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제377호

특집

우리가 다시 구상조각을 주목하는 이유
만약 “지시하는 모든 것이 조각이다!”로 조각을 정의한다면 이번 호 《월간미술》의 특집은 의미를 간파하기 힘들거나 그 저의가 의심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조각의 고전적 의미를 반복해 정의하거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르 구분이 더 이상 명분을 쌓지 못한 채 공허함을 자아내고 오히려 그것의 파괴가 당연시되는 때, 이른바 ‘구상조각’의 지금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모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구상조각’이라는 지시어가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형태의 구축이라는 조각 본연의 의미가 지금도 유효하기에, 그리고 조형물에 구체적 형상성을 불어넣는 작가가 존재하고 그들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기에 ‘구상조각’의 의미를 동시대적 상황으로 살펴봄직하다. 우선 근대 이후 한국 ‘구상조각’에 대한 역사를 재조명해 본다. 이를 통해 구태의 개념을 새로운 개념으로 전환하여야 하는 당위성을 확보할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획의 발현 지라 할만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벌어진 조각의 선지자적 움직임을 추적해 본다. 이어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와 경제적 상황의 흐름과 변화를 겪은 조각가가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여부를 현실적으로 짚어본다. 더불어 8명의 작가를 지면에 초대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작업과 짧은 작업노트가 이번 기획의 의도를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미술은 정의되지 않기에 변화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본 기획이 조각의 지금을 정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현상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편집장 브리핑 60 무엇이 ‘진짜 미술’인가?

모니터 광장 62

칼럼 64
지켜야할 약속 | 박천남

기자의 시각 66

사이트 앤 이슈 72
성보문화재단 윤장섭 이사장 별세 | 호림 윤장섭 선생을 기리며 | 이원광

핫피플 74
제정자 <이브자리 40주년, 이브갤러리 20주년 기념전: 선조의 영혼> | 이슬비
브라이언 리 <CMAY갤러리 서울 초대전> | 임승현
이목일 <이목일 개인전> 《나는 영혼을 팔아 그림을 그린다》 | 곽세원

핫 아트 스페이스 78

특집_우리가 다시 구상조각을 주목하는 이유 82
21세기 신체조각의 확장, 혹은 (신)구상조각의 명명 | 백곤
조각의 변태, 입체미학의 확장 | 김종길
2000년대의 형상조각_한국조각의 자율성에 대한 단상 | 강정호

스페셜 아티스트 102
최병민 최병민의 천문·인문·지문 그리고 한국 구상조각의 현실에 대한 한 소회 | 성완경

작가 리뷰 108
나점수 세상과 더 잘 만나기 위해 詩가 되는 공간 | 김은영
홍유영 홍유영의 오브제 설치, 공간, 제도는 삶을 강제한다 | 고충환

전시와 테마 120
<사회 속 미술 : 행복의 나라展> 이중적 상징투쟁으로서의 민중미술 | 김동일

전시 초점 128
<아트스펙트럼 2016展> 내부의 다른 아트스펙트럼 | 강수미

화제의 전시 134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개관展> 나선형 역사 속에 비친 남성적 향수(鄕愁) | 진휘연

월드 리포트 138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재개관 낯선 건축, 열린 미술관 | 임승현

월드 토픽 146
<황융핑展> 세상의 모든 충돌 | 권은영
<율리안 로제펠트展> “안녕하십니까? 모든 예술은 속임수입니다” | 최정미

뉴페이스 156
라선영 인간을 말하다 | 이슬비
김하나 불안전한 시대의 온화한 풍경 | 임승현

강성원의 인문학미술觀 12  160
공공선(公共善)을 위한 투쟁 | 강성원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8  166
옛날 음악을 들으러 갔다 | 최예선

크리틱 168
한운성·이상길·박종규·한숨과 휘파람·허윤희·폐기된 사진의 귀환

리뷰 174

프리뷰 176

전시표 180

월드 프리뷰 184

지역 186

아트북 188

아트저널 190

독자선물 194

편제 196

표지 홍유영
〈한 평 공간에 관한 연구〉 2016 한 평 위에 알루미늄, 유리,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가볍고 깨지기 쉬운 소재의 오브제들을 쌓거나 걸쳐 놓았다. 이렇게 구축된 공간은 오브제 간에 긴장 상태를 형성하며 주변의 작은 움직임에 의해서 쉽게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separator][/separator]

Editor’s Briefing 60

Monitor’s Letters 62

Column 64
Park Chunnam

Editor’s view 66
Sight & Issue 72 Horim Yun Jangseob passed away | Lee Wonkwang

Hot People 74
Je Jungja | Lee Seulbi
Brian Rea | Lim Seunghyun
Lee Mokil | Gwak Seweon

