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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EVIEW] 이승희

작가 이승희는 미술장르와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구도자와 같은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명제와 맞닿아 있다. 흙과 물이 불과 만나 탄생한 이승희의 작품은 마치 눈에 보이는 결과 못지않게 심오한 정신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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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 2018 타이틀 매치: 이형구 vs. 오민

각각 과학과 음악을 토대로 하는 작가로 평가받아 온 이형구와 오민은 실증주의의 영향하에 기계적 엄밀함을 우선시해 온 대표적 두 분야인 과학과 음악에서 단일한 원칙이 간과하는 우연과 차이의 중요성을 시각예술 영역에서 각자의 조형언어로 다양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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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ARTIST] 이강소

이강소는 인위적이지 않고 직감적으로 작품을 창조한다. 작가 이강소의 1970년대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9월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이 전시를 계기로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반열에 오른 작가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예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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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 진동 Oscillation: 한국과 미국 사이

6.21~9.16 서울대미술관
글 : 김진아 |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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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일 〈 You Have To Run, Don’t Look Back 〉 대나무, 로프 1000×900×400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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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동: 한국과 미국 사이 〉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난 60년간 한국미술에서 가장 강렬했던 ‘타자’ 즉 미국미술과의 만남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조망하는 전시이다. 미국으로 떠난 시기별로 총 8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미 대사관 제1기 유학생 시험에 합격해 1953년 도미한 전성우, 1963년에 떠난 최욱경,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임충섭. 그리고 세계화 시대로 접어든 1989년에 건너간 노상균, 1996년에 도미해 작가로 성장한 마종일과 영상으로 전향한 김진아, 2000년과 2005년에 각각 유학길에 오른 강영민과 한경우. 이 중 임충섭, 마종일, 김진아는 미국에 남아 활동하고 있고, 최욱경은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 중 45세의 나이에 요절해 안타까움을 남겼으며, 전성우는 올봄에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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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 〈 토네이도〉 디지털프린트 320×500×500cm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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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작가를 8명으로 한정한 것은 이 전시의 약점이자 강점이다. 60년에 이르는 한국 출신 미술가들의 미국과의 만남을 모티프로 한 개괄(survey) 전시라는 점에서는 적은 수이다. 그러나 미술관 규모를 고려하면 현명한 선택인 듯싶다. 작가별로 1~2점씩 선정하면 보다 많은 작가를 포함할 수 있었겠으나, 대신 작가당 작품 수 또는 설치 규모를 늘려 해당 작가의 작품경향을 좀 더 밀도 있게 파악하게 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에 도착한 작가들은 당시 미국미술을 주도한 추상에 매진했다. 전성우와 최욱경도 그러했다. 전성우가 캘리포니아에서 수학하며 그린 〈캘리포니아 풍경〉 연작(1957~59)은 널따란 붓 자국에 물감의 마티에르가 강하게 느껴지는 화면 속에서 바다, 길, 대지 등의 모습이 떠오르는 ‘추상적 풍경화’이다. 이후 〈만다라〉 연작에서는 불교적 성찰이 어우러지며 캔버스와 한 몸이 되듯 스며든 물감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특유의 추상화법이 완성되는 과정이 엿보인다. 이는 간송 전형필의 아들로서 그가 익힌 서화와 서예 기술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욱경이 유학 중 제작한 〈무제〉(1965)에도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이 드러나는데,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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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간미술 > vol.402 | 2018.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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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ARTIST] 이호인

좋은 그림, 좋은 화가의 진가와 덕목은 ‘손’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손’보다 ‘눈’이 더 중요하다. ‘손재주’ 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이 바로 좋은 그림의 실체다. 이런 명제라면 이호인의 그림은 좋다. 따라서 그는 좋은 눈을 가진 화가다. 과잉된 미술형식과 이미지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 풍경화로 표출되는 이호인의 그림에 담긴 ‘힘’의 원천을 추적해 본다.

