 여는 갤러리 중에는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열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갤러리 조은은 다르다. 전시는 대관 없이 초대전으로만 이뤄지고, 전시 외에 다른 행사에 대한 계획은 당분간 없다. 조 대표는 “전시를 잘 꾸며내기도 벅차요. 전시에 전력을 다해, 좋은 전시를 하는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라며 전시의 질적 향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40대 이상의 신진·중견작가 중심으로 올해 전시 스케줄이 대부분 결정되었고, 내년에 열릴 전시에 대해 조율할 만큼 전시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다. 조 대표가 작가선정부터 세심한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계획해갈 수 있는 데는 예전에 정동갤러리를 운영했던 경험이 뒷받침됐다. 당시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대관 중심으로 전시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때부터 “언젠가는 좋은 작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을 소개하고, 예술적 이야기가 퍼져나갈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근래의 변화를 바라보며 그 꿈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다. 탄탄한 경험과 철저한 준비로 중무장한 갤러리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한편 개관전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두 작가의 첫 만남으로 주목받는 김덕용·전병현 2인전 〈기억 속에 피어난 백화-봄날 오는가〉가 1월 15일부터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galleryjoeun.com

임승현 기자

갤러리조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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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조망하다
《광주비엔날레 20년 백서》출간

광주비엔날레재단(대표 박양우)은 1995년 창설부터 2014년까지 광주비엔날레 20년 발자취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350페이지 분량의 《광주비엔날레 20년 백서》를 펴냈다. 이 책은 디지털화 이전 자료를 최대한 발굴해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1부 ‘광주비엔날레 20년 경계를 넘어, 창조적 혁신으로’에서는 2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본 약사를 담았고 2부 ‘세계 현대미술에 던진 아시아적 화두’에서는 창설에서부터 조직과 재정, 전시, 동반 행사, 홍보, 마케팅, 행사장 운영, 언론 평가 등이 수록됐다. 3부 ‘창조의 에너지 국제예술도시 전망을 열다’에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관한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광주 폴리, 아트광주 등 다양한 사업과 교육 및 교류 프로젝트 등이 실려 있다. 4부 ‘평가와 비전 모색’은 1998년, 2000년, 2007년, 2013년의 발전 방안 연구를 비롯, 재단과 외부에서 진행된 심포지엄, 토론회, 공청회 등 평가와 분석, 정체성과 비전을 담았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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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총정리
《SeMA Collection 200》발간

서울시립미술관이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주요 소장품을 정리한 도록 《SeMA Collection 200》을 발간했다. 도록에는 400여 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200여 점이 수록됐다. 작가는 연대별,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 그중 2000년대와2010년대 소장품이 다수 포함되어, 미술관의 최근 컬랙션 경향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번 도록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SeMA 내 학예연구사들의 주도하에 외부 연구자들이 참여한 ‘소장작품 연구 협력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며, 올해 말 영문판 〈SeMA 소장작가 사전〉 등을 차례로 발간하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SeMA Collection 200》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2016년 2월 제373호

특집

황현욱,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2001년 54세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황현욱(1948~2001)이라는 인물을. 그는 젊은 시절 작가로도 활동했고, 1980년대 초부터 대구와 서울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초창기 대구지역 현대미술 작가와 교류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황현욱은 1988년 서울 동숭동에 인공갤러리를 설립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혔다. 인공갤러리가 1995년 카페 말파(Marfa)로 바뀌기 전까지 그가 한국 현대미술에 남긴 영향력은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졌다. 황현욱은 당시 웬만한 국공립/사립미술관에서도 감히 엄두도 못낼 세계적인 작가 도널드 저드와 리처드 롱의 개인전을 국내 미술계에 선보였다. 또한 故 윤형근과 이우환 박서보 같은 단색화 작가의 가치를 일찍이 발견하고 주목한 선지자적 인물이다. 이밖에도 김용익, 故 박현기, 이기봉, 우순옥, 장옥심, 제여란, 최선명 등 이른바 ‘미니멀리즘 계열’ 작가의 전시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와 같은 황현욱의 안목과 존재감은 단순히 화랑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킨 중요한 사건이자 역사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기억 속에서 황현욱이라는 존재가 서서히 잊혀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월간미술》은 그와 인공갤러리를 집중 발굴, 재조명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이 황현욱 개인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앞으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가 지속적으로 복원 발굴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장 브리핑40

