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케네디(Richard Kennedy) : Missed Connections

2020. 2. 19 – 3. 22

조현화랑 해운대 

johyungallery.com


Richard Kennedy, < FRENNN >, Acrylic on Canvas, 110x110cm, 2019.

조현화랑 해운대에서는 이달 22일까지 리차드 케네디(Richard Kennedy)의 개인전 < Missed Connections >을 개최한다. 리차드 케네디(Richard Kennedy)는 뉴욕을 거점으로 현대미술, 작곡, 오페라 각본 및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예술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없는 오페라’를 제작하던 중에 파생된 회화 작품 8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백인 중심 문화인 오페라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자신과 같은 흑인 그리고 성 소수자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Richard Kennedy, < RAWWWWR >, Acrylic and Bingo Papers on Canvas, 190x134cm, 2019.

Richard Kennedy, < UNPREPARED >, Acrylic on Canvas, 190x134cm, 2019.

리차드 케네디(Richard Kennedy)는 미국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초등학생 시절 오페라에 빠져 이후 오페라가 가진 다양한 기호들의 상징과 상호작용을 공부했다. 그는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유로 오페라 구조 속에서 자신이 수많은 사람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오페라를 생각하면 관람객이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웅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화려한 의상을 걸친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러나 작가는 오페라를 선보이기에는 다소 독특한 장소인 갤러리를 무대로 선정해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 같은 오페라를 창작했다.

2019년 베를린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에서 그는 회화, 영상, 조각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관객이 없는 오페라’를 주제로 한 전시 < (G)hosting >을 선보였다. 무대 위가 아닌 화이트 큐브 전시장에서 실현된 이 오페라는 펜스와 그 위에 놓인 모니터, 조각, 그리고 페인팅으로 구성된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불협화음은 관람객을 더 긴장시키며 조각과 그림은 보는 이의 시각을 자극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관객은 여러 방향으로 길이 이어져 있는 펜스 사이에서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며 감상할 수 있다. 열린 전개로 진행된 오페라는 관람객을 색다른 방향으로 이끌며 새로운 ‘첫 만남’을 찾도록 유도한다.

Richard Kennedy, < AFTERS >, Acrylic on Canvas, 190x134cm, 2019. 

< Missed Connections >전에서 선보이는 회화 작품은 < (G)hosting >을 만들던 중에 파생된 오페라의 리브레토(liberetto; 오페라의 대본)를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리브레토를 물리적으로 창조함과 동시에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냈다. 작품 위 텍스트는 성 소수자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이자 매스컴의 검열을 피하고자 추상화된 코드이다. 반복적으로 배치된 문구들은 리브레토를 반복해서 읽는 행위와 같이 오페라 공연의 연습과 무대 위 실전의 경계를 환기시킨다. 한 사람이 같은 단어를 반복했을 때 억양, 톤, 목소리의 크기 등 여러 감정에 의해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과 달리 정해진 틀이 있는 공연에서는 무수히 반복된 연습을 통해 정제된 단 하나의 주체가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리차드 케네디의 작품에서는 확실한 주체나 정체성이 아닌 불안한 존재감으로 나타나며, 작가는 이로써 결정적인 발화는 과연 존재하는지 또한 그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는지 질문한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그림이 발화하는 것인지 발화를 유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작업은 보는 이의 감각을 일깨워주지만, 기준을 세우지 않고 중심에서 미끄러지고 가치판단을 지연시킨다. 리차드 케네디는 작품이 국적, 인종, 성 정체성의 새로운 형상을 제시하기보다 작품을 보는 관람자가 그림과 텍스트를 관찰하고 발화하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잠재력에 호소한다.

자료제공: 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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