왼쪽 유현경 〈어서와〉 캔버스에 유채 259×194.5cm 2018 | 오른쪽 유현경 〈엄마 친구들 #2〉 캔버스에 유채 259×194.5cm 2018 | 청주 스페이스몸 미술관에서 열린 〈행복할 일만 남았어요〉 전시 광경 | 사진 박홍순

[ARTIST RIVIEW] 유현경

작가 유현경이 보내온 포트폴리오 PPT 파일에는 총 571장의 작품 사진이 있다. 그녀의 시선은 늘 ‘사람’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작가에게 그들은 단지 재현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모델과 대면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래서 유현경의 그림은 ‘그 사람’에서 출발하지만 언제나 ‘ 유현경 ‘ 에게 도착하면서 끝이 난다.

권순영 || 사진 : 박홍순

[SPECIAL ARTIST ] 권순영

작가 권순영의 그림은 이중적이다. 순수와 잔혹, 아름다움과 추함, 유년과 성년, 현실과 판타지, 웃음과 눈물, 폭력과 희생, 이성과 감성의 이미지가 혼재되어 있다. 순수의 잔혹함이 반영된 그의 그림은 사회와 인간 내면의 이율배반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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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IVIEW] 이수경

이수경 | 사진 박홍순 

이 수 경

1969년 출생했다. 덕성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불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프랑스 국립아트센터 L’H du Siège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했다. 프랑스 카르게넥 성(Domaine de Kerguéhennec)(2015) 등의 레지던시에 있었다. 현재 프랑스와 벨기에,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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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과에 재학 당시 “시의 상징적이며 순결한 언어”가 좋았다는 이수경. 작가가 된 그녀는 이제 펜이 아닌 붓과 물감으로 캔버스를 노트 삼아 時를 쓴다. 밝고 선명한 색채로 명징하게 칠해진 표면에 쌓인 수많은 선들은 색면 추상회화인 동시에 모종의 공간을 형성한다. 세련미가 돋보이는 색채의 배치, 리드미컬하게 나뉘어진 색면에서 작가의 예술적 감각이 한껏 느껴진다. 장소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세계로 전시장을 변주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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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인코그니타’로 가는 여정
글 : 박영택 | 경기대 교수

프랑스 Châteaugiron 3 CHA Contemporary Art Space에서 열린 개인전 〈A claire-Voice〉(2016.9.16~2016.11.19)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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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회화는 캔버스의 평면을 채우는 선명하고 밝으며 쾌적한 색채들과 명료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납작한 표면에 물감/색채와 선으로만 이루어진 전형적인 추상회화다. 여기서 선은 붓질의 궤적을 품고 있고 일정한 방향성만을 지시하며 선이자 색면의 역할을 한다. 또한 바탕 면과 그 위에 올려진 선/그려진 부분은 내·외부의 구분이 없이 혼재되어 상호 겹치고 얽혀있다. 따라서 전경과 후경, 그려진 부분과 배경의 차이와 위계는 무너진다. 색채로 물든 배경 위로 유영하는 선, 그물망 같기도 한 것들은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그리기, 선긋기, 칠하기의 욕망을 막막하게 펼쳐 보인다. 특정 형태를 지니지 못하고 다만 선으로만 자족하고 색채로만 빛을 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경의 이 그림은 거의 생득적이고 본능적인 차원에서 작동하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그래선지 작가는 자신의 이번 전시 제목을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라고 기명했다. 이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땅, 아무도 밟지 않은 땅을 뜻하는 라틴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자신의 그림 그리기, 그러니까 백지상태의 캔버스 위에 붓질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를 다름아니라 자신만의 테라 인코그니타를 찾아가는 것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그림은 구상이든 추상이든 무의 공간에서 다소 막막하게 출발한다. 작가들은 저마다 자기 앞에 자리한 그 공포 같은 화면을 무엇으로 채워나갈지 고민하게 되고 결국 그 공간을 힘겹게 채워나가면서 무엇인가를 표현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림 그리는 일은 삶과도 같다. 내 앞에 펼쳐진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것들을 순간순간 겪어나가면서 이를 다만 필연적으로 끌어안고 지내는 것이 삶이듯 그림 역시 매 순간, 순간 우연에 기대어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추상회화란 주어진 화면에 외부세계를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사상된 것을 말한다. 아울러 그것은 주어진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만을 탐구하기도 한다. 이른바 모더니즘 회화가 그것일 것이다. 현대회화는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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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간미술 > vol.402 | 2018.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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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REPORT New Museum Triennial 2018

