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으로서의 과제
정소영 기자
Sight&Issue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외관 사진: 김태동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서남권 첫 공립미술관이자 서울시 최초의 공공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이하 서서울미술관)이 3월 1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문을 열었다.
서서울미술관은 서울시가 추진해 온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 구상 속에서 금천·구로·영등포로 이어지는 서남부 생활권을 포괄하는 공공미술관으로 기획됐다.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서남권의 문화 불균형을 완화하고 주민들이 일상 반경 안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생활권 기반 미술관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집 근처에서 세계적인 뉴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시의 설명은 공공미술관의 위치를 도심 명소가 아닌 지역 필수 인프라로 이동시키려는 정책 방향을 압축한다.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이 갖는 의미
서서울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뉴미디어’라는 키워드를 기관 정체성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다. ‘뉴미디어’는 퍼포먼스, 개념 기반 작업, 온라인 환경 속에서 작동하는 인터넷 아트, 코드와 소프트웨어를 매개로 한 작품 등 물질적 객체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형식의 예술을 포괄한다. 이러한 방향 설정은 서서울미술관을 기술적 스펙터클에 머무는 전시가 아니라 기술·신체·환경·정보가 교차하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실로 위치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미술관은 새로운 매체 언어를 시험하는 전시와 함께 서남권 지역 연구에 기반한 다학제 담론을 생산하고 전문가와 연구자, 예술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바로 미디어랩과 디지털 플랫폼, 청소년 대상 유스 스튜디오다. 서서울미술관은 뉴미디어 관련 소장·연구·교육·실험 기능을 한 기관 안에 통합해 그동안 비엔날레나 일회성 기획전에 의존하던 뉴미디어 예술 실천을 장기적인 공공 컬렉션과 연구 프레임 속으로 들여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건축과 공간: 공원과 스며드는 ‘낮은 미술관’
건축적으로도 서서울미술관은 “공원 속에 놓인 일상의 미술관”을 지향한다. 2018 서울시건축상대상을 수상한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은 지하 2층, 지상 1층, 연면적 약 7,186㎡ 규모의 저층형 구조로 금나래중앙공원의 산책 동선이 미술관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장되도록 계획되었다. 외관은 요철이 있는 해머드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로 마감해 주변 나무와 하늘, 계절의 변화를 은은하게 반사한다. 이로써 건물이 전면에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는 공원 풍경을 받아내는 배경이자 반사면처럼 작동하도록 했다. 로비와 1층 공간은 큰 유리 면을 통해 공원과 시각적으로 이어져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개방감을 제공한다.
전시실 구성 역시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의 기능을 고려해 설계됐다. 지상과 지하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시실 1은 높은 층고를 갖추고 롤스크린 개폐를 통해 외부 풍경을 드러낼 수도, 완전한 화이트 큐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는 영상, 라이트, 사운드,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전시에 요구되는 다양한 빛·음향 조건을 유연하게 수용하기 위한 장치다. 지하의 다목적홀과 1층 미디어랩, 옥상정원, 잔디마당은 강연·공연·워크숍·야외 설치와 같은 활동을 담아내며 미술관을 관람 중심 시설에서 커뮤니티 활동과 휴식이 결합된 공공 플랫폼으로 확장시킨다.
개관전이 드러낸 공공성의 과제
개관 프로그램 구성은 서서울미술관이 앞으로 어떤 미술관이 되려 하는지를 비교적 명료하게 보여준다. 개관특별전 《호흡》은 신체와 환경, 공기와 미디어를 매개로 뉴미디어 개념을 확장하고, 건립기념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는 지역과 건축의 시간을 복층적으로 엮었다. 미디어 야외전시 《세마프로젝트V 얄루》는 소장·큐레이션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개관전이 축하 이벤트가 아닌 기관 정체성에 대한 선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개관특별전 《호흡》은 ‘숨을 쉰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통해 신체와 사회가 어떻게 맞닿아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전시로, 개별 프로젝트 차원에서는 완성도와 문제의식을 모두 확보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관람 방식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점이 공공미술관의 개관전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서남권이라는 문화 인프라 취약 지역에 새롭게 들어선 미술관임에도 일부 라이브퍼포먼스의 경우 온라인 사전 예약 조기마감으로 추가 관람이 어려웠다. 퍼포먼스라는 장르 특성상 집중도와 시간 점유가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립기관으로서 다양한 관람층의 접근성과 관람 리듬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했다. 또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지 않는 시간대에 미술관 공간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 역시 부재했다. 특정 시간에 집중되는 프로그램 구조 속에서 그 외의 시간에 방문한 관람객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공공미술관의 개관전으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퍼포먼스 중심 전시가 시간 기반 경험에 의존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분명 퍼포먼스가 뉴미디어 예술의 확장된 범주 안으로 편입되는 시도 자체는 유의미하지만 그것이 공공미술관으로서의 공공성과 어떻게 조응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설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관을 구성한 세 개의 축 퍼포먼스 《호흡》, 건립기록전《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 미디어 야외전시 《세마프로젝트V 얄루》가 서로 긴밀하게 호응하기보다 병렬적으로 배치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기관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건립기록전은 연출의 밀도와 전시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미술관 틈새”라는 긍정적 수식어에도 1층 한편에 작게 마련된 사진전과 실감영상, 야외에 놓인 작품은 10년에 걸쳐 건립된 미술관이 지닌 시간의 층위를 충분히 감각하기 어려웠다.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특별전으로 진행된 세마 퍼포먼스《호흡》 중 황수현의〈세계〉(2026)
사진: 이지영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분관 체제의 한계와 향후 과제
그럼에도 미술계 내부의 시선은 대체로 기대와 환영, 그리고 응원의 방향에 가깝다. 그러나 분관이 늘어날수록 기획·행정·운영 라인은 복잡해지고, 중앙(서소문 본관) 중심의 의사결정이 강화될 경우 개별 분관의 자율성과 실험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은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 기획 초기부터 제기되어 왔다. 또한 하나의 기관이 8개 관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에서 전시·연구·교육의 질을 균등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본관과 분관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역시 남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시 도록 검열 사태를 통해 운영과 현장 사이의 소통 부재로 드러난 바 있다.
뉴미디어 특화관이 공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작품 보존과 수집, 연구 역량, 지역사회와의 장기 협업 구조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서서울미술관은 개관과 함께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고 이제는 그것을 장기적인 운영과 축적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가장 늦게 건립된 미술관인 만큼 열린 건축, 뉴미디어 중심의 전시·연구, 지역 기반 프로그램, 청소년과 문화소외계층을 아우르는 교육 전략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 때문에 그 기대를 얼마만큼 충족하는지에 따라 향후 한국 미술계에서 ‘공립 뉴미디어 미술관 모델’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