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따라 75년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전시

2023. 6. 23 – 7. 31
국제갤러리

뱀은 인류 역사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인간의 문명을 넘나들며 풍부한 상상력을 끌어내었다. 성서의 에덴동산에는 인간 하와를 유혹하는 발 달린 뱀이 있었고, 카라바조가 그린 고대 그리스 신화의 무시무시한 메두사도 있었다. 불가리는 1948년 뱀의 여러 모습 중 강렬한 힘과 역동적인 형상에 주목하여 ‘세르펜티 serpenti’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75년간 이어온 세르펜티의 매력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컬렉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75주년을 맞이한 불가리 세르펜티는 유서 깊은 아카이브와 함께 6인의 여성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불가리의 헤리티지가 추구하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뱀이 상징하는 여성의 지혜와 힘을 담은 예술 작품들은 국제갤러리 전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K1에서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벗어나 독자적 화풍을 구축한 천경자의 〈사군도〉와 자전적 고찰을 작품에 담아낸 니키 드 생팔의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조각의 선명한 색상과 동적인 움직임은 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불식시킨다. K2에서 이어지는 함경아의 자수 회화 연작은 닿을 수 없는 작업자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촘촘한 수행을 이어 나간다.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필치의 독자적인 ‘추상표현’을 개발한 최욱경은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붓질로 여성 예술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K2 2층에 펼처진 홍승혜의 벽화와 오브제는 세르펜티 컬렉션에 호응하며 그만의 유머로 뱀의 형상을 해석했다. 실험적인 작업을 탐구해온 최재은은 장엄한 규모와 섬세하고 치밀한 조형성을 실현하며 황금 뱀의 몽환적인 생명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K3에서는 세르펜티 컬렉션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로의 진화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몄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 예약하기

전시 전경

글, 사진: 문혜인
자료: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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