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ates of Change
변화율

라이언 갠더

2021.06.24 – 2021.09.17
SPACE K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 소재)은 6월 24일부터 영국의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 (Ryan Gander)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9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변화율 (The Rates of Change)’이라는 제목으로 갠더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주로 일상적인 사물을 단서로 관람객에게 예기치 못한 스토리텔링을 유도하는 작가는 설치와 조각, 평면, 사진, 텍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구사하며 시간성에 천착한 작품 28점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에서의 이번 개인전에는 그의 주요작은 물론 미술관 루프탑에 야외 조각이 설치되어 한층 특별하게 꾸며진다.

전시 제목 ‘변화율 (The Rates of Change)’은 자신의 작품에 시간적 속성을 부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예컨대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시간의 흐름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기호로서 ‘쌓인 눈’을 이용한다. <몇 인치의 눈이 쌓인, 뒤집힌 브로이어 의자 (Up ended Breuer chair after several inches of snowfall)>와 <눈 내린 오후 뒤집힌 르 코르뷔지에 의자 (Up turned Le Corbusier chair following an afternoon of snowfall)>에는 디자인사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 유명 의자를 등장시켜 그 위에 쌓인 눈을 연출한다. 넘어진 의자는 넘어지기 이전 혹은 넘어질 수밖에 없는 어떤 상황에 대한 상상을 유발한다. 이렇게 이야기꾼으로서 갠더의 재주는 고양이와 좌대가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에서도 발휘된다. 살아 숨쉬는 듯한 고양이와 흰색 좌대가 작품의 전부이다. 작가는 본래 다른 작품이 놓였던 좌대 위에 기계 모형 고양이를 배치하고 모든 좌대의 출처와 고양이 이름을 작품의 제목에서 서술형으로 길게 풀어냈다. 길고양이 로티와 타이거, 삭스, 스모키가 각각 에바 헤세 (Eva Hesse)와 수잔 힐러 (Susan Hiller), 브루스 맥클린 (Bruce McLean), 조나단 몽크 (Jonathan Monk)와 같은 현대의 주요 조각가의 논쟁적인 작품들이 놓였던 좌대를 하나씩 차지하는 유머러스한 풍경이 펼쳐진다.

라이언 갠더는 작품 자체를 해석해야 할 대상이나 숨겨진 단서로 구성된 하나의 통합체로 구현하여 관람객 스스로 연상과 상상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안내하는 스토리텔러이다. 갠더는 “관람객이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모든 것을 직접 알려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한 이야기의 ‘서두’가 되며 그 후에 이어질 이야기는 언제나 관람객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도록 남겨진다. 기호와 관습은 물론 어떠한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이번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에서 낡은 인식과 진부한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하연지
자료 제공: 스페이스K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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