 New Museum Triennial 2018 Songs for Sabotage

Haroon Gunn-Salie(남아프리카공화국) 〈벽〉(바닥 설치작업) Clan Dayrit (필리핀)&Violet Dennison(미국) 〈M.O.O.P〉(사진 뒤 벽면 설치작업) 2018 Seagrass collected in the Florida Keys, resin and electrical metallic tubing conduit, Dimensions variable ㅑPhoto: Maris Hutchinson / EPW Studio

 

프레카리아트 계급의 저항과 프로파간다

서상숙 | 미술사

 

Wilmer Wilson IV(미국) 〈Nev〉 나무에 스테이플과 피그먼트프린트 243.8×122×3.8cm 2017 Courtesy the artist and CONNERSMITH, Washington D.C.

 

최근 미국에서는 필라델피아 중심지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람(백인)을 기다리던 젊은 흑인청년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매장 직원은 그들이 주문하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렀다. 두 청년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백인여성에 의해 그대로 촬영되었고 배포되어 엄청난 공분을 일으켰다. 필자는 그중 한 명이 남편이 가르치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경영대학을 졸업한 재원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이것이 피부색이 검은 그들이 미국에서 처한 절대적인 운명이다.

Manuel Solano(멕시코) 〈I Donʼt Know Love〉 캔버스에 아크릴 171×202cm 2017 Courtesy the artist

이 같은 일은 인종 및 여성 차별주의자로 극우적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현 정권하에서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이 추방되고 합법이민자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불편하며 흑인은 범죄자로, 여성은 남성의 성적 노리개로 그들의 위치를 재점검당하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

이 뉴스를 보면서 뉴뮤지엄에서 한창 진행 중인 트리엔날레 <저항의 노래들>에 출품된 흑인 작가 윌머 윌슨 4세(Wilmer Wilson IV, 1989~)의 작품들이 겹쳐지며 떠올랐다. 작가가 사는 필라델피아 거리의 자동차 윈드쉴드에 끼워놓은 광고지, 거리의 벽이나 전봇대에 스테이플로 찍어 고정시켜 놓은 전단지들을 거두어 확대,  합판 위에 붙인 후 공업용 스테이플을 촘촘히 박았다. 은빛의 철로 만들어진 수천수만 개의 스테이플은 조명 아래에서 물결 같은 그림자를 만들며 그 뒤에 숨은 흑인 형상을 언뜻언뜻 보여준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부분만 그대로 노출된다.


Zhenya Machneva(러시아) 〈CHP-14〉 면, 리넨, 합성섬유 135×190cm 2016 Courtesy the artist

<Nev>(2017)에는 흑인남자의 늘어진 두 손과 샴페인 병만이 드러나며 <Afr>(2017)에는 한 손엔 총이 들려져 있고 다른 한 손은 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를 한 흑인의 손이 노출되었다. 죄 없는 흑인청년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뉴스를 본 후 이 작품은 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벽에 세워진 윌슨의 스테이플 작업 바로 앞에는 알루미늄 파이프로 만든 놀이터의 그네 세트가 설치되었다. 위에는 빨간 벽돌 한 장이 놓여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순간 벽돌은 떨어져 아이의 머리를 칠 것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조성한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는 흑인 여성작가 다이아몬드 스팅리(Diamond Stingly, 1990~)의 작품 <E.L.G.>이다. 그 작업 옆에는 태풍이 지나간 후의 잔재를 보는 듯한 노르웨이 작가, 티릴 하셀크니페(Tiril Hasselknippe, 1984~)의 미니멀한 메탈작업 <발코니(Balconies)>(2018) 시리즈가 전시장의 침묵 속에서 유럽이 직면한 난민 문제를 언급한다.


