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언어
미술과 언어 Art and Language, A&L(영)
제2차세계대전 이후 영미의 분석 철학과 그 방법론에 입각한 미학의 전개와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의 영향을 받아 1968년 영국에서 결성된 그룹. 미술과 언어는 일차적인 매체로 언어를 선택하고 손으로 만든 완성품을 거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예술가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개념(언어)의 분석을 작업의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서 의미론이나 문헌학의 느낌을 주는 복잡한 글이나 논문을 만들어 이를 출판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화랑*에 전시한다. 작품을 발표하는 방법도 인쇄물, 마이크로 필름, 세미나 등 다양하다. 그 결과, 전통적인 표현 수단은 극도로 억제되고 순수하게 언어에 의한 표현이 확립되었다.
미술과 언어 그룹은 처음에 뒤샹Marcel Duchamp(1887~1968)의 사상에 대한 비판과 미니멀 아트* 이론을 제기하는 일련의 작품을 제작했다. 그 후 예술의 개념에 관심을 두고 과학자들의 논문이 과학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예술가들의 논문도 예술로 간주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또한 미술의 언어학적인 측면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철학적 태도를 견지하는 비평가들의 평론에 대항하였다. 1969년 5월에 창간된 정기간행물 《미술과 언어》의 부제인 ‘개념미술잡지’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과 언어는 미술을 문학적이고 개념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미국에서는 코주스Joseph Kosuth(1945~ )가 편집장을 맡았으며 르윗Sol Lewitt(1928~ ), 롱Richard Long(1945~ ), 디베츠Jan Dibbets(1941~ ) 등 많은 개념미술*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1960년대말 미술과 언어 그룹은 분석 철학 뿐만 아니라 사회학과 논리학, 언어학, 인류학 등에서 개념과 도움을 얻고자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습득했다. 예술 개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이 그룹은 1970년대 중반에 펴낸 저작물을 통해 예술 산업에서의 경제적 하부 구조, 즉 예술의 역할 등으로 그 관심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출간한 저서들의 모호한 내용과 외부인에 대한 지적인 허세와 위협적인 태도는 대부분의 비평가들로부터 냉혹한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