칼럼42
분단국가의 예술 창작 | 이광

모니터 광장44

기자의 시각46

사이트 앤 이슈52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멋의 맛_조성묵> 메신저-의자에 서린 삶의 메타포 | 김영호

핫 아트 스페이스 56

사이트 앤 이슈60
미리보는 2016년 주요 전시 |임승현

특집 황현욱,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68
응답하라! 황현욱 |류병학
좌담 : 황현욱의 대구시절 발자취를 추적하다 |이교준, 이명미, 권오봉, 정병국
그를 처음 만난 기억|최병소 당신이 진정한 승자입니다! |이동영 황현욱의 인공갤러리와 나 |김용익
황현욱과 철학자 박이문 선생, 그리고 나 |우순옥 내가 혜화동 키드였던 시절 |고충환
“어쩌면 영 딴판이었는지도 몰라”-막다른 공간 -HHW의 선택 가능성 |제여란

스페셜 아티스트 98
정동석 삶의 말, 삶의 꿈, 삶의 꽃 |김진하

작가 리뷰 106
김지연 사물의 질서로서의‘낡은 방’ |전가경

화제의 전시 112
<매그넘 컨택트 시트展> 훔쳐보는 즐거움|정주하

전시 초점 120
<2015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展> 미래의 지역미술과 부산시립미술관의 행보 |김만석

월드 리포트 128
<제8회 아시아 퍼시픽 트리엔날레> 전시장에 펼쳐진 아시아의 미술지도 |황석권

작가 에세이 136
문화가 이어지는 낭만의 성(城), 라 나풀(La Napouel) 예술적인 공간에서 받은 영감 |조숙진

뉴페이스140
박지나 현실에 드러난 불가능한 존재 |황석권 박여주 공간 너머의 공간 |이슬비
박광수 선(先)긋고, 선(線) 채우기 |임승현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5 146
생애전환기의 작업실 |최예선

강성원의 인문학미술觀 11 148
정원, 삶의 리얼리티를 깨닫는 공간 |강성원

크리틱152
아티스트 파일 2015 : 동행·이준·이원호·이강욱·현실활용가

리뷰 158

월드 프리뷰 160

프리뷰164

전시표 168

아트북172

아트저널 174

독자선물 178

편제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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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Briefing40

Column42
TArtwork in divided nation|Lee Kwang

Monitor’s Letters 44

editor’s view46

Sight & Issue 52
Cho Sungmook |Kim Youngho

Hot Art Space56

Sight & Issue 60
Bye! 2015 Hello! 2016|Lim Seunghyun

SPECIAL FEATURE 68
Do you Know Hwang Hyunwook?
Ryu Byounghak, Lee Kyojun, Lee Myungmi, Kwon Obong, Jung Byungguk, Choi Byungso, Lee Dongyoung, Kim Youngik, U Sunok, Kho Chungwhan, Je Yeoran

Special Artist 98
Chung Dongsuk|Kim Jinha

Artist Review 106
Kim Jeeyoun |Jeon Gagyeong

Exhibition Topic 112
| Jeong Jooha

Exhibition Focus 120
| Kim Mansuk

World Report 128
| Hwang Sukkwon

Artist Essay 136
Château de La Napoule | Jo Sookjin

New Face 140
Park Jina | Hwang Sukkwon
Park Yeojoo| Lee Seulbi
Park Gwangsoo|Lim Seunghyun

Choi Yesun’s Sweet Workroom 5 146

Kang Sungweon’s Art & Humanities 11 148
Garden | Kang Sungweon

Critic152

Review 158

Preview of Overseas 160

Preview 164

Exhibition guide 168

art book 172

art journal174

readers gift178

Credit 180

SIGHT & ISSUE 우리 옛돌 박물관

우리옛돌 (31)