Tomm El-Saieh(아이티) 캔버스에 아크릴 243.8×365.7cm 2017~2018 Courtesy the artist and CENTRAL FINE, Miami Beach

이번이 4회째인 뉴뮤지엄의 트리엔날레는 2011년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이 만든 용어, 프레카리아트(Precariat) 계급과 그들의저항(sabotage)을 주제로 한다. 정규직을 가질 수 없어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 떠돌아다니는 불안정한 노동계층, 그래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며 희망을 버린 사람들, 여성(가정주부, 미혼모 등), 노숙자, 실업자, 임시직장인을 비롯 고학력의 예술인, 작가, 프리랜서, 대학의 시간강사들,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밀려난 숙련공 등이 프레카리아트이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극대화에 따른 이 같은 현상이 21세기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신자본주의, 신자유주의가 빠르게 스며들며 전 세계적으로 프레카리아트 계급의 불안을 이용한 신국수주의의 등장마저 부추기고 있다.

알렉스 가텐필드(Alex Gartenfeld, 마이애미 현대미술관)와 함께 이번 트리엔날레의 큐레이터를 맡은 게리 캐리온-무라야리(Gary Carrion– Murayari)는 전시 카탈로그에서 스탠딩의 이론을 인용하며 이번 트리엔날레가 “자본주의의 특성인 착취와 지배의 구조에 대한 저항을 요구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두 큐레이터는 지난 3년 동안 24회에 걸쳐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지역 등을 포함,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을 방문했다.

페루 작가 다니엘라 오르티즈 (Daniela Ortiz)의 50×30×30cm 크기의 세라믹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는 관람객들. 벽에 설치된 브라질 달톤 파울라(Dalton Paula)의 작품도 보인다(사진: 서상숙

6명의 미국작가를 비롯 전 세계 19개국에서 선정된 25세부터 35세까지의 참여작가, 컬렉티브, 그룹 등 26명 대부분은 자신의 나라에서 실제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액티비스트들이기도 하다. 전시작의 80% 이상이 이번 트리엔날레를 위해 만들어진 신작이며 참여작가 대부분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갖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하룬 군-살리 (Haroon Gunn-Salie, 1989~)는 머리가 없는(혹은 잘린) 남성 17명이 쭈그리고 앉아있는 조각을 광산에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설치한 작품 <센제니나(Senzenina, 남아공의 반인종격리정책 노래)>(2018)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2년 17명씩 두 곳에서 파업을 하던 34명의 광부가 경찰에게 총살당한 마리카나 참살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미술, 정치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다

컬렉티브 KERNEL(그리스) 〈As you said, things resist and things are resistant〉(사진 왼쪽 바닥설치작업) 알루미늄, 구리, 철, 혼합재료 500×200×170cm 2018 Photo: Maris Hutchinson / EPW Studio

근 미국의 주요 전시에 수직, 도자기, 태피스트리 등 노동집약적 핸드메이드 작업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이번 트리엔날레 역시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 작가 제냐 마치네바(Zhenya Machneva, 1988~)는 하나 둘 사라지는 소련의 공장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흰색 회색이 주조를 이루는 모노톤의 수직 작품(<CHP–14>(2016)) 등 태피스트리 시리즈로 소련의 몰락을 조용히 증언한다. 필리핀의 시안 데이릿(Cian Daylit, 1989~) 역시 태피스트리로 필리핀의 식민지 역사를 되새긴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수공예적 작업과정을 택함으로써 신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더불어 미술작품까지 대량생산,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현대미술의 상황에 저항한다.

다니엘라 오티즈 (Daniela Ortiz, 1985~)는 페루에서 태어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큐레이터들은 오티즈에게 페루로 돌아가 출품작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오티즈는 뉴욕에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 모형에서 머리를 없앤 <콜럼버스>(2018) 등 스페인 식민정치에 망가진 페루의 과거와 현재를 50cm 높이의 실내장식용 작은 도자기 시리즈로 고발하고 있다.

흑인,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거침없는 붓질과 화려한 색조로 그려낸 작가들의 페인팅도 아름답다. 아이티 출신으로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톰 엘-사이아(Tomm El-Saieh, 1984~)의 환상적인 추상, 트랜스젠더로 의료 조치를 거부당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눈이 먼 멕시코 작가 마누엘 솔라노(Manuel Solano, 1987~)가 기억으로 그린 인물화, 미국 흑인여성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표현한 하와이 출신의 제니바 엘리스(Jenniva Ellis, 1987~)의 오일 페인팅, 축출된 독재자 무가베의 얼굴을 그린 짐바브웨의 그레샴 타피와 냔데(Gresham Tapiwa Nyande, 1988~), 케냐의 체무 녹(Chemu Ng’ok, 1989~) 등의 작품들이다.

