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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름프로젝트

<양평으로 온 한국미술사>

Korean modern and contemporary art 1910-1980

글_ 라현정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사

<양평으로 온 한국미술사>展은 한국미술이 한국의 근현대역사를 어떻게 조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한국미술은 근현대를 지나면서 일관되게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유를 갈망한 저항과 기개, 열정과 품격이라는 한국인의 민족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서 산업화시대에 이르기까지의 70여 년의 세월을 관통한 근현대미술은 거대한 혼돈과 변혁을 거치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사회와 문화를 유기적으로 아우르면서 변모해왔다. 해방 이후 역사에서 비롯된 감각을 받아들이는 모더니즘적 경향과 이념, 산업화 등의 다양한 격변을 살아낸 리얼리즘적 관점이 혼재되면서 한국미술은 새로운 문화의 형태를 모색하고 실험하였다. 회화 고유의 가치와 가능성을 추구하면서도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담아내는 데 열정을 바쳐온 한국미술은 시대의 정신이자 유산이 되었다. 인류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을 넘어 선진화를 이룬 한국역사가 경험했던 경이로운 세계를 그대로 화폭에 담은 한국미술은 191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역사에서 한국미술이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전위적 미술운동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미술은 늘 역사에 기록되어 왔고, 역사를 기록한 가장 사실적인 눈으로서 작동해 왔다. 역사를 기록한 이즘과 작가주의, 그리고 그 시대를 모방하거나 재현한 시대성에 의해 미술은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근현대 한국미술사의 다양한 경향과 시대정신은 어떠한 전환점을 남겼는지, ‘예술가’라는‘철학적 사고’에서부터 출발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에 결합된 사회와 역사에 대해 통찰하고 분석한 작품으로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따라서 <양평으로 온 한국미술사>展은 질곡의 시대에서도 절도 있는 기개(氣槪)로 민족적 미의 본질을 탐구하며 주체성을 이룩하고자 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 해방과 분열, 대립과 산업화 속에서 예술의 자율성을 위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실존을 한층 더 형형(炯炯)하게 화폭에 담고자 한 탐구와 실험, 제한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침묵과 발언의 시각언어를 통한 예술가의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을 담은 예술과 현실이라는 세 가지의 주제를 ‘시간의 서사적 관점’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1. 도전과 응전의 역사

History of Challenges and Responses

1910~20년대의 한국 근대미술은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 토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표현기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을 통해 서양 미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왜곡과 굴절을 거치는 독특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1930년대 조선화단은 일본 유학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서구 매체들의 등장과 함께 서양화단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전통서화에서도 실험적 모색을 추구하는 혼종성을 보인다.

근현대미술은 민족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민족적 미의식을 이끌어내는 미학적 열망에서부터 근원적인 존재성을 모색한다. 예술적 재기와 영감이라는 안전한 항로에서 단순한 미술적 기법을 극대화하기보다 망국의 한과 실향의 향수라는 애절한 감수성으로 존재를 성찰하면서 예술을 추구하던 근현대미술은 조선인 스스로 주체가 되려는 인간의 본질에 눈을 뜨게 되면서 우리 민족이 스스로 역사의 중심에 서도록 추동하는 저항과 자립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국사회는 멈추지 않으면서 전진하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나아가는 실존의 본질인 진보의 토대에서 발전했다. 한국근대미술 또한 한국인의 저항과 자립의 의지와 기개로서 한국역사를 화폭에 담았다. 겉으로는 단순하지만, 속으로는 치열한 내부가 들끓고 있는 정중동의 형국이다. 조용하게 무아의 몰입으로 세상의 중심에 닿도록 정신을 집중하고 교감하여 자연과 하나가 되는 우리의 얼과 거대한 역사라는 시간을 살아낸 인간의 숭고한 美가 그것이다.

고독이 아닌 고요 속에서 내면에 집중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에 골몰하고 근대적 사조와 감각에 맞게 새로운 한국적 화풍을 이루고자 한 조용한 움직임 속의 거장들을 회상한다.

인간은 자연과 공생하는 방식의 진화를 통해 역사와 예술이라는 사상과 감정을 공존하게 하는 지혜를 터득한다. 한국미술은 그렇게‘내재된 한국적 감성’으로 시간과 기억을 재탄생시킨다. 자연에서 그 각각의 조형 요소가 빚어내는 정중동의 리듬과 변주에 의해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시적인 울림을 주는 미학의 정수를 발견하면서 한국근현대미술의 명작은 탄생되었다.

하인두_만다라(曼多羅), 1977, 캔버스에 유채, 100X80cm_유족소장

류경채_소녀, 1960, 캔버스에 유채, 85×57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민복진_달맞이, 1986, 브론즈, 100×22.2×19.6cm,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소장

장욱진_노인, 1988, 캔버스에 유채, 41x32cm,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

2. 탐구와 실험

Exploration and Experimentation

한국미술은 해방과 분열, 그리고 대립과 산업화라는 시간을 맞이한다.

1945년 연합군에 일본이 항복하면서 한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미국과 소련의 분할 통치라는 또 다른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미술계는 해방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한국사회처럼 민족미술의 재건을 당면 과제로 인식했다. 그러나 그 방향성과 방법론을 두고 좌익과 우익의 이데올로기에 휘말리게 되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 후 1민족 2국가의 상태가 되면서 한국미술 역시 각국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현대화가 진행된다. 동시에 급격한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한국미술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약적으로 현대를 조망하게 된다.