성북동에 터 잡은 우리옛돌박물관

2015년 11월 11일 ‘우리옛돌박물관’이 성북동 언덕에 들어섰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했던 세중옛돌박물관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집을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능묘조각인 문인석, 장군석, 석수, 향로석, 장명등, 망주석과 민간 신앙과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동자석, 장승(혹은 벅수), 솟대 등 다양한 옛 돌조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석조문화재’라 하면 딱딱하게 느꼈을 텐데 ‘옛 돌’이라 부르니 우리 선조의 ‘바위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 어딘지 정이 간다. 그러나 소박한 이름에 비해 규모는 압도적이다. 국내 최대 석물 전문 박물관으로 약 5500평(18,155 여m2) 부지에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40년 동안 수집한 옛 돌조각(석물 1242점, 자수 280점, 근현대 한국회화 78점)이 전시되어 있다. 천 이사장은 “석조 유물에 대한 진위 장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골동상 허가가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석조물을 구입했다”고 한다.
워낙 많은 양의 옛 돌조각이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은 단연 야외전시관이다. 돌 조각은 자연에 사람의 공이 들어가 깎고 새기기를 반복해 만들어진다. 이후 해를 쬐고 바람을 맞으며 시간이 흘러 완숙해져 간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한 협업이 바로 우리 옛 돌이 지닌 예술적 아름다움이 아닐까? 산책로를 겸한 ‘돌의 정원’은 수복강녕과 길상의 기원이 뚜렷이 드러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로 가득 서있는 문인석과 장군석은 관람자를 든든하게 보호한다. 또한 주제별로 석조물의 특징을 살려 구성한 정원은 옛 돌조각으로 펼칠 수 있는 전시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 올레 길이 연상되도록 제주지역 동자석으로 꾸민 섹션이 한 예다. 동자석이나 벅수 등은 민중의 정서가 담긴 질박하고 해학적인 아름다움이 그 특징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안녕과 화복을 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지만, 우리네 얼굴의 원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석조 전문가의 수는 매우 적다. 박물관에서 소장품을 중심으로 연구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작시점이나 지역을 포함해 우리 옛 돌의 문화사적 가치를 밝히는 학술적인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천 이사장은 “석조유물을 연구하는데 우리 박물관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와 공유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우리 옛 돌 연구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임승현 기자

HOT ISSUE

고전서양미술사에 대한 활발한 저술과 번역 활동으로 잘 알려진 노성두 박사가 <루벤스는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원고를 《월간미술》에 보내왔다. 이에 앞서 노 박사는 독서신문 《책과 삶》에 연재 중인 ‘노성두의 그림읽기’(2015년 10월호, 11월호)에서 “현재 LA게티미술관에 있는 한 뼘 반짜리 초상 소묘의 주인공을 둘러싼 논의의 역사는 꽤 길고 깊지만, 조선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처음 주장했다. 이후 시사월간지 《신동아》(2015년 12월호)에 같은 논지의 글을 게재해 논쟁의 불을 지폈다.
공교롭게도 같은 달 《월간조선》에 ‘[역사추적] 루벤스 作 <한복 입은 남자>로 본 神話의 탄생과 소멸-임진왜란 때 유럽으로 간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 그는 어떻게 신화가 되었나’제하의 김성동 기자 글이 실려 ‘루벤스의 조선인 그림’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때마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2015.12.12~4.10)이 열리고 있다. 물론 이 전시에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가 전시되지는 않지만 노성두 박사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월간미술》은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지속되기 바라며, 노 박사의 글을 소개한다.