뉴뮤지엄 트링엔날레 전시 광경 Photo: Maris Hutchinson/ EPW Studio

비디오작업으로는 중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작업하는 쉔신(Shen Xin, 1990~)의 한국어로 상영되는 비디오 <나이팅게일의 도발(Provocation of Nightingale)>(2017~2018)이 1층 로비 갤러리에 설치되었다. 이밖에 홍콩의 왕핑(Wong Ping, 1984~), 중국의 쑹타(Song Ta, 1988~) 등 중국작가 세 명의 비디오가 선정돼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진단하는 정기전인 뉴뮤지엄의 올 트리엔날레는 전통적 방법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선호함으로써 아날로그적 접근방식을 택했다. 디지털 시대를 주제로 한 지난 2015년 트리엔날레와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뉴뮤지엄의 외진 계단 한쪽에는 알제리아 작가, 리디아 오라만(Lydia Ourahmane, 1992~)의 작업 <유한성(Finitude)>(2018)이 설치되어 있다. 설치된 소리의 울림으로 벽에 칠해진 석회가 서서히 떨어져 바닥에 가루가 쌓이는 작품이다.

작품을 통한 작가들의 저항과 프로파간다가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잘못된 정치와 사회구조를 변화하는 힘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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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숙 |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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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TOPIC 제2회 광주화루

한국화의 정체성과 젊은 모색

김상철 | 동덕여대 교수

전은희 〈오래된 집 – 만석동〉 한지에 채색 162×454cm 2018(최우수상)

광주화루가 올해로 2회를 맞았다. 지난해 출범한 광주화루는 여러 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중 한국화만을 공모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색일 것이며, 중앙-서울/수도권이 아닌 광주라는 지역에서 전국 규모의 대단위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점 역시 특기할 사항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광주화루가 우리가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심사방식으로 공정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점들은 광주화루가 지니고 있는 특징인 동시에 오늘날 우리 미술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화는 여전히 정체성 문제와 더불어 침체와 부진이 만성적인 현상으로 고착되고 있다. 더불어 여타 사회문제와 같이 문화의 중앙 집중현상 역시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과거 명실상부하지 못했던 공모전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채 불식되지 못한 현실에서 과연 공모전이라는 고전적 형식이 유효한가 하는 점 역시 충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화루가 반가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회의와 비판에 앞서 실천을 통한 타개를 모색하고, 비판을 통해 대안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김선영 〈비워지는 시간〉 장지에 채색 145.5×336cm 2017 (우수상)

이번 제2회 광주화루는 ‘한국화의 미래 지향적 비전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가 또는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화 진흥에 기여할 수 있는 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한국화 공모전을 개최한다.’라는 기본 취지로 진행되었으나, 작년과 달리 작가상 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공모에 의해 김민호, 김선영, 박병일, 박재철, 전은희, 정경화, 조민아, 진희란, 한상아, 한승엽 등 10인의 작가를 선정하였다.

정경화 〈별이 빛나는 밤에 Ⅱ〉 종이에 먹과 금분 136×276cm 2018

선정된 작가들의 면면은 실로 다채롭다. 수묵과 채색이라는 한국화의 전통적 장르 구분을 두루 포괄함과 동시에 이질적인 재료와 표현을 통해 새로운 전형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가 개개인의 개성을 차치한다면, 이들의 작품을 통해 오늘의 한국화가 지니고 있는 전반적인 경향과 면모, 그리고 지향을 일정 부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점은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방만한 작업들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묵과 채색이라는 전통적 장식을 차용하되 이의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해석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이 속한 시대를 반영하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상호 이질적인 재료의 혼용을 통칭하는 혼합재료의 사용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설사 다른 재료를 사용했더라도 근본적인 조형 심미에서는 전통적인 그것을 원용하거나 주관적 해석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공공적 가치와 덕목을 전제로 한 전통회화의 조형 내용에서 벗어나 개별적인 경험이나 일상적인 삶을 통해 자신이 속한 시대를 반영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점은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더불어 비록 지필묵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지만 과거의 중봉을 전제로 한 선의 조형에서 벗어나 다분히 구조적이고 묘사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진희란〈한계령길〉 순지에 수묵담채 160×150cm 2017

