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5 김윤희

자연과 인간이 유쾌하게 공존하는 세상

오늘날 동양화가들은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동양화의 전통적 요소와 동시대적 변화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해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풍경을 그리는 작가 김윤희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최근 만삭의 몸으로 5번째 개인전 <기묘한 설레임>(2014.12.6~12)을 인천 갤러리 지오에서 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이 “산수나 풍경으로 정형화되기보다는 이미지 그 자체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윤희는 강원도, 서울 일대의 풍경을 스케치하기 위해 답사를 다니고 동네의 특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서울 한남동이 강변북로로 둘러싸인 모습을 마치 왕관처럼 캐릭터화했다.
요즈음 작가는 장소에 대한 해석을 개인적인 감수성으로 환원하기보다 그림을 보는 이가 풍경을 이미지 자체로 대면하고 그림에서 독특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풍경의 패턴화된 형태, 도트, 색면 처리 등도 인간과 자연이 맺고 있는 유기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공간 개념을 제시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해당한다.
김윤희가 그리는 풍경은 이상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삭막하지도 않다. 인간의 거주 공간은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 블록처럼 자유롭게 구성되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공간으로 표현돼 있다. 여기에서 자연 풍경은 회색톤의 먹으로, 동네 풍경은 컬러풀한 아크릴 채색으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적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대결구도가 아니라 그림 안에서 색다른 어울림을 이루는 것이다.
김윤희는 동양화의 특성이 한계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떠안는 방식을 취한다. 때로는 동양화의 전통을 뛰어넘어 마음껏 변주를 시도한다. 일반적으로 동양화가들은 먹을 통해 붓자국을 강조하지만 그녀는 먹을 하나의 색으로 사용한다. 자연이라서 먹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색으로서 먹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아크릴의 검은색은 먹만큼 풍부한 색의 깊이를 표현하지 못하단다.
그녀에게 동양화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위한 풍부한 토양이자 원천이다.
김윤희의 근작들은 이번 전시 제목처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면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감수성으로 ‘기묘한 설레임’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거 동양화에 자연을 이상향으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이 배어있다면 작가는 지금의 현실이 반영된 자연관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연을 통해 아름다움과 휴식을 느끼고자 했다. 작가는 직접적으로 주장하진 않지만 이런 감수성이 오히려 인간이 자기 중심적으로 자연의 리듬을 파괴하고 현대문명을 성립해온 근원은 아닌지 반성한다.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낸 공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자꾸 변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이 공간 속에서 기묘한 느낌, 그리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설레임을 찾고 싶어요. 서로 다른 두 감성이 만나서, 실제로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포착하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공간감을 드러내는 것이죠.”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인간의 삶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공간의 유쾌함을 드러내기 위해 제목을 지을 때도 나름대로 고민하는 편이다.
김윤희의 작업은 여전히 어떤 변화를 위한 출발점에 서있다. 지금의 시도가 차곡차곡 축적되도록 작업량을 늘리고 앞으로는 대형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작업도 좀 더 단순한 형태로, 평면적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그러다보면 지금까지 화면에 보여주었던 전통적인 필선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슬비 기자

art141212_02김윤희 Kim Yoonhee
1984년 출생했다. 덕성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박사과정 중이다. 2008년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