“루벤스는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

노성두 미술사

〈한복 입은 남자〉. 페테르 파울 루벤스 (Peter Paul Rubens)가 유일하게 조선인을 모델로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데, 현재 LA 게티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이 1983년 11월 29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소묘작품 사상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에 낙찰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피렌체 출신의 이탈리아 상인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가 기록하고 사후 출간된 《나의 세계 일주기》에는 조선의 해안 지방에서 왜구에게 납치되어 터무니없는 헐값에 노예시장에 나온 조선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인 다섯 명을 12스쿠디보다 조금 더 쳐서 매입하고 세례를 받게 한 다음 그 가운데 넷은 인도 고아에서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풀어주고 한 명을 피렌체까지 데리고 왔는데, 현재 그는 로마에서 안토니오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고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1979년 10월 7일 김성우(한국일보 기자)가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코레아 성씨가 원래 조선인 안토니오의 후손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발표하면서 국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또 1992년에는 임진왜란 400주년에 즈음하여 알비의 시장과 주민들을 국내 초청하고, DNA 검사를 하는 등 법석을 떨다가 한국인의 혈통과 전혀 무관하다는 허탈한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이듬해 1993년에는 소설가 오세영이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는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판매부수 200만 부를 훌쩍 넘기며 국내에 안토니오 코레아 열풍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발표된 다수의 소설과 다큐멘터리, 드라마, 뮤지컬, 논문이 예외 없이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전시 〈초상화의 비밀〉이 열렸을 때 박물관 건물 전면을 채우는 거대한 걸개그림에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가 집채보다 큰 사이즈로 등장해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 중 시간을 쪼개어 게티미술관을 찾아 루벤스의 소묘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안토니오 신화는 픽션과 팩트와 팩션 사이를 넘나들면서 군더더기가 많이 붙는다. 역사적 사실에서 오류의 더께를 벗겨내고 기록의 근거를 치밀하게 추적한 연구서가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이다. 부산대 사학과의 곽차섭 교수가 2004년 푸른역사에서 출간한 단행본인데 지금은 절판되었다. 곽차섭은 책에서 루벤스가 그린 게티 소묘의 주인공은 조선인이며, 그 조선인은 다름 아닌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주장한다.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필자의 결론을 앞당겨 밝히면 이렇다. “루벤스는 조선인도, 안토니오 코레아도 그리지 않았다.”
《월간조선》 2015년 12월호 ‘루벤스 작, 〈한복 입은 남자〉로 본 신화의 탄생과 소멸’ 제하의 기사는 그간의 안토니오 코레아
논쟁을 정리하고 있다. 김성동(월간조선 기자)은 안토니오 코레아 신화가 1979년에 탄생했다가 2015년 11월 노성두에 의해 소멸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곽차섭의 입장을 간단히 소개했다. 먼저 곽차섭의 논리를 들어보자. 그는 세 가지 근거를 내세워 루벤스 소묘가 조선인을 모델로 했다고 확신한다.
1. 머리에 조선 방건을 쓰고 있다.(서양사학자 곽차섭 주장)
2. 상투를 틀었다.(한문학자 강명관 주장)
3. 조선 철릭을 입었다.(복식사학자 석주선 주장)

068-071 핫이슈 노성두

왼쪽 루벤스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부분) 오른쪽 루벤스 〈한복 입은 남자〉(부분)

여기서 ‘조선 방건’이 곽차섭의 유일한 관찰이다. 1934년 영국 미술사학자 클레어 스튜어트 워틀리가 루벤스 소묘에 대해 ‘조선인 특유의 투명한 말총모자’를 언급한 적이 있고, 곽차섭이 이를 조선 방건으로 확정한 뒤 지금까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학계에 수용되었다. 현재 게티미술관에서도 〈한복 입은 남자〉라는 작품 제목을 공식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복 입은 남자’는 한 명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 걸려 있는 루벤스의 대형 제단화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도 같은 인물이 나온다. 제단화 속의 동양인과 게티 소묘의 주인공을 비교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식과 차림새가 일치한다.
또 두 사람의 용모를 비교해도 쌍꺼풀 진 눈, 바깥으로 솟은 눈꼬리, 깡총한 눈썹, 내려앉은 콧부리, 단단한 콧날, 돌출형 치아와 도톰한 입술, 동그란 광대뼈, 좁은 하관, 그리고 귓불 등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학계에서는 둘을 동일 인물로 보고, 이 점에 곽차섭도 동의한다. 빈 제단화는 원래 북유럽 가톨릭의 전초기지 가운데 하나였던 안트베르펜에 새로 지은 예수회 교회인 이냐치오 로욜라 교회(1779년에 카를로 보로메오 교회로 개칭)의 중앙 제단화 두 점 가운데 한 점으로, 작품 주문시점이 1617년이다.
학계에서는 루벤스가 제단화를 주문받고 나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게티 소묘를 제작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작 시점이 1617년경이 된다. 하지만 곽차섭은 10년 정도 앞당겨서 1607~1608년경에 소묘가 그려졌고, 게티 소묘는 제단화의 동양인과 동일 인물이기는 하지만 제단화 주문과 무관하게 작업되었으며, 동양인의 정체가 다름 아닌 조선인 노예 출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본다. 곽차섭의 논리는, 루벤스가 로마 체류시절에 조선인 안토니오를 만났고, 나중에 소묘를 활용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동양인 모델을 그려서 챙겨두었고, 우연히 10년 뒤 안트베르펜 예수회로부터 예수회 선교와 연관된 제단화 주문을 받고는 고이 모셔둔 조선인 소묘를 다시 꺼내서 제단화 밑그림 그릴 때 활용했다는 것이다. 현재 게티미술관은 곽차섭의 주장과 달리 소묘의 제작시점을 1617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방건과 크기의 문제
곽차섭은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 방건을 착용했으니 당연히 조선인이라고 말한다. 깔끔한 논리이다. 실제로 곽차섭은 책의 상당 부분을 방건에 대한 설명에 할애하면서 풍부한 증거 자료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의 방건 이론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방건은 사각형의 관모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이다. 상하를 제외하고 네 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면은 굵은 사각형 테두리 안을 가는 올로 엮어 채워서 만든다. 4개의 면을 나란히 엮으면 정육면체에 가까운 반듯한 형태의 방건이 완성된다. 그런데 게티 소묘의 관모는 네모난 형태가 아니라 원통형이다. 각도 보이지 않고 면도 보이지 않는다. 사각형의 굵은 테두리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곽차섭은 “언뜻 보기에 드로잉 속의 방건은 사각형이 아니라 둥근 모양인 듯도 하지만, 이는 여러 해에 걸쳐 사용함으로써 각진 부분이 완화된 결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89쪽)라고 해명한다.
방건을 여러 해 사용했더니, 가는 올은 멀쩡한데 굵은 바깥 틀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세로로 각진 부분 역시 저절로 펴져서 원통형으로 변신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방건은 벗어둘 때 납작하게 눌러 접어서 보관하기 때문에 올이 풀리고 해져서 나달나달할 때까지 써도 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생선구이 석쇠를 오래 썼더니 가는 철사로 엮은 망은 멀쩡한데 바깥을 두른 굵은 철사심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실물 방건과 그림 속 관모를 비교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논리적 추론이라기보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나 통할 기적에 대해 지금껏 아무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 불가사의하다.