Hot Art Space 78

SPECIAL FEATURE 82
Figurative Sculpture Now | Paik Gon, Gim Jonggil, Kang Jeongho

Special Artist 102
Choe Byougmin | Sung Wankyung

Artist Review 108
Na Jeomsoo | Kim Eunyoung
Hong Euyoung | Kho Chungwhan

Exhibition & Theme 120
<Art In Society : Land of Happiness> | Kim Dongil

Exhibition Focus 128
<Art Spectrum 2016> | Kang Sumi

Exhibition Topic 134
<Inauguration of Flatform-L Contemporay Artcenter>  | Jin Whuiyeon

World Report 138
SFMOMA’s Reopening | Lim Seunghyun
Huang Yongping | Kwon Eunyoung
Julian Rosefeldt | Chai Jungmi

New Face 156
Lah Sunyoung | Lee Seulbi
Kim Hana | Lim Seunghyun

Kang Sungweon’s Art & Humanities 12 160
Common Good | Kang Sungweon

Choi Yesun’s Sweet Workroom 8 166

Critic 168

Review 174

Preview 176

Exhibition guide 180

Preview of Overseas 184

Region 186

art book 188

art journal 190

readers gift 194

credit 196

Cover
Hong Euyoung <A Study of the Space of Han Pyeong> 2016

2016년 5월 제376호

특집

여덟빛깔 어린이문화공간
“어린이 관련 문화콘텐츠는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이 있다. 올해만 두곳의 어린이전용공간이 개관 예정이란 사실만으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일반 전시장에서 말하는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뛰지 마시오’ 등의 ‘하지 마시오’식 제약을 배제하고 어린이문화공간(childeren’s museum)은 관객의 직·간접적 체험을 끌어내며 자유로운 활동과 움직임을 권장한다. 존 듀이의 경험주의적 교육이념, 몬테소리의 자주적 학습이론과 비고츠키의 사회문화발달이론 등의 유아교육이론과 프뢰벨의 체계화된 교구 개발 등이 어린이문화공간 설립의 바탕이 된다는 점은 전통적인 미술관 및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어린이문화공간은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인 ‘수집’ 없이 운영될 수 있으며 이곳의 전시품은 수집과 보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소모되는 학습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더불어 전시 큐레이팅에서는 어린이 발달에 대한 연구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박물관’과 ‘어린이박물관’은 공간의 정의와 기능에서 추구하는 바가 사뭇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기관으로서 어린이문화공간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단순한 유희만을 추구하는 ‘놀이터’로서의 영리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지자체에서도 면밀한 준비 없이 ‘보이기 식’으로 앞 다투어 어린이문화공간을 건립하는 추세는 경계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 문화콘텐츠간 유사성의 한계도 고민해봐야한다. 국내 최초 어린이박물관이 들어선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월간미술》은 대표적인 국내 어린이문화공간의 특징을 소개하고, 어린이문화시설이 국내에 정착하기까지의 역사와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어린이박물관의 체험형 전시가(hands-on) 2016년 오늘에도 여전히 유일한 방식일까? 놀이와 교육, 전시와 감상을 적절히 조율한 어린이문화콘텐츠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

편집장 브리핑 68

모니터 광장 70

칼럼 72
예술가의 권리 : 표준계약서와 아티스트 피 | 캐슬린 김

기자의 시각 74

핫피플 80
박영택 <취향심향 : 미술평론가의 수집미학> | 이슬비
이광래 《미술 철학사 1, 2, 3》 | 황석권
이경순 <Honesty-in your life>| 황석권

사이트 앤 이슈 84
수림아트센터 개관  ‘도약’과‘확장’의 계기를 마련하다 | 황석권
권진규미술관 개관  괴짜컬렉터가 사랑한 조각가 | 박규형

핫 아트 스페이스 88

이태호 교수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 7  94
서울이 아름답다  압구정과 제천정, 한강을 즐기다 | 이태호

특집  여덟빛깔 어린이문화공간 100
국내 어린이 문화예술공간의 역할과 기능의 변화 | 백령
미래를 준비하는 어린이문화공간 | 김진희

스페셜 아티스트 126
이왈종  세속에서 찾는 중도(中道), 평형(平衡)의 기운 | 전은자

작가 리뷰 132
강요배  제주의 특수에서 우주의 보편으로 | 김준기
부지현  반사하고 비추며 연결되는 인드라망 |이나연

화제의 전시 144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展>  협업과 공존의 방식 | 안소연

