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트리아 미술
박트리아 미술 Bactrian Art(영)
박트리아는 알렉산더 대왕 사후 이란 지역을 지배하던 셀레우코스 왕조가 기원전 250년경부터 와해되기 시작하자 그리스인들이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세운 독립 왕국으로 수도는 박트라Bactra(현 발흐Balkh)이다. 지역은 북쪽으로 자라푸샨 산맥 이남의 구소련령에서부터 남쪽으로는 힌두쿠시 산맥 이북의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분포하며, 시대적으로는 기원전 3세기의 박트리아 왕국시대부터 서기 7세기 후반 쿠샨 시대까지 미친다. 그리스계 왕들이 통치했으나 기원전 100년경 파르티아에 패배하여 그리스인의 통치는 종말을 고했다. 그 후 샤카족에게 점령된 박트리아 지역은 쿠샨의 등장 이전까지 샤카-파르티아 Śaka-Parthia계 왕들이 지배했다.
아므 다리아Amu Darya(오크서스강) 중류에 위치했던 그리스계의 박트리아 왕국은 헬레니즘 문화를 계속 유지, 그 후 이 지역에서 전개된 간다라 미술*로 이어져 중앙아시아* 지역에 그리스 문화가 유입되는 통로가 되었다. 도시 유적지인 아이 카눔Ai Khanum에서는 그리스계의 신상과 영웅상들, 코린트식의 주두* 등이 발견되었다. 또한 테르메즈Termez 근처의 아이르탐Airtam에서는 그리스의 대리석을 모방한 백색 석회암을 소재로 하여 아칸서스* 문양 사이에 악사(樂士)와 인물상을 배치한 프리즈*와 코린트식 주두에 이란적인 사자 무늬를 새긴 독특한 조각들이 발굴되었다. 박트리아의 건물은 태양에 건조시킨 연와(煉瓦)와 돌을 병용해 지었으며, 인 안디스 식의 집이나 이완 풍의 현관이 있는 궁전 등이 있고 아티카 식의 초석이 사용되었다. 또한 테라코타*로 만든 등신 인물상도 발굴되었다.
박트리아 왕국의 유적은 아이 카눔 이외에는 별로 없으며 미술 자료도 많지 않으나, 그 전통은 쿠샨 시대에도 계승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파르티아나 인도계의 문화가 유입되어 이들을 혼합한 독특한 미술이 탄생하였으며, 이를 ‘오크서스파(派)’라고 부르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