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彫刻 sculpture(영)
공간 속에서 삼차원적인 입체 형상을 창조해내는 시각예술. 회화*가 색이나 선에 의해 이차원적 화면에 평면적으로 표현되는데 반해, 조각은 공간을 점유하고 현존하는 삼차원의 입체로 표현된다. 즉 회화가 이차원에서 삼차원의 일루전*을 재현한다면, 실제로 삼차원의 물체인 조각은 물질적인 현존성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각된 상은 시각적이면서도 직접 만질 수 있는 촉각적인 장점을 지닌다. 조각은 또한 조소(彫塑)라고도 불리는데, 의미나 내용상의 차이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조각이란 말이 통용된다.
조각은 그 표현 방식에 따라 부조*(浮彫)와 환조(丸彫)로 나뉘는데, 환조는 공간 속에서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부조는 배경이 되는 벽 등의 바탕에 부착되어 그것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환조는 다시 단일상과 군상*, 또 인물의 자세에 따라 좌상(坐像), 반가상(半跏像), 와상*(臥像), 전신상(全身像), 반신상(半身像), 흉상(胸像), 두상(頭像) 등으로 나뉜다. 회화와 조각의 중간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부조에는 새겨 넣는 정도에 따라 고부조와 저부도가 있고, 특수한 것으로는 이집트에서 볼 수 있는 음각이 있다.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조각의 재료가 될 수 있으나, 그 중에서도 점토, 브론즈, 돌, 나무, 석고 등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석재(石材)는 기후 변화에 잘 견디고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균일한 질감과 경도를 지니므로 기념 조각이나 건축적 조각에 자주 쓰였다.
반면에 돌보다 내구성이 약하고 기온과 습도에 변하기 쉬운 나무는 주로 실내 조각에 이용되었다. 석고는 조각의 원형 및 주형을 뜨기 위해 사용되며 특히 기존의 원작을 복제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현대 조각에서는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리뿐만 아니라 움직임, 소리, 빛 등 점차 새로운 시대정신*과 조형감각을 수반하는 재료들이 조각의 제작에 이용되고 있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임을 조각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임으로써 이제까지 정적인 사물이었던 조각에 동적인 움직임과 생명을 부여하였다. 예를 들어 칼더Alexander Calder(1898~1976)의 모빌*은 기류나 바람에 의해 움직이고, 팅겔리Jean Tinguely(1925~1991)의 조각 작품은 전동장치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전통적으로 조각은 덩어리로 이루어진 물질적 실체로 간주되어 왔으나, 현대에는 비물질적인 빈 공간의 조형적인 의미가 부각되었다.
고대 및 중세까지만 해도 모든 조각에 채색하였으나, 근대에 들어서는 재료에 충실하기 위해 거의 착색을 하지 않고, 재료 자체의 자연색과 질감을 살린 조각이 많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서는 선명한 원색으로 채색된 다색조각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조각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심이 된 주제는 인물, 신, 동물 등이었다. 서양의 전통 조각은 르네상스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대상들을 재현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기하학적이고 추상적, 개념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