전시와 테마 150
<최진욱展> <오치균展>  말수가 적은 회화와 많은 회화 앞에서, 비평의 딜레마 | 반이정

뉴페이스 156
윤대희 숨겨진 불안 | 황석권
정희정 태움과 채움 사이, 우연과 계획 사이 | 곽세원

크리틱 160
오승우·강운·강석호·서혜영·박형근

리뷰 166

지역 168

월드 프리뷰 170

프리뷰 174

전시표 180

논단 184
간판, 도시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 백승한

아트북 188

아트저널 190

독자선물 194

편제 196

[separator][/separator]

Editor’s Briefing 68

Monitor’s Letters 70

Column 72
Artists Rights : Artists Contract Template & Artists’ Fee| Kathleen E. Kim

editor’s view 74

Hot People 80
Park Youngtaek | Lee Seulbi
Lee Kwangrae | Hwang Sukkwon
Lee Kyungsoon | Hwang Sukkwon

Sight & Issue 84
Soorim Art Center | Hwang Sukkwon
Kwon Jinkyu Museum | Park Kyuhyeong

Hot Art Space 88
Lee Taeho’s Jinkyungsansu Sketch 794
Seoul is Beautiful_Apgujeong & Jecheonjeong|Lee Taeho

SPECIAL FEATURE 100
Welcome to Children’s Museum | Baik Young, Kim Jinhee

Special Artist 126
Lee Walchong |Jeon Eunja

Artist Review 132
Kang Yobae | Gim Jungi
Boo Jihyun | Lee Nayun

Exhibition Topic 144
<Brilliant Memories: With>  | Ahn Soyeon

Exhibition & Theme 150
<Choi Geneuk> & <Oh Chigyun>  | Ban Ejung

New Face 156
Yoon Daehee | Hwang Sukkwon
Jeong Heejeong | Gwak Seweon

Critic 160

Review 166

Region 168

Preview of Overseas 170

Preview 174

Exhibition guide 180

Art Forum 184
Signage 2 | Paek Seunghan

art book 188

art journal 190

readers gift 194

Credit 196

BRIEFING

《월간미술》활용법

또 다시 오월이다. 오월은 왠지 ‘오월’이라고 써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진짜 오월 같으니까.
아라비아 숫자로 ‘5월’이라고 쓰면 달력에 빨갛게 표기된 온갖 기념일이 먼저 떠오른다.
5.1 노동절부터 5.5 어린이날, 5.8 어버이날, 5.14 석가탄신일, 5.15 스승의날, 5.16 성년의날, 5.18 광주민주항쟁기념일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기념일이 많다. 매달 시기성을 고려해서 월간지를 만들어 내는 입장에선 행복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이현령비현령, 아무 기념일에 대충 꿰맞춰도 누가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로또 추첨하듯 무작위로 테마를 선정하지는 않는다. 나름 고민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그리하여 이번 특집, 어린이날을 염두에 뒀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한편으론 지난 호 특집이 너무 무거웠던 까닭도 크게 한몫 차지했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좀 뺐다. 화보 이미지도 한결 가볍고 발랄하다. 아무튼 특집 진행하는 걸 옆에서 지켜 본 바, 우리나라 참 많이 좋아졌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어린이미술관/박물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이렇게 훌륭하다니. 격세지감이다. 솔직히 그동안 어린이문화공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깨달았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실버산업이 유망하다지만 베이비 혹은 유소년 (미술)교육 관련 사업이야말로 영원불패란 걸.
어쨌든, 이번 특집은 어린 자녀가 있는 독자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독자에겐 그다지 흥미롭지 못할게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해 본다. 이번 기회에 책꽂이에 꽂혀있던 《월간미술》 과월호를 다시 꺼내보시라고. 예컨대 어린이박물관 기사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면, ‘중고교 미술교과서’를 다뤘던 지난 2015년 11월호를 다시 꺼내 보시란 말이다. 그러면 ‘미술교육’이란 큰 틀에서 이런 기획기사의 의미가 다시 보일 게다. 또 다른 예. 이번호 작가 꼭지에 등장한 작가 이왈종 강요배 부지현은 제주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향이 제주도이거나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면서 작업하는 작가다. 제주도 소식은 이것뿐 아니다. 감귤농장 ‘중선농원’에 새로 생긴 전시공간 갤러리2 관련 내용도 짤막하게 실렸다. 이 기사를 핑계 삼아 ‘제주도 미술’이 특집으로 소개됐던 《월간미술》을 다시 꺼내 보시라. 2013년 6월호다. 지금이라도 당장 제주도로 날아가고 싶어질 게다.
내친김에 하나 더, 해남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개관기념전 소식도 한 페이지 실었다. 멀리까지 발품 팔아 취재해 온 기사지만, 역시 이것만으로 흡족하지 못하다. (좀 오래됐지만) 2006년 5월호를 찾아보시라. ‘불교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가 특집이었다. <한국 불교미술의 이해>, <불교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텍스트와 전국 주요사찰 성보박물관 정보등 불교미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와 테마’ 꼭지 최진욱과 오치균 개인전 기사도 마찬가지. 《월간미술》 더 깊이 읽기가 가능하다. 두 작가의 전시를 비교분석하며 비평에 대한 딜레마를 토로한 반이정의 글은 2012년 3월호 특집 ‘안녕하세요, 비평가씨!’를 다시 꺼내 읽게 한다.
《월간미술》은 정기간행물이다. 유통기한 혹은 유효기간은 오직 한 달. 그래서 대형서점 책꽂이에 한 달 넘게 꽂혀 있을 수 없다. 그 달에 팔리지 못한 책은 천덕꾸러기 재고상품으로 전락한다. 제때 팔리지 않아 몇 달이고 아니 몇 년째 먼지 쌓인 채 서점 책꽂이에 초라하게 꽂혀있는 시집이나 소설책 신세에 비하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월간미술》은 월간인 듯 월간 아닌 월간지다. 그러니 유통기간이나 유효기간 따윈 무시해도 좋다. 《월간미술》은 두고두고 다시 꺼내 보는 책이니까.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LUMN 예술가의 권리: 표준계약서와 아티스트 피

