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포스토
콘트라포스토 contrapposto(이)
‘대비된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인체 입상에서 인체의 중앙선을 S자형으로 그리는 포즈를 일컫는다. 정면을 향해 꼿꼿하게 서있는 기원전 6세기말경의 그리스 아르카익*기 인물상과 다른 이 포즈는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클래식기의 조각상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딱딱하고 엄숙하게 정면을 향해 대칭적 자세로 서 있는 인물조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력은 여전히 조각의 중앙에 미치고 있었으나 몸체의 거의 모든 무게가 다리 한쪽에 몰려있고 이 경사진 다리가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골반은 기울어진 다리쪽에 돌출되어 있고, 다른 다리는 무릎에서 구부러진다. 머리는 반대 방향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중심을 잡는다. 옆에서 보면 버티고 있는 다리가 뒤쪽으로 약간 밀려나 있고 가슴은 위를 떠받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체계를 르네상스* 시대에 인체상의 각 부분의 작용과 반작용을 기술하기 위해 콘트라포스토라고 명명하였는데, 이것은 그리스 미술*의 위대한 업적의 하나로서 조상(彫像)의 조형적 가능성을 풍부하게 하였다.
조각가는 이와 같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함께 서 있는 새로운 인물을 비롯해 더 큰 긴장감과 극적인 감정을 자아내는 포즈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러한 조각 체계는 현재 분실된 폴리클레이토스Polykleitos의 <캐논Canon>이라는 논문에 기술되어 있다. 이후 인체의 유기적 구조에 대한 이해와 재현을 위해 미술가들은 이 이론을 다시 활용하였다.
13세기말과 14세기의 고딕 미술*의 인물상에서 보여지는 과장된 S곡선도 이 이론의 변형이며, 도나텔로Donatello(1382~1466), 베로키오Verrocchio(c.1435~1488), 미켈란젤로Michelangelo(1475~1564) 등의 르네상스 대가들도 콘트라포스토를 도입하였다. 바로크* 조각은 균형잡힌 매스*를 이용하는 미켈란젤로의 방법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영향으로 17~18세기 독일 조각에서는 콘트라포스토 형식을 사용하여 마돈나나 성자의 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였다. 19~20세기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단일한 체계의 콘트라포스토가 지배할 수 없게 되었고 조각가들은 각각 자신에게 맞는 포즈를 선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