068-071 핫이슈 노성두5
곽차섭이 저지른 또 하나의 치명적 오류는 작품 해석은 반드시 작품 관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미술사 방법론의 대전제를 무시한 점이다. 작품 관찰보다 자신의 학식과 역사적 상상력을 우선시한 것이다. 게티 소묘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애당초 루벤스가 완성한 소묘작품의 크기는 현재 상태보다 조금 더 컸을 것이다. 소묘의 가장자리를 관찰하면 원작의 상단과 하단이 잘려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루벤스의 소묘 〈한복 입은 남자〉는 종이 가장자리를 따라서 상하좌우에 테두리 선이 그어져 있다. 그런데 작품 속 관모의 세로 올을 표현한 선들이 수평으로 그어진 테두리 선을 넘어서 종이 끝까지 뻗어 있다. 작품 하단부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루벤스가 동양인 모델을 그리면서 관모와 발목을 끊어먹지 않았다고 보고, 원작에서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해보자. 복원 기준은 빈 제단화이다. 제단화의 동양인을 터잡아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하면,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쓰고 있는 관모는 각이 진 방건 형태가 아니라 높이가 훨씬 올라가는 원통형이 된다. 방건을 쓰기 전에 망건을 두르지 않은 데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레 해소된다. 그의 관모는 방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곽차섭의 책 12쪽의 도판에는 그림 가장자리에 테두리선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처음부터 부실한 도판을 보고 주장을 개진했다면, 스스로 방건 이론을 철회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소묘 작품의 상·하단 테두리 선을 실수로 놓쳤거나, 테두리선은 보았지만 관모의 세로 올이 테두리 선을 관통하는 부분의 디테일을 보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묘의 디테일을 무시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월간조선》 2015년 12월호 (364쪽) 김성동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곽차섭은 “노 박사는 그림 속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것이 조선 방건과 철릭이 아니기 때문에 제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림 속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방건과 철릭이 어디 것인지를 밝혀야 하고 혹시 그것이 중국의 것이라면 그 시대 그와 유사한 모자와 옷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여전히 제 견해는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라고 항변하면서, 방건 이론을 고수하고 있다. ‘동그란 네모’, 또는 ‘네모난 동그라미’를 논리학에서는 ‘형용모순’이라고 한다. 곽차섭의 항변에 대해서 이렇게 되묻고 싶다.
“가령 미켈란젤로가 그린 우피치 미술관의 〈도니 톤도〉 배경에 나오는 알몸의 청년들이 우리 은하계에서 200만 광년 정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주장을 누군가 제기했을 경우, 그 주장을 반박하려면 알몸의 청년 모두의 이름과 주소지를 밝혀야만 하며, 그렇지 못하면 외계인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씀이신지?”
곽차섭은 또 다른 근거로 그림 속 인물이 조선 철릭을 입고 있으니 조선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묘에는 철릭에 넓은 목깃이 접혀 있을 뿐, 조선 철릭의 특징인 동정이 달려 있지 않다. 또 무릎 뼈 바로 아래에 걸칠 정도로 짧은 조선 철릭에 비해서 게티 소묘의 철릭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이가 풍성하다. 그런데도 정말 조선 철릭일까? 게티 소묘의 철릭은 루벤스가 1617년경 그린 예수회 선교사 〈니콜라스 트리고의 초상〉이나 같은 시대 마테오 리치가 입고 있는 중국식 철릭과 형태가 훨씬 유사하다. 곽차섭은 그의 책(95쪽)에서 원작 소묘의 흑백 프린트에다 목깃 안쪽에 마치 조선식 철릭의 동정이 달려있는 것처럼 굵은 검정색으로 가필한 도판을 붙여두었다. 정작 루벤스는 그린 적이 없는 동정이 사학자의 신비로운 손길에 의해 홀연히 현현한 것이다. 남의 작품에다 없는 동정을 슬그머니 그려 넣고 주인공의 신분과 국적을 세탁하려고 한 것일까?
조선 방건을 쓰고 조선 철릭을 입었으니 조선인이 당연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모두 깨진 셈이다. 다시 말해 루벤스 소묘의 주인공은 조선인이 될 수 없다. 조선인이 어쩌다 이국의 복식을 입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같은 논리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사람이 그랬을 가능성도 똑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별 의미가 없다.
엉터리 방건과 위조 철릭을 내세운 곽차섭은 또 루벤스가 안토니오 코레아를 1607~1608년에 로마에서 만나서 소묘를 제작했다고 주장한다.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인이라는 전제가 성립한 연후의 주장이므로 그의 안토니오 코레아 이론은 당연히 배척되어야 하겠지만, 여기서 잠시 입장을 바꾸어서 거꾸로 접근해보자. 만약 곽차섭의 주장대로 루벤스가 조선인 안토니오를 로마에서 만나서 모델이 돼줄 것을 요청하고 소묘 작업을 진행했다는 추리가 성립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까?