“예술은 이상주의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자 상업주의와는 거리가 먼 장소였다. 예술하는 사람치고 예술로 생계를 꾸리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술평론가이자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배우자인 바버라 로즈(Barbara Rose)의 회고다. 그렇듯 예술은 돈벌이에는 관심 없는 낭만적 이상주의자들의 피난처 같은 곳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이 소명 의식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강요’가 아닌 ‘자발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 선택이나 예술의 특성이 예술가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유예해도 된다는 의미는 될 수 없다. 예술가라면 경제적 보상이나 상업성에 무관심해야 한다며 순수성과 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인정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향한 의지를 꺾을 수 있다.
미술품의 시장 가치나 경매가 기록 경신이 미디어의 헤드라인으로 오르내리고 예술의 가치와 예술품의 거래 가치가 혼재하는 시기, 예술은 산업이나 상업의 영역이어서는 안 된다거나 예술가는 창작 활동에 따른 감정적 보상과 사회적 존경심으로 먹고산다는 말은 공허하다.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13)에 따르면 미술 창작 활동을 통한 월평균 수입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미술인은 약 33%, 경제적 보상에 대한 만족도는 1.29(5점 만점)로 매우 낮았다. 불공정한 보상과 경제적 불안정성, 저작자로서의 권리 침해 등이 예술창작 활동을 방해한다는 증거는 많다. 예술 창작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권위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더욱 문제다.
예술생태계 개선을 위해선 예술가 복지에 앞서 적법하고 ‘정당한’ 권리 보장과 ‘정당한’ 보상체계 구축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계약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시각예술분야 표준계약서를 개발·보급하고, 미술인보수지급제도(artist fee) 연구를 진행한 사실은 긍정적인 일이다. 아티스트 피는 전시라는 형태로 공공의 장 안에서 작품 공표와 전시 참여에 대해 지급하는 보수의 성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예술창작도 최종 결과물뿐만 아니라 참여와 활동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예술가의 창조적이고 지적인 노력과 노하우를 사회문화적 기여 또는 공공재적 성격으로만 치부해 희생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예술가의 정당한 보상 지급 문제는 공정한 계약 체결과도 직결된다. 계약문화의 전통이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특히 예술계의 경우, 구두 형태의 간단한 합의 또는 동의서 수준의 일방적 계약서 사용이 관행이 됐다. 내용적으로도 합리적이고 정당한 수준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불공정 계약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된 데는 낮은 권리 의식과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예술가들 책임이 있다. 불공정 계약문화는 궁극적으로 미술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예술가 역시 자유계약 원칙에 따라 자유의사에 의한 거래와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예술분야 표준계약서 개발은 정부가 나서서 예술계에 건전하고 공정한 계약 및 거래 관행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시도이다. 표준계약서는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다. 특정분야 또는 직군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계약 내용에 대한 표준 양식이자 불공정한 계약을 예방하는 준거로서의 기준을 제시한다. 시각예술분야 표준계약서는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정보요구권 등을 포함한 저작자로서 당연한 권리 주장이 어려운 예술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계약 불이행이나 운송 및 보관 시 미술품의 훼손이나 멸실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항들을 담았다.
물론 표준계약서는 거래의 모델이 되는 서식이자 표준화된 내용을 모아놓은 문서에 불과하므로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법적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부당하게 계약기준을 하향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불공정 금지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표준계약서를 토대로 하되 계약당사자의 여건, 계약의 목적 및 성격, 세부조건 등에 따라 계약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계약서를 수정·변형하여 활용해야 한다. 계약서의 조건과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 경솔하게 서명을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표준계약서든 미술인보수제도든 예술가와 예술계종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캐슬린 김 법무법인 중정 변호사, 홍익대 겸임교수