박재철〈비천한 길 Ⅰ〉 한지에 먹, 채색 130×162cm 2017(대상)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박재철의 경우 내밀한 개인의 일상사를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화면은 일종의 채집증적인 집요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무엇인가에 육박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힘을 보여준다. 비록 수묵 담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에 대해 충실하고 집중함으로써 회화 본연의 힘을 강렬하게 발산하고 있다. 이민호의 작업은 동일한 대상에 다양한 시점을 반복적으로 중첩시킴으로써 생겨나는 오묘한 시각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특히 목탄 등을 차용한 작업의 구조는 흑백으로 이루어져 수묵을 연상케 할 뿐 아니라 실상과 허상, 현상과 본질 등 수묵 본연의 정신을 새삼 상기시키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정경화의 작업은 극히 섬세한 수묵의 운용을 통해 밤하늘의 별자리를 감성적으로 표현해냈다. 그의 작업은 수묵에 대한 풍부한 해석력과 재료에 대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선영의 경우 채색을 전제로 하지만 필의 흔적을 살린 표현주의적 화면으로 독특한 개성을 발산하고 있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의 호흡을 반영하며 이루어지는 속도감 있는 필의 구사는 그의 작업을 굳이 채색으로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개성적인 것이다. 박병일의 작업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담묵의 정교한 구사로 탄탄한 구성력을 확보하고 원근을 배제한 평면적 구성으로 화면을 확장시키고 있다. 마치 탈색된 것과 같은 무채색의 수묵 화면은 매우 풍부한 변화를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수묵의 확장된 해석이라 할 것이다. 전은희의 경우 일상적인 구석, 혹은 소외된 공간에 대한 집요한 표현으로 채색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낸 경우이다. 삶에 대한 애잔한 회상과 그 기억을 반추하는 감성적 접근은 평범한 대상을 특별한 공간으로 치환시키며, 그것은 과장이나 수식과 같은 기능적인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집요함과 성실함을 통해 구축되어 독특한 가치로 전해진다. 조민아는 익명의 개인을 통해 현대인의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들과 공간 설정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들을 전해주고 있다.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화면 구조는 그것이 일정한 서사적 내용들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 등에 맞춰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진희란의 작업은 산수에 대한 변용이다. 어떤 부분은 실경산수를 연상케 하고, 또 어떤 부분은 극히 관념적이고 전형화된 모양으로 표출되기도 하는 이색적이고 신비한 표현은 그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다. 수묵담채의 고전적 표현 양식을 이처럼 개별화된 개성으로 표출해낼 수 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상아의 경우 광목을 통한 수묵의 운용을 통해 표현력을 극대화하고 작위적인 것과 무작위적인 것의 대비를 통해 매우 사변적인 화면을 구축해내고 있다.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담묵의 점들과 강한 발묵의 대비는 수묵의 신선한 해석으로 다가온다. 한승엽은 다분히 객관적인 시점으로 대상을 포착하고 이를 점묘로 구축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복적인 작업의 결과를 통해 구축되는 화면은 객관적인 사실성의 왜곡을 통한 보는 재미와 더불어 수묵 특유의 깊이 역시 확보하고 있다. 특히 바탕색의 변화를 통해 수묵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방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적이고 담백하며 정교한 화면에 돌연 등장하는 아비의 존재는 화면에 활기를 불어넣는 오브제 같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작가의 이야기를 견인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눈길을 끈다.

조민아 〈하나 둘 셋〉 장지에 채색 162×130cm 2018(우수상)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수상작들의 면모는 다양하다. 그러나 일관된 방향성은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실험의 양상이나 서구 현대미술을 추종하는 경향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통적인 재료나 조형원리, 혹은 심미적 내용들에 바탕을 둔 개별적이고 개성적인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수묵과 채색이라는 경직된 장르 구분 없이 상호 융합을 통해 분방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특징이다. 광주화루의 취지가 ‘한국화의 미래 지향적 비전이나 새로운 방향성의 제시’라 한다면, 이번 수상작들은 조심스럽지만 그 성과의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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