 루벤스 〈니콜라스 트리고의 초상〉 44.6×24.8cm 1617(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

루벤스 〈니콜라스 트리고의 초상〉 44.6×24.8cm 1617(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

1607~1608년, 루벤스는 건강 상태와 재정 상태가 최악이었다. 또 로마에 신축한 예수회 교회인 키에사 누오바 교회의 주제단화를 그리기로 하고 근 1년에 걸쳐 완성했으나 교회 측으로부터 작업 대금도 못 받고 거부당한다. 두 번째 제단화에 전념하던 중 가까스로 완성했을 무렵 고향 안트베르펜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급한 전갈을 받고 제단화의 공개도 못보고 귀향길에 오른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장차 10년쯤 뒤에 안트베르펜 예수회 교회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제단화 주문에 대비하여, 예수회가 선교 활동을 벌인 인도, 중국, 일본을 대표할 인물상을 모색하던 가운데, 유럽에 이미 꽤 진출해 있어서 모델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중국인은 제쳐놓고, 예수회 선교와도 상관없고 외교관계도 없어서 유럽 전체에 겨우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조선인을 굳이 수소문해서 조선인 노예 출신인 안토니오를 찾아낸 뒤, 그에게 혹시 동양의 고관대작이나 외교 관료나 고위 성직자가 걸칠 만한 의관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의관정제하여 초상소묘의 모델로 서줄 것을 요청하고,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모델료를 지불하고 그림을 그렸어야 한다.
한편, 조선인 안토니오는 왜구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린 뒤에, 파란만장한 삶의 역경과 거친 역사의 파고를 거치면서도, 자신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황금비단 철릭과 사치스러운 이국풍의 가죽신발과 높은 관모를 끝내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플랑드르 화가의 모델을 설 때 요긴하게 활용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곽차섭의 주장은 불가능에 가까운 성립 확률을 수차례 중첩해 논리의 차원을 크게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조선 천재 김시습이 다섯 살 연상의 어우동을 갈라파고스에서 만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낳았다는 쪽에 베팅을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