HOT PEOPLE | 박영택

박영택_2길29 (5)

〈취향심향(趣向心向) : 미술평론가의 수집미학〉
이길이구갤러리 3.24~4.28

수집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인품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한 사람의 취향을 비롯해 삶의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다양한 사물을 수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미술 작품뿐 아니라 고미술품, 아기자기한 취향을 반영한 소품과 문구류, 자신을 꼭 닮은 심슨 캐릭터 등 수집의 범주도 다양하다. 그는 수집한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수집미학》 을 발간하기도 했다. 서울 신사동 이길이구갤러리에서 박 교수의 소장품 30여 점이 공개됐다. 수집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의 심미안을 살펴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실 박 교수는 본격적으로 수집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모으는 것은 투자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머니 사정상 구입 가격도 그리 비싸진 않다. 무엇보다 보는 순간 그를 매혹하는 것들이다. 그는 수집품을 창고에 쌓아 보관하지 않고 연구실 책상과 책장 위에 올려놓고 매일 눈길을 준다. 연구실 책상 앞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는 삼국시대 토기들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수집한 토기만 100여 점에 달하는데 그는 아득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 질박한 형상이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박 교수는 비평 행위나 수집 행위를 설명할 때 ‘편애’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비평이나 수집은 제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저를 사로잡는 무엇을 찾는 과정이죠. 전시를 보고 글을 쓰는 것, 골동품 가게를 둘러보고 물건을 사는 것이 분리된 행동은 아닙니다.” 감각의 촉수를 벼리며 자신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행위에 가깝다.
일단 수집의 단계에 들어서면 물건 하나를 사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단다. 그 역시 자신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하나의 체계를 세우는 일종의 분류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과정이 언젠가는 《수집 미학》의 후속편으로 소개될 것이다.
이슬비 기자

HOT PEOPLE | 이광례

《미술 철학사 1, 2, 3》미메시스 2016

미술을 바라보는 인식은 철학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철학이라는 시대의 인식에 대한 탐구가 미술을 보는 시각을 만드는 것이다. 근래 출간된 《미술 철학사 1, 2, 3》(미메시스)은 바로 서구 미술사를 바라보는 철학적 인식체계를 정리한 책이다. 총3권으로 구성된 《미술 철학사》는 강원대 철학과 이광래 명예교수가 10년을 준비해 펴냈다. 2656쪽에 달하는 방대한 노작(勞作)이다.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 권력과 욕망, 재현과 추상, 해체와 종말의 부제를 달고 있다. “이성의 체조에만 몰두해온 철학자에게 지적 피로골절을 치유하는 것이 미술이었다”는 이 교수는 “19세기 후반 학예의 칸막이를 걷어낸 이래 미술은 철학적 가로지르기의 중요한 사유공간”이라며 “독자에게는 ‘미술의 철학지도’를, 미술에 관심을 가진이나 종사자에게는 ‘철학적 미술지도’를 내보이고 싶었다”고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박사과정에 임한 현역작가들과 한 약속도 이유가 됐다. 서문에서 이 교수는 “미술사를 욕망의 계보학으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미는 그간 미술사가 외면했던 욕망의 울타리 밖도 살피자는 것이다. 유의미성의 범위를 넓혀보자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기에 이 책은 작가들이 철학을 하기 시작한 시기로 르네상스 시대를 지정하고 그 이후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뼈대를 ‘시대를 떠나 미술은 그 자체로서 의미’라는 유미주의적 관점을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바,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시대를 떠난 예술은 존재할 수 없지만, 시각 자체의 감각만으로 받아들여지는 예술도 없다”고 답했다. 인간 사유의 정서가 초시공간일 수 없다는 의미다.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데 있어 본지가 가진 고민과 저자와의 상통하는 고민의 지점이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미술의 지도는 갈래를 잡을 수 없는 만큼 ‘거대한 무질서’ 그 차체”라며 “전문가 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은 통계적 의미일 뿐이다. 《월간미술》도 그 통계적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내년 《미술과 문학의 파타피지컬리즘》이라는 책을 펴낼 계획이다.
황석권 수석기자

