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장르 genre(영, 프)
예술의 종류를 의미하는 개념. 문학이나 미술 분야에서 문체, 양식과 같은 뜻으로 다룰 때도 있다. 미술에서는 일정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그리는 회화를 장르화, 풍속화*, 세태화 등으로 이름한다. 일반적으로는 일정한 작품군이 외형, 내용, 표현 대상, 표현 태도 등에 관하여 공통의 특질을 지니며, 하나의 유형을 이룰 때 이를 장르라고 한다.
또한 일상 생활의 장면들을 묘사하는 회화,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에 의해 애호되었던 주제들을 다룬 회화를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와틀레와 같은 비평가들에 의해, 꽃이나 동물 같은 유형의 회화나 어느 특수한 분야의 전문적인 화가들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었다.
1769년 프랑스 아카데미*가 그뢰즈Jean-Baptiste Greuze(1725~1805)를 ‘장르 화가’로 인정했고 그의 작품은 그가 유행시켰던 중류 계층의 ‘도덕적’ 주제를 다룬 회화로 이해되었다. 이미 풍경화*나 정물화*처럼 다른 전문화들은 고유한 이름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이 용어는 그 밖의 달리 분류될 수 없었던 회화를 가리키게 되었던 것이다.
이 용어는 추수하는 장면이 그려진 이집트 무덤 벽화나 그리스 항아리에 있는 운동 경기 장면, 나그네나 양치기들이 그려진 중국의 족자, 그리고 사회주의 사실주의*에서의 승리에 찬 트랙터 운전사 등 이질적인 대상들을 ‘장르’로 설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지만 이 용어의 기원에 주목하여, 특정 유형에 국한시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의미있을 것이다.
장르화는 로마시대의 남부 이탈리아 회화에서 유행했는데, 이들은 귀족들의 삶과 서민 생활, 가정 생활과 시장, 거리, 극장 등을 모두 다루었으며, 장르화의 대중적 형태는 벽화* 및 패널화 그리고 모자이크*로 표현되었다. 그 후 유럽 회화사에서 장르는 오랫동안 아카데미 비평가들에 의해 빈축을 샀다.
‘장르’는 18세기 무렵 에르트센Pieter Aertsen에서 라에르Pieter van Laer에 이르는 네덜란드의 농부 화가들을 가리키는 낮은 개념의 명칭으로 간주되었다. 이탈리아 회화는 전통적으로 영웅적 내용에 관한 종교적, 역사적 주제에 탁월성을 보여 왔던 반면에 사소하거나 하찮은 주제는 피해 왔었다.
16세기 베네치아의 화가들이 목가적 연주회나 화장하는 여인들을 다루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그림들 역시 대개 종교적이거나 우화적인 주제와 결합되게 마련이었으며 16세기말 카라치Annibale Carraci(1560~1609)와 카라밧지오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1~1610)에 의한 새로운 장르의 유입 역시 북유럽의 도전에 대한 반응의 일환으로 나타났던 것이었다. 이에 반해, 일상 생활의 현실 장면들에 대한 북유럽 미술의 편애 성향은 중세의 전통에로 수급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현실적(realistic)’이라는 용어는 문학이나 미술에 있어서, 현실 생활에 대한 과학적 관심도, 혹은 후에 ‘사회적 리얼리즘’이라고 알려진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익살스러운 시골뜨기’를 재미의 대상으로 삼고 오직 궁정만이 우아함과 아름다움의 장소라고 여겼던 군주나 봉건 영주의 유머러스한 초연함이었던 것이다.
중세 후기, 고딕* 화가들의 회화적 사실주의와 교훈적 전통이 결합된 작품으로는 보슈Hieronymus Bosch(1450~1516)의 그림을 들 수 있는데, 그는 특수한 장르에 대해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최초의 ‘전문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수수께끼같은 많은 작품들은 인간의 악덕과 어리석음을 상징하기 위해 농부나 영락한 인간들을 다룬, 하나의 풍자적인 설교라고 설명될 수 있다. 그 후 종교개혁*으로 인해 종교화의 특권이 박탈됨에 따라 화가들은 초상화*에서 벗어나 대가의 예술적인 기교를 응용할 수 있었으며, 브뤼겔Pieter Bruegel(c.1525~1569)은 보슈의 기묘한 형태를 일상적 삶의 모습들로 바꾸어 현실적인 농가의 장면들을 다루었다. 장르의 영역은 점차 넓어져서, 17세기 네덜란드의 장르의 역사는 이른바 네덜란드의 회화사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17세기의 다른 유럽 지역에서는 카라밧지오나 프랑스의 르 냉Le Nain 형제들에서 볼 수 있듯이 네덜란드의 삶의 즐거움을 보여 주는 장르화의 풍부함과는 달리, 아직 종교화에 머물러 있거나 완고한 농부의 상을 그리는데 그치고 있다.
18세기초 네덜란드의 트루스트Cornelius Troost에 의해 풍자적인 장르화가 부흥되며, 영국에서는 호가드William Hogarth(1697~1764)에 의해 새로운 유형의 도덕적인 주제가 탄생된다. 한편, 감상적 교훈조의 ‘장르’를 도입한 그뢰즈는 장르 개념의 기원을 환기시켰다.
19세기 윌키David Wilkie 등의 일화적인 그림은 정감적이며 은밀하기도 하고 때로는 익살스럽고 풍자적인데 대부분 놀라운 대중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일화적 묘사와 대조적으로 밀레Jean François Millet와 쿠르베 등은 농부나 노동자의 표상을 새로운 영웅적 면모로 제시했다. 이러한 당대의 삶의 반영이라는 요청은 콩쿠르 형제 등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일본의 우키요에*와 함께 인상주의*를 낳는데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전반, 영국에서는 시커트Walter Sickert가 장르의 대가로서, 나이트Laura Knight부인은 서커스 장르화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 다음 세대에 와서는 잭 스미스Jack Smith 및 존 브래트비John Bratby의 ‘키친 싱크’파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19세기 말 이후 장르에 있어서의 중대한 발전은 영화 예술에서 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