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미술
고딕 미술 Gothic Art(영)
유럽의 중세미술에 있어서 시대적으로 로마네스크 미술* 다음에 나타난 양식을 말한다. 시기상 대략 12세기 중엽부터 15세기 또는 16세기 초까지에 해당하며 르네상스 미술*이 개화되기 전을 가리킨다.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고딕미술은 12세기말부터 약 1세기동안 지속되었다. 고전적 성격을 띤 전성기 고딕에 반해서, 13세기말 이후에 그 성격이 뚜렷하게 변질되어 바로크적 성격이 강해진 것을 ‘후기 고딕’이라고 부른다. 후기 고딕 중 특히 1400년경을 중심으로 한 약 반세기는 플랑드르 화가들의 사실주의*에 이탈리아 화파의 영향이 섞인 궁정 취미의 우아한 회화양식이 주를 이루었다. 서구 전체로부터 프라하의 신성로마황제의 궁정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유행하였던 이 경향을 특히 ‘국제적 고딕 양식’이라고 한다.
고딕미술은 원래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중세 건축을 야만족인 고트(Goth)인이 가지고 온 것이라고 비난한 데서 유래된 미술사 및 비평 용어이다. ‘고딕’이란 용어는 초기에는 건축, 특히 성당 건축에서 그 평가를 받았으나 점차 장식, 조각*, 회화*, 공예* 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확산, 적용되었다. 로마네스크 미술의 형성과 발전에는 각지의 대수도원의 역할이 컸으며 수도사들이 미술에 종사하는 일이 많았던 것에 비해서, 고딕 미술에서는 파리를 비롯해 도시의 궁전이나 공동체가 발주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미술가도 세속의 전문가가 주를 형성했다. 이 때문에 기술적 발달이 뚜렷하며, 조각이나 회화에서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사실주의 경향으로 변모되었다.
각 분야에서 나타난 고딕 양식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축:건축은 고딕 시대를 결정짓는 대표물로서 1140년부터 16세기 중반 이후까지 지속되었다. 고딕건축에 있어서 그 기본 원리는 교차 늑재 궁륭*(rib-vault)의 사용이다. 이것은 로마네스크 건축에서 이미 나타났던 교차 궁륭*을 대각선을 이루는 늑골*, 측벽 아치* 및 횡단 아치로 보강한 것으로서 이 궁륭을 바깥으로부터 플라잉 버트리스*(flying buttress), 소형의 경우 및 지방에 따라서 본당 측과 직각을 이루는 부벽*에 의해 보강한다. 이 구조는 궁륭의 하중이 측벽 전체에 걸리지 않고, 측벽아치를 버티는 기둥의 정점에 집중되므로 벽이 불필요해져서 창을 크게 만들 수 있으며, 석재가 절약된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로마네스크 양식에서의 반원 아치가 고딕에서는 첨두아치*로 되었다. 첨두아치는 외부 압력을 경감시켰고, 따라서 여러 곳에 둥근 천장을 만들기가 수월해졌으며, 넓이(직경)와 높이(반경)와의 상호관계가 일정한 반원 아치의 제약에서 벗어나 구조와 공간과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루게 되었다. 또한 첨두아치는 또다른 고딕 건축의 특징인 플라잉 버트리스와 함께 형태상 상승감을 강조하는 미적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최초의 순수한 고딕 건물은 1140년에 세운 생 드니Saint Denis 사원의 예배당과 성가대석으로 추정되며, 그 외에 1163년에 시작된 파리의 노트르담Notre Dame과 부르주Bourges, 랑Laon 등이 있다. 13세기초의 고딕 양식은 큰 교회당 양식을 중단하고 수도원 건축, 지역 교구 교회, 가정 건축에서 사용되는 요소들을 채택함으로써 국가별, 지역별로 다양해졌다. 후기 고딕 시대에서는 늑골이나 창의 트레이서리* 등이 세분화되고 또 장식적이 되어 플랑보아이양 양식*(프랑스)이나 장식적 양식(영국) 등의 번잡한 양식, 혹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기하학적인 수직 양식*(영국) 등을 낳았다. 또 성이나 왕후의 관저나 도시의 공회당 등 세속건물이 성행함에 따라, 실용건축으로서의 고딕 양식을 발달시켰다.
조각:고딕 조각은 특히 성당의 정면 문턱에서 발전하였다. 12세기 중엽의 조각은 건축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다가(사르트르 대성당, 포르타유 루아이얄) 점차 건축적인 원칙에서 탈피하여 자연주의적 원리에 의해서 스스로를 다루게 되었다(사르트르의 남북 문턱, 아미앵 등). 후기고딕 시대가 되면 조각은 흔들리는 축이나 강조된 볼륨 등에 의해서 건축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여주며, 그것은 또한 단독 조각의 발달과도 병행되었다. 작품의 소재는 성전의 세계에서 취하였으며, 한편으로는 기증자의 조각상도 만들었다. 또 대중의 계몽을 위한 인간상이나 종교적 정신과는 관계가 없는 괴기한 모습의 조각도 장식용으로 이따금 쓰여졌다. 전형적인 고딕 조각의 발전은 랭스와 방베르 성당 조각들과 함께 13세기초에야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되는데, 이 시기의 작품의 본질은 이상주의 및 자연주의의 특징을 띠고 있다. 고딕 조각은 아름다운 고전적인 균형을 지향하였으며, 로마네스크 조각의 상징주의적인 표현에 비해 자연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회화:고딕 회화의 발전은 양식상 조각의 그것과 일치한다. 13세기에 있어서 회화가 지니고 있는 의의는 조각의 그것에 비해 적으나, 고딕 성당 건축의 특수한 조건에 조응하여 스테인드 글라스*가 발달하였다. 또한 미니어처* 회화도 13세기 후반에 특히 프랑스에서 발달되기 시작하였으며, 13세기 도시와 성곽에서 증가하고 있었던 예술과 문학의 새로운 유행은 로맨틱한 삽화의 산출을 자극하였다. 한편 패널*화는 제단 뒤의 칸막이로 제공되기 이전에는 그다지 발전하지 못하였다. 로마네스크 시기에 시작되었던 패널화가 실제로 일반화된 것은 14세기 두치오Duccio di Buoninsegna(1255~1319)의 <시에나 성당 마에스타>에서였다. 마르티니Simone Martini(c.1284~1344)의 <수태고지*> 역시 고딕 패널화의 특징을 지닌 중요한 작품이다. 또한 타피스트리*가 14세기부터 급속히 발달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성당 내부에서도 제실, 애프스* 주변이나 기둥 사이에 이용되었다. 특히 성당 건축의 벽면 장식으로 이용된 타피스트리는 걸었다가 바꿀 수 있는 벽화로서 후기 고딕의 왕후 귀족이 애호하였다.
한편 13세기경부터 타블로* 화(畵)가 발달하기 시작하여 프랑스, 플랑드르, 독일 등의 제도시를 중심으로 저명한 작가가 배출되었다. 특히 15세기에 들어와 플랑드르에서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yden(1399~1460) 등을 위시한 화가들이 ‘중세의 가을’이 한창일 때 사실주의 회화를 극점까지 밀고 나갔다. 14세기초 지오토Giotto(1266~1337)에서 시작하여 15세기말 반 데르 바이덴이나 보티첼리Botticelli(1445~1510)로 집약되는 고딕 회화상의 발전을 정리해보면, 양식화, 선적인 특질, 고딕식 흔들림(Gothic sway) 등을 이 시기의 주된 특징으로 간주할 수 있다.