IMG_7313_view

4월 2일 미메시트아트뮤지엄에서 열린 이광래 교수의 저자 강연 장면

 

HOT PEOPLE | 이경순

〈Honesty-in your life〉누브티스 3.28~4.30

성북동에 위치한 누브티스(Nouveautes)는 갤러리와 카페, 고가구점, 레스토랑 등이 함께 들어선 복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누브티스는 ‘새롭다’는 뜻의 프랑스어 ‘Nouveau’와 ‘구상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Textele’를 합성하여 만든 이름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비전과 창조”,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구상”이란 의미를 담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는 태극과 팔괘를 응용해 디자인한 이른바 ‘히딩크 넥타이’로 유명세를 탔다. 또한 전직 대통령과 유명 정치인, 경영인 등이 이 대표가 디자인한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백제금동대향로, 해시계, 가야금,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디자인에 활용한다.
누브티스를 실제로 방문해 보니 넥타이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그간 디자인하고 수집한 넥타이와 스카프, 각종 액세서리 등이 고가구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이중 역할을 담당하던 이 대표는 최근 작가로 변신했다.
자신이 세운 누브티스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 대표는 전시 타이틀을 <Honesty-in your life>로 명명했다. 이 대표는 “넥타이의 기본 심지를 주제로 삼았다”며 “나비, 들꽃, 장미, 눈, 코, 잎, 와인글라스, 선물꾸러미, 옷걸이를 콜라주 형태로 풀어냈다”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캔버스에 위의 요소를 그리고 그 위에 넥타이 형태로 천을 잘라 붙인 작품이 공간 여기저기에 설치됐다. 이 대표는 “솔직함, 정직, 당당함을 주제로 작가로서 하고픈 이야기를 화폭에 옮기게 되었다”고 이번 전시의 주제를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다양성을 담은 공간과 이 대표의 다방면에 걸친 욕심이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이 대표는 향후 제주와 파리에서도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석권 수석기자

DF2B5478

이경순 대표가 디자인한 넥타이와 소품을 모아놓은 진열대 광경

 

SIGHT & ISSUE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 개관

〈무용가 최승희 사진展: LEAP & EXTENSION, 도약 그리고 펼침〉 수림아트센터 5.12~8.12

‘도약’과 ‘확장’의 계기를 마련하다

하정웅 이사장

하정웅 이사장

수림문화재단 설립자 故 김희수 이사장의 유지를 잇기 위한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이하 ‘수림아트센터’)’가 5월 12일 개관, 운영에 들어간다.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의 홍릉 구관을 리모델링한 수림아트센터는 전시장과 공연장, 전통음악가들의 연습장, 레지던시 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림문화재단은 2009년,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를 20여 년간 운영해 온 동교(東喬) 김희수(金熙秀) 선생이 설립했다. 알려졌다시피 김 초대 이사장은 1924년 경남 창원 태생으로 일본에서 활동한 사업가였다. 수림문화재단은 설립이념으로 ‘문화예술 가치의 확산 및 보급’, ‘인문학 발전과 부흥 촉진’, ‘사회계층 간의 문화격차 해소’, ‘다문화 갈등의 해소와 소통’ 등을 내세우며 문화예술과 관련한 지원사업을 이어왔다. 주요 사업으로 ‘수림사진문화상’, ‘수림문화상(전통예술 작가 지원)’, ‘수림문학상(장편소설 공모)’ 등이 있다. 국공립미술관 등에 평생 모은 1만여 점의 작품을 기증해 국내 미술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재일사업가 하정웅 씨가 2012년부터 2대 이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하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그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공항에서 연결 항공을 기다리는 사이에 이뤄졌다.
하 이사장은 김 이사장과 40여 년 넘게 교유했고, 특히 김 이사장이 설립한 도쿄의 슈린(秀林)외국어학원 이사직을 맡았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하 이사장이 내세운 재단의 주요 활동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인재의 교류를 통해 이해관계를 깊게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수림아트센터 건립이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김 이사장이 한국에서 최초로 국악대를 개설했는데 그 뜻을 받들어 우리 전통예술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수림문화재단은 북촌아트페스티벌을 지원하고 있다.
개관전은 ‘도약과 확장’을 대주제로 〈무용가 최승희 사진전〉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승희 그 자체가 개척자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개관전을 설명한 하 이사장은 “그것이 수림아트센터 운영의 기본바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하 이사장은 재단 운영의 바탕을 ‘화(和, 일본 발음 ‘와’)’ 문화라고 강조했다. 일본 고유의 문화를 지칭하는 ‘화’는 질서와 조화를 중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하 이사장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문화일 것이다. 취임 후 재단의 조직과 운영 기틀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는 하 이사장은 “예술문화단체의 성격 상 상이한 문화를 공유해 갈등을 극복하는 ‘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이를 통해 평화와 행복을 이룩하는 것이 재단의 궁극적 목표”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하 이사장은 “내가 작품을 수집한 것도 25세에 처음 산 한 점부터였다”며 “재단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는 심정으로 사명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석권 수석기자

