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아크앤젤!

세계로부터 지키기
코리 아크앤젤

타데우스로팍
2023. 6. 21 – 7. 29

코리 아크앤젤은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적 맥락에서 이미지와 상품의 순환을 탐구한다. 그의 모험은 에너지가 가득한 현실 세계,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상류 세계, 봇 bot이 창조하는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그들 사이의 연결망을 추적한다.

알루미늄 패널 연작인 〈알루스〉에는 현실 세계의 자원과 에너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작가가 거주했던 스칸디나비아는 저렴하고 질 좋은 알루미늄이 풍부하게 생산된다. 지천으로 널린 알루미늄을 재료로 선택한 작가는 레이저 절단 기술을 활용해 익숙한 브랜드의 도상을 작품 전반에 도입했다. 도상은 운동복에서 추출되었으며 그는 이를 통해 패스트 패션을 추상회화의 시각적 영역으로 끌어드리고자 했다.

〈알루스〉 시리즈는 제작 방식에 따라 저품질 low – 중간 medium – 최고급 high end군으로 분류된다. 가장 아래 단계의 작품은 가공되지 않은 알루미늄의 원 상태를 보존하고 있으며, 중간 수준인 미디엄은 분말 원료로 도색했다. 최고급 작품은 특수 가공을 더 해 작품의 고급화를 시도했으며 이와 같은 작품의 분류는 ‘애플’사의 제품 생산 라인을 표방했음을 밝힌다. 애플의 제품이 보급형에서 프로단계로 갈수록 비싸지듯이 아크앤젤의 작품 역시 제작 수준과 단계에 따라 비싸진다.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거대한 벽지는 메가 요트 ‘라이언 하트 LIØNHEART’의 일부분으로 상류 부자세계를 그려낸다. 이는 4년간 이어온 연작 〈플라잉 폭스 Flying Foxes〉의 연장선상에서 제작되었다. 거대한 메가 요트들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활용해오던 작가는 우연히 노르웨이 항구에 정박한 라이언하트를 마주하고 그 크기에 압도당하게 되었다. 실물 크기로 출력된 〈라이언하트〉의 단편적인 모습은 〈알루스〉와 병치 되며 세계적 자원과 부의 계층적 분배를 상징하는 도상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땅속의 알루미늄 자원으로부터 바다 위의 메가 요트로 이어지는 스펙트럼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당신의 관심사 Related to Your Interests〉는 현실 세계를 초월해 가상의 영역을 부유한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낚시성 가십 링크를 수집하는 봇bot을 프로그래밍한 작가는 자신의 개입을 배제한 채 오직 봇에 의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생산된 800여 개의 영상은 해석 불가능한 기이한 혼합체로 조합되어 작가가 목도한 오늘날 기술 발전의 양상을 보여준다.

한편 코리 아크앤젤은 초연결 사회에서 부유하는 존재들을 사유하며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혼란스러운 우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바로 이 한 장의 ‘포스트잇’으로 말이다. 애플 신사옥에서 투명한 유리에 충돌하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포스트잇을 부착했던 것을 인용해 전시장의 유리로부터, 혼란스러운 오늘날 세계로부터 관람객을 지키고자 하였다. 포스트잇은 본래의 특성을 활용해 접착과 탈착을 반복하며 ‘경고’가 필요한 곳에 놓일 수 있다. 접착력이 다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새 포스트잇으로 교체하면 된다. 이처럼 손 쉬운 방법으로 아크앤젤은 세계 사이의 관람객을, 우리를 지켜낸다. 그의 유머러스한 힌트에 감사를!

글, 사진: 문혜인
자료: 타데우스 로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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