격변의 역사가 흘러갔음에도 또 새로운 물결이 일어났다. 산업화에 힘입어 현대화라는 새 물결을 빠르게 받아들인 한국미술 역시 보다 감각적이고 이지적인 세계를 향해 다양한 형식과 미술운동(사조, 이즘)을 받아들이는 실험을 통해 감각적인 세계의 자율성을 확보해간다. 사회적 한계를 깨달으며 좌절하고 절망한 근현대의 예술가는 그 한계를 건너는 일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적 정신성을 되찾는 일이라 믿으며 탐구와 실험을 계속한다. 예술의 자율성을 위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자신에게 돌아가 자기점검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자아를 완성하려는 경험을 증명한다. 한국 모더니즘 미술은 그렇게 가장 숨가쁜 역사의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인간적인 예술에 대한 의지로 인간의 실존을 한층 더 형형(炯炯)하게 화폭에 담고 있다. 모더니즘 미술운동이 전개되고 정착되던 근현대라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예술관을 치열하게 추구했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한국미술사에 남을 주요 작품들을 남겼다. ‘삶의 미술, 표현의 자유, 실존주의’로 형상화된 미술작품을 통해 모더니즘 미술이 역사와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는지를 보여준다.

식민지, 해방, 전쟁, 분단이라는 사건이 기록된 역사의 기억을 구체화한 근현대미술은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되찾는 존재론적 질문을 이어나간다. 물질적 진보라는 한국사회의 외형에서 비틀거리고 추락하는 시민의 내면을 발견하면서 예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희망으로 솟아나는 보다 인간적인 내일에 도달하고자 했다.

장우성, 유인원도 類人猿圖 The Ape, 1984, 종이에 수묵담채, 91×148cm,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소장

유영국_WORK, 1967, 캔버스에 유채, 130×13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권영우_ 무제, 1985, 캔버스 위 한지에 과슈, 100×80.3cm, 개인소장

이승조_ 핵, 1985, 캔버스에 유채, 161x16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곽인식_ 작품62-102, 1962, 전구, 유채, 91x9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영중_제목 미상, 1992, 화강석(청석), 45x25x50cm

3. 예술과 현실

Art and Reality

동시대를 재현하는 예술가는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내재화하면서 예술이라는 외부적 형식으로 존재와 공동체를 결합하는 사회적 실천을 이어간다.

역사적 사건이라는 토대에서 예술가는 존재성을 인식하며 지금이라는 가장 완벽한 시간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것은 이미 펼쳐진 집단 서사를 정면으로 맞서면서 대중과 대면하고자 직접적으로 현실에 개입하려는 예술 활동이자 상상으로만 실재한 것 같은 인간의 존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가는 예술가의 실천이다. 한국근현대미술은 숙명적으로 사실을 어떻게 재현하느냐의 역사적 담론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으며 사실을 재현하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형식에 대한 성찰을 거듭했다. 또한 혹독한 비극의 시대라는 역사적 상황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존재했던 예술가는 연민과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주관과 개성이 드러나는 다양한 표현 양식으로 스스로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진정한 사실인가에 대한 실존적 경향성을 드러내던 작품들이 주를 이루면서 한국미술은 표현에 관한 한 다양한 실험을 거친다. 추상 미술에서 당대의 참담한 현실과 마주한 민중 계열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새로운 각성과 감수성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통해 다원주의 경향을 드러낸다.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의지와 내면 깊이 침전되어 있는 고유성을 잃지 않으려는 전통 화단이 변모하면서 한국화 또한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규명하는 등의 암중모색을 이어간다. 그렇게 예술은 삶에서 분리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예술가는 현실에서 목격하고 구체적으로 체험한다. 한 사회와 시민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바라볼 때 예술가는 보다 구체적인 현실과 마주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적 조건을 쟁취하고자 했다. 사회적 개입, 혹은 실천은 어떤 역사에서도 빠짐없이 반영된, 그야말로 예술가의 숙명이자 역사적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시대의 실제적인 증언자이자 목격자로서 역사가 부재하는 예술은 있을 수 없다는, 그러므로 예술로서만 존재하는 가상계보다 역사와 예술이 함께 작동하는 현실계라는 보다 구체적으로 재현된 장에서 관람객과 마주하고자 한다. 시간에 대한 기억으로 접촉하고, 거기에서 표현된 예술작품을 통해 정확한 역사성을 마주하는 것은 예술가와 관람객이 하나의 시민으로 존재한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예술과 역사가 하나의 사회라는 장에서 작동한다는 고정된 표면이 있고, 과거와 현실을 재현하려는 상상력을 통과하면서 존재성을 감각하려는 이면이 있다. 그 표면과 이면은 과거와 미래처럼 현실에서 이뤄지는 불가분의 관계이면서 예술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진화 본성으로 구성된다. 양평군립미술관은 고정된 역사에서도 예술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 인간의 진화 본성에 의거하여 시대라는 표면과 예술이라는 이면을 동시에 담는, 가상계와 현실계를 지각하는 생명의 기록이고자 한다.

민정기_ 구보의 이발 3, 2019, 캔버스에 유채, 80x117cm

신학철_ 상황 871, 1987, 캔버스에 유채, 118x59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2011년

후원 / 양평군청_한국박물관협회

(사)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_(사)한국미술협회

양평미술협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양평군립미술관

YANGPYEONG ART MUSEUM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

Tel. +82.(0)31.775.8515(3)

홈페이지 www.ymuseum.org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LkYCb5-TCGMGvyaq6OGYA

글 : 하연지
자료제공 : 양평군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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