IMG_0536

하정웅 이사장이 자신의 고향을 모티프로한 작품

 

SIGHT & ISSUE 권진규미술관 개관 기념전

〈권진규와 여인〉권진규미술관 2015. 12.5~5.31

괴짜 컬렉터가 사랑한 조각가

5월 4일은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기일(忌日)이다.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는 짧은 글귀를 남기고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인 것이다. 함흥에서 태어난 권진규는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조각을 배웠다. 이런 인연 때문일까? 강원도 춘천시에 권진규미술관이 건립됐다. 지난해 12월 정식 개관한 권진규미술관은 개관기념전으로 〈권진규와 여인〉(2015.12.5~5.31)을 개최한 데 이어 한국근대미술 11인선 유작전 〈歸巢, 그리고…〉(4.4~6.30)를 연달아 선보인다.
권진규미술관을 설립한 주인공은 김현식 월곡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춘천 토박이 사업가(옥광산 대일광업 대표)인 김현식 대표는 권진규 작품뿐만 아니라 옹기, 장난감, 로봇, 만화책, 슈퍼카 등 오랫동안 다방면에 걸쳐 특색 있는 컬렉션을 해왔고, 《새드 무비 69》라는 장편소설을 쓴 문학인이기도 하다. 특히 권진규 작품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김현식 대표가 미술관까지 개관하게 된 데는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 여사와의 만남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권경숙 여사는 오빠 권진규의 조각과 부조 100여 점과 드로잉 500여 점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한 독립된 미술관 건립을 몇 년 후로 미루고, 일단 김 대표의 주요 사업터전인 옥광산타운에 건설 중이던 건물을 활용해 미술관을 개관했다. 건물 이름은 미술관이 위치한 월곡리(月谷里)의 순우리말 지명인 ‘달아실’이라고 지었다.
개관기념전으로 기획된 전시 〈권진규와 여인〉은 크게 세 주제로 구성되었다. ‘자소상’과 ‘도모’(일본 유학시절 결혼한 일본인 부인 가사이 도모), 그리고 ‘여인의 조각’이 그것이다. 권진규는 유난히 많은 자소상을 제작했다.
이 자소상은 영원의 시선과 구도자의 내면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그가 사랑한 여인 도모의 모습을 형상화한 시리즈는 몇 점 되지 않지만, 신라 석공의 혼과 조형의 본질을 담은 불상을 연상시키며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인의 조각’은 귀국 후 서울에서 제작된 여인상을 모았다. 사랑하는 아내 도모를 그리워하며 제작된 여인들의 모습은 작가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무사시노대학 박형국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권진규는 내면의 정신성까지 조형화”하려 했다. 그의 조각은 인물의 외형 묘사에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의 인격과 정신까지 표현하고 있다는 것.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힘으로 가슴속 깊이 진한 감동을 주며 전율을 느끼게 한다. 권진규미술관에서 만난 작품을 통해 그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규형 ART PARK 대표

권진규 (9)

 

HOT ART SPACE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4.8~17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74년 바그다드에서 열린 <제2회 아랍예술 비엔날레>와 천안문 사태와 베를린 장벽 붕괴가 일어나기 직전인 1989년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아방가르드전>. 이 두 전시를 재연하면서 2022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릴 ‘적도 콘퍼런스’를 추적해 나간다. 시공간의 개념을 넘어 불안의 시기에 작가들이 취하는 행위와 자세를 살펴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샤르자예술재단이 공동제작한 전시로 하산 칸의 〈아득한 추억에 관한 긴 간주곡이 있는 짧은 이야기〉, 5·18 민주광장에서 오디오 튜닝 차량을 통해 음향적 자유를 표현한 〈오토모빌〉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전시기간 내내 이어졌다. 전시는 아랍에미레이트 샤르자에서 6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제공 김익현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병기_가나 (7)

김병기 개인전
가나아트센터 3.25~5.1

김병기 화백은 평생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추상과 구상 등 이분법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형상성을 탐구해왔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는 미공개작과 신작 5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 제목 ‘百世淸風: 바람이 일어나다’는 일제강점기, 전쟁, 이민 등을 겪은 그가 살면서 힘들 때마다 읊었던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마지막 연의 한 구절 “바람이 일어나다. 살아야겠다”에서 따온 것이다. 100세에도 붓을 놓지 않은 김 화백은 고령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자신의 나이보다 작품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충무 (2)

artist’s achive-나의 10년의 기록
충무아트홀갤러리 3.11~4.3/4.8~5.8/5.13~6.6

현재 미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40대 작가 3명이 출품한 전시. 총 3부로 구성된 이 전시에 이현열(사진) 나형민 윤종석이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먹 선의 반복으로 작업하는 이현열, 여백을 살리며 한지에 토분을 이용한 기법의 나형민, 그리고 주사기를 이용해 점묘화 작업을 하는 윤종석이 그들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서울시립

도시괴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4.5~5.29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레 드 도쿄와 교류 프로젝트로 열리는 전시. 두 기관의 레지던시 협업으로 양국의 작가 7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김아영 작가가 참여했으며 그가 기획한 퍼포먼스(사진)가 개막일에 펼쳐졌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임동식 (2)

임동식 개인전
대전시립미술관 4.12~5.29

‘동방소년 탐문기’라는 부제를 단 작가의 개인전은 회고전 형식으로 꾸며졌다. 회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총 165점이 출품됐다. 금강현대미술제, 야투(野投) 등 자연미술에 선구자 역할을 했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풍경 자체를 숙고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사월의동행 (2)

사월의 동행
경기도미술관 4.16~6.26

전시가 개막한 날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수많은 추모객이 미술관 앞 분향소로 모여든 날이었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세월호 희생자를 추념하는 이 전시에는 22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

[section_title][/section_title]

_KS_1468

구자현 개인전
조은숙갤러리 4.21~5.14

한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판화의 다양한 변화를 꾀해온 작가 구자현이 카날로그 레조네 형식으로 판화 전작을 다룬 도록 《구자현 판화 전작도록 1978-2016》의 출판을 기념해 개인전을 연다. 이번에 발간된 도록은 국내 판화 작가 중 전작을 한 권으로 묶은 드문 경우다. 특히 각 작품에 판화를 찍은 이의 이름까지 표기해 눈길을 끈다. 이번 출판물은 일본 아베출판사에서 출판 및 제작되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_05A8669_2

김홍주 개인전
제주 중선농원 갤러리2 4.16~8.31

제주도에 핫(Hot)한 갤러리가 또 하나 생겼다. 제주시 영평길 269번지 중선농원 내에 문을 연 갤러리2(대표 정재호)가 바로 그 곳. 갤러리2 개관기념 전시로 중견작가 김홍주의 개인전이 8월까지 열린다. 특히 이 전시에는 나무를 깎고 채색한 김홍주의 입체작업이 처음 선보인다.
중선농원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문정인 교수의 부친이 생전에 가꾼 감귤농원으로 문 교수와 며느리 김재옥 부부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농원의 창고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큰 창고는 갤러리2 전시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해서 비영리로 운영되며, 작은 창고는 카페로 쓰인다. 부속건물은 예술인문서적 도서관 청신재(晴新齋)로 꾸며졌고 문 교수 부친이 거주하던 공간은 게스트 하우스(太麗莊)으로 변모됐다.
제주=이준희 편집장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미황사 (2)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3.26~5.31

1993년 처음 발간된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답사기》 1권은 ‘남도답사일번지-강진, 해남’으로 시작된다. 이 책에도 소개된 미황사는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해남군 달마산 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자리 잡은 절이다. 1200년 역사를 지닌 미황사에 있는 누각 자하루가 미술관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그동안 자하루는 방학기간동안 어린이청소년에게 ‘한문학당’으로 사용돼 왔다.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열린 전시에는 미황사를 테마로 신작을 출품한 작가 32명이 참여했다. 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선두 김억 김영택 김은숙 김주호 김천일 김현철 민정기 박구환 박미화 박방영 서용선 손민아 송필용 신재돈 신태수 안윤모 안혜경 오원배 윤석남 윤후명 윤희수 윤혜덕 이수경 이수예 이인 이인성 이종구 조병연 하성흡 홍웅선 금강스님. 특히 이 전시는 해남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온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이 함께 주관했다.
해남=이준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